‘슈퍼 이끌림’에서 느껴지는 Atlanta Bass의 향취

포화 상태에 도달한 걸그룹 생태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아일릿(ILLIT)은 데뷔 미니 앨범 [SUPER REAL ME]를 통해 최근 국내 대중음악을 장악한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의 기조를 겨냥해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데뷔 타이틀곡 “Magnetic”은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신기록을 세우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선명한 멜로디와 몽환적인 분위기 뒤에 노래를 지탱하는 반복적인 비트는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쿵 탁 쿵-쿵 탁’ 패턴이 소폭 변형되며 반복되는 루프는 특히 후렴구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는데, 이러한 패턴은 애틀랜타 베이스(Atlanta Bass)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다. 

애틀랜타 베이스는 마이애미 베이스(Miami Bass)에서 비롯된 힙합 음악의 하위 장르이자 90년대 후반 해당 사운드가 주름잡았던 로컬 신(Scene)의 호칭이기도 하다. 1996년 전후로 음악적 혁신과 대중적 인기를 누렸으나 마이애미 베이스나 래칫(Ratchet), 트랩(Trap) 등 21세기에 유행한 힙합에 뚜렷한 영향을 미친 스타일과는 달리 미국 남부의 언더그라운드 신에 머물렀다. 애틀랜타 베이스는 마이애미 베이스의 스피디한 비트에 비교적으로 훨씬 느린 속도의 R&B 보컬과 멜로디를 합친 것을 특징으로 한다. 

애틀랜타 베이스 신은 뉴욕 브롱크스 출신의 MC 샤이 디(Shy D)가 애틀랜타의 로컬 힙합 레이블이었던 루크 스카이워커 레코드(Luke Skyywalker Records)를 만나 당시 플로리다 힙합 신을 평정하고 파티 음악으로 막대한 인기를 끌었던 마이애미 베이스 사운드를 차용하며 시작됐다. 마이애미 베이스는 일렉트로 펑크(Electro Funk) 사운드와 빠른 속도의 비트 위에 수위 높은 가사를 띄엄띄엄 얹음으로써 베이스 라인에 이목이 가도록 강조한 스타일이다. 당시 애틀랜타 기반의 라페이스 레코드(LaFace Records)가 남부의 모타운(Motown)이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R&B를 해당 도시의 주역 장르로 선전했기 때문에, 마이애미 베이스를 애틀랜타로 가져온 DJ와 MC들은 이미 증명된 R&B 사운드와 혼합하여 애틀랜타 베이스를 탄생시켰다. 

초반의 애틀랜타 베이스 사운드는 이미 발매된 힙합 및 R&B 레코드를 리믹스하여 만들어졌다. 주로 TR-808 드럼머신을 사용하여 쿵쿵 울리는 소리가 특징인 탄탄한 루프를 만들고 발라드 곡의 낮은 주파수에 해당하는 대역을 걷어낸 후 드럼 루프를 입힌 것이다. 예를 들어 DJ 스머프(Smurf)로 활동했던 미스터 콜리팍(Mr. Collipark)은 “Planet Rock”과 같이 스피디한 올드 스쿨 힙합 노래를 찰리 윌슨(Charlie Wilson)이나 R&B 그룹 르버트(LeVert)처럼 두꺼운 목소리와 힘찬 창법을 가진 R&B 보컬리스트의 노래와 합치곤 했다. 

점차 애틀랜타 베이스의 주역들은 단순 리믹스와 매시업에서 벗어나 해당 사운드를 직접 오리지널한 곡으로 제작하기 시작했고, 앞서 언급한 샤이 디나 DJ 스머프뿐만 아니라 소 소 데프 레코드(So So Def Recordings) 레이블과 같이 지역을 대표하는 레이블이 주도적으로 프로듀싱하기 시작하며 하나의 독립적인 사운드로 성장했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고스트 타운 디제이(Ghost Town DJ’s)의 “My Boo”가 있다.

1996년에 발매된 “My Boo”는 고스트 타운 디제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표한 싱글로, 빌보드 핫 100과 R&B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특히 리드믹 크로스오버(Rhythmic Crossover)라고 불리는 라디오 음악 위주의 차트에서 사랑받기도 했다. ‘쿵 탁 쿵 탁, 쿵 탁 쿵-쿵 탁-쿵’과 같은 드럼 라인이 둔탁하게 울려 퍼지며 위에 얹힌 감미로운 R&B 보컬은 애틀랜타 베이스 사운드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다. 고스트 타운 디제이는 “My Boo”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이나 활동을 보이지 않았으나, 지금은 유물이 된 비디오 소셜 미디어 바인(Vine)에서 2016년에 유행한 ‘Running Man Challenge’의 배경음으로 사용되며 짧게나마 바이럴 인기를 누렸다. 

R&B 멜로디와 마이애미 베이스 풍의 랩 가사가 함께 나타나는 애틀랜타 베이스 곡으로, 후렴구에서는 “Magnetic” 포스트 코러스의 ‘Bae bae bae’ 부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My Boo”를 비롯하여 “Swing My Way”, “Love You Down”과 같은 대표곡은 대중적 인기를 누렸음에도 애틀랜타 베이스의 입지는 2000년대에 이르러 다소 좁아졌는데, 이후 더티 사우스(Dirty South)나 크렁크(Crunk) 같은 힙합 하위 장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된다. 여전히 언더그라운드에서는 활발히 만들어지는 애틀랜타 베이스를 이제는 가장 새로운 케이팝 걸그룹의 데뷔 타이틀곡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애틀랜타 베이스 비트를 활용한 아이돌은 비단 아일릿뿐만이 아니다. 트와이스가 2023년에 발표한 “Moonlight Sunrise”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처럼 최근 아이돌 음악은 해외에서 태동한 하위 음악 장르를 아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국내 대중음악 리스너들은 자연스레 새로운 템포와 박자 패턴에 소개되고 있다. 이번 “Magnetic”은 케이팝이 활용하는 다채로운 힙합과 댄스 장르와 사운드가 무엇인지 주목하고 그것을 재발견할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이미지 출처 | Rate Your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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