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트리트 아티스트 #1 Princess Hij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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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 혹은 스트리트 아트라 불리는 예술 영역은 온전히 남자들의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실제로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아티스트는 전혀 없다시피 했으며, 각종 매체에서 조명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역시 대개는 남자였으니까. 길거리에서 스프레이 통을 들고 마스크를 낀 채, 은밀히 작업하는 길거리 예술가는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달려오면 하던 것들을 멈추고 냅다 뛰어야 한다.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기에 이들의 작업은 보통 늦은 밤, 또는 새벽에 이루어진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과연 여성들이 꿋꿋이 그래피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여성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존의 방식과는 새로운 작업 스타일을 추구하며, 결과적으로 그래피티, 스트리트 아트의 범위를 넓혔다.

 

 

1.Princess Hijab

‘히잡-화하다[hijabise]’ ‘히잡-이즘[hijabism]’ 이란 단어가 익숙한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 Princess Hijab이 자신의 작업을 일컫기 위해 만든 말이다. 아직도 정체가 묘연한 Princess Hijab(이하 PH)은 사실 성별도 알 수가 없다. Princess라는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했을 뿐, 그녀 혹은 그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수록 더욱 베일에 싸인 아티스트였다. PH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신변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지키는 익명성 덕분에 이 모든 것들을 공유할 수 있다. Princess hijab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도 사람들의 시야 밖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을 철저히 베일에 숨긴 Princess Hijab은 광고 속의 인물 역시 검은 베일로 가린다. PH는 현재 이 땅 아래 존재하는 모든 패션,화장품 브랜드나 유명한 모델을 ‘히잡-화’하고 있다. 그녀(혹은 그)는 오직 검정색 페인트와 펜을 가지고 광고 이미지 속의 헐벗은 인물을 꼼꼼히 색칠한다. 이 이미지 위로 흘러내리는 검정 잉크는 광고 이미지를 더욱 부각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킨다. 잉크에 덮일수록 이미지의 효과는 더욱 강해지는 듯하다. 이미지가 강해질수록 작품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진다.

PH가 히잡을 자신의 모티브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2010년, 프랑스 정부는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이 니캅(niqab)을 쓰는 것을 금지했다. 여성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남성들이 여성들의 얼굴을 가릴 것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PH의 작업물은 프랑스 정부가 실시한 니캅 금지법에 대한 그만의 대응법처럼 보였지만, 그녀(혹은 그)는 자신의 작업은 이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PH는 금지법이 시행되기도 이전인 2005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그의 예술에 담긴 메시지는 우리의 전형, 원형, 무의식의 집합체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결정권을 스스로 가져가는 것, 자신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다.

종교에 관심은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한다. 자신의 작품에는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지 않는다고. 그녀(혹은 그)는 오히려 무슬림과 같은 종교가 미적으로, 특히 패션의 영역에 미치는 영향에 흥미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PH는 히잡을 종교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신체를 표현하고, 자유와 평등을 말하며, 남녀의 성구별, 그 자체를 강조하기 위한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할 뿐이다. 또한, 모델 간의 차이를 없애기 위한 하나의 균형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PH는 광고에서 신체 이미지가 소비되는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그녀(혹은 그)는 개인이 자신을 표현할 자유와 권리가 광고와 자본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스트리트 아트만이 그 권리를 다시 되돌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녀(혹은 그)는 자신의 작업을 일컬어 도시 밖으로 배출된 모든 것들을 다시 도시 아래로 불러들이는 ‘범행 지도’라고 이야기했다. 게릴라 아트는 순수하지만 그만큼 불법적으로 행해진다. PH의 베일은 의문을 제기하고, 위협적이며, 우리에게 상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PH의 작품은 무슬림과 관계없는 사람들을 놀라게 한만큼이나 무슬림 교도에게도 충격을 던졌다. 베일이 상징하는 바는 많은 의문을 남긴다. 또한 충분하지 않은 작품 설명과 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더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스트리트 아트는 PH가 자신만의 세상을 형성하는 방법이며, 상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파리라는 도시와 패션,그리고 사회에서 받은 영감을 그녀는 스트리트 아트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파리 메트로의 심한 단속으로 PH의 작업은 45분에서 1시간 정도 만에 찢겨 나간다. 실생활에서는 더는 그의 작업을 볼 수 없지만, 사진으로 새 삶을 얻은 그의 작품은 웹상에서 많은 사람에게 읽히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 스트리트 아티스트 #2 Jilly Ballistic

정혜인
VISLA Art Feature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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