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잃은 천사 Nike, 그 추락의 이유

나이키(Nike)는 단순한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넘어 전 세계의 운동선수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1964년 필 나이트(Phil Knight)와 빌 바우어만(Bill Bowerman)에 의해 블루 리본 스포츠(Blue Ribbon Sports)라는 이름으로 창립된 이후, 1971년 그리스 신화에서 승리의 여신 니케를 상징하는 이름을 차용하여 ‘나이키’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나이키’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로고 ‘스우시(Swoosh)’는 단순하면서도 쉬운 디자인으로, 전 세계의 스포츠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룩한 성취를 상징하는 심벌로 자리 잡았다. 스우시 로고는 그래픽 디자이너 캐롤린 데이비슨(Carolyn Davidson)이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를 형상화하여 디자인했고, 역동적인 곡선은 움직임과 속도를 상징해서 나이키의 정신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나이키는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과 광고 캠페인으로도 유명하다. 1988년에 시작된 ‘Just Do It’ 슬로건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스포츠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도전정신과 집념을 상징하게 됐다. 이 슬로건은 오늘날에도 나이키의 철학을 대변하는 핵심 메시지로 남아 있다. 나이키는 지속적으로 스포츠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모든 사람이 운동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도록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특히,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에어 조던’은 성능과 스타일 모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신발 중창에 내장된 가스 충전식 우레탄 캡슐을 사용하여 충격 흡수와 반응성을 향상했고, 뛸 때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시켜 더 나은 점프력을 제공했다. 당시 마이클 조던의 소속팀 시카고 불스(Chicago Bulls) 유니폼 컬러인 검은색과 빨간색은 조던 시리즈의 아이코닉한 컬러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나이키는 혁신을 위해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스포츠웨어 시장을 선도해 왔고, 슬로건과 로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올곧이 유지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아디다스(Adidas)를 제친 뒤 단 한 번도 정상 자리를 내어준 적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나이키는 전략적 오류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승리의 여신 니케를 등에 업은 나이키는 어쩌다 날개를 잃고 추락하게 됐을까.

첫 번째 패착 – 디지털 혁신

최근 주가를 살펴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S&P 500 지수가 약 19% 상승하는 반면 나이키 주가는 약 24%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 우려로 나이키 역시 역경을 맞이했지만, 각국의 봉쇄 조치로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했다. 팬데믹 이후 디지털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배경에는 나이키의 전략적인 디지털 전환 정책이 빛을 발했다. 이때 나이키의 CEO 존 도나호(John Donahoe)는 디지털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디지털 혁신을 필수적인 변화로 인식하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매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은 이내 재앙으로 다가왔다. 팬데믹 초기 전체 매출의 30%에 달했던 디지털 매출은 코로나 봉쇄 조치가 풀리면서 곤두박질쳤다.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며 아마존과 같은 오프라인 도소매 파트너를 축소하면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넘어온 고객을 자연스레 놓치게 된 것이다. 직접 판매로 인한 제품 보관과 배송 등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고 처리를 위한 할인 판매 등 손실을 흡수하기 위한 급한 불 끄기에 바쁜 모습이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아온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는 새롭게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도소매 파트너를 축소한 상태에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비용 지불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다.

지금까지 나이키 경영진은 기업의 혁신에 관해서는 자사와 애플을 꾸준히 비교해 왔다. 자체 앱 생태계를 통해 얻는 데이터를 활용한 제품 설계와 판매가 기업의 미래가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포츠웨어 전문 기업인 나이키가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조디악(Zodiac)과 셀렉트(Celect)를 인수하고 관련 직원 수천 명을 채용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자사 앱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누적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서 빅데이터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펼치면서, 스포츠웨어 기업이 아닌 기술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는 실패를 향한다. 애플을 꿈꾸며 디지털 혁신을 추진했던 나이키는 자체 앱 대신 도소매 파트너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패착 – 정체된 문화

나이키는 혁신적인 장비를 개발하고 운동선수가 시장을 선점하면 고객은 따라온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스포츠웨어 기업과 운동선수의 파트너십은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스포츠 장비의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케냐의 마라톤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가 있다.

엘리우드 킵초게는 2019년 오스트리아 빈 프라터파크에서 열린 이네오스(INEOS) 1:59 챌린지에서 1시간 59분 40초 만에 42.195km를 완주했다. 수많은 페이스메이커가 투입되어 킵초게를 중심으로 V자 대형을 유지하며 함께 달렸고, 선도 차량이 목표 속도를 레이저로 표시해서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킵초게와 페이스메이커 모두 나이키에서 특수 제작한 운동화를 착용하면서, 인간의 한계로 여겨지던 마라톤의 2시간 벽을 깬 순간에 나이키가 함께한 걸 전 세계에 공표한 셈. 나이키는 운동선수와 함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며 스포츠 성능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나이키는 혁신과 문화를 핵심 가치로 삼으며 오랜 시간 스포츠 산업을 선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디지털 혁명에 대한 과도하게 투자하면서,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에 집중하면서 핵심 제품인 러닝화 개발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20년은 팬데믹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이유로 전 세계 직원 1,600명을 해고했고, 2024년은 경기 침체 우려와 공급망 문제로 인한 매출 감소를 이유로 미국 본사 직원 740명을 해고했다. 본사 직원만 총 2,340명이 해고당하면서 디자인, 마케팅, 판매 부서의 인원이 감축됐고, 기능성 신발 출시는 감소, 신제품 출시 실적은 부진에 빠진 상태. 최첨단 신발 제조업체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가며, 호카(Hoka)와 뉴발란스(New Balance)와 같은 경쟁사에게 위협받는 실정이다.

세 번째 패착 – 사라진 희소성

나이키는 작년, 아디다스 매출의 두 배에 달하는 약 510억 달러를 기록하며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켰다. 이러한 성과는 고가의 한정판 제품 출시 빈도를 늘리면서 달성했지만, 이 과정에서 한정판 제품의 희소성이 감소하고 중고 시장에서 제품의 가치가 하락하는 대가를 치렀다. 특히, 에어 조던 시리즈는 약 66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약 13%를 차지하면서 나이키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한정판 제품 출시 정책으로 인해 한정판 제품의 독창성과 희소성을 희석시켜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성능 운동화 혁신자로서 근본에서 벗어나 라이프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고, 혁신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쟁력을 잃고 경쟁사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가 나이키의 한정판 제품에 예전만큼의 독특함이나 희소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젊은 소비자일수록 제품의 신선함과 독창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최근 발매한 신제품은 예전만큼 흥행을 이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브랜드의 신제품과 한정판 제품이 매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바는 브랜드의 장기적인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시장의 포화 상태와 정보의 투명성 증가로 인해 지속적으로 예상된 수익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디지털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소비자는 새로운 제품 출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한다. 이로 인해 나이키는 소비자에게 더욱 빠르게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요구받고 있지만, 한정판 제품 출시 빈도를 늘리면서 기존의 독창성과 희소성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충성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정판 제품의 희소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는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혁신적인 제품 개발,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마케팅 전략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 나이키는 디지털 혁신의 잘못된 접근, 정체된 기업 문화, 한정판 제품의 과도한 출시로 인한 희소성 상실 등 세 가지 주요한 전략적 패착을 겪고 있는 상황. 이는 주가 하락과 같은 명확한 시장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나이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전략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 기술을 도입하여 온라인 쇼핑 경험 혁신을 통해 고객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디지털 채널의 활용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을 강화하여 전체적인 판매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직접적인 제품 체험과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도매 파트너와의 관계를 회복하여 재고 부담을 줄이고, 지역 시장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실행함으로써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나이키의 CEO 존 도나호는 최근 회사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원격근무를 꼽았다. 올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협업하는 것이 혁신과 문화에 필수적”이라고 말하며, “원격근무가 팀워크와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나이키의 기업 문화에서 혁신을 지속하고 싶다면 직원 참여를 장려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 내부에서부터 스포츠 정신을 활성화시키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마이클 조던과 엘리우드 킵초게 같은 성공적인 협업 사례를 확장하고,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제품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시장에서의 리더십 강화를 해야 한다.

또한 한정판 제품의 희소성 관리에 있어 신중한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제품 출시의 양과 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출시해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한정판 제품의 출시가 빈번해지면서 시장의 포화와 독창성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정판 제품의 출시 빈도를 조절하고, 실제로 희소성 있는 제품만을 한정판으로 출시하여 소비자의 기대와 희소가치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과 혁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소비자와의 유대를 얼마나 깊게 오랫동안 유지하며, 경쟁이 치열한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독창성을 얼마큼 발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나이키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계속해서 스포츠웨어 산업에서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건히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지 출처 | Nike, Netcials, Eliud Kipcho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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