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전포동에 #2 OTICOTI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스트리트웨어, 패션 신을 이르는 일명 ‘우라하라(URAHARA)’는 필자에게 치트키와도 같은 단어다. 엄마가 사다주는 옷을 벗어나 이제 막 ‘내가 입고 싶은 옷’을 고르기 시작한 시기였는데, 매월 스마트(Smart), 쿨트랜스(COOL Trans)를 탐독, 잡지 속에 등장하는 멋쟁이들이 입는 옷이 뭔지, 브랜드가 뭔지 연구 아닌 연구를 거듭하던 때가 있었다.

종종 그 시절의 추억에 빠져, 당시 탐닉하던 우라하라 브랜드를 찾아보는데, 그 많던 물건이 전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를 디깅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더라. 이 와중 만나게 된 단비 같은 숍이 있으니, 그게 바로 오늘 소개할 부산 전포동의 빈티지 숍 오티코티(OTICOTI)다. 다소 엉뚱하게 시작된 오티코티는 그 탄생기만큼 재미있는 셀렉션으로 특별한 색채를 칠해나가고 있다.

일본 패션에 하나의 새로운 흐름을 이끈 우라하라부터 90년대의 스포츠웨어, 그리고 각종 빈티지 굿즈는 단순 상품 이상의, 과거의 향수를 끄집어내는 좋은 매개체가 되기도. ‘돌아와요 전포동’ 2화의 주인공, 오티코티와 함께 빈티지, 그리고 부산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오티코티는 어떻게 시작된 숍인가?

오티코티는 효도로부터 시작된 숍이다. 취준생 시절 부모님이 아실만 한 대기업에 가고 싶었는데, 내가 또 공부를 잘한 건 아니라서 딱히 내세울 게 없었다. 이력서에 뭐라도 한 줄 쓰고 싶어서 빈티지 숍을 열게 된 거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 어렵지 않아 보여 덜컥 사업자를 내고 오티코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숍을 운영 중인 걸로 보아 취업은 하지 못한 것 같은데.

한 1년에서 1년 반 정도 나 이런 거 하고 있으니까 좀 써달라고 여러 회사 문을 좀 두드렸지. 그러던 중 한 회사에 합격했는데, 그때는 막상 지금 하는 일이 더 잘 될 것 같아서 안 갔다.

어떤 회사에 합격했나.

아까 말한 것처럼 어느 부모님이라도 아실 법한 대기업에 붙었다. 정확히는 삼성물산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몰로 막상 오티코티에서 일하는 게 더 좋아 가지 않았다. 당시 사귀던 여자 친구도 반대하고. 왜 그랬는지 몰라. 하하.

단순히 이력서에 한 줄 써넣기에는 빈티지 숍을 운영하는 일이 꽤 어렵지 않나. 의류나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고,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좀 있었는지.

글쎄, 어릴 때는 오히려 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1학년 때 집에 처음으로 인터넷이 깔렸는데, 그 속에 있는 정보가 너무 재밌고, 귀한 거지. 보통, ‘저는 어릴 때 보던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뮤지션이 입은 옷을 보고, 꿈을 키웠어요!’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힙합 커뮤니티에서 외국 랩 가사 해석한 거 보고, 막 라임에 밑줄 그으면서 공부하고, 신보 나오면 꼬박꼬박 사고 그런 너드 타입의 힙합 팬이었다. 하하.

그렇게 힙합 공부를 이어가던 날, 2006년인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릴 웨인(Lil Wayne)이 차기 힙합 대장이 될 거라고 하더라. 외국 힙합 잡지에서 한창 릴 웨인을 많이 다뤘고, 그때마다 모든 옷을 베이프(A Bathing Ape)로 쫙 빼입은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뭐 저런 옷을 좋아하나보다 생각하면서 넘겼는데, 그때 또 클립스(Clipse)가 릴 웨인이 베이프를 입는다고 막 디스하고 그랬거든. 당시 클립스 뒷배가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였으니까. 베이프는 원래 자기들 스타일이라면서 릴 웨인을 놀린 거지. 그때 처음 베이프라는 브랜드에 호기심이 생겼다. 저게 뭐길래 저렇게 싸울까 궁금해졌고, 패션 커뮤니티를 들락날락하면서 패션에 빠지게 됐다. 하하.

커뮤니티에 관한 언급이 잦은데, 주로 어떤 커뮤니티를 즐겼나?

디씨트라이브에 가장 오래 머물렀고, 알싸나 힙합플레이야, 무신사에서도 종종 놀았다.

90년대 일본의 우라하라를 떠오르게 하는 빈티지가 많이 보인다. 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건가?

이 이야기를 하려면 또 베이프와 릴 웨인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무튼, 그렇게 베이프를 알게 됐다. 뮤지션을 좋아하게 되면, 그 옷을 입고 싶지 않나. 근데 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베이프를 살 수 있겠나. 힘들게 돈을 모아 사서 입어도 괜히 짝퉁 같아 보이고. 그래서 좀 우회를 했다. 그때 새롭게 떠오르던 에비스계라고 하는 페노메논(Phenomenon)이나 스와거(Swagger) 같은 브랜드를 찾아 입었지. 마침 그때 빅뱅의 GD가 한창 그런 스타일의 옷을 많이 입기도 했고. 나보다 조금 윗세대의 형들은 쿠보즈카 요스케나 드래곤 애쉬의 후루야 켄지가 자신의 패션 뮤즈라고들 하는데, 우리 때는 그게 GD였다.

지금 이곳에 오기 전에는 어느 동네에 있었나?

처음에는 온라인 숍으로만 시작했다. 그러다가 수영구 부근 딥슬립 커피라는 카페에 숍인숍 형태로 들어가 있다가, 루프트(Luft)라는 편집숍에도 잠깐 들어가 있었다. 그러던 중 이곳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이곳으로 왔다.

빈티지도 어떤 유행의 흐름이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지금 2000년대, Y2k의 유행은 오티코티에게도 좋은 타이밍처럼 느껴지는데.

빈티지에 관한 담론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얘기를 종종 친구들과 한다. 빈티지 시장이 커진 것도 맞고, 이제 이런 문화가 주류에 점점 가까워진 것 같다. 힙이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요즘은 여기저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정말 많지 않나. 예를 들어, 칸예 웨스트가 빈티지 칼하트를 입으면, 단 몇 시간 만에 그 스타일이 뜬다. 그걸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너무 많다. 그러니까 이제 그들의 구매창구가 꼭 오티코티일 필요도 없어지는 거지. 이제는 국제시장 아주머니도 특정 브랜드나 제품의 가격을 꿰고 있을 정도다. 나처럼 물건을 수급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격이 올라가니 이문을 남기는 게 점점 더 어렵다.

그러면서, 점점 오티코티가 잘하는 게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도 당연히 칼하트가 유행할 때 거기에 맞춰 바지 하나, 재킷 하나 판매하는 게 더 좋지만, 그러면 대체 불가한 숍이 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점점 더 뾰족한 콘셉트를 지니려고 하는 거다.

그렇다면, 초창기 오티코티를 시작했을 때의 콘셉트는 무엇이었는지.

처음에는 이 숍을 잘 키워보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입는 옷을 사람들에게 가볍게 소개하고자 하려 했다. 그때는 일본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예를 들어 논네이티브(nonnative)나 언유즈드(Unused) 같은 브랜드를 들여왔다. 빈티지 숍을 운영하면서 점점 확신 아닌 확신이 생겼고, 한 2년 차쯤 되었을 때 지금의 90~00년대에 흥했던 일본 패션 브랜드를 주로 바잉하기 시작했다.

최근 부산에서 전포동이라는 곳이 뜨고 있지 않나. 이곳은 어떤 동네인가?

서울로 비유하자면, 연남동 같은 동네가 아닐까? 연남동도 홍대에 점점 사람이 몰려 그 구획이 커진 것처럼, 전포동도 바로 옆 서면이라는 번화가가 있고, 그쪽에 있던 상점이 점점 저렴한 세를 찾다가 여기로 흘러와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된 경우다. 이제는 또 시간이 지나 여기도 세가 오르고, 이제는 가게들이 또 조금씩 이탈하고 있는 것 같다. 멋진 가게가 빠지고 그 자리에 인생네컷이나 인형 뽑기 같은 가게가 들어오는 게 아쉽지.

부산 토박이인가, 얼마나 오랜 시간 부산에 있었는지.

그렇다. 1년 남짓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을 제외하고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부산에 살고 있다.

일본에는 왜 갔나?

일본에서 공부하거나 취업하기 위해 간 건 아니다. 조금 웃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일본에서 한국 취업 준비를 했다. 하하. 내가 남 눈치를 많이 보거든, 압박도 잘 못 견디고, 그래서 도피성으로 비자를 끊고 냅다 일본으로 간 거다. 부산에서 가까운 후쿠오카에 가서 유니클로(UNIQLO), 러쉬(Lush) 같은 숍에서 세일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했다. 그러다 자격증 시험 날짜 나오면 한국에 가서 시험 보고 오고. 현지 친구도 없었다. 일 끝나면 같이 일하는 애들이 놀자는 것도 거절하고, 집에 와서 자소서 쓰고 그랬거든. 하하. 그때 좀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오티코티란 숍 이름의 유래는?

후쿠오카 살 때 오가며 보던 카페 이름이다. 예전에는 누가 물어보면, 별 뜻을 다 지어내 가면서 의미 부여를 했는데, 이제는 그냥 사실대로 말한다.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런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지.

판매할 물건을 고르는 것만큼 이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오티코티를 시작할 때 숍의 셀렉션 보다 오히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홍보에 엄청 집착했던 것 같다. 숍이 부산에 있으니 뭐 하루에 손님이 100명 정도 오면 정말 많이 오는 거겠지. 근데, 온라인은 막말로 천 명이 올 수도 있고, 만 명이 올 수도 있는 거니까. 자체 콘텐츠를 좀 재미있게 만들면,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소셜 콘텐츠에 신경 쓰려고 노력 중이다.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판매하는 제품을 어디서 공수하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우라하라계열의 브랜드를 주로 판매하니 주로 일본에서 제품 대부분을 구해온다. 얼마 전 코로나 팬데믹 때는 진짜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 마침 또 그때가 합격한 회사 안 간다고 거절했을 때니까. 미래도 암울하고, 모두가 힘든 시기니 어디에다가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쳐져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때 온라인이라는 길을 새로 뚫어서 일본과 미국, 그리고 태국 시장과 연결됐다.

오티코티 말고도 부산에 정말 좋은 빈티지 숍이 많다, 빈티지 숍이 부산에 밀집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상하게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그냥저냥 넘겼는데, 이번 기회에 곰곰이 좀 생각해봤다. 다른 지역과 부산은 뭐가 좀 다른지. 근데, 이게 약간 부산에 살았던 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브라질에 실력 좋은 축구 선수가 많고, 한국에 프로게이머가 많고, 컴튼에 갱이나 래퍼가 많은 것 같은, 그런 이치가 아닐까. 내가 어릴 때는 쇼핑이 곧 국제시장이고, 남포동에서 헌 옷을 사는 거였다. 뭐 지나가다가 괜찮은 거 있으면 하나 사보고, 남이 입던 옷이든 뭐든, 주변에서 다들 빈티지 옷을 사서 입으니까 자연스레 친근하게 느껴지고, 보는 안목도 생기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자라서 빈티지 숍을 열고, 그렇게 하나둘 모인 게 지금 부산의 빈티지 시장이 아닐까.

비유가 재미있다, ‘빈티지 유스같은 건가?

맞다. 풀이 좋으니까, 뭐라도 하나 더 좋은 게 나오는 거지. 지금에야 중고 거래 플랫폼도 많고, 세컨드 핸드로 뭘 사는 게 그리 어색하지 않지만,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부산에서는 빈티지를 사는 게 자연스러운 반면, 다른 지역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었던 것 같다.

방금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야기했는데, 그런 플랫폼이 숍 운영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나?

나는 오히려 그런 플랫폼이 지금 보다 활성화되어서 빈티지에 대한 모든 게 더 자연스럽고, 시장이 커지길 바란다. 빈티지 숍, 그리고 문화가 커지려면, 사고파는 순환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일본이나 미국의 빈티지 숍에 가보면, 물건을 사는 줄 보다 손님이 가져온 물건을 파는 줄이 훨씬 길다. 자기가 안 입는 옷 열 벌 팔아서, 원하는 옷 한 벌 사면, 그게 행복한 거지. 그러면서 빈티지 아카이브도 쌓이고, 좋지 않나.

PB 또한 종종 선보이고 있는데, 이에 관해서도 간략히 소개하자면?

초창기에 종종 오티코티의 PB 제품을 제작해 판매했다. 마침 주변에 옷 만들 줄 아는 친구가 있어서 도움을 좀 받아 지금 한창 유행하는 패러슈트 스타일의 바지를 몇 벌 만들었다. 생각보다 판매가 좋아서 소재도 바꾸고, 디테일도 더해가면서 몇 차례 더 발매했는데, 오티코티와 바지 구매층이 나눠지는 걸 느꼈다. 스스로도 뭔가 집중이 되지 않는 느낌이어서 판매를 중단하고, 이제는 오티코티와 이어질 수 있는 디자인의 굿즈 정도를 제작하고 있다.

추억의 브랜드 킥스도쿄(Kickstyo)를 다루는 유일한 숍인데, 어떻게 판매하게 되었나.

어릴 때 못 샀던 브랜드가 생각날 때 있지 않나? 킥스도쿄가 나에게 딱 그런 브랜드다. 빈티지 숍을 운영하며, 옛날 옷을 보다 보면, 시간 여행을 하게 되거든. 내가 처음 킥스도쿄의 호시노 아키 티셔츠를 봤을 때의 기분이나 공기를 지금 느낄 수도 있는 거지. 문득, 그때가 생각나 혹시나 하고 알아보니까 아직 일본에서 전개 중이더라. 사실, 유행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는 브랜드지만, 그래도 지금 세대에게 한번 소개해보고 싶어 들여와 봤다.

좋은 빈티지를 찾는 팁이랄 게 있을까?

빈티지를 팔지만, 아직 나도 빈티지라는 게 어렵다. 오래됐지만, 싸고, 물건이 괜찮고, 이렇게 삼박자가 갖춰진 물건이 좋은 빈티지인 것 같은데, 시간과 값, 질에 대한 각각의 생각이 다르니까. 누구는 2000년에 발매한 멕시코산 리바이스를 빈티지라고 이야기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그걸 빈티지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한다. 그냥 각자의 사연이 담겨있고, 이야기가 떠오른다면, 그게 좋은 빈티지가 아닐까. 시대나 브랜드,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과거를 떠올려 본다면, 좀 더 재미있게 빈티지를 즐길 수 있을 거다.

최근 LA에 다녀왔던데, 거기서 뭘 했나?

정말 좋았다. 사실, 서구권 나라에 가본 게 이번이 처음이었거든. 내가 일본, 우라하라 계열의 옷을 주로 판매하는데, 결국 그 끝에는 미국이 있더라고. 그래서 미국에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실제로 가서 보니 그 깊이가 생각보다 훨씬 깊더라. 예를 들어서, 지금 일본이나 한국은 80~90년대 수소 봉제(세로 스티치로 마감처리를 하는 과거의 봉제 방식)된 미국 빈티지 티셔츠가 인기다. 나도 이런 빈티지 티셔츠를 좋아하고, 여러 빈티지 숍에서 이 봉제법으로 완성된 티셔츠가 왜 좋은지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있지. 근데 미국은 그런 티셔츠가 도처에 널려있다. 어디 창고에 가면 그런 옛날 티셔츠로 쌓인 산 하나가 있다. 하하. 아카이브가 너무 방대하니 가격도 저렴하고, 멋진 티셔츠도 정말 많다. 그걸 파는 셀러도 어떤 게 쿨하고, 헤리티지가 있는 건지 잘 알고, 소비자 입장에서 정말 쇼핑할 맛이 나더라.

오티코티 외 전포동에 왔을 때 들러야 할 추천 장소, 공간을 몇 개 소개해 달라.

일단 이걸 보고 왔다면, 오티코티는 왔을 거고. 하하. 바로 옆 발란사를 슬쩍 들러보길 바란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바로 앞 2층에 보노비스타라는 빈티지 숍도 있다. 내 고등학교 친구가 운영하는 포레스트라는 빈티지 숍도 이 근처니, 동선에 따라 천천히 둘러보면 좋겠다. 음악과 함께 가볍게 술을 즐기고 싶다면, 플라스티카(Plastica)라는 뮤직 라운지가 근처에 있다. 주말이면 부산 로컬 DJ가 음악을 틀기도 하니 한 번쯤 방문해보길 바란다.

보람이라든가,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기분을 느낄 때는?

내 의도대로 숍이 돌아갈 때? 다른 얘기일 수도 있는데, 도쿄에 블루룸(Blue Room)이라는 빈티지 숍이 있다. 여기도 우라하라 계열의 브랜드를 주로 판매하는 숍이고, 마스터피스(Masterpiece)나 리얼 매드 헥틱(Real Mad Hectic)같은 브랜드를 취급한다. 이전 일본에 갔을 때 방문해서 오너와 이야기를 좀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재밌는 게 요새 젊은 친구들이 그런 우라하라 시대의 브랜드를 산다더라. 자기들도 처음에 우라하라 브랜드를 팔 때는 그 시대를 살았던 아저씨들이 주 고객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요즘 20대 초중반 친구들이 그때의 브랜드를 신선하게 느낀다는 거지. 숍을 둘러보니까 진짜 그런 어린 고객이 꽤 많았다. 나도 블루룸 오너와 비슷하다. 옛날 브랜드를 다루면서 이 시대를 공감하는 이들이 사는 것도 좋지만, 어린 친구들이 당장 그 시절의 멋이나 디자인에 반해 옷을 살 때 괜히 기분이 좋다. 그때마다 물어본다. “근데, 이거 왜 사요?”.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숍 오너의 피할 수 없는 과제이지 않나, 본인은 어떤 식으로 응대하고 있나?

다들 지하상가, 그리고 밀리오레 같은 쇼핑타운에서 많이 당하지 않았나. 그때 다들 어떤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너무 가깝게 다가가면, 또 불편해하는 손님이 많다. ‘무관심 속 관심’, 그 영역의 극한에 이르려고 노력한다. 하하.

지금 숍에서 판매하는 것 중, 혹시라도 판매되지 않았으면 하는 물건이 있나?

뭐 팔릴 때 조금 아쉬운 물건은 항상 있는데, 그래도 그게 어쩌면 나름의 가치를 증명한 거니까. 그걸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 더 크다. 뭔가 나랑 통한 것 같은 느낌?

각종 아기자기한 소품 또한 눈에 띈다.

베티붑(Betty Boop)을 좋아해서 관련 소품을 모은다. 창고에도 물건이 좀 있는데, 꺼내 놓지 않은 것도 많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읽고 오티코티에 방문하는, 방문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언제나 문을 열어두는 가게가 되겠습니다.

OTICOTI 공식 웹사이트
OTICOTI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오욱석
Photographer | 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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