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의 Yeezus Tour 머천다이즈를 디자인한 아티스트, Wes Lang

아티스트가 본인만의 스타일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독보적 스타일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었다는 강한 인상을 남기며, 자신만의 예술적 비전을 제시해 중요한 문제의식을 전달할 수 있다.

삶과 죽음에 관해 섬뜩하면서도 명료한 메시지를 담는 아티스트 웨스 랭(Wes Lang) 역시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하고 독특한 스타일의 아티스트라 할 수 있다. 스트리트 패션이나 힙합 문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쯤 그의 작품을 봤을 터인데, [Vultures 2] 앨범의 발매 지연으로 많은 힙합 팬의 공분을 사고 있는 ‘예(Ye)’와 함께 투어 머천다이즈를 작업한 이력이 있으며 슈프림(Supreme)과 롤렉스(Rolex), 아미리(Amiri)와도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발돋움한 웨스 랭은 미국의 서부, 인디언 문화, 타투 등에 영향을 받은 작품 스타일을 보여준다. 해골, 독수리, 뱀, 저승사자, 타투에서 볼법한 상징적인 이미지를 텍스트와 조합해 인간 본성, 삶과 죽음, 대중문화와 같은 폭넓은 주제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청소년기 자신의 방에 걸려있던, 소위 말하는 ’80년대의 쿨한 이미지’를 작품에 녹여내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것.

그의 작품은 현대 미술과 팝 아트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미국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현 사회의 복잡성과 죽음 등의 메시지를 결합해 관객의 다채로운 사유를 유도한다. 단순히 드로잉만이 아닌 페인팅, 콜라주, 조각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혼합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크게 네 가지 키워드가 떠오른다. 바로 인디언과 해골, 저승사자, 죽음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꽉 들어찬 그의 작품은 얼핏 ‘바니타스 정물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언제나 우리 주위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웨스 랭의 작품을 통해 거장들의 스타일도 엿볼 수 있다. 처음 그의 작품을 인디언의 머리 장식을 한 해골, 낫을 들고 있는 저승사자 등의 단일화된 이미지로만 접하면 거장의 스타일이 적용되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그래피티적인 요소와 반복적이고 변칙적인 거친 텍스트는 자연스럽게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의 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그는 장 미셸 바스키아 외 ‘필립 거스턴(Philip Guston)’, ‘사이 톰블리(Cy Twombly)’ 등의 예술가에게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으며 이들의 낙서와도 같은 특유의 자유로운 페인팅 작법이 웨스 랭의 작품에 녹아있다.

성조기, 서부 시대의 카우보이, 인디언 머리 장식, 해골, 저승사자와 같은 이미지와 플레이보이 잡지 모델, 일상적인 이미지 간의 예측하지 못한 조화는 삶과 죽음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성공적인 협업

웨스 랭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이다. 평소에도 상업적인 예술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웨스 랭은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본인의 작품을 대중에게 알렸다.

우선 그는 ‘Best Wishes’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며,자신이 만든 작품을 영리하게 상업, 소비문화에 적용했다. 단순히 티셔츠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시트, 담요, 접시, 식기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선보인다.

그가 협업을 하는 이유는 단순 명료하다. 본인의 작품을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작품을 소유할 기회를 주면 동시에 전통 예술과 상업 예술의 결합을 시도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협업 브랜드로 슈프림, 롤렉스, 마크제이콥스, 아미리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섬뜩하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브랜드와 결합을 했을 때 나오는 시너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의 독보적인 스타일은 매우 ‘쿨’한 상품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협업이 의류의 형태였지만 영국의 시계 커스텀 업체인 ‘BWD(Bamford Watch Department)’와 롤렉스, 태그호이어 협업 커스텀 시계를 제작하며 고급 액세서리 영역까지 진출하는 등 활발하게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아티스트 협업 – The Grateful Dead

앞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사례를 소개했지만, 그의 인지도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다.

아티스트와 웨스 랭의 대표적인 파트너십 중 하나는 바로 전설적인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와의 협업이다. 웨스 랭은 그레이트풀 데드의 1990년 봄 투어를 18개의 디스크에 담은 [Spring 1990 Box Set]의 아트워크 디자인에 참여했다. 해당 협업이 특히 인상적인 점은 웨스 랭이 어렸을 때부터 그레이트풀 데드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점이다.

<Spring 1990 Box Set>

그레이트풀 데드에 대한 웨스 랭의 팬심과 열정이 담겨서일까. 앨범 아트워크는 웨스 랭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한 채 화려하게 구성됐다. 박스 커버에는 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화려한 머리 장식을 쓴 해골이 그려져 있으며, 개별 앨범과 CD에는 나비, 새, 해골 등의 이미지가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 준다.

해당 세트를 보면 그레이트풀 데드의 특색이 묻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웨스 랭만이 구현할 수 있는 강렬한 이미지는 결과적으로 그레이트풀 데드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The Grateful Dead’와 ‘웨스 랭’의 협업 티셔츠

이외에도 협업 티셔츠도 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그레이트풀 데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미지이지만 그레이트풀 데드가 웨스 랭의 작품 스타일에 얼마나 큰 신뢰를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아티스트 협업 – Ye

여전히 앨범 [Vultures 2]를 공개하지 않는 예는 [Vultures 1] 앨범 머천다이즈를 단돈 $20(한화 약 28,000원)에 판매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전부터 예는 언제나 독보적인 머천다이즈를 만들어 팬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받아왔다. 오랜만의 복귀를 기념했던 [Vultures 1] 머천다이즈가 현재 극악의 배송으로 공분을 사고 있지만 역시나 ‘예’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류 스트리트 패션에 머천다이즈가 자리 잡게 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히 머천다이즈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예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머천다이즈를 제작했고 이 중에 웨스 랭도 주요 협업 파트너 중 한 명이었다.

01. ‘Yeezus Tour’ Merch

웨스 랭은 예의 전설적인 머천다이즈 중 하나인 ‘Yeezus Tour’ 머천다이즈 제작에 참여했다. 필자가 처음으로 웨스 랭의 존재를 알게 된 협업이기도 하다. 웨스 랭의 화풍에 익숙한 사람들은 ‘Yeezus Tour’ 머천다이즈 이미지를 보고 단번에 웨스 랭의 작품임을 알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의 색깔이 매우 묻어나는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Yeezus Tour’ 머천다이즈는 80년대 록 티셔츠를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로 제작됐다. 당시 힙합 신(Scene) 가장 최전선에 있는 래퍼가 투어의 머천다이즈로 힙합이 아닌 록적인 요소를 채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예의 천재적인 발상을 보여준다. 여기에 웨스 랭의 독보적인 디자인까지 결합이 되며 성공적인 투어 머천다이즈 중 하나로 손 꼽히는 명작을 탄생시켰다.

여담이지만 해당 투어 머천다이즈는 많은 찬사와 함께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다. 일부 머천다이즈에 남부연합기가 들어간 이미지 때문이었다. 지금도 논란을 일으키고 다니는 예는 역시 과거에도 논란의 중심이었다.

02. ‘Wyoming Listening Party’ Merch

성공적이었던 ‘Yeezus Tour’ 머천다이즈의 협업은 웨스 랭과 예의 일회성 협업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Wyoming Listening Party’를 기념하기 위한 머천다이즈도 제작했다.

“Following the light, to live to fly, do by not doing”라는 상징적인 문구가 새겨진 Frozen Yellow(프로즌 옐로) 롱 슬리브가 대표적인 머천다이즈로 다시 한번 웨스 랭만의 유니크한 스타일이 적용이 된 머천다이즈가 탄생했다.

스프레이로 뿌린 듯한 그래피티적 스타일 이미지와 함께 선명한 색감, 다양한 이미지들이 콜라주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 이전의 머천다이즈가 단일 이미지의 성격이 강했다면 해당 협업은 평소 그의 작품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보인다.

해당 머천다이즈는 ‘와이오밍 롱 슬리브’라고 불리는 두 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되었다. ‘프로즌 옐로 컬러’의 ‘스켈레톤’ 티와 ‘베이퍼’ 컬러의 ‘버드’ 롱 슬리브가 출시되었다. 전작에는 록적인 요소가 많이 묻어났다면 이번에는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들이 연상되며 힙합적인 요소들이 반영된 머천다이즈다.

이외에도 2020년에 발매된 예의 싱글인 ‘Nah Nah Nah’와 ‘Nah Nah Nah Remix’의 커버 이미지도 웨스 랭이 디자인하였다. 앨범 커버만 보아도 웨스 랭의 손길이 담긴 커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와 웨스 랭의 관계는 생각보다 깊었으며 앞으로도 다시 한번 그들의 협업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웨스 랭의 작업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그의 웹사이트를 통해 살펴보면 최근까지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아티스트이기에 그가 앞으로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보여줄 결과물들이 매우 기대가 된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전시회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Wes Lang 공식 웹사이트
Wes Lang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Wes Lang, Best Wishes, Half Gallery, Ye, The Grateful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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