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과 5일, 충북 제천의 모닥숲에서 열린 레이브 파티 ‘프롬프트(PROMPT) 2024’. 양일간 총 18시간 진행된 이번 파티는 로컬 신을 대표하는 하우스/테크노 디제이들의 음악을 필두로 레이저쇼와 설치미술이 결합된 형태를 선보이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음악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내면의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순간을 쟁취하기 위해, 레이브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생명력 넘치는 5월의 숲, 칠흑 같은 테크노에 몸을 맡기다 동트는 아침을 맞이한 레이버(Raver)들을 만나보자.
김영원
파티에 오기 전까지 무얼 하다 왔나.
알파카 인형을 팔고 왔다. 어머니께서 페루 정부와 일하시게 되면서 페루로 출장을 가셨는데 우연히 거기서 알파카 인형을 보게 되셨다. “이건 한국에서 대박 난다”라는 확신에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오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판매 중이다. 실제 알파카 털로 만들어진 복슬복슬한 촉감이 아주 매력적인 친구들이다. 귀여운 얼굴을 한 알파카 인형을 만질 때면 모든 고민이 사라진다.
최둘씨, 여지혜
두 분의 합이 무척이나 좋다.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는가?
최둘씨: 동갑내기 직장동료다. 직업은 타투이스트. 같은 샵에서 일하면서 만나게 되었는데 취향과 성격이 잘 맞아 절친이 되었다.
오늘 스타일의 콘셉트는?
최둘씨: 다크 페어리(Dark Fairy). 대답이 웃긴가? 우리에겐 놀랄 것도 없는 게 이 옷들이 다 맨날 입는 옷들이다.
여지혜: 우리 둘에게 이 스타일은 일상이다. 데일리룩으로 입고 왔는데 여기서 우리가 제일 힙한 것 같다.
하룻밤의 캠핑인데 끌고 온 짐이 무척 많다.
여지혜: 사연이 있다. 사실 우리 둘 다 부산 사람인데 3일 전에 서울에 놀러 왔다. 서울 여행 중 우연히 지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고 이 페스티벌을 알게 되었고, 시간도 맞고 해서 어제 저녁에 티켓을 구매했다. 텐트도 그때 쿠팡으로 시켜 새벽 배송으로 받은 거다. P의 삶이 이렇게나 재밌다.
본인의 타투 중 가장 좋아하는 타투는?
여지혜: 같은 샵에서 일하시는 선생님의 디자인 시안을 보고 내가 받겠다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받기 시작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계속 연장하며 그리다 보니 결국 허벅지까지 올라간 타투. 제목은 플로우(flow), 주제는 추상적 흐름이다.
최둘씨: 팔에 그려진 블랙암. 타투를 받는 이유에 가장 부합하는 타투이다. 사람들이 타투를 받는 본질적인 이유가 몸에 검은 것을 칠하고 싶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 강렬한 본질에 충실한 타투라 가장 애정한다.
하따
액세서리가 독특하다.
원래는 귀를 크게 뚫을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친구가 한 것을 보고 너무 멋있어서 나도 시작하게 되었다. 계속 더 굵은 피어싱을 밀어 넣으면서 계속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이 액세서리도 그중 일부다. 몸에 구멍이 있다는 것은 미적일 뿐만 아니라 실용적이기도 하다. 평소에 담배 같은 걸 꽂아두기도 하고, 카라비너를 꽂아서 소지품을 달고 다니기도 한다.
오늘 가장 기대되는 DJ 라인업은?
라디오 레볼루션(Radio Revolution). 그가 등장하는 파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간다.
김동현, 홍수진
오늘 어떤 것을 기대하며 파티를 찾아왔나?
홍수진 : 남자친구가 몸살 기운이 있어 공기 좋은 시골에서 요양을 목적으로 여기에 찾아왔다. 오늘 하루 춤을 출 계획은 없고 남자친구를 간호할 계획이다.
박해미
파티의 오프닝을 열기에 최적인 음악이라 생각하며 잘 들었다. 방금 전까지 무대에서 음악을 튼 DJ로서 현장 분위기와 가장 합이 좋았던 곡이 있다면?
좋게 들어줘서 감사하다. Lu Do & Filip Szostak의 “Far from Midnight”를 틀 때 선곡한 음악이 이곳의 분위기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재지한 요소와 미니멀적인 무드가 매력적이며, 분위기를 전환하면서 흥을 오르게 하는 곡이어서 무대에서 틀었을 때 무척 신이 나고 좋았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은?
리치 호튼(Richie Hawtin). 미니멀 테크노 음악의 거장이다. 그분의 영향으로 미니멀 음악에 빠지게 되었다. 일본에서 공연을 한다 해서 도쿄까지 가 공연을 봤었다. 또 언급하고 싶은 뮤지션은 다니엘 벨(Daniel Bell).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심플하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재밌을 수 있지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다니엘 벨의 공연 또한 보고 싶어 그의 일본 투어 공연에 갔었다.
오늘의 나는 누구인가.
평소에는 슈트를 만드는 테일러지만, 오늘의 나는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매튜 매커너히(Matthew McConaughey). 우주여행을 하는 카우보이로 꾸며봤다. 5차원까지 갈 준비를 마친 상태다.
오늘 몇 시쯤 숙소로 돌아갈 예정인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잠은 죽어서 자는 것 아닌가?
헤어스타일이 시선을 끈다. 머리를 만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 건가.
헤어가 스타일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많다. 며칠 전까지 어깨까지 닿는 장발 머리였는데, 영화 “파이트 클럽(Fight Club)”의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너무 거칠고 멋있어 보여 이 머리를 도전하게 됐다. 머리는 만지는데 15분 정도 걸렸다. 포마드로 머리를 감듯이 하고 조금만 만져준다. 너무 신경 써서 하면 러프한 느낌이 안 난다.
이 헤어스타일의 매력은 정답 같은 기준이 없다는 것. 어제 만든 스타일과 오늘 만든 스타일이 똑같이 나올 수 없다. 어느 날은 대칭이 안 맞기도 하고, 어느 날은 어떤 부분이 죽기도 하고, 어느 날은 너무 엉겨 붙어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새로워 재미있다. 정답에 맞춰도 되지 않는 삶을 즐기고 있다.
타투와 피어싱이 없어 보이는데, 코만 뚫었나.
맞다. 타투도 없고 피어싱도 없는데 바로 코로 직행했다. 검정치마의 “나랑 아니면” 뮤직비디오를 보면 남자 주인공이 셉텀 피어싱을 뚫고 나온다. 그 뮤직비디오의 분위기에 반해 고민 없이 바로 했다.
드레이크(Drake) vs 켄드릭(Kendrick Lamar)?
강효정: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드레이크 편에 서겠다.
김단희: 나는 마세고(Masego) 편.
요새 자주 가는 클럽은?
강효정: 벌트(Vert). 합정에 있는 딥테크노 클럽. 작은 공간인데 사운드가 무척 좋다. 분위기도 안전한 커뮤니티 같아서 자주 찾게 된다.
김단희: 벌트 진짜 좋다. 테크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소굴 같고. 정말 동굴 안에 들어가서 노는 느낌이다. 꼭 가보는 걸 추천한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입고 있는 티셔츠를 보면 알 수 있듯 프로듀서 래리 허드(Larry Heard)의 팬이자 오늘 프롬프트에서 음악을 튼 DJ 시나힐(Sina Hill)이다.
DJ가 추천하는 파티에서 재밌게 노는 방법은?
남눈치 보지 않기. 남눈치만 보지 않으면 재밌게 놀 수 있다.
이번 프롬프트 파티의 매력은 무엇인가?
음식이 정말 맛있는 파티. BBQ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오늘의 행사의 메인은 음식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파티가 끝나기 전까지 전 메뉴를 먹을 예정이다.
야외에서 비를 맞으며 레이브 파티를 즐기는 것이 힘들지는 않나.
오히려 비를 맞으며 테크노 음악을 들으니 혼자만의 세계로 몰입하기 좋았던 환경이었다. 어제의 열기를 식혀주며 씻어내려주는 느낌이라 파티의 마무리로도 좋았고. 모두가 젖어서 미친듯이 뛰어 놀았던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물론 추운 것은 힘들었다. 비를 맞으며 새벽을 보내다 보니 오한이 올 정도로 추웠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에게 담요를 빌려 덮고 있다.
아까 전과 의상이 달라졌다.
비 때문에 다 젖어 편한 잠옷으로 갈아 입었다. 그런데 이 티셔츠 사실 내 옷이 아니다. 친구가 내 집에서 자고 간 날, 이 옷을 벗어두고 내 옷을 입고 가버렸다. 그 친구가 이 기사를 보고 내 옷을 빨리 돌려줬으면 좋겠다.
아침 10시인데 계속 술을 마시고 있는 건가.
아직 파티는 끝나지 않았으니깐.
집에 어떻게 돌아갈 예정인가?
부산에서 사는 친구가 나를 데리러 서울까지 와줘서 같이 서울에서 제천으로 내려왔다. 이 친구가 나를 또 서울까지 데려다주고 부산으로 돌아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