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록 음악의 슈퍼스타, Jack White의 아날로그 미학

미국 록 음악의 슈퍼스타 잭 화이트(Jack White)가 오는 8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2024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2024 Incheon Pentaport Rock Festival)에 헤드라이너로 참가한다.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프론트 맨(Frontman)으로도 알려진 잭 화이트의 2022년 이후 두 번째 내한이다. 최고의 라이브 퍼포먼스로 정평이 난 잭 화이트의 무대를 기다리며, 그의 음악 세계를 함께 알아보자.


대안 이후의 회귀,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Post-punk revival)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죽음 이후, 록의 대안은 다시금 인디록 범위로 축소됐다. 그러나 2000년대 초중반, 몇몇 밴드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과거 포스트 펑크 음악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펑크의 DIY 정신과 실험성을 계승, 발전시켜 록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고, 차후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다.

흥미롭게도 ‘록의 본질’에 대한 해석은 지역마다 달랐다. 전위예술과 아방가르드 정신이 강했던 뉴욕의 경우, 포스트 펑크의 실험 정신에 주목했다. 그렇게 70년대 뉴욕 펑크를 대표하는 CBGB 클럽[1] 사운드가 스트록스(The Strokes) 음악으로 나타났다. 반면,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디트로이트는 블루스로 나타난 흑인 음악 유산에 주목했다. 디트로이트가 포착한 것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리듬과 에너지 그 자체였다. 영국의 경우 리버틴즈(The Libertines),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와 같은 밴드가 두드러졌는데, 이들은 60년대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영광을 70~80년대 영국 펑크, 포스트 펑크 정신과 결합했다.

각자 해석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는 디트로이트 신(scene), 특히 화이트 스트라입스 음악이 본질에 가장 근접했다 생각한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단순 흑인음악이 아니다. 그것을 뛰어넘은 아날로그, 소리의 순수성에 집착했다. 싸구려 에어라인(Airline) 기타의 로파이(Lo-Fi) 사운드와 아마추어리즘은 날것의 생동감을 보여준다.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이라는 한시적 유행 이후에도 화이트 스트라입스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Back to Basic’으로 이루어진 펑크, 화이트 스트라입스

박하사탕의 흰색과 붉은색, 남과 여, 기타와 드럼.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대비(對比)는 단순하기에 더욱 강렬하다. 터질듯한 기타 사운드 반복은 펑크의 공격성을 드러내고, 아마추어리즘의 진정성은 위계를 뒤집어 본질을 재정의한다. 이들의 에너지는 그 순수성에 기원한다. 화이트 스트라입스는 잭 화이트 음악의 본질이 담긴 시작점이다.

이들 음악은 블루스와 펑크의 만남으로 이뤄진다. 당시 잭 화이트는 기타에 와미(Whammy)와 빅 머프(Big muff) 두 개의 이펙터만을 사용했는데, 이러한 디스토션 텍스처는 블루스에 그 기반을 뒀다. 한편, 메그 화이트(Meg White)는 드럼에서 기교를 배제해 날것의 박자만을 두들긴다. 이것은 아메리칸 루츠 록(Americana music) 사운드에 원초적 생동감을 더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펑크의 반항성이 카리스마를 부여했다.

RMG/EMTEC Studio Mastering Tape 900 Series

또한 화이트 스트라입스는 소리의 본질을 중요시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컴퓨터 대신 아날로그 테이프를 직접 자르고 붙이는 방식을 사용했다. 녹음은 1/2인치 16트랙 아날로그 자기 테이프(Magnetic tape)로 진행됐으며, 1970년대 제작된 네브(Neve) 8078 콘솔로 믹싱을 마무리했다. 직접적인 아날로그 접근을 통해 록의 본질을 그대로 출력한 것이다.

그러나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대표작 [Elephant] 이후, 이들은 미니멀리즘이 가진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다음 앨범[Get Behind Me Satan]에서 다양한 악기를 도입해 변화를 모색했지만, 이는 오히려 밴드의 과도기를 방증했을 뿐이다. 이때 화이트 스트라입스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탐색, 레콘터스(The Raconteurs)와 데드 웨더(The Dead Weather)

2005년 내슈빌에서 결성된 레콘터스는 풀 밴드 구성으로 잭 화이트의 음악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특히 파워 팝(Power pop) 싱어송라이터 브랜던 벤슨(Brendan Benson)의 영향력이 두드러졌는데, 잭 화이트 음악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나던 포크와 컨트리 요소가 부각된 시기이기도 하다. 대표곡 “Steady, As She Goes”에서 잭 화이트 특유의 블루스 기타 리프와 브랜던 벤슨의 멜로딕한 보컬이 조화를 이루며,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미니멀리즘과는 다른 음악을 구현해 냈다.

또 다른 프로젝트 밴드 데드 웨더에서는 잭 화이트가 무대 전면에서 물러나 드럼을 맡았다. 더불어 더 킬스(The Kills)의 앨리슨 모스하트(Alison Mosshart)가 보컬을, 퀸즈 오브 더 스톤에이지(Queens of the Stone Age)의 딘 페르디타(Dean Fertita)가 기타와 무그(Moog) 신시사이저를 담당했다. 이들은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블루스의 우울하고(blue) 어두운 면을 표현했다.

비록 이 두 밴드가 화이트 스트라입스만큼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잭 화이트의 음악 스펙트럼을 확장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또한 잭 화이트의 솔로 활동 이후에도 레콘터스와 데드 웨더는 각각 새 앨범을 발표해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것은 잭 화이트 음악에 이들 비중이 절대 가볍지 않음을 나타낸다.


록의 본질과 파괴 사이에서, 잭 화이트

이렇듯 잭 화이트는 커리어 전반에 걸쳐 상반된 두 지점을 병행해 왔다. 화이트 스트라입스에서는 로파이 사운드와 미니멀리즘으로 록의 본질을 탐구했고, 레콘터스와 데드 웨더에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이러한 모든 활동은 그의 솔로 프로젝트에 집약돼 나타난다.

잭 화이트의 솔로 활동은 주로 블루스를 기반으로 포크, 컨트리 등 아메리칸 루츠 음악에 집중된다. 물론 과감한 사운드 실험으로 외연을 넓히는 것 또한 놓치지 않았다. 첫 솔로 앨범 [Blunderbuss]에서는 남성과 여성 세션을 분리해 녹음하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는데, 이는 성별 간 미세한 차이를 음악에 담아내 보고자 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는 투어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로 오래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잭 화이트의 실험 정신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3집 [Boarding House Reach]에서 정점에 이르게 된다. 이 앨범에서 그는 블루스를 넘어 소울, 가스펠, P-funk, 나아가 전자음악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음악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2022년에 발매된 잭 화이트의 최신 앨범 [Fear of the Dawn]과 [Entering Heaven Alive]는 그의 음악 세계 양극단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Fear of the Dawn]에서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Q-Tip과 함께한 “Hi-De-Ho”로 실험적 면모를 부각했다면, [Entering Heaven Alive]에서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워 블루스, 포크, 컨트리 등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드러냈다.

이처럼 잭 화이트는 록의 뿌리 탐구와 끊임없는 실험을 오가며 독자적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언뜻 상반돼 보이는 두 지점은 사실 하나의 목표를 가리키고 있다. 바로 잭 화이트 자신만의 방식으로 록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다.


Third Man Records Detroit

잭 화이트의 아날로그 미학을 실현하는 공간, 써드 맨 레코즈(Third Man Records)

잭 화이트에게 아날로그는 록의 본질을 탐구하는 핵심 수단이다. 2018년부터 그는 자신의 모든 공연에 핸드폰 사용을 금지했는데, 이는 관객이 디지털 개입 없이 음악과 직접 소통하길 바란 조치였다. 더불어 잭 화이트 본인은 아예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도 하다.

이런 잭 화이트에게 써드 맨 레코즈는 단순한 음반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써드 맨 레코즈는 그의 아날로그 미학을 구현하는 실험실이자, 잭 화이트 음악사상의 집약체다. 잭 화이트는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의 본질을 담아낸다고 믿는다.

이러한 신념은 써드 맨의 다양한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2015년, 써드 맨은 1965년 이후 디트로이트에 처음으로 비닐(vinyl) 공장을 설립하고, 최신식 아날로그 장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써드 맨은 전설적인 레이블 모타운(Motown)의 비닐 레코드를 생산하는 디트로이트 유일의 회사가 됐고, 이는 로컬의 유산을 계승하는 과정이었다.

써드 맨 레코즈는 라이브 음악을 아세테이트 비닐에 직접 녹음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장소이기도 하다. 1960년대 기술을 디지털과 결합한 ‘Live-to-Acetate’로 U2, 빌리 아일리쉬(Billie Eilish) 등 수많은 아티스트가 이곳에서 라이브 음반을 녹음했다. 이외에도 써드 맨은 ‘최초로 우주에서 비닐 레코드 재생’, ‘최단 시간 비닐 레코드 제작’, ‘비닐 레코드 최다 초동 판매량’ 등 다양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써드 맨은 지역 사회와 연계해 로컬 신과 도시 재건에도 기여한다. 컨트리의 고향 내슈빌에서는 마고 프라이스(Margo Price)와 같은 지역 아티스트를 발굴했고, 디트로이트에서는 낙후된 켄필드 거리에 위치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기능 중이다. 잭 화이트는 단순한 사업을 넘어, 자신의 음악적 사상을 지역 사회와 공유하는 문화 허브(Hub)가 되고자 한다.


아쉽게도, 이 글에 잭 화이트의 모든 커리어를 담지는 못했다. 다만 그의 주요 행적을 되짚어봤을 뿐이다. 잭 화이트의 음악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변화를 두려워 말고, 본질을 잃지 않으며 나아가는 것. 지금의 록 음악은 노쇠하고 예전 같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25년을 활동한 잭 화이트처럼, 깊은 뿌리와 함께 여전히 단단한 이들이 있기에 록은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는 8월, 잭 화이트의 내한 공연에서 그 생생한 숨결을 직접 느껴보는 건 어떨까?

Jack White 공식 웹사이트
Third Man Records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Third Man Records, Malelo and Company, Etsy

[1] CBGB 클럽: 1970년대 뉴욕에서 펑크와 뉴웨이브 음악의 탄생지로 알려진 전설적인 라이브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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