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영국 힙합 듀오 Pete & Bas

그 누가 70대 할아버지들이 영국 드릴 앤 그라임 신에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무려 70대인 영국 힙합 듀오 피트 앤 바스(Pete & Bas)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어느 광고의 문구를 몸소 실천하는 중으로, 영국 힙합의 상징인 그라임과 드릴을 주 장르로 독보적인 톤과 플로우의 세련되고 파워풀한 트랙들을 선보인다. 대표곡 “Mr Worldwide”가 영국의 대표 그라임 유튜브 채널 ‘그라임 데일리(GRM Daily)’에서 무려 7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작업량 또한 꾸준하다. 2018년 첫 번째 싱글 “Shut Ya Mouth” 발매 후, 현재까지 1장의 믹스테이프와 29개의 싱글을 발매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3개의 싱글을 발매하는 등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피트 앤 바스도 한때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힙합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노인들이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한 기믹으로 활동한다며 듀오를 깎아내리는 청중들도 있었다. 그러나 따가운 시선과 무시를 딛고 꾸준히 작업을 늘려간 듀오는 결국 영국 힙합 신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왕성히 활동 중. 이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어느덧 100만 명을 넘겼다.

그래서 이들이 누군데?

(좌) 바스 (우) 피트

런던 남부에서 태어나고 자란 피트(본명: Peter Bowditch)와 바스(본명: Basil Bellgrave). 듀오를 결성하기 전까지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바스는 한때 헬리콥터 엔지니어로 군 복무를 했으며, 이후 카펫 판매원, 아마추어 배우로 활동하며 몇 편의 단편 영화에도 출연했다. 피트는 웨스트민스터 시의회(Westminster Council)와 로열메일(Royal Mail)에서 일했다.

듀오는 종종 죽마고우라는 오해를 받는데, 사실 데뷔하기 5년 전에 처음 만났다고. 결성 직전 로열메일에서 일하던 피트가 업무차 지역 상점에 방문했을 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던 바스를 만났다. 피트는 바스의 연주를 듣고 감명을 받아 그에게 자신을 소개했고, 두 사람은 곧 절친이 되었다.

데뷔 싱글 “Shut Ya Mouth”

피아노에서 힙합으로 쉽사리 연결점이 떠오르지 않는 두 키워드의 연결고리에는 피트의 손녀가 있다. 피트의 손녀는 차에서 라디오로 영국 힙합을 즐겨 들었는데, 처음에는 피트가 짜증을 내며 채널을 돌렸지만, 시간이 지나며 장르에 호기심이 생겼고 이를 자연스럽게 바스에게 소개했다. 바스도 그라임과 드릴에 담겨있는 특유의 스토리, 가사, 그리고 강렬한 비트에 매료되었다. 이윽고 이들은 의기투합해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사를 쓰기 시작, 이듬해인 2018년 데뷔 싱글 “Shut Ya Mouth”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힙합 듀오로서의 인생 제2막을 알렸다.

두 명의 할아버지가 드릴 비트 위에 코크니 슬랭(cockney slang)을 뱉어내는 코믹한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리스너들은 단순한 기믹으로 치부했지만, 두 번째 싱글 “Dents in a Peugeot”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인지도를 쌓아갔다. 이후 듀오는 영국의 주요 랩 플랫폼인 그라임 데일리(GRM Daily)와 프레스플레이 미디어(Pressplay Media)에서 싱글을 발표하며 우직한 활동을 이어갔다.

많은 팬들이 자아내는 궁금증 중 하나는 바로 70대 노인들이 ‘요즘 세대의 슬랭’을 어떻게 알고 활용하는가이다. 물론 대부분의 가사는 올드 스쿨 레퍼런스와 오래된 코크니 슬랭을 조합한다. 그러나 현대적인 슬랭도 많이 활용하는데 이들의 나이가 70대 임을 고려했을 때 자연스레 의문이 생길 것. 이에 피트 앤 바스는 자신들이 직접 가사를 쓰지만, 현대적인 슬랭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손주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직접 밝혔다. 드릴 장르는 특성상 영국의 스트릿 문화를 반영하기에,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슬랭을 고려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오래된 코크니 슬랭과 손주들의 도움에서 비롯된 현대적 슬랭이 조화하는 가사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커리어의 전환점, Plugged in 세션

피트 앤 바스의 커리어 전환점은 2021년에 찾아왔다. 영국의 오디오 엔지니어인 ‘퓨메즈 더 엔지니어(Fumez The Engineer)’와 함께한 ‘Plugged In’ 세션에서 압도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장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피트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톤과 바스의 댐핑 있는 톤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진 플로우는 퓨지스(Fugees)의 “Ready or Not”을 리믹스한 퓨메즈의 비트와 완벽히 조화를 이루며 듀오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영상을 탄생시켰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현재 1300만 회가 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새로운 팬들의 유입을 이끌었으며 특히 미국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유명한 리액션 유튜브 채널들이 앞다투어 리액션 영상을 올렸고 로건, 제이크 폴 같은 인플루언서들도 해당 영상을 팬들에게 공유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피트 앤 바스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Plugged In 세션을 계기로 신에서 인정을 받은 피트 앤 바스는 현재 수백만 건의 조회수와 스트리밍 수를 기록하고 있다. 아들 뻘인 제이케이(Jaykae), 미스트(Mist), 디 더블 이(D Double E), 디지 래스칼(Dizzee Rascal) 등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거나 작업하며 광폭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말에는 영국의 드럼 앤 베이스 프로듀서 바이브 케미스트리(Vibe Chemistry)의 트랙 “Baddest”에 참여하며 폭넓은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점도 보여주었다. 이 곡에는 제이케이(Jaykae), 그리마 X 아자(Grima X Azza), 그리고 피 머니(P Money)와 같은 영국의 저명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했고 피트 앤 바스는 이들을 압도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장르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올해에도 피트 앤 바스는 멈추지 않는다. 상반기에만 벌써 3개의 싱글을 발매했고 모두 수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고령의 힙합 듀오는 힙합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고 말을 하며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노년을 보내고 있다.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라이브를 소화하는 이들의 폐활량에 존경을 표하며 언젠가 발매될 첫 정규 앨범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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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 & Bas 트랙 모음
Pete & Bas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ㅣ Pete & B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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