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S #11 Spaghetti Mystery

‘마른 스파게티 면 부러뜨리기’라는 단순 명료한 주제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수십 년 전에 씨름했던 문제였다. 어느 날, 파인만은 동료 과학자이자 슈퍼컴퓨터 연구의 선구자 대니 힐리스(Danny Hillis)와 집에서 스파게티를 같이 먹으려고 요리하다가 스파게티면의 특이한 점을 발견한다. 마른 스파게티 면을 절반으로 부러뜨리려 하면 의도한 대로 두 동강이 나지 않고, 예외 없이 서너 조각 이상으로 잘게 부서지는 것. 조각이 부서지는 방향도 제각각이어서 온 부엌에 금세 스파게티면 조각이 난무했다. 힐리스는 파인만 전기에서 밝히길, 자신과 파인만은 그날 저녁 내내 배고픈 것도 까마득하게 잊고 마른 면을 붙들고 씨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재 과학자 두 명이 몇 시간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지만, 신통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결국 파인만은 죽을 때까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후 2005년, 프랑스의 두 과학자 바질 오돌리(Basile Audoly)와 세바스티엥 노이커치(Sebastien Neukirch)는 왜 마른 스파게티 면이 정확히 2등분 되지 않는지 밝혀낸다. 간단히 말해 ‘휜 스파게티 면을 놓으면 더 많이 휘기 때문’. 스파게티 면이 휘는 것은 양쪽에서 힘을 가하기 때문인데, 면이 끊어지는 순간 한쪽은 갑자기 자유로워지며, 끊어진 쪽은 아주 빠르게 펴지려고 한다. 즉, 면이 끊어지는 순간에는 면 전체가 같은 곡률로 휘어져 있지만 놓은 쪽에서 빠르게 펴지려고 하기에, 한쪽이 급하게 펴지면서 반대쪽은 곡률이 증가해 오히려 더 꺾여버린다. 이렇게 임계점이 점차 늘어나 임계점을 초과하는 순간 면 가닥은 부서지고 만다.

자세히 살펴보면 첫 번째 부서짐에 따라 2개로 나뉜 면 가닥 양쪽에서는 굽힘파가 흘러가는데, 이를 ‘반동 효과(Snapback Effect)’라고 한다. 구부러진 면의 가닥에서 굽힘파가 진동하면서 전이되는 것. 최종적으로 이 과정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스파게티 면은 보통 3~4조각으로 부서진다. 어찌 보면 굉장히 어이없는 실험일 수도 있으나, 이는 부서지기 쉬운 교량의 폭이나 인간의 뼈 등에도 적용이 가능해 과학계에서 큰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2006년 두 과학자는 노벨상의 패러디 버전인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까지 수상했을 정도.

나아가 2015년엔 MIT 대학원생 로널드 헤이저(Ronald Heisser)와 에드가 그리델로(Edgar Gridello)가 아예 파인만의 스파게티 미스터리를 기말 과제로 정해놓고, ‘처음부터 스파게티 면을 절반으로 쪼개는 게 가능한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정확히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정답부터 말하면, 가능했다. 바로 스파게티 면을 한 바퀴 꼬아서 부러뜨리는 것. 물론 스파게티 면을 꼬기 위해서는 적당한 힘이 필요했고, 이를 실제로 계산하려면 복잡한 수학 모델이 필요했다. 따라서 또 다른 MIT 대학원생 비샬 파틸(Vishal Patil)의 도움을 받아 사람의 손보다 더 정확한 힘을 가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고, 초당 100만 프레임의 초고삭 카메라를 이용해 면이 2개로 부러지는 순간을 결국 포착했다.

누군가는 스파게티 면을 어떻게 쪼개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들은 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복잡하기 마련인 ‘절단 혹은 파쇄(fracturing)’를 연구하는 데 스파게티면 프로젝트가 밑거름이 될 수 있기에. 실제로 다양한 물질을 원하는 대로 정확히 잘라내는 것은 여러모로 무척 쓰임새가 많은 작업이며, 이번 연구는 잘 구부러지면서 때론 부러질 수도 있는 물질로 만든 막대기라면 어디에든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장대높이뛰기용 장대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이미지 출처 | MI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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