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빈티지 구루, Yothin Poonsumrong

미국, 일본과 더불어 또 다른 ‘빈티지의 보고’로 알려진 태국. 실제, 도시 곳곳에서 밤마다 열리는 야시장이나 여러 빈티지 마켓에서 흥미로운 빈티지 아이템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는데, 어디서 쏟아져 나왔는지 모를 수백 장의 밴드 티셔츠나 오래된 리바이스 데님, 아무렇게나 진열된 때 묻은 장난감, 각종 잡동사니 등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만물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미처 가늠하지 못했던 태국 빈티지의 깊이에 새삼 놀라게 된다.

빈티지에 관한 태국의 명성은 각종 콘텐츠 플랫폼의 확장과 함께 더욱 높아져 갔다. 그간 오프라인으로만 운영되던 여러 빈티지 스토어가 웹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빈티지 컬렉션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세계 각국의 빈티지 디거가 빈티지 사냥 콘텐츠를 공유하며, 많은 이의 호기심을 동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빈티지 신(Scene)의 중심에 서 있는 자가 있으니 바로 요틴 푼숨롱(Yothin Poonsumrong)이다. 15년이 넘는 세월, 빈티지에 푹 빠져 살며 이제는 태국 빈티지의 유명 인사가 된 그는 다양한 장르의 빈티지 수집과 스투시(Stüssy) 아카이브로 그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마침, 그가 한국에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남을 요청해 그간 궁금했던 ‘태국 빈티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으니 관심이 인다면, 아래에서 그 전문을 확인해 보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태국의 빈티지 컬렉터 요틴 푼숨롱이라고 한다. 편하게 요(Yo)라고 불러도 좋다. 패션 편집 스토어이자 브랜드 노웨어 스튜디오(Knowwhere Studio)의 오너이기도 하다.

태국 빈티지 신에서 당신의 명성은 익히 유명하다. 언제 처음 빈티지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나?

17~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록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처음 빈티지 티셔츠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로 이것저것 디깅하다 빈티지 티셔츠를 파는 한 셀러를 알게 됐지. 그와 친해진 뒤 학교를 가지 않는 휴일마다 그가 운영하는 빈티지 숍에 방문해 일을 도왔다. 덕분에, 빈티지에 관해 더 많이 공부하고 배울 수 있었지. 언젠가 태국의 한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빈티지 구루’라는 타이틀로 우리를 소개했고, 그때부터 많은 이들이 우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빈티지에도 정말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주로 어떤 아이템을 수집하고 있나?

가장 많이 모으는 건 빈티지 티셔츠다. 그 외 진귀한 포스터와 바이닐 또한 수집하고 있다.

태국 곳곳 비행기 격납고 크기의 거대한 빈티지 창고가 즐비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사실이다. 태국은 빈티지 컬렉터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수의 빈티지 창고가 있고, 그 내부 역시 갖가지 빈티지 아이템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 광경을 실제로 보게 된다면, 누구나 태국이 빈티지 디거의 파라다이스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다. 빈티지를 사랑한다면, 한 번은 꼭 태국에 방문해야 한다.

아시아 국가 중 유독 태국에 수많은 빈티지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 세계가 기증한 다양한 물건이 캄보디아로 넘어온다.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한 태국은 그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지. 이런 무역이 30~4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여기에 캄보디아 공장에서 생산한 옷이나 물건이 섞여 있고, 이게 태국 곳곳의 시장과 빈티지 마켓으로 흘러 들어오는 거다.

그렇다면, 도처에 널린 수많은 빈티지 아이템 중 어떻게 가치 있는 제품을 골라내고 있나, 본인만의 노하우 같은 게 있다면?

물건을 골라내는 엄격한 기준이나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밴드나 영화의 그래픽이 담겨진 티셔츠를 찾아보는 거지. 또한, 그간 쌓아온 배경지식을 활용해 가치가 있거나 지금 시대에 인기가 있을 법한 옷을 고르고, 종종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의 빈티지 트렌드와 셀러브리티를 참고할 때도 있다. 빈티지를 사냥할 때는 지식과 감각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빈티지 티셔츠와 함께 당신을 유명하게 만든 또 다른 건 방대하고 깊은 스투시 아카이브다. 언제부터, 어떻게 수집했는지.

스투시는 내가 좋아하는 최고의 브랜드 중 하나다. 진지하게 컬렉팅하기 시작한 지는 이제 5년쯤 된 것 같다. 스투시 빈티지를 사두면, 언젠가는 분명 값이 오를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 만약, 특정 브랜드를 좋아한다면, 조금씩 모아두는 걸 추천한다. 모든 물건은 수량이 한정되어 있으니 네 안목이 옳다면, 분명 그 가치는 높아질 때가 올거다.

스투시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글쎄, 사실 난 스투시라는 브랜드보다는 그 창립자 숀 스투시(Shawn Stussy)라는 인물에 더 끌린다. 스트리트웨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그가 모든 걸 해내지 않았나.

가장 좋아하는 스투시 에라는 언제인가?

개인적으로 80~90년대, 초창기의 스투시를 좋아한다. 숀 스투시가 가장 활발하게 일하던 시기였으니까. 그다음으로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숀이 스투시를 떠난 뒤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그 정체성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소장하고 있는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빈티지 아이템은 무엇인가?

내가 아끼는 모든 빈티지는 가격이 아닌 감성적인 측면에서 가치를 지니기에 이를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인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오리지널 투어 티셔츠라든가, 지금은 사라진 블랭크 티셔츠 브랜드 오니타(Oneita)를 베이스로 손수 스크린 프린팅한 스투시의 빈티지 티셔츠 같은 것들이 의미 있지.

오랜 물건이기에 수집하는 것만큼이나 제대로 보관하는 일 역시 중요하지 않나.

빈티지 티셔츠 같은 경우에는 구매한 그날 집에서 깨끗이 세탁한다. 다음에는 적절한 실온이 유지되는 곳에 차곡차곡 정리한 뒤 보관하고 있다.

어쨌거나 빈티지 아이템은 결국 수량이 한정되어 있지 않나, 원하는 물건을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텐데.

물론이다. 아직도 전 세계 무수한 양의 빈티지가 남아있고, 많은 물건이 빈티지가 되어가는 중이겠지만, 좋고 귀한 빈티지의 수는 점점 더 빠르게 줄어가고 있다. 흡족한 가격에 좋은 티셔츠를 구할 수 없으니 더 많은 돈을 쓸 수밖에.

현재 운영 중인 노웨어 스튜디오에 관해 설명하자면?

내 빈티지 의류에 대한 경험을 녹여낸 숍이자 브랜드다. 오랜 시간 빈티지를 취급한 노하우로 노웨어 스튜디오를 시작했고, 지금은 빈티지와 PB 브랜드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쇼룸 또한 운영 중이다.

노웨어 스튜디오의 주요 고객층이 궁금하다.

동남아시아의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미국과 일본, 영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찾아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빈티지 컬렉터, 브랜드 디렉터 외 인플루언서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것 같은데.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방송에 나간 이후 난 태국의 유스컬처, 패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내가 어떤 브랜드나 옷을 입으면, 많은 사람이 그걸 찾아보고, 그 가격 또한 올라갈 정도니까. 여러 브랜드 역시 이런 내 영향력을 보고 날 찾는 게 아닐까. 특별한 의도 없이 자연스레 시작된 또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을 자주 찾는 것 같다. 그곳에서 주로 무얼 하나.

예전에는 빈티지를 구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노웨어 스튜디오 운영의 영감을 얻거나,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

한국에서도 여러 패션 브랜드 스토어와 편집 스토어를 방문했는데, 뭔가 특별한 경험이 있었는지.

한국 숍의 장점 중 하나는 매장 인테리어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만큼 잘 꾸민다는 거다. 나 또한 스토어를 어떻게 꾸밀지 매일 궁리하는 사람이기에 스토어 곳곳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빈티지 숍 역시 몇 군데 방문했는데, 일본만큼 매장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 좋은 빈티지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더라.

빈티지를 전문적으로 취급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간 여러 쇼핑 플랫폼이 생겨났는데, 세계 빈티지 마켓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나?

빈티지의 가격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빈티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여러 온라인 플랫폼이 생겨났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소셜미디어 덕에 빈티지에 관해 전혀 몰랐던 사람도 이제는 제법 오래된 물건을 친숙하게 느끼고 있지. 빈티지를 사고파는 시장이 커진 건 나 같은 판매자에게 좋은 현상이지만, 이전보다 빈티지를 비싸게 사야 하는 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꼭 가봐야 할 방콕의 빈티지 스팟 몇 군데를 추천해 달라.

방콕에 방문하는 모든 이가 꼭 가봐야 할 빈티지 스팟은 JJ 마켓이다. 내가 이곳에서 빈티지 경험을 쌓았거든. 하하. 이외 짜뚜짝 주말 시장, 트레인 마켓, 스리나카린 등 흥미로운 빈티지 마켓이 많으니 시간이 되면, 한 번쯤 가보길 바란다.

Yothin Poonsumrong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오욱석
Photographer | 전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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