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축제의 계절을 맞아 공연과 파티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당신의 귀를 폭격할 세 가지 공연 소식을 준비했다. 특정 장르 소식의 전부는 아니지만 몇 가지 키워드를 눈여겨볼 수 있다. 아직 접하기 전이었다면 새로 관심을 기울여보고, 이미 알았다면 더 많은 관련 공연과 파티로 시선을 넓혀도 좋을 것이다.
비하인드 더 텅(Behind The Tongue) – PLONQUOS / Yahho Live in Seoul
빠르고 거친 하드코어 펑크 밴드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비하인드 더 텅’이 이번에는 유니크한 무대를 준비했다. 오는 9월 21일 신촌 베이비돌에서 열리는 ‘Behind the tongue vol.12’에는 펑크/메탈을 주춧돌로 저마다 스타일을 선보이는 음악가들이 등장한다. 더 원투쓰리포-다!(the 1234-Dah!), 나후(Nahu), 스테고로(Sutegoro) 세 팀의 밴드와 5차례의 원퍼슨 무대가 어우러질 예정.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흔치 않게 풍부한 ‘원퍼슨’ 무대를 잇따라 채우면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솔로 음악가들을 간략히 짚어보자. 이들이 출연했던 여러 공연 영상과 기록을 참고했다.
사바하(Sabbaha): 前 표인봉(420Saigong). 새하얀 식탁보 유령 코스튬과 둠 드론/둠 메탈의 음산한 조화를 선보이는 음악가. 올해 초 한 음악 커뮤니티에 드러머 구인 공고를 올리기도 했으나 아직 솔로 유닛으로 소개하고 있다. 개인 레이블 야호야호단을 운영 중이다.
I.M.F(Imitation Modification Fabrication): 前 밤섬해적단 베이시스트, 現 고쓰롭 보컬/드럼 장성건의 개인 프로젝트. 밴드, 일렉트로니카, 트랜스, 영화음악마저 소화하는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에서 I.M.F는 주로 인더스트리얼 장르로 소개된다. 이름은 ‘모방, 복제, 날조’라는 의미다.
야마가타 트윅스터(Yamagata Tweakster): 아마츄어증폭기, 스트레칭 져니, 구루부 구루마 등 활동을 펼쳐 온 한받의 프로젝트. ‘민중 엔터테이너’를 자임하는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간명한 전자 비트, 형형색색의 의상, 확고한 메세지의 퍼포먼스로 여러 집회 현장과 공연 무대를 휘어잡는다. 아마츄어증폭기 음악의 경우 ‘펑크스타일 포크’라 불리기도 한다.
플론쿼스(Plonquos): 2018년 11월 내한했던 ‘Tokyo plasma speed punk’ 밴드 호스 앤드 디어(Horse&Deer)의 보컬 히데지 플라스마(Hidezi plasma)의 개인 프로젝트. 본인 목소리만 사용해서 만든 음악 위로 고함을 내지르며 라이브를 펼친다. 스스로는 ‘Extreme voice music’이라고 부른다.
야호(Yahho): 최근 캐나다 투어를 마친 오카야마 청년 하마이 신타로(Hamai Shintaro)의 개인 프로젝트. 하드코어 펑크를 향한 숭배, 추종을 아끼지 않으나 이미 본인을 향한 상찬도 없지 않다. 100번에 한 번쯤 전설적인 라이브를 선보인다 한다. 영상을 통해 특징적인 ‘게임보이 x 하드코어’ 사운드를 감상해 보자.
이번 비하인드 더 텅을 통해 펑크/메탈을 자양분으로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만들고 있는 음악가들, 출연 밴드 중 스테고로와 나후는 각각 아래 소개할 공연에도 참여한다. ‘더 원투쓰리포-다!’는 프로레슬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마침 두 번째로 소개할 공연의 테마도 프로레슬링이다.
펑크락레슬(Punkrockwrestle)
일본 고치 출신의 밴드 터스크스(Tusks)가 제안해 “식구들아 건배”라는 타이틀로 시작된 투어 ‘KANPAI TO FAMILY TOUR 2024’가 서울에 당도해 ‘펑크락레슬’ 기획과 만났다. 펑크락레슬은 망원동 클럽 샤프와 전한국프로레슬링(AKW)의 인연을 바탕으로 2023년 두 차례 열린 이벤트로 이번이 세 번째를 맞았다. 최초 기획을 주도했던 스카 펑크 밴드 스카석스(Skasucks)는 당시 “재밌는 거 x 재밌는 거 = 엄청 재밌는 거”라고 취지를 밝히며, 펑크 공연과 프로레슬링 경기가 한날한시 같은 곳에서 열리는 진귀한 풍경을 연출했다.
바다 건너온 친구들도 재미있는 시간을 함께 만들어 갈 예정인데, 오는 9월 28일 클럽 샤프에서 열리는 세 번째 펑크락레슬에 터스크스, 아이제트(IZ), 노바다이즈(Novadies, 이상 일본), 서울돌망치, 스테고로, 칵크래셔(Cockrasher, 이상 한국) 밴드들이 출연을 확정하였다. 프로레슬링 경기는 ‘AKW 통합 챔피언’ 제너럴 준(General Jun), ‘중국 공산당 기믹의 레슬러’ 동쉔(Dongshen), ‘AKW 악역 대표’ 헤이든(Hayden), ‘코리안 조커’ 김미르(Kim Mir), ‘인자강’ 타우킴(Tau Kim), ‘더 화이트 나이트’ 애쉬 카탈란(Ash Catalna), ‘반칙왕’ 다크 로키(Dark Loki)가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펑크락과 프로레슬링의 조우가 생소하다면 아래 클립 영상을 감상해 보자.
27~29일 3일간 무료 전시와 마켓도 준비되어 있으니, 자세한 내용과 문의는 AKW 인스타그램 계정을 참고할 것.
하드코어 럼블(HARDCORE RUMBLE)
‘KANPAI TO FAMILY TOUR 2024’의 둘째 날. 펑크락레슬의 잔향과 하드코어의 색채가 공존한다. AKW 첫 프로레슬링 경기 ‘서울 럼블’이 2022년 당시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러졌는데, 오는 9월 29일 베이비돌에서 열리는 ‘하드코어 럼블’은 토너먼트보다는 다지역 쇼케이스 공연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번 투어를 앞장서 제안한 터스크스는 고치(高知) 출신으로 고치와 서울 신의 인연은 흡사 자매결연을 방불케 한다. 아이제트의 멤버들은 또 다른 밴드 슬랭(Slang), 더 드렁크 보이!즈(The Drunk Boi!s), 볼프강 재팬투어(Wolfgang Japantour) 등도 겸해 삿포로(札幌) 신에서 넓은 활동 폭을 보여주는데, 서울에서 삿포로 신의 밴드를 보기란 좀처럼 드문 일이라고.
노바다이즈는 2002년 결성되어 히로시마(広島)의 반전/반핵 펑크 무브먼트를 이끌어온 밴드 오리진 오브 엠(Origin of [M]) 출신 베테랑들로 독보적인 연주와 박진 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후쿠오카(福岡) 출신의 엔드 오브 폴루션(End of Pollution)이 새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취지가 더욱 선명해졌다. 지난 7월 내한했던 惡AI意의 드러머 켄타(Kenta)가 활약하며, ‘Crusty noise crusher hardcore punk’를 슬로건으로 보컬 제트(Jet)의 송곳 같은 외침과 함께 뜨거운 순간을 이어갈 예정이다.
국내 밴드로는 서울의 뿌리 깊은 하드코어 밴드 오발탄(Obaltan), 1999년 청주에서 시작 국내 그라인드코어 1세대로 자리매김해 온 나후(Nahu), 서울과 부산을 주름잡고 최근 정규 1집으로 “스토너 입문의 완벽한 가이드”라는 수사를 획득한 홀리 마운틴(Holy mountain)이 함께한다.
한국과 일본 하드코어 밴드들의 왕래가 빈번한 만큼, 특히 교류가 잦은 도시와 지역이 있다면 과연 어디일까? 흥미로운 질문에 대해 매 공연마다 특징을 유추하는 일 또한 묘미다. 그러나 어쩌면 국경도, 지역도 모든 것을 다 담지는 못할지 모른다. 그 실마리를 공연에서 확인하자.
Baby Doll 인스타그램 계정
Club Sharp 인스타그램 계정
행사 정보
Behind The Tongue
일시 | 2024년 9월 21일(토) 오후 3시 입장
장소 |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7안길 26 지하, 베이비돌
Punkrockwrestle
일시 | 2024년 9월 28일(토) 오후 4시 입장
장소 | 서울 마포구 동교로 63 지하, 클럽 샤프
HARDCORE RUMBLE
일시 | 2024년 9월 29일(일) 오후 4시 30분 입장
장소 |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7안길 26 지하, 베이비돌
이미지 출처 | behindthetongue, cgdischord, allkoreawrest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