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主流에서 만난 사람들

9월의 마지막 주말, 이태원 프로세스에서 진행된 이벤트 ‘비주류(非主流)’는 과연 독보적인 개성의 이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한 자리에 모인 이들 사이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는 더 이상 무의미해 보이기도 했다. 말없이 양승우 작가의 사진을 바라보는 이들과 오타쿠들의 취향을 마음껏 탐닉하는 이들 그리고 “울보 권투부”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있을 이들까지. ‘비주류’를 찾은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을 멈춰 세우고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전필우

어떻게 非主流 이벤트에 오게 됐나.

친구가 OTAKU’S ROOM 플리마켓 셀러로 참여하기도 했고 원래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아서 흔쾌히 발걸음 했다.

김우태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자면?

양승우 작가님을 만난 것. 그리고 오타쿠 문화를 지향하는 여러 개인이 모인 행사를 경험한 것. 한국에서 보기 드문 공간을 만든 것 같은데, 그걸 직접 봤다는 게 가장 좋다. 재밌다.

머리가 꽤 길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헤어스타일이 있나.

사실 지금 머리를 기르고 있는 중인데 목표는 ‘젖꼭지에 닿을 때까지 기른다’. 이게 곧 이루어질 것 같아서 다음 목표를 설정하려고 한다. ‘엉덩이에 닿을 때까지’로.

고성윤, 최준

어떻게 非主流 이벤트에 오게 됐나.

최준홍: 셀러로 참여한 ‘오타쿠 만물상’이라는 숍을 좋아한다. 근데 마침 절묘하게도 건물 2층의 ‘오타쿠의 방’을 기획에 참여한 통조림님이 초대해 주셨다. 그래서 잘 됐다 싶었지.

고성윤: 이 형이 재밌어 보이는 데 같이 가자고 해서 그냥 따라왔다. 그런데 와보니 행사 이름처럼 평소에 접해본 적 없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더라고. 그래서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다. 내 취향은 사실 비주류보다는 왕년에, 한 때 주류였던 것들에 매력을 느끼는 편인데, 뭐랄까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과거지만 새로운 느낌이 있는 것 같다.

한지유

양승우 작가의 전시를 오래 보고 있더라. 어떤 생각이 드나.

작가님에 대한 배경 지식 하나 없이 우연히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을 몇 번 본 게 전부다. 그러다가 직접 이렇게 와서 사진을 보고 나니 젊은 작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버지뻘이셔서 놀랐다. ‘요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젊고 감각적인 느낌을 내실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뭔가 따라 할 수 없는 타고난 멋짐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취향은 주류와 비주류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나.

사실 거리를 다니다보면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다. 근데 그걸 즐길 때도 있고 나름 신경을 안 쓴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가끔 동네에서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편견의 시선을 느낄 때도 꽤 있다. 그러면 스스로 ‘내가 이상한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근데 그럴 때마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내 스타일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가 있는 사람은 없다고 스스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끔 그냥 평범한 주류에 속한다면 이런 느낌도 없이 살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나는 비주류에 가까운 것 같다. 아무래도 패션이나 음악 스타일, 같이 다니는 친구들, 하는 일까지 여러 경우에서 비주류라고 생각이 든다. 외면적인 모습이 가장 이유이기도 하다.

손소희

셀러로 참여했는데, 본인의 방은 어떤 콘셉트로 꾸몄는지 소개해 달라.

정신병원, 멘탈헬스 서비스 센터? 그런 느낌이다. 십자가도 같이 만들어서 “아컨시엘을 믿으면 당신의 정신이 치유됩니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최대한 내가 직접 만든 걸로만 채우고 싶어서 기성품은 제외하고 모두 내가 손으로 만든 것들만 두려고 했다. 그런데 뭔가 눈치가 좀 보여서 이렇게 인형이랑 피규어 하나 챙겨 오긴 했다.

서브컬처에 대한 애정, 그 시작점이 궁금하다.

시작은 아빠한테 영화 보는 법을 배우면서다. 어릴 때 아빠가 영화 방을 만들어서 이틀에 한 번씩 재밌는 영화를 방에서 계속 틀어줬다. 그렇게 영화에 집중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계속 보다 보니 ‘내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구나’를 알게 됐고, 어릴 때부터 여러 활동을 시작했다. 예를 들면, 초등학생 때 구체관절 인형이라는 카페를 내가 개설했는데 그게 되게 커진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서 정모도 하고, 홍대에 인형 들고 나와서 플리마켓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사람들은 내가 초등학생인 걸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어느 순간 겁에 질려서 잠수탔다. 그런데도 자기네들끼리 정모도 하고 카페에 사진이 올라오더라고. 그때는 필름 카메라밖에 없었는데, 인형을 갖고 밖에 나가서 필름으로 인형을 찍고 집에 와서 프린트기로 그걸 스캔해서 카페에 인형 일기를 만들어 올렸다. 그림판으로 사진을 이어 붙여서 이야기처럼 만드는 거지.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계속 디깅하고, 그러다 보니 뭔가를 직접 만들고 내가 생각하는 걸 표현하고 싶어 지더라. 그러다가 이렇게 돼버렸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는 이렇게 영화도 만들었고. 여기 아컨시엘에서 볼 수 있는 영상이 작년 말 쯤 배우를 직접 모집해 만든 영화다.

본인이 좋아하는 문화가 주류가 됐으면 좋겠나?

이게 진짜 어렵다. 어릴 때부터 항상 느꼈던 감정이, 내가 좋아하는 걸 표현하면 항상 느꼈던 외로움이다.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다든지, 좀 대놓고 싫어한다든지. 물론 그런 분들은 소수지만 가끔 되게 슬퍼지고 그게 내 인생의 굴레 같은 거다. 비주류적인 것을 좋아하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주류/비주류의 구분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냥 정말 다들 자기가 뭘 원하는지 많이 알고 지냈으면 좋겠다. 사실 누가 뭘 좋아하든 상관없지 않나. 그냥 저 사람은 저걸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고고, 나락

부스에 본인의 방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고고: OTAKU’S ROOM이라는 주제를 처음 들었을 때 딱 내 방이 생각이 나서 그대로 옮겨왔다. 피규어 같은 게 방에 되게 많거든. 6-7년간 자취를 하고 이사 다니면서 계속 이고 지고 다니며 수집했던 것들이다. 너무 많아서 못 옮긴 것들도 좀 있어 죄송한 마음도 있다. 애니메이션 비디오도 많이 가져왔다.

본인을 오타쿠라고 소개하면 어떤 기분인가.

고고: 스스로도 오타쿠로 부르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다. 사실 맞으니까. 오타쿠가 전혀 나쁜 뜻이라는 생각이 안 들기도 하고, 어쨌든 어떤 것 하나에 엄청나게 열정을 가지고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이지 않나. 내 인생의 절반을 오타쿠로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그게 날 표현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인 것 같아서 좋다.

‘나락’이라는 이름이 독특한데,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나락: 이게 불교 용어인데, 나락이라는 곳이 괴로움과 외로움의 지역처럼 묘사된다. 근데 내가 그런 감정을 겪으면서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락이라고 지었다.

실제 본인 방에도 재밌는 물건들이 많나?

나락: 그렇다. 인형을 많이 수집한다. 워낙 가위에 많이 눌리는 편인데, 엄마가 인형들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 그래서 플리마켓 콘셉트도 인형들을 악마로 묘사해서 재단을 꾸미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그래서 이번 부스의 침대를 재단으로 사용했는데 나만 이걸 재단으로 쓰고 다들 침대로 사용하셨더라.

정현혁, 전기성

양승우 작가의 사진전에 출연했는데, 어떤 인연이 있었나.

정현혁: 작가님 전시에 갔다가 처음 뵙고 너무 좋더라고. 마침 한국의 청춘들을 찍고 싶다는 공고를 보고 연락을 드렸다. 그때 내가 집에서 찍고 싶다고 해서 촬영을 우리 집에서 하고, 작가님과 둘이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당시 집에서 얘기 나눌 때는 크게 생각이 없었는데, 떠나시고 나서 술을 진탕 마셨다. 그리고 혼자 소파에 누워있는데 뭔가 멍하더라. 내 생활 제일 깊숙한 곳에 들어오셨다가 가신 거니까, 사람 인생 참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도 사진을 찍는 사람인데, 내가 준비하는 사진집에 대해 보여드리고 좋아하는 작가에게 피드백도 받은 거다. 쉽지 않은 일이지.

친구가 오자고 해서 얼떨결에 왔다고 했는데, 직접 보니 어떤가.

전기성: OTAKU’S ROOM을 기획한 통조림의 파티에서 영상이랑 사진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처음 오타쿠 문화를 접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좀 낯설기도 하고. 근데 촬영도 하고 다음에 진행한 파티도 가면서 이런 문화도 멋이 있구나 싶어서 점점 이해를 했던 것 같다. 아직 자연스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자기 취향에 대해서 진짜 열심히 아카이빙 했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도 수집을 하고 있는 게 있나?

전기성: 사실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긴 한데, 두루두루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뚜렷한 취향을 가진 분들이 솔직히 부럽다. 그래서 이런 곳을 찾아오는 것도 있다. 이렇게 한 곳에 뾰족하게 빠져드는 게 부러운 것 같다.

이동훈, 너드큐티걸, 이브이

펑크 의류를 제작한다고 들었다. 펑크 문화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나.

이동훈: 펑크 문화에서는 무언가를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내지 않나. 그런 게 되게 좋더라. 또 반항적이면서 자유를 갈망하는 느낌도. 그런 걸 색상이나 디자인적인 요소로 풀어내는 방식도 멋있고. 그래서 나도 우리가 알고 있는 패턴을 떠나서 내가 만들고 싶은 걸로 자유롭게 만들고 있다.

본인의 취향은 주류와 비주류 중 어디에 더 가까운 편인가.

너드큐티걸: 상대적으로 비주류가 아닐까 싶기는 한데, 사실 그게 중요한가 싶다. 그냥 좋아하는 걸 하면서 그걸로 행복하면 됐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한 종류만 입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펑크도 좋아하고, 데코라나 유메카와나 로리타 이런 장르를 다 좋아하거든. 그래서 그냥 다양하게 입고 싶은 걸 입는 취향인 것 같다.

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편인가?

너드큐티걸: 맞다. 이게 정리가 안 돼있으면 내가 갖고 있는 옷들이 집 안에서 사라지거든. 그래서 열심히 정리하고 있다. 색이 너무 많아서 색깔별로.

본인 숍에는 어떤 이들이 방문했으면 하나.

너드큐티걸: 뭔가 새로운 걸 도전해보고 싶은데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 내가 이렇게 화려한 걸 입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소녀들이 우리를 보고 ‘저 언니들은 이렇게도 하는구나 나도 용기를 내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를 통해 조금 용기를 얻어서,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걸 직접 할 수 있게끔. 생각보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 화려하게 입고 싶지만 그게 안 되는 아이들이 많다.

‘이브이’라는 이름은 포켓몬 이름에서 따온 건가?

이브이: 내가 포켓몬스터를 어릴 때부터 열렬히 사랑했다. 이브이라는 캐릭터를 엄청나게 덕질하기 시작하면서 계속 그 이름으로 활동했다. 일본 팬분들도 읽기 편해하시고. 특히 이브이로 정한 이유는 이브이가 진화체가 7개 정도 되는데, 여러 방면으로 진화활 수 있는 포켓몬이어서 나 또한 그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해서다. 입는 옷 역시도 장르를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하니까.

만약 본인의 취향이 주류가 된다면 계속 그걸 좋아할 예정인가?

이브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남들 다 하는 쪽보다 안 하는 쪽을 했을 때 희열을 느끼는 성격이라서. 근데 만약 모두가 이브이를 좋아한다면… 정말 어렵다. 사실 내가 비주류 쪽에서 인기가 많은 인플루언서거든. 다른 인플루언서분들은 한국에서 크게 유행하는 옷을 입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래서 나는 비주류의 왕이 되자는 생각으로 이 방향의 인플루언서가 된 건데… 사실 모두가 이브이를 좋아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만약 그러면 내가 또 그 반대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정독헌, 김재영, 이재건, 윤태경

부모님께 최근 혼났던 기억이 있다면?

윤태경: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을 너무 비싸게 사서 혼났다. 눈이 별로 안 좋아서 렌즈까지 합치니 한 70만 원 하더라. 많이 혼났다.

이재건: 바로 오늘 아침에, 술 좀 조금 먹고 들어오라고 했는데 새벽 4시에 들어다. 그래서 제발 그러지 좀 말라고 혼났다.

김재영: 나도 아무래도 집에 늦게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는 경우로 자주 혼나는 것 같다. 가족들이랑 보내는 시간이 적으니까 좀 저녁도 같이 먹고 집에 엉덩이 좀 붙이고 있으라는 거지.

정독헌: 사실 어머니 생신을 까먹고 있다가 떠보는 질문에 넘어가서 혼났다. 어머니가 “그래 뭐 돈은 넉넉히 있지?” 그래서 “아니 돈 없는데”라고 하니까, “엄마 생일 알고 있어?” “알지. 그 언제야 그 내일모레 아니야”했는데 그때는 한 일주일 뒤더라.

오늘 행사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재건: 양승우 작가님 사진을 직접 보는 걸 기대하고 왔다. 요즘에 이렇게 직관적인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이 없기도 하고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냥 쓱 보고 지나가는 사진이 아니라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사진들이더라고. 그리고 실물로 프린트된 걸 보니까 눈이 마주쳤을 때 모델과 직접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게 흥미로웠다.

김재영: 나도 이 친구가 작가님 얘기를 해서 같이 보러 왔다. 근데 그걸 보러 왔다가 2층에 오타쿠룸을 들어갔는데… 내가 평소에 즐기는 쪽은 아니었는데, 딱 들어선 순간 내가 비주류가 된 느낌을 받았다. 거기서는 비주류가 주류가 되고 내가 비주류인 세상이 된 거지.

이원호, 이은총, 이시몬

이에 뭐가 묻었다.

이원호: 이전에 어떤 팝업을 갔을 때 투스젬 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그때 받은 거다. 사람들이 이걸 고춧가루로 헷갈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했다. 다들 “고춧가루 묻었어”라고 얘기할 때 “그거 아닌데 ~ 투스젬인데 ~”라고 장난을 치고 싶어서.

타투가 몸 곳곳에 많다.

이원호: 약간 철이 없을 때 사람들하고 소통이 좀 안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의도나 이런 것들이 전달이 안 돼서 내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음 심’자를 이렇게 새겼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헌터X헌터”에 네테로라는 캐릭터의 요가복에 이 글자가 적혀있어서 더 의미가 있기도 하고. 등에는 네테로가 있다.

포토그래퍼로서 패션 브랜드에서 일한다고 들는데, 직장과 일상의 취향 갭이 큰 듯한데?

이은총: 현실과 이상… 근데 회사는 솔직히 뭐 재밌으려고 다니는 건 아니라서 많은 부분을 좀 내려놓고 있다. 여기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있어 두 가지 다 만족하고 있는 상태다. 회사에서는 클래식한 사진을 찍는다면, 여기서는 장난을 치는 사진도 많이 찍고 있거든.

행사에서 본인의 역할은?

이은총: 내 역할이 뭐지? 히로인?

모자에 그림이 있다.

이시몬: 키집에서 판매하던 모자다. 옆으로 움직이면 이 그림의 안경에 김이 서린 걸로 바뀌는 게 재밌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서 샀다. 그리고 사실 원래 모자가 아니라 스키마스크인데, 이렇게 접으니까 좀 귀여운 것 같아서 이렇게 쓰고 다니고 있다.

재밌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이시몬: 맞다. 사실 장난감을 엄청 좋아한다. 어릴 때 장난감 가게에 가면 땅바닥에 누워서 울면서 졸라도 부모님들이 안 사주시지 않나. 근데 나는 그걸 이겨낸 케이스다. 그래서 집에 장난감이 되게 많았다. 그 정도로 좋아했고, 아직까지도 그런 경향이 좀 남아서 개인 일러스트 작업도 장난감과 연관 지어하고 있다. 최근에는 윷놀이의 윷을 야구배트 모양으로 만든 세트를 만들기도 했다.

유현우

평소 사이즈를 작은 사이즈를 좋아하나?

그렇다. 정확히 재지는 않았는데 기장을 확인하고 옷을 사는 편이다. 딱 배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롭한 기장을 좋아한다. 내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든. 그런데 스케이트보드라는 게 뭔가 반항적인 이미지니까 그렇게 입으려고 노력하지. 이런 핏이 내게 가장 잘 맞는다고 느껴져서 이렇게 입고 있다.

자주 반항하는 편인가?

내 스타일이 반항 그 자체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입는 스타일이 반항인 거다.

“울보 권투부” 다큐멘터리를 오래 관람하던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행사의 콘셉트처럼 비주류의 입장에서 끝없이 투쟁하는 모습이 영감이 됐다. 이일하 감독님을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우하고 보고 있었는데 작품을 실제로 보니까 뭔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계속 본인의 의지를 따라서 투쟁한다는 게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다. 그게 제일 와닿았던 것 같다.

이진, 켄

양승우 작가의 사진전 모델로 출연했는데.

켄: 그렇다. 예전에 종로쪽에 작가님 전시가 있을 때 방문했었다. 같이 가기로 한 카메라 감독님이 못 오셔서 혼자 갔는데 작가님이 혼자 앉아계시더라고. 그래서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나는 사실 그 전시가 뭔지도 모르고 갔는데 여러 설명을 해주시더라. 되게 쿨하게. 그러다가 젊은이들을 찍고 싶은데 혹시 주변에 찍을 사람이 없냐고 물어보시길래, 내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셔서, 당시에 막 이사를 했던 참이어서 넓은 집이 처음이기도 하고 너무 좋았어서 집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렇게 작가님이 집에 오셔서 여러 포즈를 하면서 찍었고 뒤로는 잊고 있었다. 근데 최근에 “놀러 오세요”라고 다섯 글자 문자가 딱 와서 와봤는데, 이렇게 크게 하는 줄은 몰랐다.

행사에 오면서 기대하고 온 부분이 있다면?

이진: 솔직히 기대를 하나도 안 했다. 켄 형이 모델로 했던 사진전이 있다고 해서 온 건데 사진전도 사진전이지만 오타쿠룸이라는 공간이 너무 재미있더라. 애니메이션을 되게 좋아하는데, 그 문화를 진중하게 좋아하는 분들이 자기 부스를 꾸미고 물품도 판매하시고 하시는 게 재밌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그분들을 보면 본인들이 사랑하는 거에 대해서 남들 눈치를 안 보고 표현하시는 분들인 것 같더라고. 그런 의미에서 비주류라는 타이틀도 너무 딱 알맞은 것 같다. 그래서 너무 재밌게 보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처럼 생겼다. 약간 사천왕 느낌으로.

이진: 맞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내가 사실 “사무라이 참프루”로 일본 문화를 접하기 시작했거든.

가장 최근에 한 타투는 뭔가.

이진: 하반신 전체. 진짜 딱 지난주에 일본의 타카오산이라는 곳에서 타쿠 오시마라고 하는 장인이 계신데, 그분한테 2년 전에 상체를 다 받고, 그리고 딱 지난주에 지금 하반신을 받고 왔거든요. 그래서 지금 아직 힐링이 안 돼서 되게 간지러운 상태입니다. 이따 슬쩍 보여드릴게요. 처음 상체를 받고 끝냈을 때, 아티스트분이 저한테 ‘굿 스타트’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끝까지 해야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제가 그때 일본에 살다가 한국으로 이사를 오게 되는 타이밍이었어서 못 했다가, 최근 기회가 있어서 연락을 드려서 지난주에 받고 왔습니다. 지금 딱지가 조금 있어요.

친구의 전신 타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켄: 사실 나는 타투가 몸에 하나도 없는데 내 친구들 중에는 타투이스트들이 많다. 내가 타투가 없는 이유가 뭔가 할 거면 전신을 다 해야 될 것 같은데, 애매하면 아예 시작을 하지 말자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지 다른 타투한 친구들 보는 거랑 이 친구 타투를 보는 느낌이 아예 다르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멋스럽게 한 느낌인데, 이 친구는 뭔가 아이덴티티를 이렇게 몸에 남기는 느낌이라서 유행보다는 진짜 딱 이 사람 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투에 어떤 아이덴티티를 담았나.

이진: 일단 되게 조심스러운 성격이라서 선택이 어렵지, 선택을 하면 바로 이행하는 편이다. 그런데 멋있는 타투는 하고 싶지가 않았다. 의미 있는 타투가 하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트라이벌 타투라는 장르를 알게 됐다. 인도네시아에 멘타와이라는 부족이 있는데 그쪽 문신을 레퍼런스로 두고 타투이스트분께 보내드렸어요. 그분이 그걸 재해석을 하고, 내 팔에 있던 다른 문신을 보고 이것과 잘 어울리게 해 주셨다. 틀릴 수도 있지만 내가 공부한 바에 의하면, 멘타와이라는 부족은 자연 속에 사는 부족이다 보니 자연의 무늬를 몸에다가 새긴다고 하더라. 그런데 마침 내가 몸에 풀 같은 걸 계속 심고 싶었다. 그래서 이거다 싶어서 의뢰를 했고, 디자인을 받았을 때는 두세 달 정도 그냥 보면서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막 ‘와우’ ‘어메이징’ 이런 것보다는 그냥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내 속으로 좀 녹아든 것 같을 때 작업을 진행했다. 큰 의미라기보다는 자연을 내 몸에 그냥 담자는 상징 같은 거다. 직감적으로 평생 가지고 있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지가 많다.

켄: 크롬하츠를 원래 좋아한요. 예전에 어머니랑 십몇 년 전에 어디 사진 공모전 같은 데에서 그랑프리를 해서 파리에 사진을 찍으러 갈 수 있는 것에 당첨이 됐다. 그때 돈을 많이 지원받았는데, 그때 남은 돈으로 뭔가를 기념하기 위해서 반지를 하나 샀다. 그래서 이 반지 안에는 어머니를 파리에 모시고 가고 배낭여행도 하고 했던 추억이 담겨있는 거다. 스타일적으로도 크롬하츠가 다른 브랜드랑 다르기도 하지 않나. 은이라는 게 유행을 안 타기도 하고. 그래서 타투처럼 습관적으로 내 몸에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끼고 다닌다.


Editor | 장재혁
Interviewer | 이치호
Photographer | 이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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