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한기가 도는 공기에 2024년이 저물어 가는 것이 체감되는 요즘. 2025년을 한 달도 채 남겨 두지 않은 지금 올해를 돌아보면, 두 브라질리언 재즈 거장 헤르메토 파스코알(Hermeto Pascoal)과 밀톤 나시멘토(Milton Nascimento)가 각자 신보를 냈고, 존 맥러플립(John McLaughlin), 조디 그립(Geordie Greep), 에이지 쿡(A. G. Cook), 컬츠(Cults), 혁오와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 백현진 등 국내외 장르를 불문하고 수많은 뮤지션들이 앨범을 발매하며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사막, 사하라에서도 마찬가지. 2024년 사하라 사막에서 수많은 앨범이 발매되었고 현재진행 중이다. 그중 사하라 유목민 투아레그족(Tuareg)의 전통 음악과 블루스 록이 혼합된 음악인 데저트 블루스 앨범들도 다수 발매되었다. 이 중 데저트 블루스 신(scene)뿐만 아니라 록 신을 뜨겁게 달군 5가지 앨범을 소개한다.
Tinariwen – [Idrache (Traces of the Past]
데저트 블루스라는 장르를 개척한 밴드 티나리웬(Tinariwen)의 12집 [Idrache (Traces of the Past]. 현란한 솔로잉이나 다이나믹한 곡은 없지만, 티나리웬이 여지껏 보여줬던 그들만의 리듬과 그루브를 살린 인스트루멘탈 위에 휘날리듯 읊조리는 보컬로 담백하게 앨범을 완성했다.
티나리웬이 12번째 앨범을 내기까지의 여정은 험난했다. 과거 티나리웬이 결성되기 전, 소수민족 투아레그 출신인 티나리웬의 멤버들은 정부로 인해 강제징용을 당하며 군에서 만나게 된다. 그들은 해방 후 음악을 만들자는 약속을 한다. 이런 정부에 맞서 반란군을 조직한 투아그레족은 자유를 얻어냈고, 마침내 티나리웬이 결성되어 그들만의 음악이자 정체성인 데저트 블루스를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자유는 얼마 가지 못 했다. 이슬람 급진 세력의 외압으로 인해 티나리웬의 멤버가 구속되는 등 음악 활동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정부의 압박에 저항하며 아픔과 자유를 노래했던 티나리웬. 마침내 완전한 자유를 얻은 티나리웬과 투아레그족의 염원은 데저트 블루스라는 하나의 장르로써 전 세계에 울려 퍼지고 있다.
Etran de L’aïr – [100% Sahara Guitar]
[100% Sahara Guitar] Etran de L’aïr의 인기곡 “Imouha”가 수록된 앨범이다. “Imouha”의 뮤직비디오가 여러 SNS에서 바이럴 되며 Etran de L’aïr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데저트 블루스 밴드가 되었다. “Imouha” 뮤직비디오는 크로마키를 이용하여 Etran de L’aïr의 멤버들의 재치 있는 모습을 사막의 풍경과 함께 담았다. 현재 “Imouha” 유튜브 뮤직비디오는 118만 뷰를 기록했다. [100% Sahara Guitar]는 빠른 박자의 연주에 데저트 블루스 특유의 리듬과 유연한 변주가 사운드적 재미를 주는 앨범이다.
Mdou Moctar – [Funeral for Justice]
사하라의 지미 헨드릭스 엠두 막타르(Mdou Moctar)의 9집 [Funeral for justice]. 펑키한 사운드의 데저트 블루스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엠두 막타르의 모래 냄새나는 기타 솔로를 즐길 수 있는 앨범이다. 또한 엠두 막타르의 밴드에서 드럼과 퍼커션을 맡고 있는 술레이마네 이브라힘(Souleymane Ibrahim)의 그루브가 엄청나니, 그의 연주를 집중해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엠두 막타르는 내년 2월 28일 [Funeral of Justice]의 후속 앨범인 10집 [Tears of Injustice]를 발매할 예정이다. 엠두 막타르의 9집을 들으며 조만간 발매될 10집을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지.
Tarwa N-Tiniri – [Akal]
모로코의 6인조 데저트 블루스 밴드 타르와 엔티니리(Tarwa N-Tiniri). 2012년에 결성된 타르와 엔티니리는 올해 발매된 [Akal]을 포함해 정규 앨범이 2개밖에 없지만. 10여 년의 활동기간 동안 꾸준히 싱글과 EP를 발매하며 두터운 팬층을 지니고 있다. 타르와 엔티니리의 2집 [Akal]은 합창, 전통 악기를 포함한 다양한 인스트루맨탈로 풍부한 사운드로 구성된 곡들을 수록한, 빅밴드 음악이 연상되는 웅장한 느낌의 데저트 블루스 선보인다.
Meteor Airlines – [Agdal]
멜로디컬한 기타 리프를 가미한 거친 메탈 사운드로 재해석한 데저트 블루스를 선보이는 모로코의 밴드 메테오 에어라인스(Meteor Airlines). 1집 [South by Southeast] 발매 후 8년 만에 선보이는 메테오 에어라인스의 2집 [Agdal]. 메테오 에어라인스는 이번 앨범에서도 그들의 스타일을 잘 살린 수록곡들로 앨범을 구성했으며, 4번 트랙 “Agdal”을 제외한 모든 트랙에 서사가 담긴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앨범을 한 편의 영화처럼 구성했다.
거장부터 새로운 스타들까지, 2024년 데저트 블루스 씬은 음악적으로 풍성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필자가 선정한 앨범 외에도 많은 데저트 블루스 뮤지션의 앨범이 나왔고, 데저트 블루스 뮤지션들이 많은 페스티벌에 올라갔고, NPR, KEXP, BBC 등 세계적인 매체에 노출되며 데저트 블루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국적인 음악의 색채와 타 장르와의 결합이 주는 신선함에 리스너들이 사로잡혔을 것이다. 새로운 사운드를 탐닉하고 아프리카 음악에 관심 있는 이라면 데저트 블루스를 들어보자.
이미지 출처 | Tinariw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