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Nintendo)’의 마스코트 마리오. 1985년 9월 13일,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Super Mario Bros)”의 출시 이후 지난 40년 동안 우리 곁을 함께한 친구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 게임의 누적 판매량이 무려 5억 장 이상. 그야말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상징적인 게임 캐릭터로 자리 잡은 마리오의 모험은 이제 널리 알려져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고전적인 동화 모험담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다.
그리고 어연 시간은 흘러 2025년, 마리오는 첫 시리즈 발매로부터 40년이 흘렀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무엇이 준비될지 기대하는 게임 팬들의 숫자도 부지기수. 이에 화답하듯 게임 “슈퍼 마리오”의 OST가 바이닐로 공식 출시된다는 소식이 간밤에 알려지며, 게임 음악 팬들의 심장은 뜨겁게 뛰고 있다.

이번에 제작되는 것은 닌텐도가 1991년 더블 CD로 공식 발매한 앨범 [슈퍼 마리오 월드(Super Mario World)]의 바이닐 버전이다. 이 CD는 마리오, 게임 음악사에서도 꽤나 큰 의미를 지니는데, 이유는 동명의 게임 “슈퍼 마리오 월드” 출시를 기념하면서 또한 ‘슈퍼 패미컴(Super Famicom)’의 출시도 함께 기념하기 때문.
1985년 ‘아타리(Atari)’가 몰락한 당시의 닌텐도는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7년 ‘세가(SEGA)’에서 16비트 게임기 ‘메가 드라이브(Mega Drive, SEGA Genesis)’를 출시하며 닌텐도와 세가의 기술 경쟁이 시작됐고, 그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게임기가 ‘슈퍼 패미컴’이었다. 그리고 야심찬 슈퍼 패미컴의 런칭 소프트가 바로 “슈퍼 마리오 월드”였다.

슈퍼 패미컴은 당시 기준으로 최첨단 기술의 집약이었다. 특히 슈퍼 패미컴이 탑재한 16비트 사운드칩 ‘SPC 700’은 기존 패미컴의 8비트 사운드와는 차원이 다른 깊이와 풍성함을 구현할 수 있었다. 마리오 시리즈의 사운드 디렉터 콘도 코지(Koji Kondo). 그는 패미컴의 제약적인 8비트 시대 때부터 사운드 프로그래밍에 도가 텄던 게임 음악계 대가였다. 그런 콘도의 입장에서 ‘SPC 700’ 사운드칩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도구이자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준 캔버스와 같은 존재였으리라.

“슈퍼 패미컴은 과거 게임 음악과의 결별을 상징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였죠. 당시 저는 게임 음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패미컴의 싸구려 사각파 음색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게임 음악’을 상징하는 사운드가 되었지만, 슈퍼 패미컴은 훨씬 더 다양한 톤과 소리를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Koji Kondo (Game Maestro와의 인터뷰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고민도 깊어지는 법이다. 콘도는 슈퍼 패미컴의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의외의 고뇌에 빠졌다고 말한다. 게임 음악을 벗어나 현실의 일반적인 팝 음악까지도 모방 가능한, 새로운 음악 제작 환경에서의 주어진 고뇌. 마침내 콘도는 게임 음악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색을 창조하려는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슈퍼 마리오 월드”의 사운드트랙은 콘도의 깊은 고뇌에 관한 결과물이었다.
실제 악기 소리를 구현 가능한 슈퍼 패미컴의 사운드 환경에도, 콘도는 오직 플레이어가 더욱 모험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만 음악이 역할하길 바랐다. 이러한 이타적인 생각은 “슈퍼 마리오 월드” OST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Overworld Theme”가 다양한 스테이지와 마리오의 상황에 맞게 변주되는데, 이를테면 “Overworld”의 레그타임 변주곡인 “Athletic Theme”는 마리오가 역동적이고 긴박히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주로 등장하며, 마리오가 요시를 타고 있을 때는 봉고가 추가된 버전으로 재생되어 긴박함에 리드미컬을 더한다. 또한 왈츠로 편곡된 “Underwater Theme”는 마리오가 느긋하게 헤엄을 치는 상황에서 재생되어 더욱 느긋하게 물 속을 누빌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세심한 설계 덕분에 플레이어가 마리오의 여정에 감정적으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단순한 배경음악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게임의 흐름과 감정을 잘 전달받길 바라는 콘도의 배려를 담은 게임 “슈퍼 마리오 월드”. 그 사운드트랙을 담은 바이닐이 마침내 최초로, 그것도 공식으로 발매되는 것. 그간 자사의 게임 사운드트랙 바이닐 제작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닌텐도였기에 더욱 가치가 커보인다. ‘워너 뮤직 재팬(Warner Music Japan)’의 주도로 최초 바이닐 제작이 되며 ‘HMV’와 ‘타워 레코드(Tower Records)’에서 선주문이 가능하다. 가격은 ¥11,500, 공식 출시는 4월 말이다.
한편으로 CD에는 “슈퍼 마리오 월드”를 비롯하여 이전의 패미컴 시리즈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트릴로지의 8비트 사운드트랙(가장 널리 알려진 마리오 OST)과 재즈 퓨전으로 편곡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및 “슈퍼 마리오 월드”의 사운드트랙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3장의 LP 또한 동일한 구성으로 준비될 예정.
재즈 퓨전 편곡진 또한 매우 호화롭다. 원곡 작곡가는 콘도 코지, 편곡자는 일본의 도회적인 시티팝 및 재즈 퓨전 신(scene)에서 두각을 드러낸 키보디스트 노리키 소이치(Soichi Noriki)며, 프로듀서로 일본의 전설적인 색소포니스트 와타나베 사다오(Sadao Watanabe)를 맞이하여 녹음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를 마리오 월드 밴드(Mario World Band)라고 명칭했는데, 이 팀을 꾸린 총괄 프로듀서는 스기야마 코이치(Koichi Sugiyama)다. 이하는 필자가 추천하는 재즈 퓨전으로 편곡된 “슈퍼 마리오” 사운드트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