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컬트 서적의 성지, Veins Books

197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행된 팬진 ‘서치 앤 디스트로이어(Search & Destroy)’는 펑크 신(scene)과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 팬진은 그저 음악이나 스타일의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당대의 혼란, 반항, 그리고 미학적 실험을 담아낸 유물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이 정신은 한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베인스 북스(Veins Books)’다.

프로젝트의 설립자인 니콜라 보르톨레토(Nicola Bortoletto)는 앤 드뮐레미스터르(Ann Demeulemeester) 크리에이티브 팀에서 활동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적 관점을 형성해 왔다. 그는 이 과정에서 희귀 서적과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졌는데, 그의 디자인 경력은 베인스 북스의 철학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니콜라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책을 소유하는 행위를 넘어, 그것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책으로 게르마노 셀란트(Germano Celant)의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초판본과 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The Fourth Sex’를 꼽는다. 그에게 이 책들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언더그라운드 미학의 정수를 담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예술 작품’이다.

그는 베인스 북스의 철학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희귀하고 절판된 책을 연구하고 보존하며, 가장 흥미로운 패션 도상학과 서브컬처 미학을 탐구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상점이 아닌, 독립 출판과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베인스 북스가 보유한 자료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와 같다. 특히 추천된 다섯 권의 책은 다음과 같다:

  1. ‘래리 클락(Larry Clark)’의 ‘완벽한 어린 시절(Perfect Childhood)’
  2. ‘스티븐 패리노(Steven Parrino)’의 ‘암흑 물질을 빠져나가라(Exit Dark Matter)’
  3. ‘위르겐 클라우케(Jürgen Klauke)’의 ‘나와 나(Being and I)’
  4. ‘하인츠 시불카(Heinz Cibulka)’의 ‘니체의 행동과 슈바르츠코글러(Nietzsche’s Action and Schwarzkogler)’
  5. ‘테리 리처드슨(Terry Richardson)’의 ‘세상아 엿 먹어라(F*** the World)’

니콜라 보르톨레토는 베인스 북스를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닌, 경험의 장으로 구상했다. 책을 통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예술가, 큐레이터, 디자이너 간의 대화와 협업을 통해 더욱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잊혀가는 물성의 아름다움을 되살리며, 희귀 서적과 지하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성지를 제시한다.

작년 10월, 밀라노 비아 프리울리(Via Friuli) 8/A에서 열린 첫 팝업 스토어는 베인스 북스의 철학을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한 시도였다. 이어 올해 패션 위크 기간과도 겹치는 1월 18일부터 26일까지 밀라노 비아 로도비코 일 모로(Via Lodovico il Moro) 1의 세탄타벤티두에(7022) 공간에서 두 번째 팝업 스토어가 진행 중이다. 그 사이 영감을 찾고 싶다면,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그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탐색해 보자.

Veins Book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Veins Books, Riccardo Meroni

박채린
E il naufragar m'è dolce in questo m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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