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스케이트 신의 버팀목, Riot Skateshop

스케이트보드 문화 속 로컬의 의미는 뭘까? 지금껏 여러 스케이터를 만나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았던 단어, ‘로컬’. 과연 그 지역적 특성이 그들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Scene)과는 또 다른, 조금 더 끈끈한 무엇이었던 것 같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라이엇 스케이트숍(Riot Skateshop)에서 그에 대한 힌트를 찾았다. 인터뷰를 위해 모인 라이엇 식구는 대화 내내 ‘로컬’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그 어느 숍보다 끈끈한 그들의 응집력을 엿볼 수 있었다. 2024년 10년을 지나, 올해로 다시금 새로운 출발선에 선 인천 유일의 스케이트 숍 라이엇과 한바탕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2019년 인터뷰 이후 6년 만이다. 그동안 라이엇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김경호(이하 김): 온라인, 오프라인 스토어를 새롭게 꾸몄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가 진행했지. 그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아, 그리고 라이엇의 팀원이 한층 젊어졌다는 것.

10년이 지나 이제는 한국 스케이트보드 신에 탄탄히 자리 잡은 것 같은데. 

한태영(이하 한): 겉보기에만 그렇지, 사실 큰 변화는 없다. 하하.

김: 아마, 우리가 5주년을 맞았을 때 VISLA 매거진과 인터뷰했던 것 같은데. 그 뒤로도 규모는 그리 커지지 않았다. 전보다 해외 거래처가 좀 늘고, 디스트리뷰션도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리뉴얼 전 웹사이트에서 숍의 비디오와 이벤트 아카이브를 볼 수 있었는데, 사라진 게 아쉽다.

한: 리뉴얼할 때 외부의 도움 없이 우리끼리 진행하다 보니 능력의 한계에 부딪혔다. 우리도 다시 살리고 싶지. 안 그래도 우리 아카이브를 보여줄 수 있는 페이지를 새로 제작해 보려 한다. 라이엇의 아카이브는 우리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도 남아 있고.

지금까지 무수한 숍 비디오를 공개하지 않았나. 계속해 스케이트 비디오를 선보일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김: 이 질문은 라이엇의 필르머인 정재현이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재현(이하 정): 라이엇과 함께한 지 이제 1년 정도 됐는데, 팀원과 함께 지내며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꾸준히 스케이트 필름을 만들어왔던 라이엇이기에, 필르머로 합류한 나도 뭔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름 책임감 있게 촬영에 임했지. 무엇보다 촬영을 마친 후 다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는, 그런 회식 아닌 회식 같은 자리가 즐거웠다.

한: 스케이트 비디오는 라이엇 스케이트 숍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게 우리를 가장 잘 증명할 수 있으니까. 1년에 한 편씩 팀 비디오를 내자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계속 실천해 왔을 뿐이다.

송근엽(이하 송): 스케이트 비디오는 스케이터가 스케이터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1년에 한 편, 말이 쉽지 분명 고된 일이다. 누군가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고, 이것 때문에 스케이트보드를 그만두고 싶었던 친구도 분명 있었을 거다. 그럼에도 지금 팀원으로 있는 어린 친구들, 그리고 나처럼 오랜 시간 스케이트보드를 탄 이들 모두 스케이트 비디오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 언젠가 온전히 스케이트보드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기량도 조금씩 꺾이겠지. 그래도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에 행복을 느끼고, 팀원과 어울리며 보드 타는 것, 그 자체가 원동력이 아닐까.

그렇게 작년 10주년 기념 비디오 “데페이즈망(Dépaysement)” 시사회를 개최했다.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시간이었을 텐데, 지난 10년을 돌이켜 본다면.

김: 10년을 존버한 우리의 기념비적인 기록물이라고 생각한다. 필르머 재현이를 비롯한 영블러드를 주축으로 완성된 필름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인천을 벗어나 서울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기술적으로 훌륭하거나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는 비디오는 아니지만, 그냥 우리를 보여주는 영상을 찍고 싶었고, 그 의도에 부합한 결과물이 나왔다.

한: 사실 우리 로컬이 아닌 곳에서 시사회를 진행하는 게 처음이라 걱정을 좀 했다. 그래도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 줬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송: “Dépaysement”을 촬영하며 가장 특별했던 건 결국 모두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탔던 이들이 각자의 삶에 바빠 스케이트보드와 멀어졌지만, 10주년이라는 타이틀 아래 한데 모이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정: 10분이 넘어가는 분량의 풀랭스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힘들었지. 생각했던 것보다 일정도 빡빡하고 촬영 외 다른 일도 병행해야 하니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고생 끝에 세상에 나온 결과물을 보니 정말 뿌듯하더라. 

노진명(이하 노):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제일 컸다. 스케이트 비디오는 곧 스케이터로서 나를 증명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촬영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노: 촬영 뒤의 술자리!

김: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는 말과 너무 상반되는데…

노: 그런 동기도 분명히 있었지만, 나에게는 촬영 후의 술자리가 너무 자극적이었다. 

송: 촬영하러 돌아다니는 그 순간이 즐거웠다. 나이가 들면서 어렸을 때처럼 길거리에서 무작정 보드 타는 게 좀 꺼려지더라. 괜히 민망하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런데 어린 친구들과 함께 촬영하면서 스팟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내가 마치 20대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젊은 친구들에게 에너지를 얻는 거지.

비디오를 촬영하며 정한 룰 같은 게 있었나? 인천 로컬이니 인천 스팟에서만 촬영해야 한다든지.

정: 부천에 살고 있지만, 경인 지역보다는 서울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자주 탔다. 내 또래 스케이터도 서울에서 많이 만났고, 인천 스팟을 조명하기보단, 서울이나 다른 지역 스팟을 돌아다니며, 다양하게 담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김: 인천 로컬이니 인천만을 부각하는 건 이제 끝난 것 같다. 이전 비디오에서 충분히 보여줬고. 이제는 라이엇으로서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려 한다.

중고등학생이었던 팀 라이더가 성인이 되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송: 그게 되게 재밌다. 기쁘기도 하면서도 묘한 감정이 들지. 라이엇 라이더 중 한 명인 동혁이 같은 경우에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팀에 합류해 올해 막 성인이 됐다. 보드도 빡세게 타고 훈련도 열심히 하는 그 어린 친구가 어느덧 한 테이블에서 같이 술 마시고 있다는 게 놀랍다. 

라이엇은 세대 간의 화합이 유독 잘 이루어지는 것 같은데,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송: 그건 내가 잘 알고 있다. 나는 인천 출신이 아닌 대전 출신으로 이전에도 서울에서 보드를 타며 다른 스케이트 숍 스폰서로 활동했다. 이런 입장에서 내가 먼저 라이엇에 들어가고 싶다고 제안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의 단합력이었다. 스케이트보드의 본질 자체가 서로 어울리고, 같이 길바닥에서 구르며 성장하는 것 아니겠나. 그 원초적인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유일한 숍이 바로 라이엇이다. 형제애가 남다르다. 처음에는 손님으로 왔던 친구가 우리끼리 어울려 노는 걸 보고는 흥미를 느껴 호미가 되는 경우도 많다.

정: 확실히 서울에 비해서 숍 호미가 되기 편하고 쉽다. 사장과 손님 관계보다는 한 무리의 친구로 지낸다. 

김: 놀러 오는 친구들이 기본적으로 영업을 할 줄 안다. 우리가 없어도 손님이 찾는 물건을 창고에서 꺼내와 결제까지 해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하.

송: 이게 인천 스케이트보드 신의 특징이 아닐까? 수도권이지만 또 아닌 듯하고, 서울과 가깝지만, 먼 그 거리감이 인천인의 끈끈함을 만들어냈다.

긴 시간 스케이트 숍을 운영하며,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나 디자인의 트렌드 변화 또한 느꼈을 텐데.

한: 확실히 디자인의 범주가 이전에 비해 더욱 다양해졌다.

김: 매년 유행하는 브랜드가 있지 않나. 우리 입장에서도 그런 브랜드를 들여오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이걸 10년 동안 해보니 오히려 브랜드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게 더 어렵다. 결국, 스케이터가 물건을 사야 하는데, 스케이터도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걸 잘 아니까. 우리도 새로운 브랜드를 찾는 일에 조금은 지쳐 있는 시기인 것 같다.

바깥에서 봤을 때는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하는 브랜드를 빠르게 가져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한: 다임(Dime)을 한국에 가장 먼저 소개하기는 했지. 그게 소비자에게 판매로 이뤄지고, 또 다른 브랜드를 찾아 들여오는 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 지칠 때가 많다. 그래도 항상 세계적인 흐름을 빠르게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PB 제품 역시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데, 이쪽은 사정이 좀 어떤가.

한: 팀 라이더에게 입히고 싶어 자체 굿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라이엇만의 색이 담긴 그래픽이나 제품을 꾸준히 출시해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고. 매출에 엄청 도움이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로컬 친구들이 꾸준히 서포트해 주고 있다. 

최근 포스티스(POHS-TIHS)와 함께 협업 컬렉션도 선보이지 않았나. 

김: 우리가 먼저 포스티스에게 제안했다. 라이엇을 시작하기 전부터 옥근남 디자이너의 오랜 팬이었거든. 다행이도 포스티스 측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와 일사천리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포스티스가 생각하는 스케이트보드 패밀리를 그려줬고, 이 그래픽을 바탕으로 티셔츠와 크루넥, 크로스백을 만들었다. 

로컬 스케이터를 위해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 라이엇 비디오 시사회뿐 아닌 다른 브랜드나 숍의 스케이트 비디오 프리미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문화재단과 협력해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라이엇 단독 이벤트도 많이 했는데, 그 뒤로 자체 행사를 많이 못 한 게 아쉽지.

김: 우리도 라이엇만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은데, 열심히 준비해 운영해도 그 효과가 미미해 힘이 빠질 때가 많다. 물론, 이벤트를 열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얻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지만, 이게 또 매출로 이어지는 것과는 다른 문제거든.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벤트에 대한 불씨가 쉽게 피어나지 않는 거지. 준비하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고.

송: 예전에는 로컬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지는 게 컸다. 스케이트보드를 배우고 싶으면 스팟에 가서 스케이터 무리와 어울리고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친구가 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것 같다. 굳이 로컬을 찾아갈 이유가 없어진 거지. 그런 방법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친해진 무리가 어느새 고인 물이 되어 버렸다. 무엇보다 인천 로컬 스팟이 사라졌다. 그게 커뮤니티가 축소된 가장 큰 요인이지. 숍에 방문한 손님이 인천에서 탈 만한 스팟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마땅히 추천할 만한 장소가 없다.

스팟이 사라지기 전에는 어디서 많이 탔었나.

한: 부평역이나 인천 문화예술회관이 가장 큰 스팟이었고, 우리도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송: 부평역은 여기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스팟이어서 숍을 오가며 자주 들를 수 있는 곳이었다. 바닥 공사 후에는 보드를 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지. 인천 문화예술회관도 민원으로 계속 킥아웃당하면서 이제는 찾지 않게 됐다. 인천 스케이터 인구가 많아 지자체에 공식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럴 만한 규모가 되지 못하다 보니 점점 밀려나는 실정이다.

스케이트보드라는 영역은 ‘로컬’이라는 의미가 특히나 강한 것 같다. 그 끈끈함이 좋을 때도 많겠지만, 반대로 부담이 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김: 어쩌다 보니 ‘인천 스케이트보드는 곧 라이엇’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스케이트보드를 다루는 여러 숍이 생기고 없어지는 와중에 우리가 끝까지 버틴 거니까. 인천만의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지금껏 해낸 것이 더 많으니 이대로 쭉 밀고 나가보려 한다.

노: 로컬 스케이터의 입장에서 라이엇이 계속해 버텨줬으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내 다음 세대도 서포트 받으며 보드를 꾸준히 탈 수 있게끔 지원해 주는 로컬 숍의 존재가 정말 소중하다. 

올림픽에서 스케이트보드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스케이트보드 신이나 숍 운영에 눈에 띄는 변화가 좀 있었나.

송: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후 부모님의 입회 아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어린 친구가 많아졌지. 내가 어릴 때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 자체가 굉장히 특수한 케이스라 스케이터가 어디서 모이고, 어떻게 정보를 얻는지 아는 게 쉽지 않았다. 요즘에는 부모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알아봐 주지. 스케이트보드는 스포츠 이전, 문화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로컬 스팟에 끼리끼리 모여 어울리는 모습이 이제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 메달을 목표 삼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문화적인 색깔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 올림픽이 스케이트 숍 매출로도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숍을 운영하는 처지에서 체감하는 건 크게 없다. 스케이트보드 인구는 확실히 많아졌다. 그런데 그만큼 숍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것 역시 늘어났지. 이제는 로컬 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트릭을 배우는 것보다는 유튜브를 보고 혼자 트릭을 익히더라.

송: 로컬에서 스케이트보드를 배우는 게 실력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그 선택지가 많아진 거지. 사실, 유튜브 영상으로 트릭을 배우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직접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르다.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더라도 로컬 스팟에 가 스케이터에게 먼저 다가가고 친해지는 과정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앞서 얘기했지만, 스케이트보드는 하나의 문화다. 흔히 말하는 서브컬처, 코어컬처를 경험하고, 이를 표출할 창구를 찾는 행위가 중요하다. 스포츠는 경쟁에 더 가깝지 않나. 지금 스케이트보드 신은 새로운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스케이트보드를 문화로 접근하는 사람과 스포츠로 접근하는 사람으로 갈리는 길목에 서 있지.

라이엇의 스케이트보드 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어떤 방법으로 지원하는지도 궁금하다.

송: 필르머 한 명과 라이더 여섯 명, 총 일곱 명이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드 굿즈나 라이엇 PB, 그리고 디스트리뷰션 브랜드를 지원하고 있다.

김: 정식 라이더지만, 계약서 한 장 쓰지 않는다. 하하. 활동에 대한 부담도 주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개인 인스타그램 피드에 주기적으로 보드 영상을 올려야 한다든지, 태그를 달아야 한다든지 하는 흔한 조건도 없다. 

별다른 제약이 없는 게 놀라운데, 라이엇이 지향하는 스케이트보드 문화나 태도와도 맞닿아 있는 건가.

송: 체계적인 시스템도 좋지만, 서로 자유롭고 즐겁게 타는 게 우선이다. 숍의 입장보다는 형들의 마음으로 지원하는 거지. 열심히 타고, 또 잘 타는 동생들 보면 보드를 사서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까.

한: 마음 같아서는 금전적인 부분까지도 지원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것까지는 어려우니 가능한 여건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려 한다. 로컬 스케이터 서포트가 라이엇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니까.

피크닉 테이블 잼, 언더시티 프로젝트 등 다양한 로컬 이벤트를 열기도 했는데.

한: 근방에 유명한 부평 지하상가에서 팝업 부스를 하면서 스케이트보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한다. 스케이트보드를 타지 않는 사람들이나 관심 있는 젊은 세대를 공략할 좋은 기회라고 여겨 여러 이벤트를 기획했다.

지자체, 문화재단과의 협업도 종종 진행했다, 공공기관과의 협업에는 제약 또한 잇따르지 않나.

송: 제약, 물론 너무 많지. 아무래도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익숙지 않은 분들과 업무를 하게 되니 소통이 쉽지 않다. 도저히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없는 바닥에서 이벤트를 열자고 한다거나, 도저히 불가능한 트릭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하하. 100% 우리가 의도한 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래도 최대한 라이엇의 색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스케이터가 즐길 수 있는 이벤트로 운영하려 노력한다.

그간 진행한 이벤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송: 인천 가좌동에 코스모화학 공장단지라는 곳이 있었다. 공장이 문을 닫고 오랜 시간 폐공장으로 남아 있었는데, 공장 부지 주인과 연결되어 이곳에서 스케이트 이벤트를 연 적이 있다. 거친 공장 바닥을 다시 다져서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도록 만들었고, 폐차를 가져다가 기물로 사용했다. 공간부터 기물까지, 반응이 너무 좋았지. 그만큼 고생도 많이 했지만, 정말 보람찼다. 그 후에 공장단지가 코스모40이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뉴얼 되었고, 공사가 끝난 뒤 깨끗해진 공간에서 다시 한번 진행한 이벤트가 ‘인천상륙작전’이다. 평범한 스케이트보드 대회가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접근한, 정말 신선했던 이벤트였지. 스케이트보드 행사 중간에 공연을 넣은 건 우리가 최초일 거다.

한: 반스에서 진행한 반스 숍 라이엇 콘테스트도 기억에 남는다. 운 좋게 두 번이나 당선되어 해외도 가보고, 프로 선수의 스케이팅도 구경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앞으로 10년, 라이엇의 목표가 있다면.

한: 스케이트보드 파크를 가진 숍이 되는 것.

김: 그때까지 살아남아야지.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Editor │오욱석, 윤태현
Photographer │조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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