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VISLA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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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keshop In Seoul

조PD도 반한 동네 이태원은 춤꾼들이 집결하던 90년대부터 ‘파티’문화가 급부상한 요즘까지 항상 다채로운 바이브가 넘실대는 곳이다. 여러 인종의 외국인들이 뒤섞여 거리를 활보하고 성소수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각기 다른 규모와 분위기의 클럽,라운지가 즐비해있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하여 한국의 그 어떤 지역보다 독특한 색깔이 입혀진 이태원은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홍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해밀턴 호텔을 기준삼아 약 1Km반경으로 B1, Mystic, Glam, Venue와 같은 다수의 클럽이 존재하는데, 이들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클럽이 있으니 이름 하여 케익샵(Cakeshop)이다. 지난 WV6에서 언급했던 믹스처 라운지(Mixture Lounge)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케익샵은 Gibbs와 Sam을 주축으로 캐나다 출신의 외국인들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소규모의 클럽이다. 빨간색 네온사인이 인상적인 이 곳은 작년 9월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 파티씬의 두 개의 기둥인 360Sounds와 데드엔드 뿐만 아니라 Superfreak Records, Imetmusic, Foundation Records와 같은 소규모 레이블의 아티스트들이 클럽 측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신선한 클럽의 이미지를 쌓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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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의기투합해 차린 곳이라 그런지 과거의 뉴욕 클럽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물론 가보진 않았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곳에서 플레이 되는 음악의 장르 역시 기존의 클럽에서 듣기 쉽지 않았던 UK Garage, Dubstep을 비롯한 Bass Music과 좀 더 매니악한 성향의 힙합과 일렉트로 뮤직들이다. ‘족보’있는 노래들만 줄창 나오는 클럽에 지친 이들의 귀를 호강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해외 아티스트를 데려오는 그들의 섭외력 또한 눈여겨 볼만한데 Just blaze, Mykki Blanco, Para One, Dumbfoundead 등 굵직하면서도 독특한 아티스트들이 내한했고 그들이 관객들과 밀착하여 호흡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었다. 케익샵을 즐겨 찾는 이들도 그 부류가 다양하다. 오픈 초창기에는 다양한 외국인을 비롯해 음악 마니아, 아티스트와 관련된 지인들이 주를 이뤘지만, 요새는 비교적 클럽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분위기에 젖어드는 듯하다.

다만 케익샵의 작은 공간은 많은 수용인원의 편의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한 점을 많이 안고 있다. 이 곳에서는 조금만 사람이 많아져도 손님들이 꾸겨져 버린다. 더욱이 환기 시설조차 쾌적한 수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클럽을 제대로 즐기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뒤엉켜서 끈적하게 노는 것이 클럽의 백미라고 말하는 이들은 전혀 문제 될 일이 없지만 모두가 그들처럼 느끼는 것은 아닌 듯하다. 따라서 갈수록 증가하는 케익샵의 인기에 비례해서 불쾌감 또한 증가한다. 필자 또한 퇴근시간의 지하철 2호선을 능가하는 번잡함 때문에 발걸음을 돌린 적이 수차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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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곳이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클럽이라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것에 거부감이 든다기 보다는 Cakeshop 같은 자유로운 국내 클럽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클럽은 DJ들에게 상당히 야박한 편이다. 얼마 전에 내한했던 The XX의 Jamie XX가 클럽 옥타곤에서 20분만에 쫓겨났다고 들었다. 한국의 DJ들은 자신의 믹스셋을 클럽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유를 부여받기에 어려움이 있다. 자유롭고 창조적이어야 할 음악의 영역에서조차 우리나라는 수직적인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은 이태원의 클럽은 아티스트들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다. 케익샵은 DJ들에게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지 않는다. 매주 다양한 컨셉의 파티를 아티스트와 클럽측이 자유롭게 협의해서 진행한다. 따라서 작년 가을에 영업을 시작한 이후로 그들은 케익샵을 거쳐 갔던 수많은 음악인들과 함께 케익샵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닌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많은 이들이 중도 포기하거나 색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그게 뭐 대수라는 듯, 낯선 나라에서 척척 잘 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살짝 샘이 나기도.

현재 Cakeshop을 통해 Swerve & Lean, Strictly Vinyl, Total Recall 등 다양한 크루의 파티들이 매 주 열리고 있다. 그들이 수놓는 음악의 향연에는 ‘죽어 있는’ 파티 튠이 만연한 기존 클럽들과는 달리 각각의 곡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아티스트와 관객이 땀흘리며 함께 호흡하는 이 곳은 그야말로 ‘놀러 가는’ 곳이다. 검정색 원피스를 맞춰 입고 까마귀 떼들 마냥 열 맞춰 서있는 여성들이 모여 있는 클럽이 아니니 괜히 쭈뼛거릴 필요 없다. 좀 더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바보’가 된 마냥 춤추고 놀다 보면 당신은 이제 이 곳에서 발걸음을 떼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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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가을, 힙합 재도약하나.

우리나라에 페스티벌 문화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6년경으로 기억한다. 당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해가 갈수록 인기를 얻었으며 점차적으로 락 페스티벌 타이틀을 표방한 이벤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을 타며 일렉트로닉 페스티벌 또한 상당수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2013년 가을 현재, 우리는 상당한 숫자의 힙합 페스티벌, 혹은 많은 랩퍼들을 대동한 이벤트 들을 확인 할 수 있다.

최근 매스컴에서 힙합이 다시 유행을 할 것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데, 다수의 힙합 페스티벌과 행사가 이러한 현상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국내랩퍼들+에이샙라키&켄드릭 라마가 유행을 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들을 비하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국내 랩퍼들이 많은 인기를 얻기까지 쏟은 그들의 노력에 대해서는 모두들 박수를 쳐 주어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더구나 방금 언급한 국내 랩퍼라 함은 랩발라더들이 아닌 힙합을 하는 랩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졌기 때문에 현재 그들의 인기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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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소위 말하는 ‘뜨는’것들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경우, 반짝 유행에 자본이 대거 몰려 단기간에 단물이 너무나도 쉽게 빠지는 것을 자주 보아왔기 때문에 이러한 시기가 휩쓸려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히 문화 자체에 집중하기보단 트렌디하고 단기적인 문화 현상의 빠른 회전에 대해 조심해야 할 것이다. 스냅백과 조던등 미국 본토의 힙합 패션에서 뿌리를 둔 아이템들이 강세를 띄는 현재 상황이 이러한 예 중에 하나이다. 스냅백과 조던의 유행으로 몸에 딱 붙는 셔츠와 댄디(Dandy)함을 추구하던 이들의 스타일에 새로운 대안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그 것은 단순히 패션의 한 부분일 뿐, 문화적인 요소가 결여되어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힙합을 사랑하는 팬의 입장에서 이 문화만이 진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한쪽으로 편중되는 성향이 너무나도 강한 대한민국의 문화가 좀 더 다양한 옵션의 선택권을 대중들에게 준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국내 랩퍼들과 패션 아이템들의 인기가 더 많은 이들을 매력적인 힙합 문화의 세계로 인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각종 패션 커뮤니티와 웹진에서 조던의 발매 시기를 검색하기 보단 패션 이외의 문화적인 요소들을 찾아보자. 듣자하니 VISLA라는 사이트에 재미난 것들이 많다던데 이 곳에 접속해 본 적이 있는 이들은 여기저기에 널리 알려주면 고맙겠다.

 

글쓴이: 권혁인/ 최장민

이미지: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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