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Playlist: 긍정쏭

긍정쏭플레이리스트

우리는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한다. 학생이나 직장인이나 백수나 살기 팍팍한 건 매한가지. “다 잘 될 거야”라는 위로를 구하기 보다는 차라리 하루쯤 아무 생각 없이 ‘긍정쏭’을 즐겨보는 것이 어떤가.

오늘 가장 좋게 웃는 자는 역시 최후에도 웃을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1. Michael Jackson – Love never felt so good

작년에 잠시 담배를 끊은 적이 있다. 금연을 시작하면서부터 체중이 늘어나고, 자괴감이 밀려왔다. 일종의 우울증 비슷한 걸 경험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방구석에 처박혀 소셜 미디어를 확인하던 중, 마이클 잭슨의 “Love Never Felt So Good”을 우연히 접했다. 그야말로 뇌에 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베이스는 심장을 쳐댔고, 경쾌한 멜로디는 내 몸을 들썩이게 했다. 그 노래를 계기로 나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담배도 다시 피운다. 그 날, ”Love Never Felt So Good”을 듣지 않았다면 난 아직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 마이클 감사합니다. 당신은 하늘에서마저 사람을 이렇게 행복하게 하네요.”

/ 김지수, 리복 크로스핏 슈퍼바이저

 

 

2. Dan Deacon – Okie Dokie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친구들이 있다. 평소에 굳이 연락하고 지내지 않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그런 친구 중 한 명이 어느 날, 내가 좋아할 거 같다며 뜬금없이 어떤 웹 사이트 주소를 하나 보내줬다. 나는 평소에 여러 가지 영상을 찾아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 친구가 보내준 사이트에는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영상들이 가득했다. 사실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그즈음 여러 가지 일로 머리가 많이 복잡했던 시기여서 그런지 무심한 메시지와 함께 보내준 그 웹 사이트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Okie Dokie” M/V를 통해 Dan deacon이라는 아티스트를 알았다. 이 곡을 시작으로 Dan Deacon에 관련된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어느새 그의 팬이 되었다. “Okie Dokie”는 뮤지션의 유쾌한 에너지가 담긴 곡이자, 언제나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친구의 고마운 마음이 담긴 최고의 ‘긍정쏭’이다. 일단 뮤직비디오를 보면 같이 발광하고 싶어지는 곡이니까!

글 / 이가람, 프리랜서 모델

 

3. Kamasi Washington – The Rhythm Changes

하루 중 가장 긍정적인 기운이 필요한 시간은 언제일까. 알람을 꺼놓고 마냥 자고 싶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아침에 눈을 떠야만 한다. 매번 똑같은 알람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것 역시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필요한 건 카페인이 아닌 ‘긍정쏭’일지도 모른다. 상위 1%에 속하는 가정은 아침마다 어떤 알람이 울릴까. 긍정적인 기운이 샘솟는 음악 서비스라도 설치되어 있을까? 신선한 음악이 최고의 사운드 시스템에서 흘러나온다면 더는 바랄 게 없겠다.

Kamasi Washington의 2015년 작 [The Epic]의 수록곡 “The Rhythm Changes”는 아침 햇살처럼 눈부시고, 아이셔처럼 쌞콤하며, 아침 새소리처럼 발랄한 곡이다. 오래 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영화 “피구왕 통키”의 오프닝 신(Scene)을 기억하는지. 이 곡은 통키가 이른 아침, 햇살을 가로지르며 바닷가를 달리던 그 장면과 같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한다.

글 / 최장민, VISLA 매거진 디렉터

 

 

4. Shuggie Otis – Sparkle City

6년 전 겨울, 인도로 배낭여행을 다녀와서 그런지 이맘때만 되면 향수병처럼 그곳을 추억하곤 한다. 아마 내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받은 시기가 아닐까 싶다. 보통 시간이 흐르고 나서 ‘지난날이 좋았구나’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그 당시에는 ‘행복하다’라는 감정을 즉각적으로 느끼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행 중 주로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상식선의 편리함, 안전함, 정확함….. 우리가 평소 누리던 여러 가지 편의는 그곳에서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정에 늘 차질이 생기고, 계획이 무의미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로 만들어진 상황이 때론 즐거움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흘러가는 대로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고, 당연시하던 편의를 내려놓으니 평소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는지 절실히 느꼈다. 종교는 없지만 막연한 어딘가에 감사하기까지 했으니.

소개하고 싶은 곡은 Shuggie Otis의 “Sparkle City”다. 여행 중 유독 그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뒤로 젖혀지지도 않는 딱딱한 직각 의자에 앉아 12시간을 이동하는 버스에서 추천곡이 수록된 [Inspiration Information] 앨범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의 연주는 인도 전통악기인 시타르를 떠올리게 한다. 음악을 듣고 있자면 곡 제목처럼 ‘스파클’했던 인도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글 / 홍효경, 주점 ‘이륙’ 대표

 

 

5. Zoo Kid – Baby Blue

Tom Waits 아저씨가 매일 밤 자장가를 불러주던 언젠가ㅡ거칠고 예민한 한 재즈 마초에 대한 환상이 넘쳐났던 때ㅡ 저는 Zoo Kidㅡ뮤지션 King Krule의 다른 이름ㅡ의 “Baby Blue”라는 곡에서 또 다른 위안을 얻었습니다.

어렸을 적, 무뚝뚝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저 침묵이 미덕이고, 할 말이 있을 때 용건만 간단히 전달하시던 목석 같은 분이라는 겁니다. 어머니는 이와 반대로 외동딸을 몇 겹의 치맛바람으로 감싸주셨습니다. 저는 성인이 된 지금도 ‘마마 걸’의 기질이 다분해 어머니에게 많이 의지합니다. 또한, 바다같이 넓은 마음을 가졌고, 강하지만 예민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들에게 연민을 느끼곤 합니다.

혼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살면서 생긴 작은 흉터와 큰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지나 보냈는데, 그것들이 한꺼번에 제게 돌아왔을 때 저는 제 자신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요령이 없던 저는 그저 쓰러지고, 피하고, 숨기 바빠서 결국,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곳에 갇혀있을 때, 제 마음을 위로해준 곡이 바로 “Baby Blue”입니다.

또 다른 아빠가 날아와 나에게 자장가를 들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게ㅡ기억을 잃어버리는 게 익숙해져서 혹은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해서ㅡ 매일 같이 검사를 받을 때, 저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무서움을 달랬습니다. 고통의 시간을 보낼 때마다 함께한 앨범이 몇 개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힘이 된 이 노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의 음악은 어떤 장르를 만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병원에 있던 시간은 이제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 음악은 저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 / 구송이,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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