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bed Presents: Bad Flower Bed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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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베드는 인터넷에 표류하는 한국 음악을 찾아 큐레이팅하는 사이트다. 전자음악부터 힙합, 훵크, 록,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아티스트를 소개함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들이 큐레이팅한 10여 개의 음악을 매달 VISLA Magazine에 소개한다.

 

 

https://soundcloud.com/ppulop/collect-call

1. PPUL – 1541

플로어의 관객을 얼마나 움직이게 할 수 있는가. 댄스뮤직이 지향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그 쾌감을 위해서 복잡한 공식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지난번 소개한 “TUNA GAME”과 마찬가지로 풀(PPUL)의 “1541”은 이를 증명한다. 곡은 각종 샘플로 리스너의 귀를 강하게 내리찍는다. 곡 중간에 들어가는 통화 연결음에서 곡명인 “1541”을 연결지은 이유 또한 단순하지만, 그 단순명료함이야말로 풀이 목표하는 댄스뮤직일지도 모른다.

 

 

2. 8balltown – Ain’t No Party Like An AOMG Party (Bronze Remix)

AOMG는 한국 메인스트림에서 가장 잘 정돈된 힙합 음악을 들려주는 집단이다. “우리가 빠지면 파티가 아니지”라는 제목 역시 트렌드에 관한 자신감을 증명하는 제목. 하지만 브론즈(Bronze)의 리믹스는 조금 다르다. 두드러지는 베이스와 드럼 리듬은 2000년대 초반의 느낌을 되살린다. 이 비트 위에서도 세련된 제이팍(Jay Park), 비트와 잘 어울리는 어글리덕(Ugly Duck)의 클래식한 랩은 또 다른 감상 포인트다.

 

 

3. Nodsgn – All I Wanna Do

섹스송은 흔한 주제다. 그만큼 사용되는 단어나 은유도 흔하다. 노디자인(Nodsgn)의 “All I Wanna Do”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섹스를 노래에 비유하거나,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 표현하는 건 흔한 클리셰지만, 만들어낸 무드는 꽤 성공적이다. 부드러운 선율의 피아노, 노디자인의 훅을 듣는 순간, 여성을 향한 그의 감정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4. Bad Dancer – Viann (JINBO Remix)

비앙(Viann)의 원곡도 주제가 가진 드라마틱한 매력을 잘 살렸다. 하지만 진보(JINBO)의 리믹스는 그 수준이 가히 경이롭다. 팝 브라스가 주도하는 초반부와 오케스트라 세션으로 웅장함을 주고, 어두움을 강조하는 중반부, 피아노와 신시사이저로 쿨다운을 시도하는 후반부까지, 진보의 리믹스는 한편의 뮤지컬 혹은 오케스트라를 연상케 한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라도 일단 재생 버튼을 눌러보자. 각 악기와 코드가 주는 분위기만으로도 알아챌 수 있다.

 

 

5. City Breeze – Jay Park & 기린 (Wekeyz Remix)

앞서 언급했듯 한국 메인스트림에서 가장 트렌디한 아티스트는 제이팍이다. 그런 그가 기린(Kirin)과 손을 잡았다는 건 평소 들려주던 음악과 10년 이상의 시대 차이가 있다는 뜻. 그런데도 둘의 콜라보는 상상 이상으로 잘 어울린다. 이는 위키즈(Wekeyz)의 리믹스에서도 돋보이는 점. 위키즈가 만든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비트는 화려한 제이팍과 기린의 목소리를 단단히 뒷받침한다.

 

 

https://soundcloud.com/grack-thany/nerdwave

6. GrackGrack 008 Nerdwave – Moldy

그랙다니(Grackthany)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한국 힙합의 레프트사이드’라 부를 수 있겠다. 그들은 불편한 문장과 불편한 이야기, 불편한 음악을 끊임없이 공개해왔다. 그 중심에는 몰디(Moldy)가 있다. 몰디의 가사는 냉소를 잔뜩 머금고 있으며, 그 냉소는 대부분 ‘힙합’ 그 자체를 향해있다. 중간에 삽입된 “나도 에이셉 라키(A$AP Rocky)가 될 수 있었다”라는 내레이션은 그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지점. 비트를 쓴 사일러밤(Sylarbomb) 역시 비슷한 성향을 띤다.

 

 

https://soundcloud.com/pinkpigg/project-mikal

7. Mikal – Pigment

광주광역시는 비록 작지만, 지속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많은 도시다. 그중에서도 언씽커블(UNSINKABLE), 언유주얼(UNUSUAL)은 서울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형식을 늘 시도해왔다. 새롭게 등장한 프로듀서 피그멘트(pigment)도 흥미롭다. 퓨처 뮤직이 대세인 요즘인 만큼, 샘플링이 가진 질감을 재현하려는 시도는 드물다. “Mikal”은 이런 흐름과는 반대다. 곡의 진행이나 방식에 있어 과거의 힙합이 가지고 있던 매력을 좋아하는 이가 만들었다는 게 강하게 느껴진다. 비슷한 부류의 음악에 목마른 이가 있다면 “Mikal”은 그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8. SUL – OEO (Feat. YELLA D)

에슈엘(SUL)의 음악은 보컬 톤이나 창법에서 미국 흑인 알앤비가 진하게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연상되는 이는 비 메이저(Bei Maejor)나 제레마이(Jeremih) 같은 류. 그의 믹스테입 [WAVE]의 첫 곡 “OEO”에서 더욱 그 성향은 도드라진다. 옐라디(YELLA D)의 피처링은 겉도는 것 같아 아쉽다.

 

 

https://soundcloud.com/dj_logitech/paralysed

9. DJ LOGITECH – Paralysed

DJ 로지텍(DJ LOGITECH)은 어떤 한국 프로듀서의 얼터이고다. 만약 누군지 궁금하다면 영기획(Young, Gifted & Wack)의 사운드클라우드를 잘 뒤져보자. 이 역시도 일종의 힌트가 되겠지만, “Paralysed”는 몽환적인 신스, 느릿한 보컬로 ‘Paralysed’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이브를 적절히 표현한다. 자신이 우유 주사를 한 대 맞았다고 상상하며 들어보자. 그다지 나쁜 기분만은 아닐 것이다.

 

 

10. Loptimist – Seoul Bossanova (Feat. Paxy)

랍티미스트(Loptimist)란 이름을 들으면 샘플링 위주의 힙합 프로듀서가 바로 연상되지만, 최근 그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곡을 더 자주 선보인다. 그의 사운드클라우드에 있는 “Seoul Bossanova”를 들어보자. 보사노바의 리듬을 사용하고 보컬 또한 장르 음악에 기반을 두지만, 기존 힙합 프로듀서로서의 랍티미스트의 색깔 역시 곡에 짙게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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