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st of adidas’ EQT History

지금 이 순간 마포구 서교동에 자리한 aA 디자인 뮤지엄은 아디다스 이큅먼트(adidas Equipment)를 주제로 하는 ‘속단은금물(No Second Guessing)’ 스니커 전시회가 한창이다. 아디다스의 최신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탄생한 이큅먼트를 축하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아날로그에서 갓 디지털 세상으로 진입하던 8·90년대와 현재의 모습을 한 자리에 모아 그동안 접하지 못한 매우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왜 이렇게 아디다스는 이큅먼트에 힘을 쏟고, 사람들은 여기에 열광하는 것일까? 지금부터 알아볼 이큅먼트의 역사를 하나둘 훑다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와 작별을 고한 뒤, 이제 90년대와 마주한 아디다스의 상황은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 안으로는 브랜드 설립자인 아디 다슬러에 이어 1987년 그의 아들 호르스트 다슬러(Horst Dassler)가 세상을 떠나고, 밖에서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면서 전 세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더욱 거세게 일었다. 여기에 새로운 수익 모델에 투자가 미비했던 아디다스는 다른 스포츠웨어 브랜드에 순식간에 따라잡힐 수밖에 없었다. 타 브랜드가 스포츠 열풍을 타고 승승장구하던 것에 반해 아디다스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은 해가 갈수록 감소했다. 브랜드 역사에 있어 가장 어려운 때를 맞이한 것이다.

 

Rob Strasser (좌) / Peter Moore (우)

그 시기 아디다스는 이 거대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랍 슈트라서(Rob Strasser)와 피터 무어(Peter Moore)를 영입한다. 랍 슈트라서와 피터 무어 모두 나이키(Nike) 출신의 베테랑 마케터 & 디자이너로서, 지금의 이큅먼트가 있게 한 장본인. 이들은 아디 다슬러가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지켜온 철학, ‘선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요구(Needs)를 이해하는 일’을 되새기며 ‘베스트 오브 아디다스(The Best of adidas)’라는 슬로건 아래 이큅먼스를 계획하고, 위기에 빠진 아디다스를 재정비하기 시작한다.

선수들의 최고의 파트너. 1991년, 그렇게 탄생한 이큅먼트는 아디다스 운동화의 본질인 ‘품질’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 실제 제품 생산에도 여러 가지 제한을 두었는데 랍 슈트라서와 피터 무어는 색상과 크기, 로고의 위치 등 소비자들이 다른 것이 아닌 제품 퀄리티에 집중하길 원했다. 또한 대량 생산 방식이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을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포트(Support), 가이던스(Guidance), 레이싱(Racing), 쿠션(Cushion)과 같이 다양한 기능의 이큅먼트 시리즈를 만들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역동적인 모습이 눈에 띄는 이큅먼트 시리즈의 광고

 

그 당시 피터 무어가 디자인한 ‘삼 선 로고(Three Bars Logo)’는 현재 아디다스 퍼포먼스(adidas Performance) 라인의 시발점이 되었다.

 

아디다스 그룹 블로그에 게시된 EQT 팀의 모습. 랍 슈트라서는 1993년, 향년 46세의 나이에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의 묘비 맨 첫 줄에 ‘THE WAY AHEAD IS CLEAR(앞으로 나아갈 길은 분명하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았는지 짧게나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본질에 접근한 아디다스는 브랜드를 위험에서 구하고, 스포츠 시장에서 다시금 우위를 점하며 지난 이큅먼트 시리즈를 환골탈태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GET OUT OF THE COMFORT ZONE’, 랍 슈트라서 묘비에 새겨진 또 다른 문구처럼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은 크나큰 도전이었다.

차세대 이큅먼트 스니커는 색상부터 바꿨다. 오랜 시간 동안 시리즈를 대표하던 초록색을 정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터보 레드(Turbo Red) 색상이 새롭게 자리매김했고, 아디다스의 자랑인 프라임니트(PrimeKnit)는 물론 부스트 솔(Boost Sole) 등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기술을 집약시켜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물론 아디 다슬러에서부터 랍 슈트라서, 피터 무어에 이어 지금까지 지어지는, 이큅먼트의 본질은 유지한 채 말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큅먼트의 정신, 시간이 흘러 외형은 조금씩 변해도 그 태도는 고스란히 남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큅먼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EQT의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제품 몇 가지를 살펴보자.

 

adidas Equipment Racing (1991)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큅먼트 시리즈 중 하나인 adidas Equipment Racing이다. 트레이닝과 러닝군 사이에 자리한 제품으로 메쉬와 가죽 소재를 적절히 배합한 갑피에 발등을 완전히 드러냄으로써 격렬한 활동 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순환시킬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아웃솔에는 당시 아디다스의 주력 테크놀로지였던 토션 시스템(Tosion® System)을 채택, 발 앞쪽과 뒤쪽이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서 더욱 안정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부스트 솔이 등장하기 전까지 EQT Racing은 꾸준히 토션 시스템을 채택했다.

 

adidas Equipment Runing Support 93 OG (2014)

1993년 출시된 adidas Equipment Runing Support의 2014년 복각 버전. 꽤 오랜 시간 침묵을 지켜온 이큅먼트 시리즈가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리게 된 시발점이다. 1990년대 스니커 마니아들에게는 추억의 제품을 다시 만날 기회를, 이후 세대에게는 전설 속 제품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상단의 회/초 색상과 역시 오리지널 컬러웨이인 회/빨이 함께 출시되었다.

 

Overkill x adidas Equipment Racing 93 ‘Taxi’ (2015)

재작년 아디다스 콘소시엄(adidas Consortium) 라인으로 출시된 Overkill x adidas Equipment Racing 93 ‘Taxi’다. 오는 23일 열릴 오픈 소스 토크 시리즈 #TLKS의 패널 중 한 명으로, 마크 로이슈너(Marc Leuschner)가 진두지휘하는 베를린 오버킬 숍(Overkill)과의 협업 제품이며, 택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독일은 살구색을 택시에 사용하는데, 오버킬과 아디다스는 이 색상과 택시를 상징하는 여러 표식에 큰 영감를 받았다.

살구색 나일론 갑피로 제품을 구성하고, 여기에 노랑/검정 택시 표지판을 아디다스 삼선(Three Strpes)과 오버킬 로고에 빗대어 혀끝을 장식했다. 회색 중창은 택시가 다니는 도로를 상징하며, – 마치 도로 위에 택시가 서있을 법한 형상이다 – 제품 뒤축에 빨간색 줄은 미등을 묘사한 것이다. 이렇듯 작은 부분 하나까지 치밀하게 디테일을 살려냈다.

 

Pusha T x adidas Equipment Running Guidance ‘Black Market’ (2015)

역시 재작년 출시된 Pusha T x adidas Equipment Running Guidance ‘Black Market’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겨냥해 택시보다는 약 한 달가량 늦은 11월 27일에 발매했다. 굿 뮤직(G.O.O.D. Music)의 수장, 래퍼 푸샤 티(Pusha T)와의 두 번째 협업 제품으로서, 암시장(Black Market)이라는 콘셉트가 마약상 이력을 가진 푸샤 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올검 바디에 프리미엄 가죽으로 무장해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는 제품과 이에 부합하는 홍보 영상은 더욱 흥미롭다.

 

Palace Skateboards X adidas Originals Equipment Running Support 93 PK (2016)

매시즌 좋은 합을 보여주고 있는 아디다스와 팰리스 스케이트보드(Palace Skteboards)의 협업 컬렉션. 2016년을 마무리하는 달인 지난 12월에 발매되었다. 러닝 서포트 모델에 기반을 두고 아디다스의 어퍼 제조 기술 중 하나인 프라임니트가 사용되었다 – 그래서 제품명에 PK가 붙었다 -.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와의 협업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아디다스 이큅먼트가 가지고 있는 러닝 DNA에 더욱 충실한 모양새다. 영상 속 “Because life is such a mission”이라는 해설처럼 아디다스는 대중에게 이큅먼트 시리즈를 더욱 공고히 하고, 팰리스에게는 스케이트보드 브랜드가 가진 영역 그 이상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평할 수 있겠다.

글 | 백윤범

사진 | 백윤범 / 아디다스 그룹 블로그 / S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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