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베드는 인터넷에 표류하는 한국 음악을 찾아 큐레이팅하는 매거진이다. 전자음악부터 힙합, 훵크, 록,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게 목적이다. 플라워베드의 에디터가 큐레이팅한 10여 개의 음악을 매달 VISLA에 소개한다.
1. 히피는 집시였다 – 한국화
‘히피는 집시였다’는 와비사비룸(WAVISAVIROOM)의 제이플로우(J Flow)와 보컬 셉(Sep)의 그룹이다. “한국화”는 단어 그대로 한국의 꽃을 의미한다. 음악 속 꽃 한 송이를 은유하는 가사와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뮤직비디오는 음악의 의도를 더욱 명확히 선보이니 함께 확인해보자.
https://soundcloud.com/wona-moon/rope-street
2. Wona – Rope Street
“Rope Street” 속 악기들은 자기주장이 확실하다. 살짝 일그러진 드럼은 강렬하게 찍히고, 곡 안에서 보컬은 외롭게 울려 퍼진다. 이를 지나 등장하는 저역대로 꽉 찬 중반부는 오히려 초반의 프레이즈가 쉬어가는 듯한 느낌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곡이 가진 에너지든 감성이든간에 “Rope Street”을 이야기할 때,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듯하다.
3. Kwangjae Jeon – Hard To Say
뚜렷한 기승전결과 구성이 돋보인다. 전체적인 구성과 분위기는 워시드 아웃(Washed Out) 부류의 아티스트가, 전위적인 보컬에서는 얼핏 알카(Arca)가 떠오르기도 한다. 신시사이저로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간결하게 사용하여 깔끔하면서도 깊은 분위기를 만든 것 또한 흥미롭다.
https://soundcloud.com/jhnovr/lie
4. jhnovr – The Lie
“The Lie”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트래비스 스캇(Travi$ Scott)이다. 오토튠을 칠한 보컬뿐 아니라, 곡 사이에 들어간 애드립 등이 그렇다. 트래비스 스캇을 참고삼은 스타일은 자주 사용되어 마모가 심하다. 그렇지만 “The Lie”는 곡의 공간을 활용하며 나름의 멋을 살린다.
https://soundcloud.com/dazeinadaze/think-about-you
5. DAZE – Thinking bout you
‘카와이’한 분위기를 내는 데 사용할 만한 소스는 곳곳에 널려있다. 데이즈(DAZE)는 이를 최대한 차용하여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음악에 덧입혔다. 결과는 만족스럽게 카와이하다. 여기에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목소리가 가진 힘도 한몫했을 것이다.
6. B R L L N T – She Wants to Move
브릴리언트(B R L L N T)는 N.E.R.D.의 “She Wants to Move”의 피치를 잔뜩 낮추어 하우스로 만들었다. 원곡이 가진 에너지를 살리면서 하우스로 변환했다는 점이 이 곡의 중요한 포인트다. 다만 그 외의 특별한 점은 찾기 어렵다. 어쿠스틱 드럼 브레이크와 곡 중간의 베이스 슬라이드다운 등이 재밌게 들리는 정도.
https://soundcloud.com/junghwan22/happybadnboujee
7. PAINMONEY – happybadNboujee
미고스(Migos)의 “Bad and Boujee”는 단연코 2017년 상반기 가장 뜨거운 곡이었다. 이 곡은 다양한 뮤지션에 의해 그들의 색깔로 2차 창작되었다. 페인머니(PAINMONEY)는 원곡이 가진 흥이나 비장미 대신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의 우스우면서도 귀여운 이미지를 차용했다. 명랑한 피아노 리프를 듣고 있다 보면 릴 우지 버트의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https://soundcloud.com/jebach/johann-electric-bach-leemitless-feat-drake
8. Johann Electric Bach – Johann Electric Bach – 無限的李榮杓 (무한적이영표; Leemitless)
잘 만들어진 밈(Meme)만큼 좋은 콘텐츠도 없다. 요한 일렉트릭 바흐(Johann Electric Bach)는 그간 기상천외한 매시업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NCT 127의 “무한적아(無限的我)”와 현철의 “사랑의 이정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을 절묘하게 섞은 “無限的李榮杓 (무한적이영표; Leemitless)”는 곡 자체로 많은 맥락을 지닌다. 음악에 담긴 맥락을 눈치챈 사람은 폭소를 터뜨릴 것이고, 모르는 사람조차도 좋은 음악으로 소비할 수 있다.
9. FIRST AID – Floating Old Face
퍼스트 에이드(FIRST AID)가 레이블 노이지 메디테이션(Noisy Meditation)에서 발매한 세 번째 앨범, [Portraits Of Goner]의 수록곡이다. [Portraits Of Goner]의 모든 곡은 12분 동안 천천히 특정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미지의 가장 큰 힌트는 곡의 제목이다. “Floating Old Face”는 이아립(earip)의 가사와 목소리, 퍼스트 에이드의 여러 음악적 요소로 기억 속 흐릿한 얼굴들을 끌어낸다.
10. The Plan8 – jooyoung – Lucy (theplan8 Remix)
원곡이 가진 차분하고 어두운 분위기는 밝게 바뀌었다. 통통 튀게 바뀌었다는 설명이 좀 더 어울릴 듯하다. 원곡에 많은 걸 추가하는 대신에 주영(Jooyoung)의 목소리를 간결하게 뒷받침하는 요소들이 돋보인다. 원곡의 군더더기를 깔끔하게 덜어낸 리믹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