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탐험대에 존경을 표한 Supreme의 안타티카 익스페디션

2007년, 거리의 제왕 슈프림(Supreme)과 아웃도어 명가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가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이후로 둘이 매년 내놓는 재킷은 전 세계 스트리트 패션 추종자의 버킷 리스트가 되고 있다. 고기능성 의류에 기상천외한 컬러링과 디자인을 첨가한 두 조합의 결정체는 혹독한 환경의 오지보다 거리에서 그 두각을 나타내며, 두 마리의 토끼를 작살내버린다. 절대 실패라고는 없는 협업, 그들이 내놓았던 모든 협업 컬렉션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치를 불리고, 어떤 이름 모를 슈프림 미치광이는 일본 야후 옥션에 등장한 첫번 째 협업 재킷을 700만 원이라는 가격을 주고 구입했다. 이들이 두 브랜드에 열광하는 그 지점은 도대체 무엇일까.

올해도 슈프림과 노스 페이스의 협업이 어김없이 이루어졌다. 몇 차례 두 브랜드의 협업을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슈프림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이 거리의 귀염둥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좆된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에 맞춰져 있다. 슈프림은 50년 동안 등산복을 만들어온 노스 페이스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샅샅이 뒤지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프로덕트를 골라내는데 이골이 나 있다. 슈프림은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컬렉션을 뽑아내 그들의 수많은 추종자를 홀린다.

슈프림은 이번 협업을 위해 자사가 등장하기도 전인 1990년으로 돌아가 안타티카 익스페디션(Antartica Expedition)을 발굴해내기에 이른다. 1989년, 미국, 중국, 영국, 소련, 프랑스, 일본이 참여한 6개국, 6명의 남자가 남극대륙을 횡단하는 역사적인 원정을 시작했다. 220일의 탐험 끝에 이들은 결국 역사상 처음으로 횡단에 성공했고, 후원사 노스페이스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횡단 대원이 착용한 제품으로 프로덕션 버전을 발매했다. 이 컬렉션은 대부분이 Made in USA로 이루어져 있고, 이외 극소량을 홍콩과 한국 –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 에서 제작했다. 실제, 슈프림은 이전 이 위대한 탐험가들에게 직접 존경을 표한 바 있는데, 그 결과물을 2014년 S/S 시즌에 등장한 코치 재킷, 백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집요한 브랜드는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드는 법이 없다. 공정은 물론 그 배경까지 – 물론, 본지처럼 친절하지 않지만 – 알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스토리를 제공한다. 비록 이번 컬렉션에는 그 여섯 국기 대신 묵직한 성조기가 의류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 제품은 기존 노스 페이스 컬렉션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과거 그들이 선보였던 스팁 테크(Steep Tech), 고어텍스 재킷처럼.

12 S/S 협업 컬렉션을 제외, 언제나처럼 삽입한 두 브랜드 로고를 나란히 한 오른팔의 완장과 양 어깨에 걸쳐있는 브랜드 그래픽, 왼팔의 안타티카 패치 등 재미있는 디테일로 무장한 이번 17 S/S 협업 컬렉션은 역시나 보는 맛을 제공한다. 게다가 당시의 향수가 가득한 헤어밴드까지 컬렉션에 포함시켰다. 슈프림 협업이 아니더라도 이 90년대 안타티카 익스페디션 컬렉션은 이미 노스 페이스 컬렉터의 끝판왕 쯤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금만 이베이(Ebay)를 뒤져보면, 50만 원을 호가하는 슈프림의 발매가가 착하게 느껴질 정도니까. 이들이 존경해마지 않는 남극 탐험대, 그 일곱 번째 대원이 될 준비를 마쳤다면, 내일 곧바로 도전해보자.

Supreme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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