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VISLA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불리며 그들의 희노애락을 책임졌던 대중가요에 접근해봤다. 다만 원곡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듀서의 손에 의해 재탄생한 재치 있는 REMIX 곡이다. 간만에 원 없이 가요를 들으며 Kwon과 Jangster가 5곡 씩 추려봤다.
KWON
1. Big Bang – Tonight (Remix By 250)
빅뱅(Big Bang)의 댄스 곡 “Tonight”을 슬로우 잼으로 바꿔버린 프로듀서 250의 장마철 Remix이다. 수퍼프릭 레코드의 큰 형인 250이 예전에 작업해서 DCTRIBE에 올렸던 곡인데 당시에도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리믹스에서 가장 큰 핵심은 그가 Tonight의 가사를 정확히 꿰뚫어 봤다는 점이다. 원곡은 사실 빅뱅이 지금껏 해오던 식상한 댄스/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250은 여기에서 가사의 서정적인 부분을 최대한 살리고 느낄 수 없었던 관능미를 더했다.
2. F(x) – Ice Cream (Remix By Idiotape)
http://www.youtube.com/watch?v=uW61VOQICCk
SM은 아이돌 일변도가 되어버린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 공헌(?)이 큰 기획사임에도 불구하고 인디 밴드들과 다양한 협업(?)을 성사시키며 상당히 영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2년도에 발매한 앨범 [10 CC X SM Seoul Melody] 역시 대중들에게 다소 낯설 수도 있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 했던 멋진 기획이었다. 이번에 소개할 트랙은 앞서 언급한 앨범의 수록곡으로, 잡종 일렉트로 밴드 이디오테입과 크리스탈과 설리로 대변되는 SM의 여성 아이돌 그룹 F(x)가 만난 “Ice Cream”이다. 이디오 테입과 F(x)의 만남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앞선 “Tonight”의 리믹스가 서정적이었다면 이번 트랙은 단촐하고 반복적인 신스가 주가 되는데 이게 F(x)의 도도한 이미지와 적절히 맞아 떨어졌다. 곡의 중반부에 삽입된 FX 이펙터는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그것은 청자에게 감정적으로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리고 사실 [10 CC X SM Seoul Melody] 자체가 상당히 열과 성을 다해 만든 앨범이니 다른 트랙들도 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3. 희자매 – 그대 먼저 (Remix By SIMO)
희자매의 곡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리믹스를 들으며 누님들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시모(SIMO)의 트랙이다. REMIX By 보다는 Inspired By 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처음에 이 곡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희자매 앤쏠로지의 대미를 장식하는 세 번째 CD에서 Dj Soulscape을 비롯한 다른 프로듀서들의 트랙들도 물론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것은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이다. 원곡의 도입부를 반복하여 루프를 깔고 거기에 강렬하고도 다양한 신시사이저를 배치하여 완벽히 새로운 곡을 창조해냈다.
4. Zion.T – 뻔한 멜로디 (Remix By Vestica)
Vestica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다. 정식 데뷔는 아직 하지 않은 R&B 보컬 정도라는 것만 알고 넘어 가자. 우연히 접하게 된 REMIX인데 사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가사, 곡 전부 뻔한 멜로디 2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같은 흐름과 분위기이다. 다만 Vestica의 뻔한 멜로디는 아마추어들이 흔히 저지르는 가사적인 어색함을 극복하고 원곡이 어떤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제대로’ 다시 부른 곡이다. (다만 분량이 많은 텍스트가 소화하기에 조금은 버거워 보인다) 뻔한 리믹스지만 어차피 뻔한 이별 이야기 아닌가. 감미로운 그의 보이스와 다시 써낸 이별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보자.
5. 서태지 – 하여가 (Remix By 서태지)
어렸을 때 하여가를 무척 좋아했는데 이 힙합 버전의 리믹스 역시 많이 들었다. 원곡의 시원시원한 연주가 사라져 어딘가 빈 듯한 느낌이 그 당시 리스너들로 하여금 호불호를 나누게 했지만 그때부터 힙합이었던 VISLA의 독자들은 분명 좋아하는 축에 속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하여가 리믹스 버전에 쓰인 샘플들을 놓고 봐도 서태지가 당시에 음악을 무척 많이 들었고 힙합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지금처럼 해외의 음악을 접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을 텐데 말이다.
Jangster
1.CL-나쁜 기지배 (Remix By SAINT & G-BUCK)
뉴욕 Get Right Record’s 소속 Saint & G-buck의 리믹스로, 사실 리믹스라는 표현보단 CL의 보컬을 따왔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쁜 기지배”는 2013년에 많은 프로듀서들의 리믹스 먹이감이 되었는데, DJ Shadow의 최근 믹스셋에서 CL목소리를 듣는 경험은 상당히 신선하였다. Gizibe 혹은 gijibe로 검색해 보면 새로운 리믹스들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2. Super Junior-Sexy, Free & Single (Remix By JINBO)
사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슈퍼주니어의 원곡을 처음 들어보았다. 원곡 역시 상당히 깔끔한 사운드인데 뮤직비디오와 그들의 코디에서 “역시 SM 센스”라는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SM 센스”라는 단어의 의미는 각자 마음속에 담아두도록 하자. 이 곡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보의 R&B사운드가 아닐 것이다. 그는 DNLNK의 멤버이자 샤이니의 프로듀서로서 진보는 R&B는 물론, 훨씬 넓은 스펙트럼의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
3.Psy- Gangnam Style Ft. 2 Chainz & Tyga (Remix By Diplo)
http://www.youtube.com/watch?v=FLadxgFNSR0
우선 이 노래는 그렇게 좋게 들리진 않는다. 제 아무리 디플로(Diplo)가 프로듀싱을 했어도, 2Chainz와 Tyga 가 ‘공식적으로’ 작업한 리믹스인데도 말이다. 나의 디플로는 다시는 곡을 이렇게 만들지 않을 것을 바라며, 거물급 게스트로 인해 조금이나마 이 글의 관심을 더 받고자 올려본다.
4.SHINee – Everybody (Remix By KINGMCK)
서울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라고 있는 데드엔드(Deadend) 소속의 킹맥(Kingmck)이 트랩 사운드로 리믹스한 샤이니의 Everybody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클럽이나 페스티벌에서 그가 자신의 믹스셋으로 관중들을 뒤집어 놓는 능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킹맥의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그의 프로듀싱 능력을 확인 할 수 있는 더 많은 리믹스와 오리지널 트랙들을 확인 해 보도록 하자.
5.송대관 – 네박자 (Remix By J-path)
덥스텝과 트로트는 사실 서로를 끌어당기는 동서양의 N극과 S극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트랙. 서울의 드럼앤 베이스 음악 씬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는 그는 Soundcloud를 통하여 한국의 고전적이거나 예전의 사운드를 현대적 사운드와 결합하는 작업물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