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반스 코리아 풀렝스 스케이트보드 필름 “계속 계속(Gyesok Gyesok)”

지난 16일, ‘하우스 오브 반스(House of Vans)’에서 프리미어를 진행한 반스 코리아(Vans Korea)팀의 풀렝스 스케이트 필름, “계속 계속(GYESOK GYESOK)”이 반스 공식 웹사이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글로벌 반스는 세계적인 패션, 스케이트 슈즈 브랜드로서 이미 여러 편의 스케이트 필름을 만들어 왔지만,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한편의 단단한 풀렝스 비디오를 제작,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 비디오는 무척 의미가 깊다. “계속 계속”이라는 조금 특이한 제목은 팀 매니저이자 비디오에도 등장하는 스케이터 브라이언 몰롯(Brian Mollot)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반복적인 촬영에 지쳐가는 팀원들을 끊임없이 독려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비디오의 촬영과 편집은 필름 메이커 황지석이 맡았는데, 이미 ‘711’ 시리즈, ‘텔레스코프’를 비롯해 많은 스케이트 필름을 만들어온, 긴 시간 한국 스케이트 신(Scene)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자처한 베테랑의 참여가 이번 영상을 완성하는 데 큰 몫을 한 것 같다. TTL을 역방향으로 한 로고를 선보인 711 시리즈를 통해 한국 특유의 90년대 바이브를 스케이트 필름 속에 투영시킨 그는 이번 비디오에서도 유사한 요소를 차용했는데, 조금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계속 계속”의 타이틀 로고가 실은 영화 “접속”의 타이틀 폰트(안상수체, 1985)에서 따왔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장난스러운 농담이 가미된, 그러나 계속해서 본인이 자라며 바라본 시절의 것들을 솔직하게 비디오에 담아냄으로써 그의 작업물이 흔히 말하는 ‘한국적’이라는 형태의 클리셰보다는 좀 더 독자적인 자리에 위치하게끔 했다.

8개월 동안 서울뿐 아니라 홍콩, 상하이 등지에서도 촬영된 이 비디오는 안대근, 이원준, 브라이언 몰럿, 구현준, 김평우, 이민혁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스케이터들을 팀 로스터에 모아 한 영상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즐거운 일. 특히 “711remix”에서도 엔딩을 장식한 이민혁은 이번에도 스케이트 필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마지막 파트를 맡았다. 그는 종전의 파트보다 확연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비디오의 완성도를 더욱 단단히 했다. 또한, 밴드 ‘라이프 앤 타임’의 진실, 프로듀서 제이신(JSIN), 나잠수 그리고 밴드 ‘불싸조’ 등 국내 굴지의 뮤지션들이 BGM에 참여하여 비디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근 몇 년간 스케이트보딩이라는 장르는 다른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울 시내를 걷다보면 슈프림은 물론, 트래셔나 팰리스 등의 로고를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이 스케이트보드를 이야기하고, 팔아먹기를 반복하고 있다. 잘 들여다보면 이러한 유행이 스케이트보드 문화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발생하고 소비된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스케이트보딩이라는 문화를 이해하기에 앞서 패션이 저만치 멀리에서 그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굳이 모든 사람이 스케이트보딩에 수반되는 다양한 문화를 알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 단시간에 소비된 이미지들은 대상의 본질을 빠르게 퇴색시킬 뿐이다.

지지부진하고 구닥다리 같은 이야기, 그러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아쉬운 사실. 그러한 와중에도 이 비디오의 등장은 로컬 스케이트 신 내부에서 발생한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세간에는 패션 브랜드라는 인식이 더 강하지만, 꾸준히 스케이트보딩 문화를 서포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왔던 반스 코리아는 이 비디오를 내놓으며 다시 한 번 그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각인시켰다. 마치 “계속 계속”이라는 제목처럼 이 영상을 시발점으로 한국 로컬 스케이트보드 신 안에서 다양한 움직임이 이어지길 바래본다.

사진 │ 김진엽

Vans Korea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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