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마니아를 보유한 아이템이라면, 단연 스니커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랩 가사에 등장하는 스니커 예찬, 본인이 소유한 스니커를 자랑하는 콘텐츠 외 스니커에서 파생하는 무수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질세라 많은 브랜드 역시 새로운 스니커를 제작하고 발매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스니커 열풍 속 ‘협업’은 그 속에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다. 이렇게 세상에 등장하는 다양한 스트리트 브랜드의 콘셉트, 아이디어가 더해진 스니커는 한정이라는 타이틀로 많은 스니커 컬렉터를 애태운다.
그리고 최근 에어 조던(Air Jordan), 에어 포스 1(Air Force 1), 덩크(Dunk) 등 이미 수많은 역작을 탄생시키며 굴지의 편집숍이자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언디핏(Undefeated)이 과거 하이테크 스니커의 끝판왕 쯤으로 여겨지던 나이키 에어 맥스 97(Nike Air Max 97)에 다시금 숨결을 불어넣으며 멋진 결과물을 선보였다. 발매 전부터 세계 곳곳을 떠들썩하게 한 이 스니커는 국내 패션 브랜드 디스트리뷰션 웍스아웃(WORKSOUT)을 통해 한국에 상륙, 한정 수량의 스니커를 한정발매한다는 소식은 발매 3일 전부터 스니커 컬렉터를 줄 세우며, 웍스아웃 오프라인 스토어가 위치한 압구정 로데오에 진풍경을 남겼다.
많은 인파가 몰린 이번 언디핏 x 나이키 에어 맥스 97 선착순 발매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웍스아웃 측은 대기자가 도착한 순서대로 총 3개 조로 나누어 배치했다. 발매 시간이 가까워지자 피곤함에 지쳤던 구매자의 두 눈이 기대감으로 잔뜩 고조했다. 구매는 5명씩 매장으로 들어가 각자 원하는 사이즈를 말한 뒤 결제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많은 이가 인고의 달콤한 열매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의 풍경이 어땠는지 사진으로 확인해보자. 아래는 이번 스니커 발매를 위해 긴 시간 매장 앞을 지킨 구매자와의 짤막한 인터뷰다.
언제부터 줄을 섰나?
김현직: 월요일 밤 11시부터 줄을 섰다. 내 앞으로 열 명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내가 첫 번째였다.
연태훈: 1박 2일을 웍스아웃 매장 앞에서 보냈다.
김진욱: 어제 저녁 6시쯤 도착해 줄을 섰다.
김진희: 어제 오전 11시 즈음 매장 앞에 도착했다. 그때도 이미 사람이 많더라.
케빈: 어제 오후 2시 반쯤 도착해 아직 줄을 서고 있다.
바로 전 캠핑 아이템은 무엇이었나.
김현직: 최근 캠핑은 슈프림(Supreme)과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협업 컬렉션이었다.
연태훈: 슈프림 x 루이비통 협업 컬렉션 발매에 줄을 섰다.
김진욱: 슈프림 x 루이비통 협업 컬렉션 발매.
김진희: 슈프림 x 루이비통 협업 컬렉션이었던 것 같다.
케빈: 2012년 미국에서 줄을 섰던 경험이 있다. 뭘 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캠핑 시 본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라면?
김현직: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너무 힘들었다. 깨어 있는 시간에는 주로 주변 피시방에 가서 시간을 죽였다.
연태훈: 무엇보다 긴 시간 씻지 못하는 게 견디기 힘들다.
김진욱: 아무래도 환절기라서 일교차가 크다. 하룻밤 사이에 감기에 걸렸다.
김진희: 이렇게 정확한 발매 수량을 모르는 경우라면, 불안감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한다.
케빈: 역시 추위가 아닐까. 우연히 압구정에 왔다가 사람들이 줄을 서는 모습을 보고 얼떨결에 캠핑을 시작했는데, 반소매 차림으로 버티려니 너무 춥더라.
선착순 구매와 추첨 구매 방식, 둘 중에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가?
김현직: 스니커 신이 과열되면서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 줄서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일이 빈번해지더라. 불확실하다고 해도 추첨을 통한 구매가 더 좋은 것 같다.
연태훈: 개인적으로는 캠핑을 더 선호한다. 운에 맡기기에는 역시 불안하지 않나. 이런 캠핑도 스니커 문화의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김진욱: 일본의 베이프(Bape) 스토어는 선착순으로 한정된 번호 추첨권을 배부하더라,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이런 방식이 제일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김진희: 이런 고생을 할 땐 차라리 추첨 방식이 낫다고 느끼지만, 캠핑한 뒤 물건을 구매할 때 기분을 생각한다면 역시 선착순이다.
케빈: 시간이 많다면 선착순, 바쁘면 추첨이겠지.
본인이 생각하는 캠핑의 필수 요소라면 무엇이 있을까?
김현직: 침낭.
연태훈: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도와줄 보조 배터리와 따뜻한 잠자리를 위한 침낭.
김진욱: 텐트와 캠핑 체어 정도면 충분하다.
김진희: 함께 밤을 새워줄 동료.
케빈: 겉옷과 침낭, 의자 정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사진 │ 강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