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ay Everyday #2 동계 제품 특집

특별히 이 기사를 위해 뭔가를 의도적으로 쑤시지는 않는다. 다만, 겨울철 동계 아이템 몇 가지가 필요해서 매일 순례하듯 검색하던 중 1) 아 가격이 조금만 쌌으면 2) 아 사이즈가 조금만 괜찮았으면 이미 주문했을 것들을 조금 모아보았다. 혹시 지옥에서 돌아온 신장 190cm급 거구라든가 비트코인이 터져 총알은 넘쳐나는 데 도무지 쓸 곳을 몰라 방황하는 누군가를 위하여.

 

#1 1984년 동계 올림픽 굿즈 : Vintage Levi Strauss Olympics 1984 USA Duffel Bag Small Gym Tote 

서두에 쓴 것과 달리 사실 뭔가 의도적으로 쑤신 것이 있긴 있다. VISLA에 올라온 ‘Passion connected’ 기사, 그리고 실제 평창 비니를 구매한 업계 최고 수준 힙스터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감탄하던 중 ‘그래, 이 타이밍에 철 지난 올림픽 아이템을 올리면 좋겠다’라는 비열한 생각을 한 것이다. 하하하. 88 올림픽 계통은 전문가가 워낙에 많으시니, 적당히 우리네 세대는 잘 알기 어려우면서도 대충 싸질러도 누가 토 달 일 없는, 로고도 썩 멋스럽고 무엇보다 개최지가 ‘좃’되는 곳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레이더에 걸린 게 바로 84년 올림픽.

1984년 하계 올림픽(1984 Summer Olympics, Games of the XXIII Olympiad)은 1984년 7월 28일부터 8월 12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제23회 하계 올림픽이다. 1932년 하계 올림픽 이후 52년 만에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되었다고 하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형님 중의 형님이신 리바이스(Levi’s)가 공식 의류 업체로 함께하셨다는 사실이다.

리바이스는 1984년 Team USA의 퍼레이드 유니폼부터 웜업 슈트 등을 제작했다. 더불어 리바이스가 들어오자마자 타 경쟁업체들이 ‘안 해 이 새끼들아’ 하고선 냉전 시대의 기류를 따라 죄다 소련으로 가버린 덕에 리바이스는 Team USA의 공식/단독 지정업체(?)가 되셨고, 그렇게 그들은 선수단 의상뿐 아니라 자원봉사자와 직원의 옷을 비롯해 다양한 기어류 전반까지 두루두루 도맡았다.

 

84년 공식 잠바. 이 정도 형님 들어줄 땐 흰 장갑은 필수.

아무래도 선수 공식 지급품은 구하기 꽤나 빡세겠지만서도 나머지 제품들은 어찌 됐든 간에 끽해야 올림픽 기념품 내지 자원봉사자 보급품, 직원 단체복에 불과한지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게 또 미국에서 열린 올림픽이라 그런지 84년 올림픽 관련 제품은 타 올림픽에 비해 유난히 eBay 개체 수도 많고, 각각의 가격도 괜찮은 데다가, 제품군도 다양하고, 심지어 다들 썩 예쁘다. 이 더플백 역시 리바이스 오리지널 로고에 쿨하기 그지없는 84년 올림픽 로고까지 더해져 가방 전반에 미국의 냄새를 강하게 뿜어내는데 가격은 고작 $39.99. 정가 기준으로 보면 유니클로(Uniqlo) 3 웨이 가방보다도 저렴하다(물론, 3 웨이 가방이 더 튼튼하고 실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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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tage Bag Los Angeles Olympiad 1984 Olympics new old Stock

$29. 심지어 더플백보다 더 싸다. 그리고 훨씬 더 무심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디자인이다. 내부의 녹색 디테일이 유난히 매력적인 이 제품은 2 웨이로 사용이 가능한데 모두가 예상하듯 크로스백으로 쓸 때 사용하라고 달아준 저 어깨끈은 사실상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뿐더러 사용자의 어깨를 개박살 낼 가능성이 크므로 그저 토트백이라 생각하고 사용하는 게 좋겠다.

 

NEW Vintage Snoopy Swimming Patch LA Los Angeles Olympics Hard To Find 1984 NOS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84년 올림픽 기념 스누피 패치가 엄청나게 많다. 얼핏 검색해 봐도 종목별로 엄청나게 많은 제품이 올라와 있다. 아마도 뽀로로나 새끼 상어가 각종 동계 올림픽의 마스코트로 활동하는 뭐 그런 느낌이 아닐까. 여하튼 유니클로 MA-1을 역사와 전통을 갖춘 진퉁 멋쟁이 잠바로 탈바꿈시켜줄 수 있는 이 패치에 관심이 있다면 지옥에서 돌아온 액세서리/굿즈 전문가 Chicvintagegoods에게 일괄적으로 구매해보자.

 

vtg 1984 LA Los Angeles Olympics McDonalds USA Trucker Mesh Back Hat Cap Unused

무지막지하게 저렴하다. 이마가 닿는 경계선의 심 테이프부터 바이저의 절반 이상이 심각할 정도로 누런 코카콜라 메쉬 캡도 영미권 헌옷 집에서는 $20~30 사이에 거래되는데, 존나 달리는 USA 미국 로고와 올림픽 마크, 심지어 미국 그 자체인 맥도날드(Mcdonald)의 로고까지 박힌 전설의 흰/빨/파 컬러웨이 개박삥 NOS 메쉬 캡이 꼴랑 $14.99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관심이 없다. 주여 제 대갈통이 조금만 작았더라도….

 

NEW VINTAGE LOT OF 2 1984 LA Olympics USA VISOR CAP/HAT/HEADBAND LOS ANGELES

주말 헨즈 클럽 입장을 상상해보자. 아무리 84년 기념품이래도 메쉬 캡은 뭔가 묘하게 짜친다. 누군가 힙스터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바이저 캡과 헤어밴드를 보라는 건 잘 알겠는데, 그렇다고 데초(Decho) 같은 브랜드에서 파는 바이저 캡을 6만 원씩 주고 살 만큼 용기가 없다면 정답은 여기에 있다. 두 개를 합쳐서 $19.96이라니. 그리고 장담컨대 그보다 적은 가격을 비드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시팔 누가 사 이걸….).

 

Vintage-Team-USA-1984-Los-Angeles-LA-Olympics-Levi-039-s-Red-Blazer-Jacket-Unused

솔직히 말해서 아내가 이 옷을 구매해서 입으라고 하면 이혼 사유가 될 수도 있는 옷이다.

 

OLYMPIC PLASTIC CUP CUPS 1984 LOS ANGELES LA LOT DRINKING RARE HTF VINTAGE XXIII

이 멋진 9개의 컵을 고작 $12불에 살 수 있는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

 

VTG-Champion-1994-Winter-Olympics-USA-Jacket-L-Large

84년 외에도 멋진 제품들이 꽤 있다.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챔피온(Champion)에서 만든 94년 동계올림픽 지급복. 금메달 세레머니 때 입었다는 셀러의 말이 무색하게 막상 인터넷을 찾아보면 죄다 나이키 옷을 입고 있다. 하하하하하.

 

Vintage XIII Olympic Winter Games Lake Placid 1980 Wool Beanie Cap NWOT

사진에서 느껴지는 맵시로 보건대 감히 평창의 그것과 동일하면서 색깔의 화사함으로는 비할 바 없이 아름답고, 그래서인지 주제넘게 비싸다….

 

#2 아웃도어 제품군 : Vtg 70’s HOLUBAR goose down puffy JACKET coat mountaineering men’s L Colorado

아무리 eBay에 물량이 차고 넘치는 헤비 듀티(Heavy Duty: 오래된 아웃도어) 제품군이라고 하지만, 겨울철에는 이쪽도 가격대가 확실히 비싸지는 느낌이다. 배송료에 이거저거 다 합친 가격, 그리고 사이즈나 상태 실패 확률을 고려하면, 그냥 마음 편히 홍대 권역 빈티지 숍에서 그나마 손으로 만지고 주먹으로 두들겨 패가면서 털 빠짐 여부를 확인한 뒤 사는 쪽이 낫다. 특히 전통의 시에라 디자인(Sierra Design), 노스페이스 브라운 라벨(The North Face Brown Label) 계통같이 누구나 아는 제품은 사이즈도 없을뿐더러 있으면 $100은 족히 넘는다.

그 와중에 발견한 홀루바(Holubar)의 70년대 제품은, 특기할 만한 것 없는 늘 보는 그 디자인이다(누군가는 시에라 파카(Sierra Parka) 따위로 부르던데 맞는지 모르겠다). 문득 이 대목에서 이쪽 계통 다운파카에 대해 짚어보자면, 미국 버클리 지역 어디 공장에서 좌르륵 대량생산한 제품에 각 브랜드가 택+버튼갈이 한 것이니 지금의 멋이니 기능성이니 장인정신이니 하는 위상과는 사실상 상당히 거리가 먼 PB상품(?) 정도라 생각하는 게 지나친 비약은 아닐지 모른다.

이러한 제품군에 여하튼 ‘헤비 듀티’ 따위의 명칭을 붙이고, 연도별 디테일을 쥐 잡듯 잡아내어 체계를 만들고, 스타일 관점에서 멋까지 확립해버린 형들은 역시나 일본인. 구체적으로 이쪽 영역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집중은 사실상 60~70년대 일본인의 미제에 대한 광적인 집착 + 히피 문화 + 백패킹 열풍 등이 맞물리며 폭발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당시의 유력 남성 잡지인 멘즈클럽(Men’s Club)이라던가 뽀빠이(Popeye),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에서 본격적으로 소개하면서 말이지.

 

70년대 잡진데 세련됨은 물론이고 스쿨보이 큐(Schoolboy Q)까지 섭외하기 있냐고…

상기 언급한 시에라 디자인이나 노스페이스 외에도 백투더퓨처(Back To The Future)의 다운 베스트로 유명한 클래스 파이브 (CLASS-5),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열심히 제품을 발매 중인 캠프 세븐(CAMP 7), 로키 마운틴 페더스(Rocky Mountain Feathers)와 호각을 이루던 파우더혼 마운티니어링(Powderhorn Mountaineering) 등의 빈티지다운 파카의 멋이란 사실상 오늘날까지도 유효하여, 복각 브랜드는 물론이거니와 조금이나마 빈티지에 근간한 브랜드라면 그 디자인의 자취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일본발 브랜드에서 요 디자인의 파카를 발매하지 않은 쪽을 찾는 게 좀 더 쉬울 정도. 그러니까 국내 브랜드의 룩북이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헤리티지 플로스(Heritage Floss) 파카가 캡틴 선샤인(Kaptain Sunshine) 신상 베꼈던데?’와 같은 저주는, 최소한 이 계통에서만큼은 분명히 바보 같은 코멘트다.

 

(좌)TNF, (우) CLASS 5

 

전설의 비즈빔(Visvim) x 몽클레어(moncler), 캡틴 선샤인, 슈가 케인(Sugar cane), 크레센트 다운웍스(Crecent Downworks), 그리고 헤리티지 플로스

사족이 길었는데, 홀루바하면 다운보다는 마운틴 파카로 좀 더 유명한 것 같다. 마운틴 파카의 시초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며, 50년대 광고에서부터 이미 메인 컬러는 주황색. 그러니까 아웃도어라고 하면 주황색인 거다. 특히 가장 유명한 제품이라면 나 같은 뜨내기도 아는 디어헌터(Deer hunter)의 그것인데, 바야흐로 일본 애들이 물고 빠는 3대 조건인 1) 빈티지 헤비 듀티 계통에 2) 고전 헐리웃 영화에 등장한 3) 존나 헤리티지가 있는 브랜드의 옷이니, 지금까지도 후불라 자체의 제품은 물론이거니와 SHIPS 같은 일본의 편집매장과의 더블네임 제품까지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겠다. 여튼 여기서 중요한 건 딴 게 아니다. 아웃도어는 주황색이라는 것.

 

고니는 주황색 컬러가 어울려. 우측 하단은 SHIPS 별주.

그런 의미에서 맨 처음 권장한 파카는 후불라 + 주황색이니 나름의 멋은 챙긴 것이다. 특별히 뒤집어 까놓은 제품 사진으로 보았을 때 심각한 털 빠짐은 없으리라 감히 추측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비슷하게 생긴 타 제품군의 가격대에 비해 확실히 저렴하다. 구제 사이트에서도 70년대 CAMP7 다운을 5~6만 원대에 팔고 있는 이 시점에, 검증된 70년대 후불라를 한겨울에 $70에 산다는 건 합리의 마지노선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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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orth Face Sierra 70s Brown Label Goose Down Jacket Coat USA TNF 60/40 Cloth

전통의 TNF 60/40 빈티지 다운. 모자가 없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대. 참고로 해당 컬러의 경우 국내 구제 사이트 기준 50% 세일시 4~5만 원 정도에 구할 수 있었는데, 경험상 수라의 시대를 뚫고 나와 한국까지 도착한 제품군의 경우 기본적으로 털이 많이 빠져있다. 결국에 지나고 보니 자주 입게 되는 제품은 어찌 됐든 약간은 비싼 돈을 내고서라도 eBay에서 산 제품들이더라.

 

The-North-Face-Sierra-70s-Brown-Label-Goose-Down-Jacket-Coat-USA-TNF-60-40-Cloth

동일 셀러의 비슷한 옷. 컬러가 화사해졌다고 $30을 더 받는 건지 상태가 더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쪽의 파란색이 위의 탄 컬러보다는 나일론의 풀 죽은 색감을 살리기에 수월하다.

 

The North Face Sierra Brown Label Goose Down Jacket Coat USA TNF 60/40 Cloth Tan

이 대목에서 우린 모자 값이 대략 16만 원 정도임을 알 수 있다. 스냅 몇 개로 부착하는 후드가 무려 40여 년의 세월을 거쳐서 여기까지 달려오셨으니 그 대접은 해드려야죠.

 

Vintage-The-North-Face-Serow-Goose-Down-Parka-with-Hood-Coat-Brown-Label-USA-TNF

시로(Serow) 구스다운이란 이름은 오늘날 빈티지 노스페이스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새끈한 잠바들을 만들어내는 퍼플 라벨(Purple label)에서도 볼 수 있는 그 이름이 맞는 것 같다. 참고로 동일 제품 XL 사이즈, 흉부에 오염이 있는 제품은 거의 반값에 살 수 있다.

 

The North Face Himalayan Brooks Range Goose Down Parka Coat Brown Label USA Blue

빈티지 노스페이스 계통에도 대장급이 있다면, 브룩스 레인지(Brooks Range)가 아닐까. 현재의 익스페디션 계통을 대표하는 맥머도(McMurdo)의 조상님으로 알려진 본 제품은 역시나 그 당시 히말라야나 안데스 산맥 같은 곳을 서성이는 초 헤비 등산맨에게 만들어 준 옷이다. 따뜻함이나 내구성으로 따지면 앞서 본 놈들보다 확실히 비교를 불허할 만큼 좋다(실물을 보진 못했지만). 보시다시피 일반 제품과 달리 스냅이 없는데, 스냅 사이에 눈이 껴서 얼어 버릴까봐 벨크로로 대체했다고 한다. 모자가 달린 제품의 가격은 맛탱이 가는 수준. 엔간하면 여름에 다시 찾아보자. 현행으로도 발매되고 있으며, 노스페이스 재팬에서 작년엔가 나온 브룩스 레인지가 $500-600 정도인 건 부탁인데 못 본 거로 칩시다…

 

Vintage Eddie Bauer Goose Down Parka Coat Men’s M-L?

확실히 연식으로부터 자유로울수록 가격대는 급격히 떨어진다. 심지어 앞에서 본 제품보다 훨씬 세련되고 튼튼하고 따뜻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더불어 앞서 본 노스페이스 역시 YKK지퍼가 쓰인 80년대 이후 제품들은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고,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제품의 상태도 더 좋을 것이다. 하하.

 

Vintage Woolrich Down Jacket Size M S Navy Coat Quilted Winter

아, 왠지 이쪽이 확실히 훨씬 싸고 심지어 더 예쁜 것 같은데….

 

vtg North Face Jacket Medium 65/35 Poly Cotton Brown Label TNF Sierra Parka

계속 보던 그 제품. 속물근성 자극하는 70년대 탈론(Talon) 지퍼까지도 같지만, 차이점이라면 원단의 혼용률. 65/35의 폴리/코튼 혼방 제품이다. 전통의 면/나일론 혼방에 비해 훨씬 내구성도 후지고 방수/투습 기능성 면에서도 현저히 떨어진다고들 하지만,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느낌이나 착용 시 느껴지는 무게감은 오히려 매력적이다.

 

Vtg-80-039-s-Sierra-Designs-Coat-Gore-Tex-Fabric-Goose-Down-OAKLAND-CA-USA & SIERRA DESIGNS BERKELEY CALIFORNIA GREEN DOWN PUFFER JACKET SIZE S

멍청하게 주문까지 했다가 셀러의 설명을 뒤늦게 보고서 급하게 취소한 좌측 제품은, 동네 초소형 꼬마 혹은 왜소한 체구의 여성분에게 강력 추천. 우측은 오늘 올라온 모든 옷 중 굳이 단 하나를 사야 한다면 이것을 사지 않을까 싶은 무척이나 무난한 제품으로, 놀랍게도 집에 있는 것 같다. 하하하하. 누가 대신 좀 사줘.

 

MILLET Down Coat Vintage 80s Goose Feathers made in France Mens Medium M Vntg OG & “MONCLER” VINTAGE PIUMINO (TG.3) GRENOBLE ANNI 80 FUCSIA LUCIDO PERFETTO

북미 쪽에는 앞서 지겹도록 보았던 시에라 디자인 느낌의 파카가 있다면 유럽, 특히 불란서의 스키잠바는 또 약간 다른 느낌이다. 몽클레어(Moncler)와 밀레(Millet)의 다운재킷 ─ 정확한 명칭은 브랜드마다 다른 듯한데, 얼마 전에야 그 존재를 알아서 퍼퍼(Puffer)라고 해두자 ─ . 검은색 무광 롱 패딩이라는 시대정신을 완벽하게 비웃는 듯한 형광색 유광 알통 잠바 되시겠다. 보기엔 대충 한 4~5만 원이면 잘 쳐주는 느낌이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동네 잘 나가는 형님들께서 애지중지해 주신 탓에 밀레는 기본 $200, 몽클레어는 기본 $300 정도니, 이럴 바에는 30% 세일 중인 헤리티지 플로스의 다운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20171227일 국내 구제 사이트 기준, 처음 듣는 브랜드들의 비스무레한 제품이 대략 17천 원 정도이며, 이쪽에 대한 정리와 이해가 70년대에 이미 완료되어 그 시절에 이미 자국어 캐어 라벨이 달린 제품을 취급하던 일본 쪽의 라쿠텐에서는 CAMP7 다운이 대략 $42 팔리고 있다. 겨울철 eBay의 무자비함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3 밀리터리 제품군 :  Military Gen 3 L7 Parka & Trousers – Cold Weather PrimaLoft – Medium Regular 

빈티지 밀리터리 계통에서 유명한 방한복이라면 뭐가 있을까. 이거저거 많겠지만 역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장진호 파카. ‘구제치곤 따뜻하다’가 아니라 실제 현행 어떤 잠바떼기와 비교해도 방한력에서 꿀리지 않는 제품이오나, 다만 나 같은 좁밥도 아는 돕바니 전 세계 빈티지 덕후들에게는 당연히 영입 1순위. eBay 기준 씨가 마른 건 물론이거니와 가끔 올라오는 서장훈급 사이즈조차 거진 $300이 기본인 듯하다. 알다시피 그 무게조차 어마어마하여 결국에 배송대행료 따위를 생각해보면, 컴뱃샵 쪽을 눈팅하는 게 빠를지 모르겠다.

방한복이면서, 실 오리지날 제품인 동시에, 가격도 적당하고, 지나친 밀리터리 코스프레 내지 염천교 교주 느낌 없이, 클럽 입장 시에도 솔찬히 간지 챙길 수 있는 옷이라면 아마도 ECW Gen 3 Lv 7. 단어별로 쪼개서 보자면 ECW(Extreme Cold Weather), 즉 존나게 추운 날씨를 위해 만들어진 옷이다. Gen 3은 3세대. Lv 7은 레벨 7로써 가장 밖에다 입는 외투 되시겠다. 어렵게 썼지만, 한글로 쓰면 ‘동계피복 3세대 외피’ 정도일까.

여하튼 이쪽 계통 옷 관련 포스팅마다 나오는 가장 유명한 별칭이라면 소위 ‘걸어 다니는 침낭’이라는 말. 실제 아래 나오는 유명한 아저씨의 착용샷을 보면 실제 침낭 속에 있는 듯하여 혹하게 되는데, 사실 LV7 단품만으로 그 정도 성능을 내지는 않는다. 제일 안쪽에 입는 Lv1부터 가장 밖에 입는 이 Lv7까지 꽁꽁 싸매어 눈사람 맵시가 나올 때 비로소 침낭급 성능을 낸다는 것이지, 전문가 형님들의 말씀에 따르면 프리마로프트로 충전된 Lv7 단품으로는 잘해야 550-550필(Fill) 정도의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어째 악평을 한 것 같지만, 레이어드를 완성하는 외피 자체로서의 성능과 활용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내복에 셔츠에 후리스에 자켓에 소프트쉘에 동계 야상까지 전부 껴입은 뒤에 그 위에다가 입으라고 만든 옷이니, 우리가 평상시 입는 그 어떤 옷을 졸라게 껴입은 상태더라도 위에 입었을 때 불편함이 전혀 없다.

 

그러니까 이걸 다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침낭을 입는게 더 편할지도….

2015년, ECW라는 제품의 존재를 나 같은 무지랭이조차 알게 될 무렵 ─ 아마도 뽀빠이(Popeye)에 실린 전설의 착용샷 혹은 와일드씽(Wild Thing) 같은 곳에서 발매하던 비스무리한 제품, 뭔가 ‘걸어 다니는 침낭이래’ 라는 말 때문이리라 ─ 실제 꽤 많은 사람들이 구매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 중고나라나 컴뱃샵 장터에 꽤나 많은 제품들이 올라왔기 때문인데 ─ 마치 그 옛날 럭비(Rugby)가 문 닫으면서 홈페이지로 떨이 판매한 이후의 백갤 장터와도 같았다 ─ 그 덕에 꼴랑 4만원에 나름 상태 좋은 Lv7 상의를 구매할 수 있었다. 전문가 형님들의 분석에 따르면, 아무래도 실제 기대한 만큼 방한 효과도 없을뿐더러 사진을 통해 보았던 그 ‘빠방한 실루엣’이 도무지 연출되지 않아서 실망한 탓에 싸게싸게들 팔아 치운 것이 아닐까 하더라.

 

모두를 착각에 빠지게 한 두 장의 사진. 저도 이렇게 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여튼 뭐 그런 꿀 같은 시절을 지나, 지금에 와서는 역시 쉽게 매물이 보이진 않는다. 신품 기준 상의만 15만 원, 세트로 하면 25만 원은 기본으로 넘어 가버리니 그 시절, 꿀 빨았던 게 다행이다. 여튼, 그런 의미에서 eBay에는 그나마 좀 더 괜찮은 가격대의 제품들을 비교적 비딩 없이 쉽게 구할 수 있다. 상·하의 세트로다 미디윰-레귤러가 $150이니까, 안에 옷 때려 입고 겉에 걸치면 저기 아저씨 같은 빠방한 맵시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단품으로 입겠다고 SS, S 사이즈로 사겠다 하면 시세도 너무 높을뿐더러, 안에 아무것도 안 입고 Lv7만 쏠랑 하나 입으면 아무래도 절대 저 빵빵한 맵시가 안 나오는 것 같다. 치열한 비딩 + 중고까지 고려한다면 예상 구매 가격은 더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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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III Level 3 L3 POLARTEC Fleece Jacket ECWCS Foliage Medium Regular No Tag

앞서 본 레벨 1~7중 레벨 3에 해당하는 폴라텍(POLARTEC) 플리스 재킷. 국내 기준 로스코 레플리카 제품을 5~6만 원에 팔고 있으니, 이쪽은 아직 외국에서 사는 게 확실히 이익인 듯하다. 택이 없는 게 살짝 수상하지만, 설마 어떤 바보가 이 제품의 가품을 만들진 않겠지…. 신품의 가격도 썩 나쁘진 않다. 조금만 뒤져보면 알 수 있지만 입문하기에 이보다 좋은 제품은 없다. M 기준 100 정도의 사이즈. 방풍성은 제로라 단품으로만 입기엔 버거운데 위의 Lv7과 함께 입었을 때 궁합이 좋다. 소개팅녀와 근사한 저녁 식사 후 레드망고에 들어가면서 ‘어 춥죠?’라는 말과 함께 Lv7을 벗었는데 안에 Lv3이 있다면 그녀는 바로 청혼할지도 모른다.

 

U22SMC Extreme Cold Weather Happy Suit Parka Coat Jacket Size LARGE Regular 

본문의 제품과 비슷해 보이지만, 색이 봉태규 패딩의 그것이다. 하하. 물론 단순히 그 차이는 아닐 테고, USMC(해병대) 지급품이라고 한다. 아무리 눈사람 맵시 내지는 허벌레한 모양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라지는 버겁고, 그렇다고 중고나라에서 25만 원 주고 사는 건 도무지 손이 떨려서 할 수가 없을 때.

 

NEW! Beyond L4-6 GoreTex Bora Jacket Coyote Brown (Large) PCU SOCOM Level 6 SEAL

Apex A7로 유명한 비욘드 클로싱(Beyond Clothing)의 Lv6 제품. 특유의 코요테 브라운 컬러이 무척이나 멋스럽다.

 

Beyond A7 Extreme Cold Weather Jacket Coyote Brown USA Made

현재 누군가 가장 갖고 싶은 옷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세 손가락 안에는 분명히 꼽을 수 있는 옷이다. 사실상 이걸 못 찾다 보니 다른 제품들을 곁다리로 쑤셔본 것이다. 안감으로 프리마로프트 대신 클리마쉴드가 쓰였다고 하는데 인스타그램 멋쟁이들의 대담을 훔쳐본 결과 착용감은 ECW Lv7 대비 좋고 보온성은 살짝 떨어진다고 한다.

상태 폐급의 중고 하나 있으면 좀 사서 생색이라도 내보고 싶은데, 한 번 산 사람은 다시는 팔지 않기로 서약이라도 한 것인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카페에 가끔 15만 원씩 올라온 옛날 글은 당연히 판매완료. 형님들 말로는 한 때 사이즈별로 쫙 다 있었다고 하는데 역시 나 같은 무지랭이가 존재를 인식할 무렵엔 일본 착장 싹 돌아버린 후인지라…. 블로그 보면 구형에는 존나 멋있게 가슴팍에 지퍼도 있던데…. 구버전 구할 수 있는 곳 아시면 DM 부탁한다.

가장 갖고 싶은 옷이 무엇이냐’라고 물었을 때 세 손가락에 드는 두 가지의 제품은 슈프림 노스페이스와 PCU Gen 2 Level 7입니다. OG든 Serki든, 아 가방 매고 그 위에 잠바 꼭 입고야 말리라…

 

가방 매고 입었는데 앞뒤 라인 일치하면 기분 그렇게 좋잖아.

12월 20일부터 사진을 정리하고 12월 27일이 되어서야 이 글을 보내는데, 그 사이 몇 가지 제품은 솔드아웃되어버렸다. 물론 이 전쟁의 최종승자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자’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겨찾기한 제품이 타인에 의해 솔드아웃된 장면을 확인하는 건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그런 것이다. 시간이 없다.

커버 이미지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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