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ap: Boiler Room의 3번째 내한 @Willoughby @Layer57

시끌벅적한 3월의 행사 대폭발은 보일러 룸(Boiler Room)의 세 번째 내한으로 그 절정을 맞이했다. 3월 셋째 주의 날씨는 아직 쌀쌀했음에도 13일의 서울 크루 언리쉬드(Seoul Crews Unleashed)와 15일부터 16일 양일간 진행된 버드 엑스 보일러 룸 서울(BUD X BOILER ROOM SEOUL)의 온도는 끓는 점을 잊고 치솟았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지금, 그 일주일의 기억을 온전히 살려줄 기록을 공개한다.

 

 

한남동의 멤버십 공동작업 공간이자 몇 단어로 담기 힘든 철학으로 운영되는 윌로비(Willoughby)에서 열린 13일의 서울 크루 언리쉬드. 보일러 룸과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기획된 본 행사는 행사장, 윌로비의 특성을 백번 활용해 실내를 두 공간으로 나눠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다. 서울을 근거지로 삼은 8개의 크루, 얼터 이고(Alter Ego),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 게토-레이(Ghetto-Ray), 그랙 타니(Grack Thany), 구찌 버거(Gucci Burger), 허니 배저 레코드(Honey Badger Records), 퓨트 디럭스(Pute Deluxe), 쉐이드 브이 팸(Shade V Femme)의 공연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윌로비를 흔들었다.

 

전날까지 행사 장소를 비밀에 부치며 큰 기대감을 모은 ‘빅 이벤트’ 버드 엑스 보일러 룸 서울은 15일부터 16일까지 성수의 레이어57(Layer57)에서 영양만점의 프로그램 구성으로 원활히 진행되었다.

놀랍게도 디제이로서가 아닌 강연자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 페기 구(Peggy Gou). 그녀가 담담히 풀어낸 한국인 여성 디제이가 겪은 고충과 진솔한 이야기는 인간 페기 구에게 귀를 기울이게 했다. 또 미국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옥토 옥타(Octo Octa)의 강연도 관심을 모았는데, 성(性)의 경계를 초월하고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 중인 그녀를 한국에서 만난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온라인 라디오, 제2의 물결(The Second Wave of Online Radio)’이란 주제로 열린 토크쇼에는 중국의 NTS 상하이(NTS Shanghai)와 한국의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 그리고 일본의 도뮨(Dommune)과 같은 동아시아 3국에서 언더그라운드 온라인 라디오 관계자들이 관련 주제로 열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어김없이 이번 보일러 룸의 파티에도 국내외의 실력자들이 라인업을 장식했다. 서울의 로컬 뮤지션 에어 베어(Air bear), 쎄끼(C’est Qui), 디제이 보울컷(DJ Bowlcut), 다미(Damie). 이에 응답하는 국외의 후니(Hunee), 콜 슈퍼(Call Super), 디제이 노부(DJ Nobu), ‘NHK YX KOYXEN’. 그리고 이 좀처럼 보기 힘든 든든한 포진을 뒷받침해준 버드와이저(Budweiser)의 맥주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VISLA는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 측의 주선으로 보일러 룸 팀의 일원 맥스 헤인즈(Max Haynes)와 만났다. 우리는 맥스와의 짧은 대담을 통해 글로벌 전자 음악 플랫폼인 보일러 룸의 속내 일부와 맥스 개인의 소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번 보일러 룸 내한에서 당신이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

나는 보일러 룸의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이자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보일러 룸 팀이 방문하는 도시의 로컬 언더그라운드 음악 커뮤니티를 한 지붕 아래 모으는 일을 도맡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나는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의 훌륭한 팀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한남동 소재의 윌로비에서 서울 크루 언리쉬드 행사를 기획했다. 그 말고도 주류회사 버드와이저와의 협업으로 성수동의 레이어57에서 이틀간 벌어진 버드 엑스 보일러 룸 서울의 홍보와 그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음악 커뮤니티는 최근 수년 동안 크게 성장했고 지금도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당신의 감상은 어떤지.

사실 난 부산에서 1년 이상 살았던 적이 있다. 그 기간 여러 차례 서울로 놀러 갔는데, 오로지 클럽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방문이 3년 전 런던으로 돌아간 이후 처음인데, 이전과 비교해 눈에 확 띄게 늘어난 클럽과 아티스트의 수에 깜짝 놀랐다. 런던 출신으로서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던 베뉴가 사라지는 것에 익숙해 있던 차에 역동하며 확장하고 있는 서울의 신(scene)을 보니 감회가 굉장히 새롭다.

 

일전에 VISLA의 라디오 시리즈 챔버토크(Chamber Talk)에서 켈리 한(Kelly Han)과 관련 이야기를 나눴었다. 켈리와의 대담을 통해 보일러 룸이 한국에 지대한 관심이 있음을 알았는데, 글로벌 음악 플랫폼인 보일러 룸이 감지한 한국의 매력은 무엇인가.

우선 이 기회를 빌어 켈리 한에게 큰 샤웃-아웃(shout-out)을 보낸다. 켈리는 우리의 미스 보일러 룸 서울(Miss Boiler Room Seoul)이다. 이번 서울에서의 일정은 켈리의 능수능란한 도움 없이 이렇게 잘 진행될 수 없었다. We love you, Kelly.

본제로 돌아가, 올해의 서울 방문은 보일러 룸의 통산 3번째 방문이나 우리는 4번째 방문도 곧 이뤄지길 크게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일러 룸 팀은 서울의 흥미로운 음악 커뮤니티를 조명해왔는데, 아직 다루고 싶은 소재들이 많이 남았다. 꼭 전자 음악이 아니어도 좋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한국의 다른 도시에도 눈독 들이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산에서 친하게 지냈던 크루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정리하자면, 보일러 룸은 댄스 플로어를 누비는 한국인 특유의 에너지와 한국 그 자체를 사랑한다.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버드 엑스 보일러 룸 서울을 준비하기도 빡빡한 일정임에도 성공적으로 진행된 서울 크루 언리쉬드, 보일러 룸에게 서울 크루 언리쉬드와 같은 행사가 지니는 의미는?

우선 버드 엑스 보일러 룸 서울 같은 ‘큰’ 행사의 목적은 지리학적인 경계를 부수는 것이다. 점과 점을 잇는다고 우리는 자주 표현하는데, 다시 말해 로컬의 흥미로운 인물들과 글로벌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의 거인들을 연결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다. 나아가 아티스트와 로컬의 팬이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버드 엑스 보일러 룸 서울에서 우리는 크게 3개의 장면을 담으려 많은 땀을 흘렸다. 첫째, 페기 구(Peggy Gou)가 고향을 방문해 그녀와 비슷한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주는 장면. 둘째, 깊게 파고드는 한국의 바이닐 디거(Digger) 중 하나인 에어베어와 역시 바이닐 디거이자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후니가 인연을 맺는 장면. 셋째, 옥토옥타를 비롯한 국제적 인기의 아티스트들을 선보이는 장면. 우리가 그린 구도에 위의 그림 3개가 잘 잡혀 다행이다.

하지만 원체 다변하고 역동하는 서울의 신이다. 때문에 버드 엑스 보일러 룸 서울에서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전부와 함께하는 것이 무리라 판단해, 서울 크루 언리쉬드를 기획했다. 그 목적은 간단하다. 큰 행사에서 미처 조명하지 못한 로컬의 인물과 크루를 보일러 룸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소개하고 더 뻗어 나갈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과 그들을 한 지붕 아래 모아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서울을 무대로 활동하는 여러 크루를 가까이서 지켜본 감상이 궁금하다. 이전에 보일러 룸이 전세계로 송출한 타 국가의 크루와 다른 점이 있다면?

딱 집어 말할 수 있는 특징은 그들이 장르의 경계에서 비교적 자유롭더라. 덕분에 덜 보수적인 음향이 나온다 해야 하나. 아마 우리가 올린 서울 크루 언리쉬드 셋을 들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사실 기존의 흐름에 도전하는 그림은 어린 세대가 치고 올라오고 있는 요즘의 전 세계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 이곳저곳에서 자주 보인다. 하지만 런던이 그 그림 변두리에 있다면 서울은 그 가운데 있는 느낌이다.

 

서울 크루 언리쉬드의 밤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아, 너무 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모두 음악으로 불타오른 밤이었기에 더 그렇다. 바로 생각나는 순간은 그랙 타니가 드럼 머신을 꺼냈을 때, 바밍 타이거가 한국의 명곡들을 선보였을 때, 쉐이드 브이 팸이 ”Who Let The Dogs Out”의 믹스로 스피커를 강타하자 콜 슈퍼가 CDJ 화면을 보러 갔을 때, 그리고 얼터 이고가 댄스 플로어를 광란으로 몰고 갔을 때 등인데 말하다 보니 끝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벽했다. 많은 부분은 켈리가 소개해준 환상적인 장소, 윌로비 덕분이다. 윌로비를 이끄는 제이(Jay)와 그의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가치는 분명 서울의 신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는 말도 있듯, 서울의 음악 문화는 최근 수년간의 놀라운 발전에 따른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이번 방문에서 로컬의 각종 인물과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아는데, 세계 곳곳의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과 소통한 경험을 가진 인물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유일무이한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공동체를 다른 나라의 것과 비교 분석하는 일은 어렵고 약간 불공평한 일이다. 도시마다 환경이 다르니 공동체들은 제각기 특수한 상황에서 뿌리를 내렸을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자주 거론된 생존의 문제에 있어선 여타 도시들도 같은 상황이다. 돌아보면 모든 언더그라운드 신이 당면한 문제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멕시코 친구들은 레이브(Rave)를 열 장소를 찾느라 언제나 고생이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친구들의 경우는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나는 서울의 신이 더욱 단단히 성장하며 국제적인 관심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신의 주요 인물들이 주축이 되어 함께 나아가는, 더욱 상호보완적인 공동체를 만든다면 서로가 자랑스러운 곳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말해본다. 힘이 드는 때는 반드시 오더라. 그때 당신이 기댈 수 있는 부목은 당신의 친구들이다.


진행 / 글 │ 홍석민
사진 │ 김현수
영상 │ 김현수, Woody Answer 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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