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오욱석(이하 W) : VISLA 에디터 오욱석이라고 한다. 패션 피쳐, 뉴스를 담당하고 있다.
오욱석의 에센셜.
1. 스투시(Stussy) 버켓햇 : 불어오는 버켓 유행의 바람을 느끼고 카시나에서 구매했다. 본디 이 제품을 사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나도 눈에 띄어 과감하게 구입 후 열심히 쓰고 다녔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하와이에 다녀왔냐”, “거지왕 김춘삼인 줄 알았다.”라는 슬픈 전설이….
2. 쓰래셔(Thrasher) 스냅백 : 평소 쓰래셔를 좋아하여 쓰래셔의 천국 일본에서 구입했다. 빌리지 뱅가드라는 편집매장에서 구매했는데, 이 빌리지 뱅가드라는 곳이 참 신기한 것이 의류부터 시작해서 안 파는 물건이 없는 곳이다. 정말 이곳에서 뭐 하나는 사야지라고 생각하여 예정에도 없는 모자를 구입했다.
3. 쓰래셔 티셔츠 : 원래 처음 본 제품은 후디였다. 사이즈를 물어보니 m 사이즈 하나 남았다고 하여 강한 실망을 느끼고 돌아섰다. 혹시 다른 판매처를 아냐고 물어보니 매장 직원이 이곳 밖에 파는 곳이 없다고 말해줬다. 이후 이 로고의 후디를 찾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매장을 돌아다녔지만, 역시 파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고 겨우 찾은 것이 이 반팔이다. 여름에 줄기차게 입어 줄 예정.
4. 나이키(Nike) 브리스톨(F.C. Real Bristol) 자켓 : 일본 여행 중 ‘Kind’라는 스트릿 전문 중고 매장에서 구입했다. 간결한 디자인에 나매(나이키 매니아 커뮤니티)인이라면 환장하는 방수 지퍼가 곳곳에 있어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Sophnet의 세심한 디테일이 정말 마음에 드는 제품이다. 하이테크 + 감성까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5. 프로케즈(Pro-Keds) x 스투시 x 헤이즈(Haze) 로얄 플러스 : 프로케즈 x 스투시 x 헤이즈라는 트리플 네임 콜라보 제품이다. 예전부터 사려고 벼르고 있던 찰나, 여자친구에게 선물 받았다. 트리플 네임답게 곳곳에서 협업 브랜드들의 디테일을 느낄 수 있다. 프로케즈는 처음 신어보는 신발이었는데 착용감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 애용 중이다. 이후 함께 발매 된 카키색을 구매하려 했지만 이미 판매 사이트가 사라진 뒤였다.
6. 스타워즈(Star Wars) 브리프 : 일본여행 당시 여자친구가 남은 마지막 전재산 3000엔을 내 발렌타인데이 선물로 사용했다. 팬티를 선물해준다길래 처음에 쓰래셔 팬티를 골랐다. 계산까지 마치고 나가려는 찰나 스타워즈 캐릭터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톰트루퍼가 간지나게 프린팅된 이 팬티를 발견! 환불 후 다시 구매했다.
7. 야광 향대 : 일본의 대표적 만물상 돈키호테에서 구매했다. 향대는 밤에 불을 끄면 은은하게 빛나는데 그 위에 타고 있는 향 불빛과 함께 바라보며 잠이 드는 것이 내 마지막 일과이다.
8. 네이버후드(Neighborhood) 룸 인센스 : 네이버후드의 의류를 사러 들어갔지만 기절초풍할 가격에 돌아서고 결국 인센스 스틱 하나를 구매했다. 이 향을 피워놓고 눈을 감으면 마치 내 방이 네이버후드 매장인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많은 인센스 스틱을 피워봤지만 이만한 향이 없는 것 같다.
9. 러쉬(Lush) 바디 스프레이 : 한때 나매에서 열풍을 일으킨 러시 바디 스프레이. 매번 사고 싶었지만 괜히 망설이게 되는 그 무엇이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 뿌려보기만 여러 차례, 결국 나의 청승을 지켜보던 여자친구가 사줬다.
10. 베어브릭(Bearbrick) 베이프(Bape) : 브리스톨 자켓을 구매한 카인드샵에서 결재 직전 여자친구가 발견! 함께 구매했다. 구매 당시 가격이 460엔 정도로 한국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이었다.
11. 베이브릭 네이버후드 : 베어브릭 콜렉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다. 네이버후드 베어브릭, 룸 인센스 스틱까지 있지만 정작 네이버후드 의류는 하나도 없는 게 좀 웃긴 것 같다.
12. 베어브릭 꼼사이즘(Comme ca ism) : 꼼사이즘 20주년 기념으로 매장에서 70% 이상 세일하길래 구입했다.
13. 뉴에라(New era) 햇 브러쉬 : 나 자신조차 모자를 쓰지 않은 내 모습이 어색할 정도로 모자를 즐겨 쓴다. 20개가 넘는 모자를 가지고 있으니 너무 쉽게 먼지가 쌓이더라. 모자를 아끼는 나로서 모자 관리의 중요성을 느끼고 소품에서 구입했다. 집에 오면 모자를 벗고 모자를 터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14. 반스(Vans) 머그컵 : 10만원 이상 구매하면 덤으로 주는 반스 머그컵이다. 친척 동생들에게 신발을 사주고 얻게 되었다. 돈이 나가는 것이 속 쓰렸지만, 좋은 일을 하고 상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의 반스 사랑을 돋보이게 해주는 아이템인 것 같다.
15. 칼하트(Carhartt) 지갑, 열쇠고리 : 칼하트, 스투시, 소프넷(Sophnet) : 칼하트 대란 때 20만원어치의 의류를 구매했지만 전부 취소되고 지갑만 덩그러니 택배로 왔다. 체인이 있어 분실 및 도난의 위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대신 공공장소에서 소리가 크게 울릴 때는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된다. 소프넷 열쇠고리는 촬영 당일, 윤범이형과 함께 진열되기도 전에 빠르게 구매했다.
16. 포터(Porter) 웨이스트백 : 평소 포터의 가방을 좋아하지만 국내에서 구매하기 힘들어 일본에서 직접 구입했다. 포터의 웨이스트백은 두 개 가지고 있는데 사용할 때마다 그 디테일에 놀라게 된다.
17. 더 스크랩 : 무라카미 하루키 : 문예창작학과 특성상 책을 읽어야한다는 강박에 구입했으나 한 달이 지난 지금 반도 못 읽었다. 오늘부터라도 반성하고 일주일 내에 독파해야겠다.
18. 로디아(Rhodia) 수첩, Bic 볼펜 : 평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매번 챙기고 다니는 수첩과 펜이다. 두 학용품 모두 검정과 주황색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두 개를 함께 가지고 다니는 것도 뭔가 깔맞춤의 강박인 것 같다.
일본에서 구매한 제품들이 상당히 많다. 일본에 자주 가는 편인가?
W : 일본은 처음 가봤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어서 앞뒤 안 가리고 사왔다. 사실은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
가장 기억에 남는 매장은?
W : 스투시 매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일본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상태였는데 끝까지 친절하게 옆에서 구매를 도와줬다. 사실 크게 구매하고 싶은 물건은 없었지만 그들의 상냥함 덕분인지 어느새 손에 쇼핑백이 들려 있더라.
돈기호테의 성인 코너가 참 좋다.
W : 물론 들어가 봤다. 왜 일본을 성진국이라고 하는지 바로 이해 할 수 있었다. 허나 이튿날 덴덴타운의 성인샾에 가보니 돈키호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보)
제품을 고를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면?
W : 제품의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부분으로는 얼마나 오랫동안 자주 사용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유행을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한철 잠깐 입거나 사용할 것이라면 아예 구매를 하지 않는 편이다.
베어브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에센셜에는 없지만 소장하고 있는 베어브릭들 중에 소개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W : 베어브릭은 한 달에 두 개 정도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 애착이 가는 제품은 이번 27 시리즈의 진격의 거인이다. 베어브릭 특성상 랜덤 뽑기의 형식이라 번번이 이 녀석을 뽑는데 실패했다. 어느 날, fifty-fifty에서 다시 한 번 구매를 했는데 얼룩말 패턴이 나와 실망하던 중 직원분이 방금 한 손님이 진격의 거인을 뽑았는데 중복이 나와 실망하셨다면서 재빨리 그 분을 쫒아가 즉석 교환의 장을 마련해 주셨다. 재밌는 에피소드였다.
베어브릭의 경우, 장식·전시 이상의 활용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손이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W : 7cm가 채 안 되는 조그만 장난감에 많은 돈을 들인다는 게 이해가 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교하게 프린팅된 제각각의 모습을 보거나, 랜덤 박스를 뜯을 때의 설렘을 알게 된다면 베어브릭을 수집하는 것을 멈추기란 쉽지 않다. 선호하는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것 또한 그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스타워즈 팬티가 인상적이다. 속옷을 에센셜에 넣기란 쉽지 않은 결정일텐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W : 처음 VISLA에서 에센셜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나왔던 아이디어 중 하나로, 자신의 속옷을 넣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굉장히 참신하다고 느꼈는데 지금에 와서는 왠지 낚인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왠지 스톰트루퍼의 베어브릭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W : 아쉽게도 스톰트루퍼의 모델은 구매하지 못했다. 구매하려고 몇 번 시도를 해봤지만 하도 오래전에 발매된 탓에 매물조차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기회가 있다면 꼭 컬렉션에 넣고 싶다.
포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인가?
W : 포터의 퀄리티 자체도 큰 장점이지만 사용자의 편리함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가방끈에 벨크로 포켓을 만든다든지 메신저백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끈을 추가하는 것 등 많은 브랜드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준다. 이런 점이 포터를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전공 때문이더라도 책을 많이 읽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더 스크랩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W: 더 스크랩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80년대 일본의 주간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했던 글들을 엮어낸 책이다. 그 시절 일본의 유행이 궁금하기도 했고 하루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동경심 때문에 구입했지만 정작 책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없더라. 그래도 꽤 재밌게 읽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읽기에 적격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W : 첫 에센셜이 내가 될 줄은 몰랐는데 크나 큰 영광인 것 같다. 다음 주자의 에센셜에도 꼭 팬티가 포함되길 바란다.
사진/인터뷰 ㅣ 백윤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