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eoul Community Radio의 야심찬 해외 바캉스 계획

1970년 중반부터 국내에 퍼진 ‘바캉스’라는 말은 휴가의 프랑스어로, 그 혀 간지러운 어감처럼 당시 동네에서 돈깨나 번다는 이들의 전유물이었다. 해외여행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금전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민간인의 관광 목적 해외여행을 정부가 통제하던 사회상은 가물가물한 우리의 과거다. 생활고에 여가는 뒷전이었던 그 시대는 무심하게 흘러가 이제 한해 오천만 인구의 삼분지 일 정도가 해외여행을 즐기는 때가 왔다.

그렇게 짧은 시간 괄목할 만큼 빠르게 늘어난 해외여행의 빈도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태원 부근의 언더그라운드 음악 문화도 내수시장에 근거해 그들끼리 즐기는 단계를 넘어 해외로 뻗어 나가기 이르렀다. 언더그라운드라는 용어가 시사하듯 이는 방대한 한국 대중문화 흐름의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해외의 것을 마냥 수입하기만 하다 역수출하기 이르렀으니, 모양새만 두고 보면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하는 위치까지 나아간 한국의 경우가 떠오른다. 이미 해당 신(Scene)의 굵직한 이름은 여러 번 국경을 넘어 존재를 알렸지만, 오늘 소개하는 양상은 그와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 이하 SCR)라는 배에 탑승한 국내 아티스트들의 해외 쇼케이스. 이는 단순히 어떤 체크포인트를 밟는 것이 아닌 문화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제안하는 바가 아닌가 조심스레 던져본다.

 

올해 이미 소나 홍콩(Sónar Hong Kong) 페스티벌에 허니배저 레코드(Honey Badger Records)의 수장 JNS가 참여하며 시동을 건 SCR의 해외 바캉스 일정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오르티지아 사운드시스템(Ortigia Soundsystem) 페스티벌과 홍콩의 시푸미즈(Shi Fu Miz)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윤곽을 드러냈다. 이는 SCR이 적극적으로 중개한 결과다.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 하우스 음악 여성 듀오 세끼(C’est Qui)가 7월 이탈리아로, 디제이 보울컷(DJ Bowlcut)에어베어(Airbear)는 계절의 막바지 10월 홍콩으로 떠난다. 런칭한지 2년 만에 아시아의 주요 언더그라운드 라디오 스테이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SCR의 보폭은 날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SCR에 따르면 해외 현장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이들을 지켜볼 수 있도록 온라인 중계를 계획 중이라 하니 SCR의 SNS 계정을 통해 추후공지를 기다리자.

오르티지아 사운드시스템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시푸미즈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SCR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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