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말고 양보하세요 FOOD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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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지 말라고 꾸짖곤 한다. 만약 그분들이 아래에 소개할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게 된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 과연 그들의 작품은 음식을 가지고 장난 친 것인가? 어떤 이들은 낭비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새로운 모습을 하고 나타나 또 다른 경험의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맛있는 이 음식을 한 번쯤은 아티스트에게 양보해도 좋지 않을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 소개할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보기 좋은 떡’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그들이 음식에 어떤 장난을 쳤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1. Esther Lobo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포토그래퍼 Esther Lobo는 ‘Rorschach’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케첩, 요거트, 간장, 푸딩과 같은 음식 아이템을 가지고 새로운 푸드 아트를 만들어냈다. 프로젝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Rorscharch’는 로샤 검사에서 이용하는 잉크 블롯 기법에 영감을 받아 완성한 작품들이다. 로샤 검사는 정신학에서 사용되는 심리/성격 검사로, 실험자에게 이미지를 주고 주어진 이미지에 대한 느낌을 물어보는 실험이다. 이에 대한 실험자들의 답은 그들이 현재 겪고 있는 정신적인 상태를 나타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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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her Lobo는 음식이라는 단 하나의 재료를 가지고 자신만의 로샤 검사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대칭과 애매모호함을 복잡한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들은 하나의 이미지로 존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자신만의 느낌을 간직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작품을 본 당신들에게, 그녀의 사진이 묻고 있다. “무엇이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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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enry Hargreaves

패션 포토그래퍼인 Henry Hargreaves가 패션을 넘어 다른 피사체까지 관심사를 넓힌 작업 중 일부다. 재미있고, 톡톡 튀고, 선정적인 사진들로 유명한 그가 음식을 건드렸을 때 과연 어떤 사진이 탄생할까. 그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열정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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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FABFOOD by Linus Morales

집에 남은 음식들이 하이패션을 만나 명품 음식으로 변했다. 소시지는 샤넬, 토스트는 루이비통에, 고기는 구찌다. 한낱 브런치 메뉴 재료에 불과한 것 같은데, 막상 먹으려면 돈이 꽤나 들 것 같다.

©Linus Mor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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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Food Mosaics by Buchees Doubles

Bouchees Doubles라는 프랑스 Food Creative Agency에서 프랑스 음식을 이용하여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들은 크림퍼프, 문어와 돼지고기의 이미지로 만들어졌다. 이 그룹은 주로 프랑스 음식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미지만으로도 프랑스 음식의 황홀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이미지들이 모두 음식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놀라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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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Hikaru Cho

마켓에서 오이를 사왔는데 껍질을 까보니 바나나라면? 귤이 알고 보니 토마토였다면? Hikaru Cho는 식재료의 표면에 아크릴 물감으로 전혀 다른 것들을 그려서 완전히 다른 음식으로 탈바꿈시켰다. ‘It’s not what it seems’라는 제목의 이 작품들은 마치 우리의 인식체계를 시험하는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음식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사실 우리를 놀라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상의 진실한 모습을 바라보자는 의도로 작업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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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an Cretu

포토그래퍼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Dan Cretu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 채소들을 새롭게 표현했다. 그는 평범한 음식을 특정한 사물로 변화시켰다. 오렌지가 자전거가 되고, 오이가 카메라로 변하고, 팝콘에는 미소가 생겼다. 마치 하나의 작품을 위해 음식이 레고 블록의 용도처럼 쓰인 것 같다. Dan Cretu는 우리가 매일 보는 사물을 새롭게 변화시켜서 신선함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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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hristopher Boffoli

Christopher Boffoli는 인류의 금기사항인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기.’를 과감히 깨버리기로 결심했다. 그의 미니어처는 음식을 밟고 오르며 심지어는 그 속에서 살기도 한다. 블랙베리는 CSI 과학수사의 범죄 증거물이 되고 아이스크림 콘은 텐트로 변신했다. 마치 ‘걸리버 여행기’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다. 미니어처들이 보는 음식의 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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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재료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뒤샹(Marcel Duchamp)의 ‘샘’ 이후로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모든 것들은 예술의 세계로 영입되었다. 스포에리(Daniel Spoerri)는 다 먹고 남은 그릇을 이용해 작품을 완성하였고, 온 카와라(On Kawara)는 엽서를 예술로 끌어들였다. 일상의 소재들을 하나의 재료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다. 그 예로, 르네 마그리뜨(René Magritte)는 컵을 털북숭이로 바꿔버렸다.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컵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변화시킨 작품이다. 이처럼 예술의 영역 안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던 것들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에 의해 무엇이 사용될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일이 되지 않을까.

 

 

정혜인
VISLA Art Feature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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