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사람끼리’ 플레이리스트 #1 크리스마스 특집

VISLA 매거진의 새로운 라디오 프로그램, ‘동향사람끼리’. 12월부터 매달 진행되는 본 방송은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의 스튜디오를 찾은 VISLA의 에디터 두 명과 특별한 손님이 특정한 주제와 걸맞는 음악을 소개하는 두 시간의 여정이다. 첫 회를 맞이해, 에디터 홍석민과 황선웅은 어김없이 찾아온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로컬 디제이 제시유(Jesse You)를 초대했다. 바이닐 음반으로 그득히 채워진 방에서 사는 제시유와 VISLA는 크리스마스를 어떤 음악으로 지내는지 지난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래 본문은 홍석민과 황선웅이 코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위해 각각 준비한 셀렉션이다.

 

 

Vince Guaraldi Trio “O Tannenbaum”

황선웅: 크리스마스 시즌, 연말이 다가오면 카페 사장님들의 플레이리스트도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평소 카페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막연히 듣기 좋은 쿨 재즈류라면, 크리스마스엔 그 정취에 알맞은 재즈 음악으로 바뀐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카페 플레이리스트에는 항상 이 음악이 포함돼 있더라. 1965년 우리에겐 스누피로 더 잘 알려진, 피넛츠(Peanuts) 그 첫 번째 에피소드, ‘A Charlie Brown Christmas’에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된 빈스 과랄디 트리오(Vince Guaraldi Trio)의 “O Tannenbaum”은 한국에선 “소나무야”라는 번안 동요로 더욱 유명하다. 서양에선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사실. 난 이 또한 빈스 과랄디 덕에 알게 됐다.

 

Universal Robot Band “Disco Christmas”

홍석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더 달굴 76년 등장한 미국의 5인조, 유니버설 로봇 밴드(Universal Robot Band)의 “Disco Christmas”. 뉴욕 디스코 음향을 풍부하게 한 개국 공신급 프로듀서 패트릭 애덤스(Patrick Adams)와 그레그 칼마이클(Greg Carmichael)을 주축으로 결성한 유니버설 로봇 밴드는 80년대 초반까지 활동하며 “Dance and Shake Your Tambourine”을 비롯한 히트곡을 몇 남겼다. 여담으로 영국 유수의 음반 레이블 BBE의 이름은 유니버설 로봇 밴드가 82년 발매한 디스코 싱글 “Barely Breaking Even”의 첫 철자를 따온 것이라고. 본론으로 돌아가, “Disco Christmas”는 77년 발매된 싱글이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산타클로스와 루돌프의 만담에 귀를 기울여보자.

 

Miles Davis “The man I Love(take 2)”

황선웅: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전설의 퀸텟(quintet), 그리고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us Monk), 밀트 잭슨(Milton Jackson) 등, 말이 더 필요 없는 세션 라인으로 녹음된 음악. 나는 이 곡에서 밀트 잭슨의 비브라폰 사운드와 몽크와 마일스 사이의 눈빛 교환이 일어나는 파트를 가장 좋아한다. 근데 이게 왜 크리스마스 음악이냐고? 궁금하다면, 포털 사이트에 ‘마일스 데이비스 크리스마스 세션’을 검색해보자. 친절히 안내받을 수 있을 것이다.

 

RUN D.M.C. “Christmas In Hollis”

홍석민: 87년 발매된 앨범 [Christmas Rap]의 첫 곡. 그 유명한 RUN D.M.C.가 크리스마스를 랩으로 풀었다. 아디다스 삼선 스니커를 신고 무대에 올라 힙합을 거리의 문법으로 정의한 그룹, RUN D.M.C. 이들은 뉴욕 퀸스의 남쪽 동네 홀리스의 크리스마스를 소개한다. 크리스마스라도 여전히 힙투더합을 놓지 못하는 이들은 후속편 개념의 92년 곡, “Christmas Is”도 확인해보자.

 

K Foundation “K sera sera”

황선웅: 1992년, 세계 평화가 찾아올 때까지 더는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 채 해체를 선언한 KLF가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을 기념하여 이들의 이명, ‘K Foundation’이란 이름으로 이스라엘에만 한정 발표했던 트랙이다. 도리스 데이(Doris Day)의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그리고 존 레논(John Lennon), 오노 요코(Ono Yoko)의 “Happy Xmas (War Is Over)”를 믹스 커버한 트랙으로 웅장한 합창 코러스 하모니 속에 내포 된, 평화의 아늑함을 찾을 수 있는 곡.

 

Equipo Radio Cidade “Bons Tempo São Paulo”

홍석민: 최초의 힙합 히트곡, 슈가힐 갱(The Sugarhill Gang)의 79년 작 “Rapper’s Delight”. 칙(Chic)의 “Good Times”의 베이스라인에 랩을 얹은 그 말 많은 곡을 브라질 상파울루가 재해석했다. 80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라디오 디제이들이 목소리를 올린 이 곡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기념해 발매된 음반이라고. 원래 극소량만 찍은 디제이 전용의 7인치 음반이었으나 영국 기반 미스터 봉고(Mr. Bongo)가 2016년 재발매했다. 곡 중간에 삽입된 퍼커션 독주에 주목하자. 노래의 국적을 간단히 남미로 바꿔놓았다.

 

Jens Lekman “To Know Your Misson”

황선웅: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음악이라면, 슬레이벨 사운드는 어디를 가나 빠지지 않더라. 당장 유튜브에 캐롤을 검색하여 랜덤한 음악을 듣더라도, 리버브를 짙게 먹인 슬레이벨 사운드를 쉽게 찾아 들을 수 있을 만큼, 캐롤을 대표하는 사운드로 인식된다. 따라서 크리스마스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는 슬레이벨 텍스처는 예상 가능한 크리스마스 사운드 클리셰라고 느껴지지만, 크리스마스라는 문화를 사운드로 일구는 데는 이 말곤 딱히 다른 선택지도 없어 보인다. 옌스 렉만(Jens Lekman)의 [Life Will See You Now]는 크리스마스가 조금 지난, 2월에 발표된 앨범이었다. 하지만 첫 트랙 “To Know Your Mission”를 처음 들었을 때, 슬레이벨 사운드에서 자동 반사적으로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됐다. 반면 음악은 크리스마스와 상관없는 일기장에 가까운 트랙. 하지만 누구나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떠오를 것이다.

 

The Weather Girls “Dear Santa (Bring Me a Man This Christmas)”

홍석민: 한국에 수입된 서양의 명절은 유독 솔로에게 잔인하다. 밸런타인데이의 파괴력도 강한 편이나 결국 용서 없는 명절의 왕좌를 차지하는 날은 역시 크리스마스가 아니겠는가. 당장 옆에 누가 없어 네이버 검색창에 ‘크리스마스 날 사람 없는 곳’ 등을 검색하는 이에게 당찬 누님들이 보낸 편지를 한 통 소개한다. 그 누님들은 바로 웨더 걸스(The Weather Girls)로, “It’s raining man”의 주인공이자 화통 삶아 먹은 목청의 소유자다. 크리스마스 날 옆구리가 시린 누님들이 남자를 내놓으라며 산타클로스를 위협하는 그 내용. 영상과 함께 확인해보자.

 

Ryuichi Sakamoto “Merry Christmas Mr. Lawrence”

황선웅: 사카모토 류이치(Ryuichi Sakamoto)의 필름 뮤직 데뷔작이자, 그의 방대한 디스코그라피 중, 가장 유명한 트랙으로 손 꼽는 트랙. 딱히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며 즐겨 듣는 편은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 테마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음악은 머라이어 캐리도 빌리 홀리데이도 아닌, 사카모토 류이치였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방송에선 이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원래는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트리오로 구성된 어쿠스틱 사운드를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크리스마스인 만큼, 차가운 질감을 공감할 수 있도록 영화에 삽입된 원곡을 들고 와봤다.

 

Calvin Carr & Company “Without Christ”

홍석민: 물론 해석의 여지는 많지만, 크리스마스는 기본적으로 기독교, 천주교의 행사가 아닌가. 인류 역사를 반으로 쪼갠 대단히도 중요한 인물, 예수 그리스도. 그의 탄생일을 진짜 이유는 세계인이 한마음 한뜻으로 축하한다. 심지어 몇 이슬람 국가도 이 시기 축제를 벌인다고. 종교의 차를 잠시 접어두고 거리를 감싼 축제 분위기에 몸을 맡겨보자. 예수가 세상에 나온 날, 가스펠 하나 즈음 없으면 섭섭하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신났던 재발매 중 하나, 캘빈 칼(Calvin Carr & Company)의 “Without Christ”. 스위스의 하이 재즈* 레코드(High Jazz* Records)가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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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홍석민 황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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