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사람끼리’ 플레이리스트 #2 기해년 새해 특집

VISLA 매거진의 라디오 프로그램, ‘동향사람끼리’. 매달 진행되는 본 방송은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의 스튜디오를 찾은 VISLA의 에디터 두 명과 특별한 손님이 특정한 주제와 걸맞은 음악을 소개하는 두 시간의 여정이다. 새해를 맞이해, 에디터 홍석민과 황선웅은 2019 기해년을 주제로 ‘헬리콥터 레코드(Helicopter Records)’를 이끌며 만물상 ‘우주만물 (CosmosWholesale)’ 운영을 돕는 박다함을 초대했다. 연초부터 아시아 방방곡곡을 누빈 박다함과 VISLA는 새해를 어떤 음악으로 보내는지 지난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래 본문은 홍석민과 황선웅이 새해를 맞이하며 각각 준비한 셀렉션이다.

 

 

김현철 “결혼X(이른나이-늦은나이)=힘든나이”

홍석민: 새해가 밝으면 성큼 다가오는 민족의 명절 설날. 설 연휴 친척끼리 모여 덕담처럼 주고받는 새해 인사와 명절 스트레스가 기대되는 시기다. 그날의 단골 소재 결혼. 이에 20대 중반의 김현철이 부른 결혼에 관한 고민이 담긴 곡을 첨부한다. 이른 나이부터 결혼을 생각하던 20대의 젊은 청년은 실제 약 10년 후 삼계탕집에서 어떤 여인에게 프러포즈한다. 나아가 그는 2002년 그의 8집 음반을 반려자에게 헌정했다. 결혼이란 복잡한 것. 정체불명의 수식으로도 그 난제를 표현하기 역부족이다.

 

Boards of Canada “Dayvan Cowboy”

황선웅: VISLA의 디자이너 진우 형이 만든 일출 플라이어에서 발레아릭과 엣모스피어릭의 느낌을 떠올려 선곡하게 된 트랙 “Dayvan Cowboy”는 보즈 오브 캐나다(Boards of Canada)의 2005년 세 번째 앨범[The Campfire Headphase]에 수록된 트랙이다. 바이올린 현과 무그 신시사이저를 통해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를, 그리고 이를 꿰어놓은 기타 현에 쨍하게 뜬 태양을 떠올려 보자 ─실제 나는 해변을 바로 옆에 끼고 24년을 자랐다. 따라서 바다를 보며 발레아릭한 음악을 감상하는 게 매우 익숙하니 한번 속는 셈 치고 새해 일출을 생각하며 감상해보길 ─ . 또 조 키팅거(Joe Kittinger)의 자유낙하 실험과 서퍼(surfer)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을 소스로 만들어 낸 뮤직비디오 또한 일품이니 천천히 감상해보자.

 

Ishmael Ensemble “Tunnels”

홍석민: 새해가 밝았건만 아직 나의 신체 시계는 연말에 맞춰진 채 그대로다. 그럴 땐 정신 통일을 위해 슈게이징(Shoegazing) 음악을 듣는다. 멀티인스트루멘탈리스트 피트 커닝햄(Pete Cunningham)이 이끄는 영국 브리스톨 기반 그룹 이슈마엘 앙상블(Ishmael Ensemble). 전자 음향을 다음 단계로 이끌 방안을 모색 중인 이들이다. 2017년 내놓은 데뷔 EP [Songs For Knotty]가 BBC 라디오를 통해 주목받으며 안탈(Antal)을 비롯한 음반계 유명인에게 샤웃아웃을 받았다고. 이들의 2018 10월 발매작이다.

 

Kraftwerk “Tour De France”

황선웅: 새해에는 건강한 자신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겠노라고 수많은 이가 계획을 다짐한다. 모 속옷 브랜드에 따르면, 12월 새해가 가까워질수록 스포츠 브라 판매율이 최대 74%까지 상승한다고. 이는 실로 많은 사람이 운동을 다짐한다는 숫자 통계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불타는 의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사그라들어, 어느새 이불 속을 빈둥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Tour De France”를 준비했다. 들숨 날숨을 크라프트베르크와 함께하며 운동 의지를 다시 불태워 보길 바란다.

 

이판근과 코리안 째즈 퀸텟 “아리랑”

홍석민: 일제 강점기 중 수입된 서양의 음악 재즈. 홍난파의 코리안 재즈 밴드나 김해송 같은 1세대 재즈 음악인의 등장으로 한국 재즈 역사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던 한국 근대사에 치여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불운의 순수 예술 재즈. 그래도 그 유명한 재즈 클럽 야누스에 모인 선배 재즈 음악인들은 후배 음악가를 교육하며 후일을 도모했다. 우여곡절이 담긴 그들의 이야기는 2015년 다큐멘터리 “브라보! 재즈 라이프”에 일부 담겼으나 이들의 공로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2019년의 시작과 동시, 사진작가 노상현이 그의 사진 스튜디오 업노멀(Abnormal) 웹사이트에서 ‘Korean Jazz’ 온라인 전시를 시작했다. 일주일마다 한국 재즈 음악인 한 명씩의 사진을 전시하는 중이니 생각날 때마다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1월 두 번째 주의 전시 주제는 한국 재즈 이론가 이판근이었다.

 

Objekt “Lost and Found(Found Mix)”

황선웅: 베를린 기반의 테크노 프로듀서 오브젝트(Objekt)의 2018년 신작 [Cocoon Crush]의 대미를 장식하는 트랙이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은 동명의 타이틀을 가진 “Lost & Found (Lost mix)”로 일란성 쌍둥이 같은 트랙. 새해부터 무슨 글리치, 엑스페리멘탈이냐는 의문 또한 제시될 수 있지만, 나는 잃어버린 것과 잃어버린 것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선곡했다. 그래서 내가 뭘 잃어버렸냐고?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확인하길.

 

Le Stim “A Tribute to Muhammad Ali (we crown the king)”

홍석민: 한 살 더 먹었다고 풀 죽을 순 없다. 힘내서 나아가기도 부족한 열두 달의 1/6이 이미 지나가는 중이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미국 디트로이트의 디스코 밴드 르 스팀(Le Stim)이 1980년도에 녹음한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 찬양곡, “A Tribute to Muhammad Ali (we crown the king)”을 소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차게 밀고 나가는 9분간의 디스코 여정. 1980년 발매된 본 곡은 사실 원작자 허버트 안드레이 덩컨(Herbert Andrei Duncan)의 노력 없인 태어날 수 없었다. 처음엔 탐탁지 않아 했던 르 스팀을 5년간 설득해 겨우 녹음실로 끌고 간 그의 공적이 아니었다면 이 곡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 그리고 2018년 11월, 음반 레이블 멜로디즈 인터네셔널(Melodies International)이 12인치 바이닐 음반에 담아 “A Tribute to Muhammad Ali (we crown the king)”을 정식 재발매했다.

 

양방언 “Into the Light”

황선웅: 뉴에이지, 사운드 트랙 프로듀서 양방언은 2002 부산 아시안 게임의 주제곡 “Frontier”를 통해 사물놀이 등의 국악과 피아노 소나타, 심포니 사운드를 아우르는 서양악을 크로스오버한 아티스트로 정평이 났지만, 내가 이야기하고픈 트랙 “Into the Light”가 담긴 양방언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Into the Light]에선 국악 크로스오버의 면모를 찾기가 힘들다. 조금 더 큰 틀의 동양의 에스닉 사운드를 탐구한 듯하다. 나는 “Into the Light”를 희망차고 활기찬 새해를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선곡했다. 내 주변인 모두 2019 기해년 건강하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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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홍석민, 황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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