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콜렉티브 빅시티요가클래스(BIG CITY YOGA CLASS) 소속 뮤지션 모조모스오멘(mojomossomen)이 지난 1월 15일, 새 싱글 “MIDDLEMAN”으로 돌아왔다. 몇 곡의 히트 싱글만 남긴 채 빛을 잃는 이들이 부지기수인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뮤직 신(Scene)에서 모조모스오멘의 이름은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몇 안 되는 이름 중 하나일 터.
상징적인 가사에 날 것의 에너지를 담아 뿜어내는 그의 랩은 당연히 가장 큰 무기지만, 신에서 가장 돕한 뮤직비디오들을 만들어냈던 잔퀴(Jan’Qui)와 프로듀서 오프에어(Offair) 그리고 영상과 사진을 담당하는 724와 양준형까지 그의 곁에는 항상 명민한 감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했다. 이들의 중심점에 있는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을까. 조금은 난해한 뮤직비디오와 가사는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세상을 향해 한없이 목소리를 키우는 부류가 아니다. 작년 데뷔 싱글 “XAAMONG”의 공개 이후 묵묵히 자신의 예술을 빚어온 모조모스오멘과 “MIDDLEMAN”에 관해 짧은 대화를 나눠보았다. 첨부된 사진들은 모조모스오멘이 보내온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의 기록이다.
Mojomossomen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Mojomossomen 공식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Mini Interview
곡 제목을 “MIDDLEMAN”으로 정했다. ‘Middleman’이라는 단어는 뮤직비디오에서 연출한 것처럼 ‘마약 중개상’을 뜻하기도 하는데, 그 뜻 그대로를 곡에 담으려고 한 건가?
미들맨(MIDDLEMAN)이란 말은 마약 중개상을 뜻하기도 하지만 먼저 내 유년 시절의 경험과 관련이 있다. 나는 11살 때 가족과 떨어져 홀로 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갔는데, 나중에서야 유학을 주선해주었던 사람과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내가 고급주택에서 골프도 배우고 그럴듯한 교육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전달받았지만, 사실 나는 동양인이 전혀 없는 후드(Hood)에 방치됐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범죄 가까이에서 자라게 됐는데, 그때 여기서 내 위치에 관해 고민했던 것 같다. 하얀 사람들과 검은 사람들 사이에 노란 내 피부색처럼 수많은 인위적인 기준과 파티션. 그 가운데에 있는 내가 말 그대로 ‘미들맨’이었다.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중간’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여담으로 유년 시절 니카라과(Nicaragua)라는 나라에서 히스패닉 OG 한 분을 만난 적 있는데, 그분이 내게 십자가 목걸이를 주면서 ‘잉양옝(yin yang yeng)’을 지키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살면서 그거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고. 발음이 워낙 특이하다 보니 그 단어가 머리에 박혀서 크고 나서도 잊지 않았는데, 나중에 궁금해서 알아보니까 동양 사상의 ‘음과 양(Yin&Yang)’을 얘기한 것 같더라. 마지막 ‘옝’이 뭘 뜻하는지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지만.
남미 출신 갱스터가 내게 십자가를 주면서 선의의 조언으로 동양 사상을 들먹였다는 것 자체로도 흥미로운 사건이지만, 그 단어는 아직도 내 삶의 가이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죽을 때까지 음과 양 사이의 중도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존재 아닌가. 실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던 시기에 함께 재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미들(Middle)’이나 ‘밸런스(Balance)’라는 별명을 즐겨 쓰는 것을 보았다. 자신의 중심을 잃었기 때문에 균형에 집착하는 그들을 보면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중간’, 즉 중도란 무엇인가에 관해 고민했다. 어쩌면 그 밸런스야말로 나에게는 신이고 내가 절대적으로 믿는 유일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yeng’.
설명해준 의미와 싱글 커버가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사각형 프레임의 중간을 반으로 가른 듯한 커버는 ‘중간’을 의미하는 것인가?
커버 아트워크는 같은 팀의 양준형이 함께 일본에 있을 때 촬영한 것이다. 야외에서 박스를 덮고 잠들어 있는 노숙자의 사진인데, 자신의 몸 크기에 딱 맞게 박스로 덮은 모습이 탈피하는 번데기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또한 사회적 기준으로는 중간의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만의 중도를 가지고 사는 ‘미들맨’이지 않을까. 내가 찾은 중도의 삶이 남에게는 아닐 수도 있으니까.
곡의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심오하다. 주제와 내용을 부분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을까?
곡의 가사는 내 개인적인 경험을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자면 가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플루트’는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던 시절, 내 옆자리의 여자애가 오케스트라 수업마다 자신의 플루트 안에 약을 담아 코로 먹던 묘한 모습을 가사로 풀어본 것이다. 가사의 초반부에는 내가 처음 중심이 흔들릴만한 환경에 놓였을 때 중심을 잃고 부정적인 것에 빠졌던 모습을 묘사했고 그다음 절에는 최악의 것에 빠져 그 이외의 것을 무시한 채 살아가던 시절을 표현했는데,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 시절의 나는 내가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악영향을 끼치며 살았다. 그런 과거를 돌아보며 나도 사람답게, 나만의 밸런스를 찾아가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뮤직비디오는 조금 더 형이상학적인 부분이 많다. 내가 많이 공감할 수 있었던 얘길 한 사람 중에 철학자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와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이 있는데, 그들은 신이 없다고 했지만 결국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절대적인 가치를 찾으려 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서 받은 영감으로 철저히 병들고 망가졌던 과거의 나를 묘사하기 위해 휠체어를 탄 모습과 스티븐 호킹의 인터뷰를 영상의 첫 장면에 넣었다. 뮤직비디오의 중반부는 내가 어떻게 망가지게 됐는지 설명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자만심과 업보가 쌓여 무너진 사람에게 구원이란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구토하며 쓰러진 개새끼를 간병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살리지만, 결국 그 개새끼가 반응하는 유일한 위로는 사람의 온기가 아닌 새로운 약뿐인 거다. 자위하다가 약을 보고 나서야 사정하는 부분이 이에 관한 묘사라고 할 수 있지. 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은 이 좆같은 굴레에서 졸업한 나를 표현했다. 한국의 망나니 같은 졸업식 문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는데, 영상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하얀 가루의 이미지는 이 장면에서 ‘졸업빵’의 밀가루로 표현되었고, 나 자신은 철없는 학생으로 그려지면서 비디오는 끝난다. 양아치 같은 얘기지만, 병신 같은 과거와 그 누구도 탈출할 수 없는 굴레에서 나만 먼저 졸업하겠다, 일단 난 빠질게, 잘들 있어. 대충 이런 걸 담고 싶었다.
필름메이커 잔퀴(Jan’Qui)의 참여가 빠졌지만, 이전에 발표했던 싱글 “XAAMONG”과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가사와 한 편의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는 철저하고 총체적인 디렉팅이 돋보인다. 어쩌면 장난스러울 정도로 즉흥적이고 가벼운 요소에 집착하는 최근 힙합 트렌드와는 궤를 달리 하는 것 같은데. 이와 같은 디렉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
나와 빅시티요가클래스 아티스트들은 항상 작업의 소재를 일상에서 찾는다. 외부의 멋있는 것을 쫓기 보다는 지금 당장 자신의 세계에 있는 것을 잘 묘사하는 사람들이라, 항상 우리 중심에서 나온 영감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영감의 출처가 외부가 아닌 내 경험과 느낌에 있기에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건 어렵지 않은데, 우선 내 앞에 놓인 세상의 파편들을 출처로 즉석에서 콘티를 짜는 편이다. 실제로 “XAAMONG” 비디오의 경우에도 콘티를 짜기 위해 잔퀴와 만났을 때 앉은 자리에서 몇 분 만에 콘티가 나왔고. 콘티가 나오면 빅시티요가클래스 아티스트들이나 촬영감독 등 여러 사람과 함께 그것을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빌드업한다.
이번 싱글은 작년부터 발매하려고 했는데, 수많은 이유로 늦어졌다고 들었다. 뮤직비디오의 편집을 수차례 했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생각이 많았다. 회사의 서포트가 없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이다 보니 여건이 참 아쉽더라. 사실 곡은 재작년에 나왔고 뮤비는 작년 4월에 완성됐는데, 지금에서야 공개됐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도 정말 답답하긴 하다. 추진력에 보탬이 될 만한 서포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미들맨” 뮤직비디오를 위해 큰 싸움을 해준 신태민(SHIN)과 724에게 고맙다. 능력 많고 감각적인 사람들 덕에 비디오가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공개한 대부분의 곡을 프로듀서 오프에어(Offair)의 비트 위에 작업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오프에어 프로덕션의 매력은?
사실 나는 힙합이라는 장르에 목매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당장 내가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야마’가 그쪽에 가깝지만, 장르 자체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오프에어의 비트가 지닌 감성은 다른 힙합 프로듀서들과 확연히 다르다. 비트에 드라마가 있다고 해야 하나. 오프에어의 음악은 소위 말하는 ‘뚜까 패는 트랩(Trap)’에 속해 있는 곡이라도 들었을 때 마주할 수 있는 감정선이 정말 많은데, 그런 드라마틱한 부분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과 가장 가깝다.
국내에는 키스 에이프(Keith Ape)의 “잊지마(IT G MA)” 참여로 잘 알려진 일본 래퍼 루타(LOOTA)가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일본 아티스트들과 교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되었나?
처음에 루타가 “XAAMONG”을 보고 내게 연락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사람이었고, 힙합을 넘어 멋진 방향성을 가지고 순수한 예술을 하고 싶은 아티스트라는 확신이 들어 작업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이젠 그를 가족으로 생각한다. 그와는 앞으로도 많은 일을 함께할 예정이다.
해외 힙합 팟캐스트 노점퍼(No Jumper)를 통해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것을 보며 국내 힙합 신보다는 해외 힙합 신의 반응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힙합 신에 아쉬움이 있다면?
난 특정한 대상을 노리고 뭘 만들진 않는다. 노점퍼에겐 고맙지만, 해외 채널에 목을 매거나 특별히 노력한 적도 없다. 단지 지금까지 내게 관심을 보였고 내가 관심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외국에 있는 경우가 많았을 뿐이다. 사실 힙합이라는 장르에 특별한 충성심이 없다 보니 티비에 나오는 힙합 프로그램이나 전문 매체, 혹은 힙합 신 내부의 일을 거의 모르는 편이다. 난 그저 뭘 만들든 간에 내 방식대로 만드는 사람이다. 빅시티요가클래스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향후 계획을 알려줄 수 있을까?
좋은 곡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빅시티요가클래스의 경우는 멤버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계속 작업하고 있으니, 준비되었을 때 도쿄나 서울의 전시회를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더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그냥 앞으로도 내 중심을 살피며 살아갈 생각이다. 낭만을 가지고 일하다가 죽는 것도 괜찮다.
진행 / 글 │ 이철빈, 김용식
사진 │ 양준형, Avaristo 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