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사람끼리’ 플레이리스트 #4 미세먼지 특집

VISLA 매거진의 라디오 프로그램, ‘동향사람끼리’. 매달 진행되는 본 방송은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의 스튜디오를 찾은 VISLA의 에디터 두 명과 특별한 손님이 특정한 주제와 걸맞은 음악을 소개하는 두 시간의 여정이다. 봄과 함께 한국을 습격한 불청객 미세먼지가 기승인 만큼, 에디터 홍석민과 황선웅은 디제이/프로듀서 비전(V!SION)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그를 주제로 넋두리와 음악을 나눴다. 미리 약속도 안 했건만, VISLA 매거진의 에디터와 비전이 선곡한 음악의 공통분모는 바로 레이브와 디스토피아적 분위기. 국적 불명의 먼지바람을 SF 세계관과 기어코 얽는 3명의 연금술이 이번 방송의 관전 포인트 되겠다.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파티 플랫폼 인 드림(In Dream)더 아키텍츠(The Architects)을 비롯해 각종 클럽에서 애시드 하우스 중심의 셋을 선보이는 비전. 그는 이번 ‘동향사람끼리’ 방송을 위해 자신 주변 로컬 프로듀서의 곡을 선별했다고. 그 곡 리스트도 아래에 첨부하니 확인해 보자.

 

V!SION’s list

Purvitae “Garasadae”
Ada Acid “Lust”
V!SION “Paranoia”
Arexibo “Fisher”(미발표곡)
Seiryun “Damn Dance”
Apromani “DGTF”
DJ Bowlcut “Can You Feel It (Control Your Mind)”
amu “Signal Mannequin”

 

Burial “Archangel”

황선웅: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 1952년 대기 오염으로 인한 대재앙은 사망자 1만명, 부상자 20만명, 총 21만명의 인명피해를 낳았다. 그날의 참사는 오늘날까지 런던의 어두운 일면으로 남아, 런던 로컬 뮤지션의 음악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런던 베이스 뮤지션 베리얼(Burial) 또한 그중 한명으로, 그는 2006년 셀프 타이틀 [Burial]에 이어, 이듬해인 2007년, [Untrue]와 같은 도시적 잿빛 음악을 연이어 발표한다. 그리고 앨범이 발표된 지 12년이 지난 현재, 베리얼의 신봉자를 자처한 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수많은 신봉자 중 한 명인 나는 4월 3일, 마침내 미세먼지를 주제 삼아 앨범 [Untrue]의 두 번째 트랙 “Archangel”을 선곡했다. 감미로운 보이스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레이 제이(Ray J)의 목소리에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Metal Gear Solid) 사운드 트랙 샘플을 토대로 제작된 “Archangel”은 런던의 회색빛 시티 스케이프를 그려놓았다. 이는 공교롭게도 현재 콘크리트와 미세먼지로 참담한 서울과도 일맥상통한다.

 

Leevisa “Doorbell (Liu Lee Remix)

홍석민: 프리 콜리젼(Free Collision)의 멤버 리비자가 올해 3월 본인의 사운드클라우드와 밴드캠프 계정에 공개한 EP [Candle Remixes]. 리비자와 소통하는 총 5명의 국내외 아티스트가 참여한 본 앨범에서 미세먼지와 어울리기에 뽑은 트랙은 리우 리(Liu Lee)가 손을 댄 “Doorbell”이다. 어김없이 ‘나쁨’을 기록한 3월 22일, 이태원 케익샵에서 펼쳐진 한국식 레이브 파티 메가패스(Megapass)의 마지막을 장식한 리우 리. 그의 셋은 90년대의, 혹은 허구의 희미한 노스탤지어를 확실히 붙잡고 있었다. 상승, 또는 자멸하는 분위기를 댄스플로어에 연출하는 리우 리는 리비자의 “Doorbell”에도 자욱한 무언가를 가미한다.

 

Boards of Canada “Reach for the Dead”

황선웅: 지난번 새해 플레이리스트로 선곡한 트랙 “Dayvan Cowboy”는 보즈 오브 캐나다의 세 번째 앨범에 수록된 트랙. 그리고 그와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Reach for the Dead”는 가장 최근인 2013년 발표된 이들의 네 번째 정규작 [Tomorrow’s Harvest]에 수록되어 있다. 아마 커버 아트부터 미세먼지를 자욱한 서울을 떠올릴 수 있을 터. 건조한 사막과도 같은 음악은 마스크가 답답하다는 이유로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된 체 무덤덤하게 사는 이들과 나를 위한 선곡이다. 자신도 모르는 세 체내 쌓이고 있는 중금속이 언제 운명을 뒤바꿀지… 불안함은 물론, 미세먼지의 경각심을 고취한다.

 

Ammar 808 ft. Cheb Hassen Tej “ZAWALI FITNESS CLUB”

홍석민: 국토 40%가 사하라 사막인 튀니지의 DJ 겸 프로듀서 암마르 808이 3월 28일 공개한 최신곡. 작년 봄, 그의 데뷔 LP [Maghreb United]는 북아프리카, 중동의 전자음악 신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충실한 비트와 아랍 향내 짙은 선율은 아말 808의 주 무기. 중동의 각종 전통 악기, 전통 창법을 전자 음향과 과감히 섞는 그의 장기는 라이브 공연에서 그 진가를 발하더라. 먼지와 함께 수백 년 살아온 이들의 새로운 음악적 움직임을 주목하자. 여러모로 불안정한 탓에 작품에 자주 담기는 사회적 메시지 또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Zawali Fitness Club” 역시 마찬가지. 사회 최하층을 가리키는 튀니지 방언 자왈리(Zawali)가 제목인 만큼, 암마르 808의 오랜 음악 동료 체브 하센 테지(Cheb Hassen Tej)는 그들의 비참함을 노래로 덤덤히 풀어냈다.

 

Burzum “Tomhet”

황선웅: 지난 미세먼지 특집은 내 사심이 다량 함유된 특집이다. 방송 2시간 내도록 백 그라운드에 깔아둔 음악, 버줌의 “Tomhet”이 내 선곡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스산하며 음침한 앰비언스에, 공동 호스트인 석민은 “전설의 고향 같은 음악”이라는 짧은 감상평을 남겼다. 이 감상평은 나 역시 동의한다. 미세먼지 자욱해 스산함을 일관 연출하는 서울의 잿빛 공기는 전설의 고향과 피차일반이니 말이다.

 

Overland “Colossal Book Of Mathematics”

홍석민: 미세먼지 가득 낀 날씨의 음울함에 디스토피아란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사실 꽤 낭만을 찾는 짓이다. 숨쉬기 부담스러울 뿐인 대기 상태에 SF 세계관을 입히고 이에 근거해 상상의 나래를 뻗치는 것. 이는 피할 수 없기에 즐기고자 하는 2019년 우리의 얄팍한 구운몽이다. 2009년 등장한 브루클린 기반 프로듀서 듀오, 포드 & 로파틴(Ford & Lopatin)도 마찬가지였다. 다분히 SF적인 상상으로 완성된 이들의 음악은 미래를 그리워하는 동시대 음악가의 영감이었고 그 영향은 아직도 유효하다. 현재 그 한쪽 포드(본명, Joel Ford)는 레이블 드리프트리스 레코딩(Driftless Recordings)을 운영하며 비슷한 꿈을 꾸는 자들을 발굴 중이다. 그리고 올해 3월 22일, 포드는 캐나다 밴쿠버 기반의 떠오르는 프로듀서 오버랜드의 EP [Colossal Book Of Mathematics]를 발매하며 그 영역을 또 한 번 확장했다.

P.S. 포드와 듀오를 짠 로파틴은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의 다니엘 로파틴(Daniel Lopatin)이 맞다.

 

S U R F I N G “Sky high”

황선웅: 최근 VISLA 사무실이 이사하면서 하늘과 많이 가까워졌다. 덕분에 간간히 청명한 하늘을 보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가곤 한다. 그리고 눈앞에 파랗게 펼쳐진 탁 트인 하늘은 그간 쌓인 답답한 속내를 잠시나마 잊게 만든다. 이 순간의 시원한 쾌락이 내 몇 안 되는 낙이 된 현재, 이 쾌락을 소리로 승화한 듯한 음악이 하나 있어 이번 기회를 통해 공유한다. 바로 호주의 베이퍼웨이브 듀오 서핑의 “Sky high”다. 로드니 프랭클린(Rodney Franklin)의 “Sailing” 메인 피아노를 샘플로, 피치를 다운시키고, 반복 루핑을 이룬 단순한 트랙. 허나 높은 하늘을 형용하기 위한 샘플 셀렉은 서핑의 묘수다. 또한 시원하게 펼쳐놓은 기타 드라이브는 청명한 하늘을 자유로이 활주하는 듯한 쾌감을 안겨줄 것이다. 이 음악과 함께 높은 하늘과 비교적 신선한 공기를 최대한 만끽하자. 곧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 등이 서울을 점거할 예정이니…

 

Curd “MilliM”

홍석민: 한국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 커뮤니티 겸 레이블 대정 트랙스(Daejung Trax)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한 이력을 시작으로 프로듀서로 발돋움한 커드.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의 일원이기도 한 그는 서울의 다양한 음악 신(Scene)을 목격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나아가 작년에는 대안 힙합 크루 그랙다니(Grack Thany)에 합류, 다양한 무대에 등장 중이다. 4월 1일 발매된 “MilliM”은 그런 커드의 첫 싱글 앨범으로 여러모로 빽빽한 밀림의 모습을 음향으로 표현한 곡이다. 어수선하나 질서정연한 본 “MilliM”의 정경에 단단히 한몫하는 래퍼 몰디(Moldy)의 목소리는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 적도와 멀디먼 서울의 커드가 그린 밀림은 미세먼지를 안개처럼 두른 빌딩 숲의 바닥을 거니는 우리만의 UK 훵키(UK Funky)다.

 

Mort Garson “Swingin’ Spathiphyllums”

황선웅: 풀을 좋아하지 않는다. 식물 키우는 데는 당연히 흥미가 없다. 이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군 복무 시절, 녹색 풍경만 21개월을 바라봤으니 지겨울 수밖에. 근데 뿌연 미세먼지와 허연 콘크리트가 가세한 요즘, 도시의 흩어진 빛을 계속 보니 되려 광활히 펼쳐진 녹색과 풀 내음이 그리워지기도 하더라. 그래서 “식물과 식물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음악”, 모트 가슨의 “Swingin’ Spathiphyllums”를 추천한다. 식물이 너무 좋아서 추천하는 곡은 절대 아니고, 친해지기 위한 준비 운동을 마친 정도랄까? 아무래도 회색보단 녹색이 더 좋은 듯하니 말이다.

 

황재호 “Non-self”

홍석민: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음악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 황재호가 음악 레이블 겸 예술 플랙폼인 차이나봇(Chinabot)에서 3월 1일 발표한 앨범 [Non-self 비자아]. 황재호는 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래서 곡의 성격을 정의하게끔 돕는 요소를 해체함으로써 이질감을 끌어낸다. 언뜻 붙어 있는 것처럼 들리나 산산조각이 난 폐허의 전경은 바로 이 앨범을 관통하는 사운드스케이프. 첨부된 타이틀곡 “Non-self”와 그 뮤직비디오는 황재호의 눈을 빌려 세상을, 한국다움이 무엇인지 살필 단서가 된다. 인간의 육체를 흥분시키는 클럽 음악의 간드러짐은 해체되어 뼈대만 남았고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의 신체는 끝없이 깨지고 복구한다. 황재호는 안정과 보호를 상징하는 살덩이를 뒤틀며 오감으로 실체를 느껴야 하는 인간을 농락한다. 혹시 이는 꿈 꾸던 모든 것과 달랐던, 그래서 실망스러운 미래의 모습에 동력을 상실한 90년대, 2000년대 낭만주의 레이브 음악이 오늘날 취한 모습인 걸까. 그 말고도 앨범 곳곳에 삽입된 전통 악기 소리와 가수 나미의 “슬픈 인연”을 재해석한 “Sad Relationship, Nami”에도 귀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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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홍석민, 황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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