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컨버스(Converse)에 새로운 팬을 유입하는 혁신적인 라벨 ‘골프 르 플레르(Golf le FLEUR*)’. 새 시즌의 도래와 더불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그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은 골프 르 플레르는 어떠한 규칙이나 틀에서 벗어나 계속해 새로운 것을 찾아 뛰어드는 뮤지션과도 닮아있다.
이에 VISLA 매거진은 언더와 오버, 그 경계를 넘나들며 도전하는 여섯 명의 뮤지션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소년에서 성인으로, 고등래퍼 졸업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할 준비를 마친 노엘(NO:EL)과 최근 첫 정규앨범 [Post Youth]를 내놓으며, 다양한 시각으로 청춘을 조명한 프로듀서 보이콜드(BOYCOLD)가 세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노엘(NO:EL)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인디고 뮤직에 소속된 노엘이라고 한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스무 살이 된 후 술 마시고, 술 마시고, 술 마시는 삶을 살고 있다.
최근 다양한 콘텐츠에 얼굴을 비추며 팬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 있는데.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방식은 본토의 방식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특히 돈에 포커스를 맞추고 활동했다. 음악이 됐든, 일의 빈도가 됐든 단순하게 돈을 보고 뭔가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와 비슷한 상황인 래퍼 영비(Young B)과 비교했을 때, 그는 여러 방송을 통해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후 대중에게 본인을 드러냈지만 나는 방송 초반부터 확 떠버렸다. 아직 미완성인 단계에서 세상에 알려졌던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힘든 부분이 많았다. 유명인의 삶에 관해 무지했고, 어떻게 견뎌야 할지도 몰랐다. 이런 모습들이 내 경력에 흑역사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과정도 결국 다 나를 만드는 경험이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좀 더 준비된 상황에서 나를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내 개인적인 것이고, 내가 속한 힙합 신(Scene)에서는 나이가 어리다고 특별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이 바닥에 들어온 이상 모든 플레이어는 나이와 상관없이 동일선상에서 평가받는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래퍼의 조건이 뭔가?
좋은 것을 좋다고, 별로인 것을 별로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래퍼. 그게 힙합이 아닐까. 힙합적인 무브먼트는 결국 좀 더 솔직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아직 한국에서는 그런 모습을 지켜나가는 게 힘들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시선이나 틀을 용기 있게, 재치 있게 깨는 래퍼가 멋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국내나 해외에서 그 조건에 가장 완벽히 부합하는 인물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에서는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에게 존경과 고마움을 전한다. 내가 봐왔던 힙합과 가장 유사한 방향으로 힙합 신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 같다. 해외에서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
뮤지션 노엘과 인간 장용준의 가장 큰 차이점은?
큰 차이는 없다. 기본적으로 숨기는 것을 싫어하고 다 내뱉는 성격이다. 다만 다른 부분이 있다면 뮤지션 노엘은 생각을 한다는 점. 뮤지션 노엘은 어떤 말이나 행동하기 전 생각을 한 번 거치지만, 인간 장용준은 그 필터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번씩 그런 모습이 뮤지션 노엘로 튀어나오면 이슈가 되고, 가십이 되는 것 같다.
최근 인간 장용준을 지배하고 있는 감정은 어떤 것인가?
자신에 대한 환멸. 지금의 나는 분명 매우 행복하지만, 그 이유는 단지 작년에 돈을 많이 벌었고, 내 노래가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득을 봤지만, 처음 내 목표에서 멀어진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과거의 나에게 이런 상업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는지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내 모습이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물질적인 것으로 행복을 느끼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아티스트가 제 고집을 지키면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과거 힙플 인터뷰에서 본인이 시리즈에 집착하는 성격이라고 밝혔다. 노엘은 [18’S/S], [18’F/W]로 이어지는 EP 시리즈와 [엘르오노엘], [더블오노엘]로 이어지는 정규 시리즈를 공개했는데, 올해도 역시 시리즈가 이어질까?
올가을쯤에 S/S와 F/W, 두 개의 CD로 나뉜 EP를 공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기존에 내가 선보였던 색깔과는 완전히 다른 음악이 많아서 팬이 놀랄 것 같기도 하다. 스무 살이 되고 클럽을 다니다 보니 그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좋더라. 과거에는 작품성이나 완성도, 가사의 의미에 좀 더 신경을 썼다면, 요즘은 그냥 고개를 자연스럽게 끄덕이게 되는 음악이 좋다.
그렇다면 새로운 작업물은 어떤 색의 앨범이 될지 설명 부탁한다.
무지개색.
단단한 완성도와 날 것 그대로, 둘 중에서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가?
음악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내가 음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하는 거다. 장르가 불분명한 음악을 하는 것이 내 모토다. 예를 들어 트랩을 너무 트랩같이 해버리면 재미없지 않나.
인디고 뮤직과 우주비행에 소속되어 있다. 이 중 자신의 색깔이 더욱 잘 스며드는 집단이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두 집단이 굉장히 다르다. 인디고 뮤직은 ‘젊고 띠꺼운 자아’가 나오는 곳이다. 그래서 적도 많고, 우리를 물어뜯으려는 사람도 많다. 래퍼 영비가 전에 했던 말인데, ‘미숙함 속의 위대함’이라는 말이 있다. 그게 인디고에 딱 맞는 것 같다. 가끔은 감정 그대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헛소리를 내뱉기도 하지만, 그게 다 우리니까. 우주비행은 보다 인디고 뮤직다운 성향이 강한 집단이다. 완성된 미숙함 같은 느낌. 이단아적인 성향은 그대로 있지만, 어른스러운 이단아 느낌?
키드밀리(Kidmilli)와 기리보이는 각자의 스타일과 브랜드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과 구분되는 노엘만의 스타일이 있다면?
최근 새로운 스타일리스트 희수 형을 만나면서 스타일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나는 항상 배우면서 커왔다. 스타일리스트가 없을 때는 키드밀리에게 많은 영향을 많이 받았고, 딱 그 정도가 내 세상의 전부였다. 옛날에는 푸근한 거지 같은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섹시한 느낌을 풍기고 싶다.
오늘 착용한 골프 르 플레르 스니커에 대한 감상은 어떤가.
무엇보다 색감이 좋다. 여름에 컬러로 포인트를 주기 적합한 데일리 슈즈로 적합한 것 같다.
만약, 컨버스와 협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어떤 스니커를 제작해보고 싶나.
기존 컨버스 스니커가 지닌 외형을 변형해보고 싶다. 발볼이 넓고 키높이가 가능한 하이탑 어글리 슈즈?
그동안 칸예 웨스트의 팬임을 자처해왔는데, 최근 칸예 웨스트의 “Sunday Service/ 일요 예배”를 봤는지?
존나 멋있다. 새벽에 라이브로 챙겨봤다. 그냥 쩌는 사람이다. 그는 그 자체로 문화다.
실력과 작업물로 그동안의 논란들을 불식시키며 현재는 국내 힙합 신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노엘의 최종 계획은?
더 많은 돈을 벌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세상이 내 발밑에 있을 때까지 뛰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거다. 요즘 ‘가진 사람의 여유’를 점점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일단 내가 뭐라도 가지고 있으면, 그 여유로움을 바탕으로 나타나는 내 행동도 멋있을 수밖에 없다. 그걸 가장 크게 느끼게 한 사람이 빈지노다. 진짜 뭘 해도 멋있고, 많은 이가 그를 쫓지 않나.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나라에서?
대한민국. 미울 때도 있지만 내 고향은 어쩔 수 없는 내 고향이다.
작업할 때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은?
쌀국수나 서브웨이(Subway) 샌드위치.
노엘에게 게임이란?
요즘엔 많이 안 하는 것.
손목 위 문신이 눈에 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없다. 그냥 간지 나는 도안을 그렸다. 엄마가 문신을 보더니 우시더라. 부모님의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
지금 가장 주목하는 00년생?
릴펌(Lil Pump).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케이팝 노래는?
옛날부터 빅뱅(Bigbang)의 골수팬이었다. 내 청춘을 책임진 아이돌이다. 매년 빅뱅 콘서트를 갔고, 멤버 개인 콘서트도 다 간 빠돌이였다. 빅뱅의 음악은 다른 레벨이다.
3일간 안 씻기 VS 하루 굶기.
하루 굶기.
잘하고 싶은데 못하는 것?
신비주의. 나는 나를 표현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노창 형처럼 잠수도 한번 타보고 싶고, 신비한 사람이 되어보고 싶은데 잘 안되더라.
최근에 본 가장 재밌는 영화(드라마)는?
영화는 “어벤저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마블의 엄청난 팬이다. 벌써 네 번이나 봤는데 막 울면서 봤다. 세 번째 볼 때부터는 대사에 복선이 전부 느껴지더라. 대서사의 끝을 보는 것 같아서 감동받았다. 드라마는 “아메리칸 반달리즘”, “그것이 알고 싶다”의 페이크 다큐 버전 같은 시리즈다. 되게 재밌다.
보이콜드(BOYCOLD)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프로듀서 보이콜드다. 최근 앨범 [Post Youth]를 발매했다.
근황을 이야기하자면?
앨범을 낸 게 불과 며칠 전이라 지금은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앨범 작업과 함께 심경변화가 많았기에, 앞으로 어떤 앨범을 내야 할까 고민하며 재정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앨범 소개글에 청춘에 대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caso)의 문구를 인용했다. 당신에게 청춘, 젊음이란 어떤 의미인가.
처음 앨범을 기획할 때는 단순히 유스컬처를 기반으로 청춘과 젊음을 표현하려 했다. 작업하며 젊음에 대한 의미를 계속 생각하다 보니 젊음을 객관화해서 보는 게 아닌, 나의 젊음을 어떻게 소비할까에 관해 깊게 고민하게 됐다. 지금도 어떻게 젊음을 소비해야 현명한 건지 계속 탐구하고 있다. 이렇게 앨범을 연작해 젊음의 행보와 그 흔적을 담아 내보려 한다. 곡보다는 앨범 단위 결과물을 내서 후에 돌이켜 봐도 어떤 의미를 지녔으면 한다. 파블로 피카소가 이야기한 “젊음은 나이가 없다”라는 말 역시 내 앨범 발매에 대한 해답이 되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에 많은 뮤지션이 함께했다. 특히 깊은 인상을 남긴 뮤지션이 있다면.
모두 감사하지만, 굳이 꼽자면 오랜 팬이었던 더 콰이엇(The Quiett)과 최근 알게 된 신인 소코도모(Sokodomo)다. 이 두 사람이 참여해 앨범 속에서 재미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피쳐링 군을 선정할 때의 특별한 기준이 있나?
타 앨범을 기획할 때는 뮤지션 각각의 캐릭터를 생각해 음악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짜놓은 틀에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형태였기에 아티스트가 가진 캐릭터를 응용하는 형태로 피쳐링을 배치했다.
음악에 있어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남과 대화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그루비룸(Groovy Room)과 친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떠오르고, 이를 음악으로 옮겨낸다.
보이콜드의 색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가상 악기가 있다면?
빈티지 드럼? 빈티지와 트렌디 사이를 지킬 수 있는 악기를 선호한다. 내가 좋아하는 질감이기도 하고.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분위기다. 작업실이 조금 지저분하다. 하하. 뭔가 사람 사는 편안한 느낌이 있지 않나. 빈지노(Beenzino) 씨가 예술은 편안함에서 나온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많은 부분 공감했다.
악기를 제외한, 작업실에서 가장 아끼는 물건은?
딱히 없다. 1, 2년 전인가? 이전 작업실 수도관이 동파된 적이 있다. 작업실 전체에 물이 쫙 퍼졌는데, 사람이 급박한 상황이 되면 중요한 것부터 챙기지 않나. 나도 모르게 컴퓨터 본체를 옮기고 있더라.
보이콜드가 추천하는 인천의 핫 플레이스는?
최근 새로 생긴 신도시 청라에 방문했는데, 되게 좋더라. 한 번쯤 가보는 걸 추천한다.
동안의 비결이라면?
잘 모르겠다. 유전자의 힘일까…
스무 살에 저지른 가장 바보 같은 일은?
더 즐기지 못한 것. 스무 살 무렵의 추억이 정말 없다. 너무 절실했기에 작업 외 다른 일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물론, 그 시간 역시 소중하긴 했지만, 그때 조금 더 즐기지 못한 게 지금에 와 아쉬움으로 남더라.
음악 하기 전, 보이콜드가 아닌 정성원은 어떤 사람이었나.
글쎄,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사람이었다. 하하. 어렸을 때부터 홍대에 자주 놀러 갔다. 초등학생이 혼자 지하철 타고 홍대까지 가서 비트박스 대회에 참가하기도 하고. 하하. 중학교 때 학교 행사로 친구들과 지하철을 탈 일이 있었는데, 그 무리에서 지하철 타는 방법을 나밖에 몰랐다. 나로서는 적잖은 충격이었지.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케이팝 음악이 있다면?
남에게 알려도 상관없다. 하하. 레드벨벳(Red velvet) 노래를 좋아한다. SM 노래를 좋아한다고 해야 하나. 슈퍼주니어(Super Junior)의 “Devil”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듣는 노래 중 하나다.
노래방에서 제일 자주 부르는 노래는?
이문세의 “빗속에서”를 자주 부른다.
만약, 보이콜드의 이름으로 컨버스와 협업을 하게 된다면, 어떤 스니커를 만들어보고 싶은가.
어 콜드 월을 카피한 스니커를 만들고 싶다. 하하.
이번 TTC 골프 르 플레르 컬렉션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팬으로 이전 골프왕(GOLF WANG) 쇼를 굉장히 감명 깊게 봤다. 이 스니커도 타일러를 떼놓고 보면 그저 색이 좀 강한 신발일 수 있는데, 타일러를 붙여놓으면, 그 자체로 엄청 쿨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 정체성이 그대로 묻어나오지 않나.
본인이 이러한 라벨을 새로 런칭한다면?
Post Boy Converse.
제작 │ VISLA, CONVERSE Korea
디렉터 │ 고지원
에디터 │ 오욱석. 김홍식
사진 │ 유지민
스타일리스트 │ 김민호, 박희수, 김순용
헤어 & 메이크업 │ 임안나, 최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