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hosoo 개인전 ‘DUKE’ / 미니 인터뷰 공개

지난 6월 28일, 비주얼 디렉터 이호수(eehosoo)의 첫 개인전 ‘DUKE’가 논현동의 Pdo클래식 N646 쇼룸에서 열렸다. 이름은 생소할 수 있으나, 힙합 신(Scene)의 젊은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라면 그의 작업물이 낯설지는 않을 것. 음반 아트워크와 영상 작업을 중심으로 패션 브랜드 i4p의 그래픽까지 작업의 범위를 확장한 그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얼굴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스트 뮤직(Just Music)과 인디고 뮤직(Indigo Music) 아티스트들을 비롯한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및 케이팝 뮤지션이 그가 디렉팅한 비주얼로 무장한 채 차트에 올랐고, 그들 중 몇은 새로운 스타가 되었다. 

항상 음악과 긴밀한 공생 관계를 이어 온 그가 첫 개인전의 주제로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페르소나인 ‘씬 화이트 듀크(The Thin White Duke)’를 조명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흥미로웠다. 개인적인 자산으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 첫 개인전을 여는 아티스트의 욕심일 터인데, 다시 한번 다른 이를 전면에 세우다니. 심지어 그 대상이 모르는 이가 없는 데이빗 보위라면 호기심은 더욱 커진다. 굳이 변명하자면 그것이 전시 오프닝 3일 전에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라고 하겠다. 전시회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이라면 아래의 인터뷰를 통해 영감의 실마리를 좇아가 보길. 

전시명 │ DUKE
전시기간 │ 2019년 6월 28일 ~ 2019년 7월 14일
전시장소 │ PdO CLASSIC_N646 Show Room & Gallery B1F (서울 강남구 논현로 646)
관람료 │ 무료 입장
관람시간 │ 평일 AM 11:00 ~ PM 8:00 / 주말 PM 12:00 ~ PM 7:00 

이호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MINI INTERVIEW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비주얼 작업을 하는 이호수라고 한다. 

비주얼 디렉터라는 직업이 흥미롭다. 어떤 일을 하는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뮤지션들과의 협업 하에 음반 아트 워크와 CD, 로고, 영상, 의류 그래픽 등 시각적인 작업을 포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작업을 하지만, 영상 작업 이외에는 개인적으로 일하고 있다.   

수많은 뮤지션의 비주얼을 제작하고, i4p라는 패션 브랜드의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연스레 다양한 매체와 채널을 통해 작품을 공개했는데, 오프라인 공간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어떤 점에서 특별한가? 

무엇보다 개인 작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진행하게 됐는데, 요즈음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라 사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지금 같은 삶을 바랬고, 작업이 계속 들어오니 감사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치게 되더라. 그렇게 최근 내 상태를 돌아보니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개인 작업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특히, 이번 전시는 100% 내가 다루고 싶은 걸 보여주는 전시이니 가뭄의 단비 같은 심정으로 준비했다. 주로 온라인에 전시되는 작업을 하지만 본래 피지컬한 작업물의 물성과 질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전시된 작품은 여러 가지 의미로 정말 ‘내 작업’이라는 느낌이 든다. 

2017년, 비주얼 디렉터 라픽(lafic)과 포토그래퍼 예나타(YENATA)와 함께 갤러리 프로젝트로 합동 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합동전과 개인전은 어떻게 다른가?

개인전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두번째 전시라는 것이 내겐 더 큰 의미다. 2년 전의 첫 전시에서는 내가 너무 부족했다. 지금 돌아보면 영상의 ‘영’자도 몰랐고, 작업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했다. 물론 재미있고 값진 경험이었지만, 지금은 전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방법을 좀 알게 된 것 같다. 내게 여러 가지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도 생겼고.

전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이전부터 다양한 매체에 지속해서 뮤지션 데이빗 보위(David Bowie)를 향한 존경을 표했다. 그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내가 시각적인 일을 갓 시작한 초창기에 알게 된 아티스트인데, “Space Oddity”라는 유명한 곡을 듣고 노래와 가사, 그리고 뮤직비디오 등 모든 면에서 너무 큰 감명을 받았다. 내가 지향하는 모든 면을 고루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에 완벽히 부합하더라. 내 방향성을 찾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어서 이후로 한동안 작업할 때마다 레퍼런스로 데이빗 보위를 찾곤 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멀티플레이어 같은 면모를 동경하고, 계속 언급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내가 그를 닮았다고 하더라. 마르고 피부도 하얘서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 같은데, 어쨌든 그가 보여준 여러 모습에서 유대감을 느낀다. 물론 그는 나를 모르겠지만 하하. 

이번 전시의 주제인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는 데이빗 보위의 페르소나(Persona) 중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논란을 일으킨 캐릭터다. 직접 소개 부탁한다. 

‘씬 화이트 듀크’는 70년대에 활동한 데이빗 보위의 페르소나이다. 그 시작은 데이빗 보위가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The Man Who Fell To Earth)”라는 영화에서 연기한 배역으로, 촬영 이후에도 그 캐릭터를 흡수하여 앨범을 만들고 활동한 것으로 안다. 일반적으로 데이빗 보위의 페르소나 중에는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가 가장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씬 화이트 듀크’가 현대인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패션에도 큰 영향을 끼친 그의 모던한 블랙&화이트 룩이나 그 시절에 활동했던 곡들이 현대에 걸맞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전시 기획의 첫 단계는 ‘씬 화이트 듀크’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비주얼 아티스트가 진행하는 첫 개인전에서 다른 아티스트를 주제로 삼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떤 시선과 지향점을 갖고 ‘씬 화이트 듀크’라는 아이콘을 풀어냈는지?

‘씬 화이트 듀크’라는 캐릭터를 창조한 이는 데이빗 보위지만, 깔끔한 외형 안에 불안과 우울을 품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 캐릭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씬 화이트 듀크’를 말하고 있지만, 결국 그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내 자신이다. 실제로 내 지향점과 일치하는 그를 내 페르소나라고 생각하며 작업했고, 전시된 작품에서 내 색채와 취향이 투영된 ‘씬 화이트 듀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씬 화이트 듀크’라는 매개체 안에서 데이빗 보위와 나 그리고 관객이 겹쳐지는 거지. 

힙합 음악의 아트 워크를 주로 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록 뮤지션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 흥미롭다. 실제로 이호수 디렉터의 작업물에서는 과거 힙합 장르에서 관습적으로 사용되던 비주얼 요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힙합 음악이다. 중학생 시절부터 힙합 음악을 제일 많이 들었고, 실제로 음악을 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힙합을 듣던 학창 시절보다 더 어린 시절에 즐겨 들었던 팝과 북미 록 음악의 씨앗이 나도 모르게 밴드 음악을 향한 애정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힙합 음악만큼 밴드 음악을 좋아하고, 그와 관련된 문화에 많은 영감을 받는다. 록의 황금기인 60년대와 70년대의 음반 아트워크, 인쇄물, 포스터, 사진 등은 지금 봐도 비주얼적으로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 모든 밴드와 예술가가 그 이전 세대로부터 영향을 받아 새 시대의 감성으로 풀어내듯이, 나 또한 과거의 비주얼 자료로부터 받은 영감을 내 스타일대로 녹여내고 있다.

개인전의 주제로 뮤지션을 선택했다. 당신의 창작 활동과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듯하다. 

지금 시각적인 작업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음악보다 더 좋진 않다. 내 일상에서는 언제나 음악이 우선이었다. 기억에 남는 모든 순간이 음악과 함께였고, 좋아하는 음악과 그와 관련된 문화를 나의 시선으로 표현하는 것이 여전히 나에게는 가장 재미있는 작업이다. 영상 작업을 하면서 만난 관련직 중에 영화감독을 꿈꾸시는 분이 많은데, 난 다른 분야도 물론 좋아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음악과 관련된 비주얼 작업을 하고 싶다.

이번 전시의 작품 구성에 대해서도 간략히 들어볼 수 있을까? 

메인 작품은 15점이고, 표현의 극대화를 위해 작업한 작은 액자들과 영상이 몇 가지 있다. 내 스타일을 아는 분들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이번 전시에도 일체의 색 없이 완전히 흑백으로 작업했다. 흰색 용지에 검정 프레임 액자, 심지어 현수막까지 흑백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한 작품 중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게 있다면?

평생 록 뮤지션과 밴드만 촬영한 믹 록(Mick Rock)이라는 포토그래퍼가 있다. 데이빗 보위,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시드 배럿(Syd Barrett), 마돈나(Madonna), 루 리드(Lou Reed),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등 기라성같은 뮤지션들을 전담 촬영했는데, 공연 사진뿐만 아니라 일상, 음반 아트 워크 작업까지 아티스트의 전반적인 비주얼을 만들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큰 유대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가 촬영한 사진들을 엮어 팝아트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을 만들었다. 또 데이빗 보위의 1987년 ‘글라스 스파이더(Glass Spider)’ 투어 공연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엄청난 크기의 거미가 덮은 무대 위에 다양한 퍼포먼스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무대 연출이 수많은 동시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공연과 관련된 작업을 꼭 해보고 싶어서, 투어 공연의 포스터를 리디자인(Redesign) 해보았다. 

디렉터로서 그리고 개인 아티스트로서의 향후 계획을 조금 들려 달라. 

우선 현재 디렉팅하고 있는 i4p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 구체화하고 싶고, 또 내 영상 팀인 CPBEQ의 이름으로 다양한 작업물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상업적인 작업을 통한 인지도보다는 더 개인 작업 쪽으로 욕심이 많아졌는데, 아무리 바빠도 짬을 내서 바로 다음 전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훨씬 더 큰 규모로. 

마지막 질문이다. 전시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들은 노래를 몇 곡 추천해 준다면? 

내가 많이 들은 음악보다는 전시와 어울릴만한 곡을 추천하고 싶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배경 음악으로 사용할 음악들인데, 데이빗 보위의 “Station to Station”, 루 리드(Lou Reed)의 “Transformer”,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등 데이빗 보위와 그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의 대표곡이다. 이 음악을 들으면서 전시를 봐주시면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진행 / 글 │ 김용식
사진 │ 나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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