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E SUMMER WEEK와 함께 돌아온 윤여준과의 인터뷰.
빛과 선, 두 가지의 네온 그래픽 아트를 선보이는 윤여준은 나이키가 진행하는 여름 캠페인 ‘나이키 썸머위크 2019(NIKE SUMMER WEEK 2019)’에서 여름을 닮은 강렬한 네온 아트워크를 선보였다. 무더운 여름을 타파할 역동적인 에너지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구현한 윤여준과 이번 캠페인 그리고 그의 예술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이키와의 프로젝트는 #미친존재감의 네온 그래픽 작업 이후 2년 만이다.
그렇다. 벌써 2년이 흘렀다.
2년 만에 나이키와 함께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나이키 썸머위크 2019’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다. 스포츠를 통해 보다 특별하고 액티브한 여름을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해 나이키가 준비한 여름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의 비주얼 워크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번 작업을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
고백하자면 나는 집 밖을 잘 안 나가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야외 활동이나 운동량이 적지. 최근에는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막상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려 하니 계기도 없고 엄두도 안 났다. 근데 이게 나만의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이키의 이번 캠페인 취지가 나에게 무척 와 닿았다.
어떤 부분에서 와 닿았는지.
보다 많은 사람이 나이키와 함께 재미있고 스타일리시하게 여름에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한 캠페인이라는 점이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캠페인이 운동에 도전할 동기부여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그렇다면 나와 같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건강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마치 나를 위한 캠페인을 만드는 것 같은 마음으로 이번 캠페인 비주얼 워크 작업에 임했다. 그렇게 의욕적으로 임해서인지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새로운 도전들도 해보게 된 것 같다.
어떤 도전이었나.
처음으로 나의 아트 워크에 등장하는 텍스트를 네온 그래픽으로 디자인하지 않고 서체 그대로를 사용했다. ‘2019 나이키 썸머위크’라는 글자를 읽는 이들의 가독성을 고려해서였다. ‘2019 나이키 썸머위크’라는 서체가 화려한 네온 그래픽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평면의 서체와 나의 네온 그래픽 요소를 조합하는 것은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그림이었다. 또한 여름의 청량감을 구현하기 위해 백그라운드 컬러를 늘 사용하던 블랙이 아닌 블루로 선택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시도도 해보았다.
재미있는 시도라면?
썸머 액티비티를 표현하는 비주얼 워크를 작업하는 중이었는데, 여기에 로토스코핑(Rotoscoping) 기법을 사용해보았다. ‘페르시아의 왕자(Prince of Persia)’라는 게임을 아는지? 그 게임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그래픽이 구현되었다고 보면 된다. 영상에서 윤곽선을 추출해 움직임을 표현하는 방식인데. 쉽게 말해, 농구를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그 촬영한 영상에서 윤곽선을 추출해 비주얼 워크를 완성하는 거다. 이 작업에서 그 농구 동작을 내가 직접 시연했다.
드로잉으로 표현된 이 인물의 슛 폼이 굉장히 안정적으로 보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매우 정적인 사람이지만 농구만큼은 굉장히 좋아한다. 그것만큼은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즐긴다. 물론 보는 것을 더 즐기지만.
그럼 이번 농구를 윤여준의 이번 여름 썸머 액티비티로 도전해보는 것은 어떤가.
안 그래도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안 도전해볼까 싶긴 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작업을 하고 아내는 옆에서 요가를 하고 있었고. 하하. 어릴 때부터 운동보다는 서브컬처에 빠져 있어 애니메이션과 토이를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열심히 하는 습관이 안 들어 있는 건 맞다. 어릴 때 습관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은 지금도 좋아하니까. 지금도 열심히 디깅한다.
어떤 애니메이션을 디깅하나.
미국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특히 히맨(HE-MAN)이나 썬더캣(ThunderCats),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 지아이조(G.I.JOE)와 같은 애니메이션. 나의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준 만화라고 생각한다.
그 애니메이션들이 지금 당신의 아트 워크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나.
만화는 기본적으로 다 라인 드로잉이다. 내가 보여주고 있는 네온 그래픽도 사실 라인이 중심이 되는 드로잉의 일종인 것만 봐도 그렇지 않나.
그렇게 들으니 이해가 쉽다.
물론 단지 라인 드로잉을 좋아하게 된 나의 취향으로만 지금의 네온 그래픽 워크를 하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VISLA 매거진에서 나의 아트 워크를 소개할 때에도 이 부분을 언급해주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처음 좋아했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인 피갈레(PIGALLE)의 디렉터인 스테판 애쉬풀(Stephane Ashpool)이 내한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쪽에 아트워크를 선물하고 싶었다. 그때 아트워크를 진행하면서 그의 이름과 동명의 지명인 피갈레 지역의 정서를 아트워크에 담았다.
아티스트 윤여준이 본 피갈레 지역의 정서는 무엇이었나.
한국으로 치면 북창동, 을지로 같은 곳이라고 해야 하나. 네온사인이 많은, 물랑루즈 같은 지역이다. 그때 떠올린 네온사인에 영감을 받은 것도 있었지만, 라인 드로잉을 어떻게 더 아티스틱하게 작업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당시 시도한 글로우 효과가 나의 라인 드로잉을 단순한 라인에서 네온사인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이후 이 네온 그래픽이 완성되기까지 나의 아트워크를 꾸준하게 발전 시켜 왔다.
그것을 계기로 이후 많은 작업을 하지 않았나.
에이셉 라키(ASAP Rocky), 박재범(JAY PARK)과 같은 뮤지션들의 그래픽 아트워크를 작업했다. 헬리녹(helinox), 알파 인더스트리(Alpha Industries), 준지(juun.j)와 같은 패션 브랜드들과도 협업을 했고. 글로벌 스포츠 웨어 브랜드 나이키와는 빅 프로젝트들을 함께했다.
#미친존재감 같은 프로젝트?
맞다. 미친 존재감이라는 서체의 스타일을 만들고 그래픽 작업을 했다.
서울 전역이 그 그 다섯 글자로 물들었는데, 어떤 기분이 들었나.
이전에 에이셉 라키, 박재범과 함께한 작업을 할 당시만 해도 ‘이 작업을 한 이후의 나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에 대한 설렘이 작업의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하. 그렇지만 수많은 작업을 하며 작업은 작업일 뿐 나의 생활은 큰 변화 없이 똑같이 흘러간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을 때쯤이라 되려 평온했다. 그 마음은 #미친존재감 비주얼 워크 작업 이후 나이키 강남 스토어 중앙에 설치한 네온 샹들리에를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샹들리에라고 부르나? 기둥인 줄 알았다.
샹들리에라고 부른다. 크기도 정말 크고 한번 전시되면 5년간은 유지되는 작업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이키 코리아 팀과 포틀랜드 본사의 팀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어서 열정적으로 임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 같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즐거운 작업이었다. 나는 원래 작업할 때 단어의 리스트를 먼저 만들고 그 단어를 잇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하는데 그 의외의 단어들의 모음에서 얻는 영감으로 드로잉을 시작한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작은 나이키, 서울, 스포츠, 시티 라이프 같은 단어들의 연결로 차근차근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양의 드로잉을 나이키에 보냈을 때 모두 통과가 되었고, 포틀랜드 본사에서도 별다른 추가 요청 없이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통과가 되었다. 열정적으로 임한 만큼 더 즐거운 경험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원래 다니던 회사는 그만두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 프로젝트들을 모두 진행했나.
그렇다. 마케팅 에이전시 디자인팀으로 10년간 일했다. 그래서 나이키와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아침 8시에 나이키 본사로 가서 화상통화를 한 뒤 회사로 정시 출근을 했다. 이 생활을 반복하며 나이키와의 프로젝트를 해냈다.
놀라운 일정이다.
2017년, 그리고 2018년의 일이었으니까 불과 작년, 그리고 재작년의 생활이었다. 그렇게 지내니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회사를 그만두고 작업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래서 건강한 생활에 대한 고민이 생기고 ‘2019 나이키 썸머위크 캠페인’에 공감하게 된 것인가?
그렇게도 볼 수 있겠다.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잘하려면 건강해야 하니까. 그러려면 에어컨 바람보다는 햇볕 아래서 흘린 땀을 자연 바람에 식히면서 느끼는 시원함에 익숙해져야 하는 게 맞다.
더 건강한 아티스트 윤여준 만들기 프로젝트가 된 것 같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하.
2019 나이키 썸머위크에서 특별한 작업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맞다. 몇 가지 굿즈를 디자인했다. 썸머 스포츠 백, 텀블러와 같은 썸머 액티비티에 꼭 필요한 제품들을 작업했다. 그리고 커스터마이징 작업도 진행한다. 1,000명 한정으로 “2019 나이키 썸머위크”의 서체로 캠페인 기간 동안 구매고객에 한해 그들의 이름을 굿즈에 새겨줄 예정이다. 이 제품을 받는 이들이 모두 잊지 못할 여름을 보냈으면 좋겠다.
작업에 열중하느라 정작 자신의 여름 휴가 계획은 못 세운 건 아닌가.
안 그래도 작업을 하면서 나의 이번 여름 휴가를 상상했었다. 서울에서 도시에 드리운 여름의 정취를 만끽하거나 이국적인 해변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휴식을 그려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생각은 나의 여름 휴가 계획을 구체화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번 캠페인이 근사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특별한 영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비주얼 워크에 담게 되는 계기로 이어졌다. 이번 굿즈를 들고 무조건 밖으로 놀러 나가길 바란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면 언제든지.
이번 캠페인을 곧 대면하게 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온사인이라는 건 광고를 하기 위한 간판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니 거리를 밝히게 되었고. 그래서 좋았다. 내가 네온 그래픽으로 아트 워크를 한다는 게. 거리와 공간, 사람들까지 빛을 나게 해주는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나의 네온 그래픽처럼 빛나는 여름의 순간을 2019 나이키 썸머위크와 함께하길 바란다. 아, 쇼크 드로우도 꼭 놓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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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뷰팅 에디터│김지은
컨트리뷰팅 포토그래퍼│임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