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드 바이(MIXXXD BY)는 프로듀서 예리(Yeri)와 그래픽 아티스트 프레뮤즈(Fremuse)로 이뤄진 팀이다. 믹스드 바이라는 팀의 정체성은 이 둘로부터 나오지만, ‘Mixxxd By’라는 이름 뒤에 예리나 프레뮤즈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포함되더라도 그 팀은 ‘믹스드 바이’다. 그들은 믹스드 바이를 각각 ‘콜라보’와 ‘실험’이라고 소개했다. 우선은 아래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예리와 프레뮤즈 그리고 브린(BRYN)과 코코(KOKO)가 믹스된 뮤직비디오를 감상해보자.
믹스드 바이는 대체 어떤 팀인가.
예리: 내가 음악을 담당하고, 프레뮤즈가 그래픽을 담당한다. 사람들에게 음악과 비주얼을 동시에 전달하는 게 목표다. 귀로 느낄 수 있는 걸 눈으로, 영상으로 표현하는 거지.
프레뮤즈: 어떤 팀이라고 확정 짓기는 애매하다. 사실 우리가 뭐냐고 물어봐도 바로 답이 안 나온다. 아직 믹스가 덜 됐을 수도. 정의를 내리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의미를 찾아가면서 활동해야 할 거 같다.
둘은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나?
프레뮤즈: 협업하는 음악가의 특색이 있어야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재미를 느끼고 할 맛이 난다. 그게 아니면 매력을 억지로 찾아내거나, 뭔가에 맞춰야 하니까. 그러다 예리와 같이 작업할 기회가 생겼는데, 곡을 듣자마자 예리의 성격이 연상되는 상큼함을 느꼈다. 그런 상큼한 그래픽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함께 일해보니까 의지의 템포가 같다고 해야 할까? 서로 하고 싶은 마음의 템포가 맞았다.
예리: 만든 곡 중에 “심야”라는 곡이 있다. 이 노래를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그래픽 아티스트를 찾다가 프레뮤즈를 알았다. 연락해서 “심야”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뮤직비디오라기보단 비주얼라이저에 가깝다. “심야”는 칠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데, 프레뮤즈가 만든 영상은 그로테스크하거나 트리피하다. 그 괴상함이 취향에 맞았다.
믹스드 바이의 공연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
예리: 처음에는 음악과 브이제잉이 따로 놀았다. 그래도 거듭하다 보니 많이 좋아졌다. 최근 프레뮤즈의 개인전에서 공연했는데, 그때는 제대로 된 브이제잉을 했다. 곡의 리듬과 영상을 맞추고, 뭐 그런 식의 공연이었다. 결론적으로는 프레뮤즈가 만든 영상과 내가 하는 공연이 상호작용이 가능한 일렉트로닉 공연을 만들려고 한다.
프레뮤즈: 공연할 때 예리가 음악만 하는 게 아니다. 예리가 춤을 추거나 연주하는 것도 다 공연의 일부다. 나는 여기에 맞춰 소품을 사용하고, 영상을 튼다. 소개는 음악 하는 예리, 영상 하는 프레뮤즈지만, 믹스드 바이는 결국 퍼포먼스 팀을 지향하고 있다.
믹스드 바이는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작업을 함께하는 셈이다. 온오프라인의 작업 방식에 차이가 있나?
예리: 앞서 말했듯이 음악을 내가 다 담당하고, 프레뮤즈는 그 음악에 어울리는 영상을 만든다. 이걸 어찌 보면 협업이라 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개인 활동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마찰이 생기기보다는 항상 서로 믿고 맡기는 느낌으로 작업을 한다.
프레뮤즈: 솔직한 말과 이상적인 말이 있다. 나는 평소에 작업하다가 결과물이 별로다 싶으면 그 소스를 활용해 공연이나 비주얼라이저를 만들 때 사용한다. 브이제잉에 쓰이는 소스는 이렇게 모인다. 대신 브이제잉은 브이제잉만의 매력이 생긴다.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영상으로 완성되지만, 브이제잉은 그때그때 다르게 할 수 있으니까. 뮤직비디오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똑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브이제잉에서는 긴팔과 반팔로 바꿔 입힐 수 있다. 영상에 생명력이 생기는 거지.
첫 EP 음반 [M1XXXD HI]에 대해 설명하자면.
예리: 하고 싶은 걸 다 보여주는 음반. 두서가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음악적으로는 여러 가지를 다 시도해봤다. 믹스드 바이의 첫 음반으로서 앞으로 우리가 할 것들을 보여주는 음반일 수도 있고.
프레뮤즈: 다른 음반과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곡마다 비주얼이 나온다는 점이 아닐까.
예리: 지금 음반의 생명은 길어봤자 6개월 정도다. 그래서 곡마다 비주얼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영상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프로필 사진을 찍어서 프레뮤즈의 색을 입혀 공개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즐길 거리를 지속해서 던질 거다.
보통 음반의 첫 곡은 직접 하고 싶은 욕심이 나지 않나. 근데 [M1XXXD HI]의 첫 곡은 발로(Valo)가 맡았다. 왜?
예리: 이유는 없었다. 발로한테 따로 부탁한 것도 아니다. 프레뮤즈 개인전을 위한 일렉트로닉 믹스를 만들 때, 믹스가 이어지는 부분을 발로가 만들었다. 같이 곡을 썼지. 근데 음반의 문을 여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Think”의 앞에 나오면 딱 좋을 거 같았다.
“Think”가 타이틀인데, 브린이 참여한 “UnderCover”가 뮤직비디오로 가장 먼저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프레뮤즈: 나 때문이다. “Think”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거의 반년 전에 했고, 제작만 따진다면 1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다 보니 애정이 더 생겨서 심혈을 더 기울이고 있다.
예리: 이 음반은 믹스드 바이의 첫 시작이다. 발판이 필요하고, 사람들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래서 “UnderCover”가 된 것도 있다. 이 곡에서 브린이 매력적인 것도 있고, 사람들이 브린이 참여했다고 하면 좀 더 관심을 가질 테니까.
그렇다면 “Think” 대신 “UnderCover”를 타이틀로 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예리: 없다. 타이틀은 그래도 믹스드 바이스러워야 했다. “UnderCover”는 업그레이드된 예리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근데 명암이 살짝 어둡다. 사람들은 밝게 듣겠지만, 곡을 쓴 사람으로서 어두운 곡으로 느껴진다. 색으로 따지면 보라색 정도. 내가 믹스드 바이에서 내고 싶었던 예리의 색은 “Think”에 가깝다. 덧붙여 파트마다 테마를 많이 고민하면서 만들었기에, 타이틀 곡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는 좀 더 프런트로 나갈 생각이다. 사람들이 나를 프로듀서로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노래를 부르거나 라이브를 더 많이 할 생각이다. “Think”는 그래서 더더욱 타이틀곡이어야 했다.
프레뮤즈: 공연할 때도 “Think” 퍼포먼스가 재밌다.
“UnderCover”의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좀 해보자. 실험실이 등장하고, 브린은 갇혀있다. 당신들은 관찰자로서 보인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프레뮤즈: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내용을 굳이 설명해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 표현 방식과 취향이 쉽게 읽히지 않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하나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게 그 영상이 가지는 풍미다. 그래서 내용은 있지만, 일부러 어렵게 전달한다. “UnderCover” 뮤비도 자세히 보면 힌트가 다 있다. 대신 엄청 자세하게 봐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걸 숨기고 싶진 않다. 그래도 설명을 조금 하자면, 힙합 하는 사람은 힙합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근데 화가나 사진작가는 겉으로 봤을 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은 겉으로 볼 때는 다 흰 옷을 입은 일반인이다. 하지만 그들 주위의 소품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유추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리: 브린이 생각하는 “UnderCover”의 오브제, 이미지. 내 생각, 프레뮤즈의 생각이 섞인 영상이다. 여러 스토리를 만들었고, 옷도 직접 커스텀했다. 실험복을 사서 태우고, 스프레이로 칠하고, 페인트칠하고. 괴짜 실험실을 만들려 했다. 참고로 브린은 초능력자다.
예리랑 프레뮤즈는 신(Scene)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근데 믹스드 바이는 완전히 새로운 그룹으로 다가온다.
예리: 믹스드 바이는 이제 시작이지 않나. 문제는 믹스드 바이라는 이름으로 공연하기 정말 힘들다. 각자 바빴다. 내가 공연할 때도 브이제잉이 안 되는 환경이 많았다. 그래도 클럽 소프(Club Soap) 같은 곳에서도 일렉트로닉 라이브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한 만큼, 앞으로는 좀 더 알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M1XXXD HI]를 내고 나니 어떤 기분인가.
예리: 내 색이 잘 담긴 곡이 하나하나 들어있다. “Think”는 심지어 “내 음악을 써야겠다”라고 생각했을 때 처음 쓴 곡이다. 곡을 쓰면서 내 목소리로 샘플을 만들어 사운드 디자인을 한 곡이 많다. 내 목소리 샘플링하는 게 제일 재밌기도 하다. 이 지구 상에서 유일한 악기지 않나. 목소리가 심장 박동 같은 느낌이다. 비교할 수도 없는 고유한 나만의 것인 거지.
프레뮤즈: 되게 부정적이고 비관적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것도 있다는 계기가 될 거 같다. 나는 드러나기보다는 음악가, 플레이어를 뒤에서 받친다. 내 작품이 두드러지는 거지, 나 자신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현실, 프로세스를 보여줄 수 있는 음반이 아닐까.
모든 곡을 비주얼라이징할 거라 했는데 완성 시기는 언제일까. [M1XXXD HI]의 완성은 그때일 거 같은데.
프레뮤즈: 말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 모든 곡에 영상이 있는 게 아니다. 곡과 영상이 하나다. 음반 발매가 된 만큼, 사람들이 곡을 다 들었을 거다. 그런데도 영상을 천천히 푸는 이유가 있다. 현실적인 이유는 프로모션이다. 오피셜한 뮤직비디오가 격주 단위로 나오는 게 목표다. 물론 이 말에 책임은 못 진다. 우리는 시작부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팀이었고,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자유롭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만들어진 건 많지만, 자연스럽게 하나씩 공개할 계획이다.
향후 계획을 알려달라.
예리: 싱글을 준비 중이다. 프레뮤즈와 상의하지는 않았는데, 다음 EP도 준비하고 있다. 다음 EP는 좀 더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관성과 흐름이 있는 음반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믹스드 바이로 좀 더 다양한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하며 재밌는 실험을 할 거다. ‘믹스드 바이’라는 이름이 섞인다는 뜻이지 않나. 우리 둘 다 콜라보를 되게 좋아한다. 이번 EP에는 브린과 작업하고, 크리에이티브 하우스(Creative House), 발로가 참여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과 콜라보를 하고 싶다.
프레뮤즈: 실험이라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걸 기대하며 하고 있다. 예리가 나랑 상의를 안 했다고 했지만, 난 일단 예리가 생각하는 걸 따라가 본다. 자유롭게 시도하면서 오염도 되고, 정화도 되어가면서 재밌는 게 나올 거 같다. 공연 같은 것도 하면 당연히 좋고, 언제나 환영이다. 하지만 계획된 공연은 없지 않나. 그런 식으로 무한한 시도, 프레뮤즈라는 화학 물질과 예리라는 화학 물질이 섞이면 뭐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서로를 각자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다를 테니까. 그래서 실험이다. 그래서 이상은 있지만, 자연스럽게 뭔가 이뤄지는 걸 보여주는 게 향후 계획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