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Bronze, 뜨거운 여름을 위한 앨범 [East Shore] 공개 / 미니 인터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키미 피에스타(Kimy Fiesta)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프로듀서 브론즈(Bronze)가 오래간만에 공개한 신보 [East Shore]는 무려 40년을 거슬러 올라, 80년대 세계를 휘어잡던 AOR(Adult Orient Rock)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특히 일본 쇼와 시대 말, 희망찬 버블 경제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 터. 또한 버블 시대를 주름잡던 일러스트레이터 나가이 히로시(Hiroshi Nagai)까지 합세하여 커버 아트를 거들었다.

덕분에 노스탤지어는 물론, 뜨거운 여름을 함께할 음악이라는 자명한 사실. 때마침 30도를 웃도는 온도와 찝찝한 습도에 피부가 끈적해져 불쾌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여름이 다가왔다. 무더위를 물리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이들이 있다면 앨범 [East Shore]를 주목할 것. 청량한 음악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단에 프로듀서 브론즈와 나눈 짧은 대화를 첨부한다.


Mini Interview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2009년부터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해서 이제 10년 차가 된 에잇볼타운(8BallTown)의 프로듀서 브론즈다. 대중가요, 힙합 등 이것저것 만들고 싶은 것은 다 만들고 있다.

키미 피에스타에서 현재 브론즈라는 예명을 택한 이유는?

심각한 이유는 없고, 이름이 길기도 했고, 웬만한 거센소리는 다 들어가다 보니 발음하기도 불편해서 고민만 하고 있던 와중, 씨스타(SISTAR)의 앨범이 공개될 때 즈음 YG 프로듀서인 로빈 형의 권유로 바꾸게 되었다. 내 본명에 ‘동녘 동’을 쓰기 때문에 동과 관련된 것에서 찾다가 다른 의미까지 넘어가 ‘Bronze’가 발음하기 편하고 스펠링을 나열했을 때 디자인적으로 이쁘다고 생각해서 별생각 없이 쓰게 됐다.

80년대 폐쇄적인 한국과는 상이하게 달랐던 당시 일본의 도회적인 문화. 거기서부터 비롯된 노스탤지어가 현재 한국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East Shore]에서 또한 유사한 무드가 느껴지는데, 리스너들이 겪어보지 못한 시대와 문화를 동경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일본 내에서도 이 부류의 음악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재조명되고 있지만 그 이유는 결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왕년엔…’ 같은 느낌이라면 한국은 판타지적인 요소랄까. 80년대 성장기였던 한국의 모습과는 달리, 당시 경제 호황을 누리며 안정기에 접어든 일본의 비현실적인 풍경과 청각적인 면과 곁들여지면서 일종의 부러움? 그 비슷한 감정으로 한국에서도 흐름을 탄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1차적인 전파가 이루어졌고, 2차는 ‘힙한’ 걸 느끼는 이들이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 점을 어필해서 더 널리 퍼졌다고 본다. ‘베이퍼웨이브’, ‘퓨처 훵크’ 등 시티팝을 이용한 일종의 ‘밈(meme)’이 형성되는 과정을 포함해서다.

모든 곡의 인스트루먼트를 대부분 스스로 소화했다. 반면 마지막 트랙 “seaside”는 모과(Mogwaa), 주럼퍼그(Zoorumpug), 임정우가 함께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처음부터 그렇게 여러 세션을 넣을 생각은 아니었고 단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던 중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장 많이 참여한 트랙이 되어있더라. 모과의 보코더는 피처링 보컬 아티스트로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모과 자체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녹음하던 중 뒷부분에 기타를 넣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고, 즉석에서 아웃트로 기타를 녹음하게 됐다. 주럼퍼그의 기타는 그의 앨범을 듣다가 앨범에서 쭉 나온 기타 소리와는 다른 느낌이 재밌어서 무턱대고 밤에 연락해 넣게 되었다. 정우형은 예전부터 기타 세션으로 자주 참여해주었는데, 과거 곡들의 기타 세션을 받을 때, 킵 해놓은 부분들과 리프 그리고 애드리브의 느낌이 좋아서 다시 꺼내 수정 후 앨범에 집어넣었다. 마침 키가 맞았다.

앨범 소개에 언급된 ‘재해석이 아닌 구상한 그림’이란 무엇인가?

먼저 요즘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한 것. 그리고 과도한 하이파이 혹은 억지스러운 로우파이를 절대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 그저 ’80년대 당시에 희망을 그렸던 노래를 이제야 찾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그리고 내 음악을 듣고 이미 많은 사람이 시티팝을 떠올리는데 사실 시티팝은 7~80년대 일본 음악계의 사조 중 하나일 뿐, ‘시티팝을 만들었다고 알리진 말자’, 이게 가장 큰 그림이었다. 시티팝이 모티브이지 내 음악이 80년대에 만든 일본 음악은 아니니까. 또한 익히 알려진 타케우치 마리야(Mariya Takeuchi)의 “Plastic Love”만이 그 스타일에 속하는 게 아니란 걸 알리고 싶었다.

나가이 히로시의 아트워크는 어떻게 사용하게 되었나?

앨범 기획 단계부터 평소 좋아하던 나가이 히로시의 느낌을 담은 일러스트로 스케치해놓은 이미지를 만들어놓은 상태였고 막연히 나가이 히로시 느낌의 앨범 커버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작업한 일러스트가 아니라면 큰 의미도 없고, 그를 존중하지 않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인물 위주의 자연스러운 사진으로 커버를 확정 지었을 때 즈음, G.RINA가 속한 그룹인 ‘FNCY’의 앨범에 내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되었고, 그 곡의 뮤직비디오에 나가이 히로시가 카메오로 출연한 것을 보고 바로 G.RINA를 통해 연락했다.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어 금세 그림을 제작하게 되었다.

음악 애호가 그리고 나가이 히로시의 아트워크라면 무조건 소장하고 보는 팬들을 위해 피지컬로 발매할 계획이 있나?

한국뿐만이 아닌, 일본과 홍콩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중인데, 현재 12인치 바이닐로 제작 중이다. 일본의 디스크 유니온(DISK UNION)에서는 이미 사전 예약 중. 국내 발매는 8월 중순을 예상하고 있는데 정확한 일자는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라이브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은데, 특별한 계획이 있는가?

밴드 셋으로 쇼케이스 비슷한 무언가를 하자는 이야기는 오가고 있다. 이 앨범을 밴드 라이브로 하면 질감과 소스 등 여러 가지가 현시대로 이어져 그 느낌을 살릴 수 있을지에 관한 숙제가 있어 신중히 검토 중이다. 곧 정리되는 대로 공지할 예정이다.

Bronze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8BallTown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진행 / 글 │ 황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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