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hoot therefore Supreme

슈프림(Supreme)의 19SS 시즌이 종료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기상천외한 액세서리와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쏟아내며 스트리트웨어 신(Scene)의 최강자임을 몸소 증명했다. 국내 스트리트웨어 관련 커뮤니티도 이에 질세라 매주 드랍 리스트를 공유하며 슈프림 프로덕트 디자인에 관해 갑론을박을 펼치고 리셀 가격을 예측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으로 슈프림을 소비한다. 하지만, 우리가 슈프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과연 의류뿐일까?

슈프림은 의류만큼이나 많은 콘텐츠를 선보인다. 슈프림의 필르머 ‘윌리엄 스트로벡(William Strobeck)’은 슈프림 스케이트보드팀과 함께 뉴욕과 전 세계의 스팟을 다니며 끝내주는 장면을 필름에 담아낸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시즌을 가리지 않고 슈프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오며 슈프림의 뿌리가 스케이트보드라는 점을 꾸준히 상기시킨다.

스케이트보드 영상과 함께 매 시즌 독특한 아이디어를 더한 영상을 통해 시즌의 시작을 알리고, 협업 컬렉션이나 액세서리를 위한 영상 또한 꾸준히 제작한다. 제품에 홀리다 보면 자칫 그들이 제작한 영상을 쉬이 넘겨버릴 수 있지만 언제나 그들이 완성한 영상 뒤에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흥미로운 제작자가 있다.

1. Ben Solomon

처음으로 다뤄볼 인물은 근 몇 시즌의 오프닝 영상을 제작한 ‘벤 솔로먼(Ben Solomon)’이다. 그는 뉴욕의 영상 제작 회사 ‘씨네마트(Cinemart)’ 소속으로 슈프림뿐 아니라 나이키(Nike)와 베이프(A Bathing Ape) 브랜드 영상과 비욘세(Beyonce)의 뮤직비디오 등 화려한 커리어로 익히 유명하다. 슈프림과의 작업은 2011년 ‘Prodigy Mobb Deep’의 포토 티셔츠 영상부터 시작됐다. 그가 제작하는 영상의 특징은 기존 슈프림이 보여주던 VHS가 아닌 영화 같은 밀도 높은 질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Supreme 17FW ‘Crop Fields’ by Ben Solomon

17FW 시즌의 시작을 연 “Crop Fields”는 이전 슈프림 영상과 질적인 면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여줬다. 크롭 필드는 미국의 넓은 논밭을 뜻하는데, 오래 전부터 외계인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기하학적 미스터리 서클이 자주 발견되었다. 벤 솔로먼은 이러한 미스테리 현상을 활용해 광활한 크롭 필드 위 미스터리 서클 대신 어마어마한 크기의 슈프림 박스로고를 넣어버린다. 고화질에 드론 촬영 기법을 사용한 이 영상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연출로 그 효과를 더한다. 특히, 영상 말미 고조하는 드럼 소리와 함께 점점 드러나는 슈프림 박스 로고는 초반의 알쏭달쏭한 영상 분위기를 한 번에 해소한다. 영상 배경음악이 ESG의 “U.F.O”인 이유는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Supreme 18SS ‘PINBALL’ by Ben Solomon

본래 슈프림 시즌 제품군 내 액세서리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16 시즌까지만 해도 20개 정도였던 액세서리가 17 시즌부터는 45개로 대폭 늘어났고 동시에 기상천외한 제품도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러한 움직임이 이어져 18SS 시즌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핀볼 머신(Pinball Machine)을 발매했고, 핀볼로 시즌 오프닝 영상까지 제작한다.

벤 솔로먼은 슈프림 핀볼 머신을 플레이하는 모습과 함께 다양한 인서트 샷과 편집으로 제품의 디테일을 샅샅이 보여준다. 영상을 통해 머신 이곳저곳에 자리 잡은 수많은 박스 로고를 보는 순간 구매욕과 과연 이게 얼마일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역시나 슈프림 핀볼 머신은 리테일 가격 9,600달러에 배송비만 750달러(설치비 포함)의 무시무시한 가격에 발매, 슈프림 액세서리 역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거기에 단 200대 한정 발매로 일반인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액세서리이자 현재 이베이(eBay)에서는 리셀가가 무려 60,000달러에 형성됐다. 앞으로도 직접 만져보기는 글렀으니 벤 솔로먼의 영상으로 대리만족이라도 해보자.

19SS ‘FUCK THE FAKES’ – Funk Flex by Ben Solomon

슈프림의 2018년은 골치 아픈 한해였다. 슈프림 이탈리아의 바르셀로나 매장 개장에 이어 중국 의류 브랜드 OXN의 자작극 소동, 삼성과 슈프림 이탈리아의 협업 소식 등 슈프림의 이름을 빌린 짝퉁 브랜드의 활동이 도를 넘어섰다. 힘든 한해를 보낸 탓일까? 그동안 짝퉁에 반응하지 않던 슈프림도 2018년 12월에 벌어진 삼성과 슈프림 이탈리아의 협업 소동에서는 이례적으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슈프림은 삼성과 협업하지 않는다. 이것은 뻔뻔한 거짓말이고 위조 브랜드에 의해 전파된 것이다’라는 글을 올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리고 19SS 시즌 오프닝을 ‘Fuck The Fakes’로 시작했다.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펑크 플렉스(Funk Flex)가 등장해 ‘오직 오리지널만이 창조를 할 수 있고, 가짜는 가짜로 남는다’라며 OG와 가짜의 차이를 끊임없이 말한다. 특히 마지막에 외치는 “Fuck You!”는 슈프림이 2018년 동안 모든 페이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그동안 다양한 촬영기법을 사용해온 벤 솔로먼도 이번 영상에서는 정지된 샷과 폭발 장면의 삽입으로 슈프림의 분노를 표현했다.

19SS ‘Animal for Supreme X Pearl Drums’ by Ben Solomon

2008년 슈프림의 ‘커밋 더 프로그(Kermit The Frog)’ 포토 티셔츠 이후 아주 오랜만에 머펫쇼와 드럼 영상으로 협업이 진행되었다. 이번 영상은 ‘애니멀(Animal)’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수많은 머펫 중 애니멀이 선택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애니멀은 1975년부터 머펫쇼에 등장해온 밴드 ‘닥터 티스 앤 더 일렉트릭 메이헴(Dr. Teeth and the Electric Mayhem)’에서 드럼을 맡고 있다. 어릴 적부터 머펫쇼를 보고 자란 미국인들은 이번 영상을 보자마자 고개를 끄덕거렸을 것. 영상에서 드러나는 애니멀의 다양한 표정과 조화로운 드럼 소리는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특히 영상 중반부 파워 드러밍과 함께 외치는 ‘Supreme!!’은 그야말로 슈프림이라고 해야 할까.

벤 솔로먼의 영상은 거를 타선 없이 높은 퀄리티를 유지한다. 이런 영상 톤을 통해 슈프림의 러프한 이미지에 좀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씌운다. 2017년 칼라일 그룹에 지분 매각 이후 점점 몸집이 커져가는 슈프림이니 앞으로도 그의 영상물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위 영상을 통해 벤 솔로먼에 관심이 생겼다면 ‘슈프림 X 롤렉스(Rolex)’ 영상, 액세서리 도미노 영상 등 작업물이 많으니 벤 솔로먼의 작품을 더 찾아 보자. 특히 뉴욕 상공을 가로지르는 박스로고 영상 “Aerial”은 꼭 감상해볼 것을 추천한다.

2. Sean Vegezzi

뉴욕에서 활동하는 ‘션 베제치(Sean Vegezzi)’는 90년생의 젊은 아티스트다. 28살의 많지 않은 나이지만 슈프림과 4번의 영상 협업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구찌(Gucci)의 ‘#GucciBeautyNetwork’와 ‘Gucci Cruise20’를 디렉팅하며 나이가 무색하게 본인의 재능을 펼치고 있다. 그는 ‘타이론 레본(Tylon lebon)’ 등 여러 비주얼 아티스트가 속해있는 카메라 클럽(Camera Club)에서 콜라보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항상 뉴욕을 주제로 슈프림을 표현해낸다.

17SS ‘C Rock’ by Sean Vegezzi

슈프림과의 첫 영상 작업인 “C Rock”은 30초짜리 인스타그램 영상이지만 뉴욕의 숨겨진 전통을 말해준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씨록(C Rock)은 콜롬비아 대학교 아래에 있는 절벽으로, 많은 청소년이 유람선이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뛰어내리는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2013년 개봉한 조던 로스(Jordan Roth) 감독의 “C-Rock”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 바위에서 뛰어내리는 행동은 꽤 오래된 전통이다. 다큐멘터리는 이 행위가 과거부터 이어져 온 10대들의 성장 과정이자 동시에 다음 세대를 위해 씨록을 떠나야 하는 아이러니한 운명이라고 설명한다.

조던 로스 감독은 인터뷰에서 말하기를, 점핑 스팟에 가기 위해 기찻길을 건너거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행위 자체가 너무나도 위험하기에 이 전통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영상 초반 기찻길을 넘어가는 장면을 삽입한 이유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여름날 네 명의 십대가 슈프림 박스 로고 티를 입고 위험한 뉴욕의 전통을 따르는 것 그 자체로 션은 슈프림과 젊음을 표현한다.

18SS ‘Water Lots’ by Sean Vegezzi

18SS의 드랍 아이템이었던 카약은 제품보다 그 영상이 더 큰 임팩트를 준다. 션 베제치는 이 아이템을 통해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위한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은 슈프림 카약을 타고 뉴욕의 허드슨 강과 이스트 리버를 오가며 하트 아일랜드(Hart Island), 라이커스 섬(Rikers Island)과 같이 강에서만 볼 수 있는 뉴욕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상의 마지막 뉴욕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으로 틸트 업하며 독립기념일을 정중하게 맞이한다. 슈프림 카약을 통해 보여준 조용한 풍경은 기존에 우리 머릿속에 있는 화려한 뉴욕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씨록에서처럼 션은 슈프림을 통해 다시 한번 뉴욕의 숨은 모습을 보여준다.

18FW Supreme ‘New York Post’ by Sean Vegezzi

17SS의 오프닝이었던 “사우스페리(South Ferry)”를 기억하는가? 사우스페리 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이 영상은 뉴욕 메트로(New York Metro)와 협업한 교통카드를 발매해 전량 매진, 결국 카드 자판기 파손이라는 해프닝을 만들었다. 18FW에서는 뉴욕 포스트(New York Post)와 협업해서 슈프림 박스 로고를 신문 1면에 넣어버린다. 교통카드와 같이 뉴욕 포스트도 발매 당일 뉴욕 전역에서 전량 매진되며 슈프림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영상은 뉴욕 포스트가 제작되는 과정부터 포장, 운송 그리고 가판대에 진열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션 베제치는 뉴욕 출신 아티스트인 만큼 그의 영상 또한 뉴욕을 향한 애정이 물씬 느껴진다. 그는 과거 MoMA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 밤마다 뉴욕의 이곳저곳을 친구들과 함께 돌아다닌 경험(때로는 불법적인 곳도 침입했다고 한다)이 그의 예술 핵심으로 자리잡았다고 언급했다. “C Rock”과 “Water Lots” 같은 영상은 따라서 그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

3. Oliver Payne

런던 출신의 아티스트 ‘올리버 페인(Oliver Payne)’은 시각예술가로 1999년부터 영상, 미술, 사운드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오랜 활동 기간 동안 전세계에서 전시와 작품활동을 하며 예술가의 경력을 쌓아온 그는 슈프림과도 12SS “Pizza Face”를 시작으로 19SS “Pool Cue”까지 제작했다.

슈프림 영상만 보았을 때는 그의 작업이 갸우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허나, 올리버 페인이 제작한 카브 엠트(Cav Empt)의 룩북 영상을 본다면 그가 각 브랜드의 이미지에 맞게 영상을 기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슈프림 영상은 왜 이렇게 낮은 퀄리티로 만든 걸까?

12SS ‘Pizza Face’ by Oliver Payne

“Pizza Face”는 12년 SS 시즌 오프닝 영상이었다. 시즌 아이템인 아라빅 로고 후드, 박스 로고 후드, 아크로고 집업 후드를 입고 약빤듯 한 인물(그래서 BGM도 ‘Radius’의 “LSD”다)들의 스케이팅과 괴상한 행동을 보여준다. 또한 인물의 마스크에 크로마키를 적용한 채 박스로고, 일몰, 야경, LA의 스카이라인, 피자 등을 표현해 기존에 흔히 볼 수 있는 스케이팅 영상에 올리버 페인의 변주를 가미했다. 특히 영상 초반부 박스 로고 사이 킥플립으로 슈프림 로고를 끼워 넣는 장면은 보자마자 감탄하게 한다. 이렇게 그는 브랜드의 기존 스케이트 영상 톤을 유지하는 동시에 특정 요소들의 삽입으로 영상 아이덴티티를 확립한다.

자, 그럼 이제 그의 액세서리 영상을 얘기해 보자. 각 영상이 짧은 관계로 깊은 논의는 부족할 수 있지만 반복되는 병맛 콘셉트 영상은 그냥 지나치기에 너무 아쉽다.

15FW ‘Chopped’ by Oliver Payne

올리버 페인의 첫 액세서리 영상 “Chopped”는 15FW의 슈프림 고글을 위한 영상이다. 이 아이템이 발매될 당시 인스타그램 영상에는 15초 길이 제한이 있었다. 그런 제한 탓일까? 영상은 단순하게 스케이터 ‘루카스 버세티(Lucas Vercetti)’가 고글을 벗는 행위를 사진으로 이어놓은 게 전부이다. 15초의 한계에서 15초도 필요 없는 영상을 만든 건 오히려 예상 밖이다.

16SS ‘Everlast® Leather Heavy Bag’ by Oliver Payne

곧바로 다음 시즌인 16SS “Leather Bag”에서는 이전보다 더 낮은 퀄리티로 돌아왔다. 뉴욕 밤거리의 들개를 쫓는 영상 위 흔들리는 샌드백을 붙여넣은 15초짜리 영상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복서들의 펀치를 얻어맞는 샌드백이 밤거리를 깡패처럼 돌아다니는 느낌 때문에 VISLA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병뚜껑의 반격이 떠오른다.

16FW ‘Brick’ by Oliver Payne

16FW 시즌에는 슈프림 역사상 기념비적인 액세서리인 벽돌이 발매됐다. 이전부터 슈프림이 벽돌에 박스 로고만 박아도 팔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16 FW시즌에 실제 박스 로고가 새겨진 벽돌을 발매하며 이러한 가설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단순한 액세서리만큼 영상도 단순하다. 뉴욕의 건설 현장 위에 벽돌을 합성한 것이 전부인 영상은 벽돌을 완판해버리는 슈프림의 태도와 동일하다.

17SS ‘The Cash Cannon™’ by Oliver Payne

액세서리 제품 수가 대폭 늘어난 17시즌에 머니건은 가장 핫한 아이템 중 하나였다. 시즌의 메인 액세서리였던 만큼 영상 역시 올리버 페인이 제작했는데, ATM의 인출 장면에서 머니건의 지폐 연사로 넘어가는 것은 단순하지만, 그만큼 직관적이다. 이번에도 무성의하게 합성된 머니건은 3시즌 연속 반복되는 요소다.

17FW ‘Andis® Envy™ Li Clippers’ by Oliver Payne

미국 바버샵에는 벽면에 헤어스타일을 참고할 수 있는 Haircut Poster가 걸려있다. 클리퍼가 헤어 도구인 만큼 슈프림의 클리퍼 영상은 헤어컷 포스터를 활용해 각 헤어스타일 포스터의 모델이 말하는 효과를 가미한 재치 있는 영상을 만들었다. 사진마다 입을 움직이는 효과를 주었으니 그간 올리버 페인 영상에 비하면 나름 ‘고퀄’에 속한다.

17FW ‘Sled’ by Oliver Payne

그는 17FW 썰매 영상으로 다시금 본연의 영상미로 회귀한다. 썰매 타는 모습을 직접 촬영하기조차 귀찮았던 것 같다. 눈밭을 달리는 영상과 방바닥에서 썰매 타는 척 움직이는 모습을 크로마키로 더한 게 전부다. 영상 길이가 1분으로 늘어난 지 한참이 된 17년도에도 올리버 페인은 썰매 영상을 15초로 제작한다. 하지만 슈프림인데 뭔들, 이 조잡스러운 편집조차 살짝 보이는 빨간 슈프림 로고로 충분히 멋지다.

18FW ‘Tamiya Hornet RC Car.’ by Oliver Payne

18SS 시즌을 쉬었던 탓일까? 18FW의 타미야 RC 카 영상은 그간의 저퀄 액세서리 영상과는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RC 카가 도로 위를 달리는 장면은 실제 차가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마지막 드리프트와 함께 틸트 업으로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보여주는 장면은 그간 올리버 페인의 슈프림 영상에서 보기 힘든 영상 톤이다.

19SS ‘McDermott™ Pool Cue’ by Oliver Payne

지난 시즌 올리버 페인의 고퀄 영상은 아마 기우였던 것 같다. 19SS에 제작한 “Pool Cue”는 특유의 저퀄 영상으로 그 이름을 되새겼다. 뉴욕 바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포켓볼을 치는 일상 속 슈프림을 슬쩍 끼워 넣는다. 영상에 슈프림만 나오면 완성이라니, 이쯤 되면 반칙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아니 어쩌면 25년 동안 슈프림이 해온 노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영상을 보면 ‘영상의 완성은 슈프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 연관되는 이미지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기교없는 장면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단연 ‘Supreme’이라는 글자다. 불평해도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우리는 그 빨간색 퓨추라(Futura) 폰트에 사로잡힌 노예들이니.

앞에서 다룬 벤 솔로먼 영상과 올리버 페인 영상의 톤 차이는 이전 ‘VX vs HD’ 피쳐글에서 다룬 변화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스케이트 영상에서 VX를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올리버페인도 슈프림이 포기할 수 없는 VHS 감성을 지킨다다. 다음 시즌도 기상천외한 액세서리와 함께 그의 저퀄 영상이 돌아오길 희망하며, 이 외에도 런던의 스케이팅을 담은 “Supreme London”과 “Three Six Mafia Photo Tee” 영상 등이 준비되어 있으니 관심이 생겼다면 찾아보도록 하자.

지금까지 슈프림을 대표하는 세 명의 비디오 디렉터와 그 작업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짧은 영상 속에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가? 이번 기사에서 다룬 동영상은 25년의 역사를 가진 슈프림의 영상 아카이브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19 SS 시즌만 해도 제프 마가시스(Zev Magasis)의 “Cupid 조각상 영상”, 아이바 위간(Ivar Wigan)의 “Supreme x NIKE Jordan 14 영상” 등 다양한 영상과 제작자가 있었다. 앞으로도 오늘 다룬 세 영상 디렉터 외에도 많은 아티스트이 슈프림을 위한 영상을 제작할 것이다.

서브컬처에서 뻗어나온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는 단순히 의류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 하고자 하는 말이 있고 대표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이미 본 매거진에서 ‘진홍색 연구 시리즈’로 슈프림이 의류에 담은 메시지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25년 동안 슈프림은 여러 하위 문화를 대표하며 패션 브랜드 이상의 기능을 해왔다.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이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준다. 또한 윌리엄 스트로벡의 영상을 통해 그들이 제작한 프로덕트와 함께 어디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보여주며 소비자에게 문화를 공유해오고 있다.

슈프림이 어떤 브랜드이지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다. 슈프림은 그 뿌리처럼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일까? 아니면, 거대 패션 시장을 뒤흔드는 패션 브랜드일까? 슈프림의 수장 제임스 제비아조차 슈프림은 패션 그룹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브랜드에 관한 글을 완성하며 나름 괜찮은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아..! 슈프림은 뉴욕이다.

‘A Love Supreme’ by Thomas Campbell in 1995, NYC

Supreme 공식 웹사이트
Suprem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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