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속 감시탑 – YouTube Live WebCam

2017년 4월 15일, 뉴욕의 애니멀 어드벤쳐 파크(Animal Adventure Park) 동물원은 무려 120만 명의 기억에 남을 획기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바로 기린 에이프릴(April)의 출산 장면을 유튜브 라이브(YouTube live)로 생중계한 것. 자그마한 동네 동물원의 경사에 불과했을 이벤트는 유튜브를 기폭제 삼아 전 세계적 잔치가 되었고, 에이프릴은 잠시나마 글로벌 스타덤에 앉게 되었다. 깜찍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것은 이 이벤트를 통해 수만 명이 유튜브 생중계 기능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린 에이프릴(April)의 출산 장면 아카이브 영상

지금은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기능이지만, 유튜브 라이브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2010년 즈음부터 생중계 기능을 시험해온 유튜브는 다양한 대형 행사에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하며 인프라를 구축했고, 2011년 4월경에 들어서야 ‘유튜브 라이브’를 공식 런칭했다. 다만 최초에는 파트너 기업 및 단체에만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하니, 일반인들이 유튜브 라이브에 익숙해진 것은 2017년 2월 유튜브 스마트폰 앱에 라이브 스트리밍(생중계) 기능이 추가된 이후일 것이다. 누구나 생중계 기능을 제약 없이 활용하고 관련 채널을 개설할 수 있게 된 지 이제 막 2년이 넘었다는 이야기다.

불과 2년 남짓 지난 현재, 생중계 기능은 더할 나위 없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 무궁무진한 활용법을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이미 몇 개의 ‘크리에이터(Creator)’ 및 방송국 채널이 떠올랐을 터. 그리고 이와 같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의 활약에 힘입어 새롭게 떠오른 영상 양식 중 하나가 바로 유튜브 라이브 웹캠(Live WebCam)이다. 웹캠, 라이브캠, 24시간 라이브(24hr Live) 등으로도 다양하게 불리는 영상은 한자리에 고정되어 특정 장소 혹은 대상을 멈춤 없이 생중계하는 영상을 가리킨다. 혹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는가? 그렇다.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CCTV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CCTV라고 하면 어쩐지 오싹한, 디스토피아(Dystopia)적인 느낌이 물씬 든다. 앵글에 담기는 모든 것을 온라인에 생중계한다는 것은 곧 일말의 편집 없는 개인 정보가 온라인상의 수천만 명에게 실시간으로 노출된다는 뜻이니까. 굳이 ‘프랑스 철학자 누구’, ‘미국 대학교수 누구’의 이름을 들먹이지 않아도 이게 꽤 폭력적인 일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정보와 초상권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구심이 드는 한편, 누가 굳이 그런 영상을 볼까 싶은 것도 사실이다. 짧은 시간 안에 자극적이고 화려한 영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에 긴 시간 동안 화면의 큰 변화나 연출 없이 진행되는 영상이라니. 할리우드 시대의 롱테이크 예술영화만큼이나 시대착오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XWY1gJKCoD0
달리는 기차에 카메라를 설치해 기차의 뷰를 실시간 중계하는 “Live Train 24/7”

다행히도, 24시간 내내 장기간 생중계하는 라이브 웹캠 채널들은 대부분 공익성을 띤 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최근 25년 만에 운영 종료를 선언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발길을 옮긴 샌프란시스코의 ‘포그캠(FogCam)’은 도로의 안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San Francisco State University) 학생들이 개설했고, 최초의 웹캠으로 알려진 1991년의 ‘트로쟌 룸 커피포트(Trojan Room Coffee Pot)’도 케임브리지 대학교(Cambridge University) 학생들이 연구실 내 유일한 커피포트인 메인 컴퓨터실의 커피포트가 비어있는지 미리 확인 가능하도록 커피포트에 설치하여 인터넷에 공유한 웹캠이었다. 영리 혹은 사적 목적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생중계 기능이지만, 개인이 가벼운 목적으로 1년 365일 채널을 운영하는 일은 역시 쉽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밈(meme) 영상처럼 단번에 큰 웃음이나 놀라움을 선사하진 않지만, 라이브 웹캠에서 전혀 아무런 흥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라이브 웹캠의 팬들은 라이브 웹캠을 CCTV 대신 ‘창문’이라고 표현한다. 방구석의 모니터를 창문 삼아 세상 곳곳의 생경한 풍경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가장 인기 많은 라이브 웹캠 채널들은 대표적인 휴양지나 귀여운 동물의 모습을 생중계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폭력성’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한번 상상해보자. 창문 하나 없는 서울의 반지하 자취방에서 하와이 해변의 저녁노을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니. 비슷한 영상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겠지만 ‘실시간’이라는 마법의 단어와 끝없이 이어지는 영상은 말 그대로 창문처럼 보는 이의 마음과 영혼을 즉시 지구 반대편의 하와이 해변으로 옮겨 놓는다. 진정한 의미의 시공간 초월이다.

창문으로 보든 감시탑으로 보든, 유튜브 라이브 웹캠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영상 포맷이 유튜브 활용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10개의 라이브 웹캠 채널들을 아래에 소개한다. 희미하게나마 선정 기준이 있었다면 개별 웹사이트보다는 유튜브 채널 그리고 단발성으로 운영되는 채널이 아니라 장기간 운영된 채널, 두 가지다. 영상의 링크가 가끔 바뀌기도 하니, 혹여 링크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유튜브에 제목을 검색하여 찾도록 하자.


  1.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Live

Shibuya Community News 채널

시부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스크램블 교차로. 도쿄 여행을 다녀온 이라면 신호가 바뀌기 무섭게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행렬을 기억할 것이다. 대도시 도쿄의 규모와 사회상을 함축적으로 전시하는 스크램블 교차로의 모습은 시부야 커뮤니티 뉴스(Shibuya Community News)의 유튜브 채널에서 24시간 생중계되고 있다. 어딘지 모를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 바로 지금, 가장 바쁜 도시의 사람들은 어떤 낮과 밤을 보내고 있는지 감상해보자.

2. Everland Live

2018년 11월 5일부터 송출을 시작한 채널로, 에버랜드와 캐리비안 베이 내부 가장 붐비는 10곳을 24시간 내내 실시간 스트리밍한다. 본래 각 어트렉션의 번잡도나 대기 현황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채널인 만큼 대기 시간이나 공연 정보, 광고도 때에 따라 송출되니 꽤 실용적인 채널에 속하는 편. 하지만 몰래 지켜보는 듯한 CCTV 앵글 특성상 송출되는 영상은 낭만적이기보단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럽다. 특히 방문객이 없는 밤이나 우천 시에도 공허한 시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노출해버리니, 본 서비스가 과연 에버랜드의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괜한 걱정이 될 정도. 혹시 에버랜드에서 CCTV를 발견한다면, 방구석 어딘가에서 당신을 보고 있을 이들에게 손이나 한번 흔들어주자.

3. Big Bear Bald Eagle Nest Cam

캘리포니아의 빅 베어 레이크(Big Bear Lake) 근처에 사는 대머리독수리 둥지에 설치된 캠이다. 비영리 환경보호단체인 ‘빅 베어 밸리의 친구들(Friends of Big Bear Valley)’이 후원을 받아 2013년에 설치한 것으로, 카메라와 사운드 시스템은 태양열로 작동하기 때문에 인간의 개입 없이도 24시간 내내 촬영이 가능하다. 참고로 빅 베어 밸리에서 겨울만 나는 보통의 대머리독수리와는 달리 영상에 등장하는 독수리 가족은 역사상 최초로 영구적인 둥지를 틀었다고. 그다지 대단한 것 없는 기획일지 모르나, 동트는 시간대에 보면 햇살을 배경으로 기지개를 켜는 독수리의 모습이 꽤 멋지다…

4. 남산서울타워 파노라마 LIVE

남산 서울타워에서 제공하는 서울의 파노라마 라이브 영상이다. 나뭇잎에 반쯤 가려 시야를 가리는 허술한 위치 선정과 조금의 변화도 없는 고정 앵글은 보는 재미 따위 기대할 수 없게 하지만, 어쩌면 그런 허술함이 이 도시의 매력일지도. 대도시에만 있으리라 생각되는 ‘도시 웹캠’이 서울에도 있다는 사실만으로 어딘가 반갑다.

5. Minigolf Gran Canaria

스페인 그랜 카나리아(Gran Canaria)섬의 염보 쇼핑센터(Yumbo Shopping Centre)에 자리 잡은 미니 골프 그랜 카나리아(Minigolf Gran Canaria) 염보점은 창의적이고 난이도 있는 코스를 자랑한다 ─ 라고 설명하고 있다 ─ .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골프 코스 한구석에 설치된 CCTV는 한적할 때나 북적거릴 때나 코스의 모습을 멈춤 없이 전 세계에 생중계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자신들이 생중계되고 있는 것을 알까’하는 의문도 잠시, 한적할 때가 대부분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미니 골프 그랜 카나리아 염보점은 조만간 운영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6. AE Signage

그야말로 미지의 채널. ‘AE 간판(AE Signage)’이라는 유튜브 채널 안에 여러 개의 라이브 웹캠이 실시간 스트리밍되고 있으며, 웹캠은 모두 미국 곳곳의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스토어 간판에, 혹은 간판을 향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영상과 채널 어디에도 영상의 목적이나 아메리칸 이글과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아무 설명 없이 미국의 번화가들과 보행자들을 촬영하는 영상은 어딘지 모르게 오싹할 정도. 혹시나 본 채널을 자세히 아는 이가 있다면 제보를 부탁한다.

7. Volcanoes Live

전 세계의 화산 활동과 지진 정보를 생중계해주는 채널. 다양한 화산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화면을 빼곡히 채운 관련 정보는 학구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대개 극도의 평화로움을 자랑하는 본 채널이 갑자기 활기를 띤다면, 그것은 지구 저편 어딘가에서 재난이 일어났다는 신호일 것이다.

8. Makkah Live

이슬람교 성지인 마카(Makkah) 순례는 모든 무슬림이 일생동안 이루어야 할 의무이며, 순례자들은 마카의 중심인 카바(Kaaba) 주위를 7바퀴 돌며 일생의 의식을 치른다. 무슬림 인구가 극히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이야기지만, 전 세계의 무슬림 인구가 인생의 한 번쯤 마카를 방문한다고 생각하면 해외 토픽에서 종종 들려오는 순례자들의 압사 사고 소식도 이해가 간다. 마카 출입은 무슬림에게만 허락되기 때문에 평생 이 광경을 실제로 볼 일은 없겠지만, 유튜브의 ‘마카 라이브(Makkah Live)’ 채널을 통해 손쉽게 조감할 수 있다. 바로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검은 기둥 주위를 돌고 있는 수만 순례자의 모습은 무슬림이 아닌 누구라도 압도당할 만한 장관이며, 종교와 신앙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9. Darshan Live

성자 스와미나라얀(Swaminarayan)에서 파생된 힌두교 종파 우다브 삼프라다이(Uddhav Sampraday) 사원은 그야말로 전 세계에 퍼져있다. 힌두교 신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다르샨(Darshan)’, 즉 ‘신과의 눈 맞춤’을 이루기 위해 신도들은 사원에 있는 신상에 정성을 다해 경배하는데, 그동안 사원에 방문하기 힘든 이들은 이같은 종교의식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인터넷 시대의 축복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유튜브를 통해 사원의 신상을 안방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모실 수 있게 해주었다. 움직임 없는 동상을 생중계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할 수 있겠으나… 분명 큰 의미가 있을 터. 자세한 설명은 주변의 힌두교도 친구에게 구하도록 하자.

10. Drivemeinsane.com

굳이 유튜브 채널이 아닌 개별 웹사이트를 리스트에 포함한 것은 오로지 본 사이트의 신박함 때문이다. ‘나를 미치게 만들어봐’라고 도발하는 듯한 본 사이트는 텍사스 어딘가의 사무실 한 곳을 생중계한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의 웹캠과 다를 것이 없으나, 놀랍게도 본 사이트는 시청자가 직접 사무실의 조명 및 여러 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설정해 놓았다. 시청자는 디스코 볼을 비롯한 다양한 조명기기를 조작할 수 있으며, 조작에 따라 변하는 사무실 환경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 단순한 조작이지만 대한민국에서 텍사스의 사무실 환경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꽤 놀라운 일이 틀림 없다.

Drivemeinsane.com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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