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우리는 더욱 당당할 필요가 있다.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인 ‘오타쿠’는 무언가에 깊이 몰두한다는 긍정적인 접미어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현실을 회피하고 사교성이 결여된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매체, 커뮤니티에서 죄 없는 오타쿠들은 수많은 멸시와 비하, 언어폭력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오타쿠’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마음 졸이며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그대들이여, 이제는 숨기지 말자. 세계는 지금 당신들처럼 일본 만화에 열광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만화와는 조금 성격이 다른 ‘어른들의, 어른들에 의한, 어른들을 위한’ 만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소위 ‘망가(MANGA)’라 부르는 일본 만화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단순 권선징악의 주제의식에서 벗어난 스토리 구조, 다소 선정적인 내용과 폭력성을 바탕으로 일본 만화, 일본 애니메이션은 수많은 ‘어른’ 오타쿠들을 양산해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원피스, 나루토, 에반게리온 등의 일본 만화는 점차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을 성사시키며 그 저변을 넓히고 있다.
첫 번째로 자국 문화를 활발하게 홍보하고 있는 브랜드 ‘A Bathing Ape’를 살펴보자. 2012년의 One Piece X A Bathing Ape 콜렉션과, 게임에서 시작되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스트리트 파이터 II(Street Fighter II)와의 콜라보레이션이 대표적이다.
현재 출판만화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만화 원피스(One Piece)는 그 명성에 걸맞게 베이프(Bape)뿐만 아니라 유비크(UBIQ)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하였다. 같은 해 발매된 ONE PIECE X UBIQ Flag One 스니커즈는 원피스의 오리지널 로고가 박힌 인솔과 보물 상자를 연상시키는 박스가 인상적이다.
원피스와 함께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나루토(Naruto)도 앞서 2006년 나이키N와 협업한 Nike Rival GT x Naruto를 선보였다. Advanced Fit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GS모델로, 주인공 나루토가 프린팅된 박스와 함께 신발 어퍼에는 닌자 문양이 새겨져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Evangelion) 역시 많은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냈다. 스투시(Stussy)는 일본의 남성잡지 스마트(Smart)와 제휴하여 에반게리온 아이폰 케이스를 제작했고, FTC는 일본의 갤러리 Intheyellow, 에반게리온 공식 굿즈 브랜드 Radio Eva와 함께 티셔츠와 스케이트보드 데크를 발매했다.
XLARGE에서도 본래의 고릴라 로고 실루엣에 에반게리온 등장 캐릭터를 레이아웃한 티셔츠를 공개했다. 앞서 에반게리온과 여러 번 협업한 적이 있던 뉴에라(Newera)도 극장판 개봉을 기념해 캡슐 콜렉션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콜라보레이션은 리복(Reebok)과 일본의 피규어 토이 전문 브랜드 메가하우스(Megahouse)가 협력하여 출시한 공각기동대의 인스타 펌프 퓨리(Insta Pump Fury)다. 2012년에는 로봇 타치코마를 모델로 발매하였고, 이번 6월 개봉예정인 ‘Arise’ 시리즈에 맞춰 로봇 로지코마를 바탕으로 한 퓨리를 새롭게 발매하였다. 로봇들을 모티브 삼아 사이버틱하게 디자인되었고, 인솔과 힐의 프린팅이 독특하다.
이처럼 유명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즉 재패니메이션은 하나의 패션으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쩌면 오타쿠와 가장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패션’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일본 애니메이션과 협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그 둘이 묘하게 어울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오타쿠들이 쓸데없는 것에 관심과 돈을 투자한다고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어떤가. 이 정도의 흥미로운 아이템들을 위해서라면 한 번 투자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