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Playlist : DJ Premier the Boom B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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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힙합과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공식과도 같다. 당시에 프리모는 수많은 MC들에게 자신의 비트를 선사했고 언젠가부터 그들의 족적에는 ‘골든 에라(Golden Era)’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프리모의 공식 첫 내한을 기념하여 여섯 번째 Theme Playlist는 그가 프로듀싱을 맡은 트랙들로 준비해보았다.

 

 

 1.  D’angelo – Devil’s Pie 

안경을 쓰고 가장 못생긴 얼굴이 되어 무릎이 나온 잠옷바지를 입어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마치 마릴린 먼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혼자인 밤, 쓸쓸한 나머지 섹시함에 젖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것이 바로 디안젤로(D’angelo)의 목소리임을 고백한다. 그를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집에서 아마도 밤늦게 티브이를 보면서 “Untitled(how does it feel)”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접하게 되었던 심야시간. 미소년과 아이돌을 좋아하던 여고생은 분명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디제이 프리미어가 프로듀싱을 한  “Devil’s pie”를 알았고 넘실거리는 그루브와 묘한 분위기를 가진 [Voodoo]앨범을 들을 때만큼은 내가 또래의 친구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시간은 흐르고 지금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도 잘 알게 되면서 지나간 시간들의 사랑을 세어보곤 한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나는 사랑의 절정을 몇 번이고 추억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사랑을 향해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딘가의 절정을 향해서 달려가는 사람의 모습은 모두 섹시하다. 조한나, 영기획 미녀

 

 2. Gang Starr – Work

대다수 힙합 DJ의 기반이 어디에 있느냐는 때로 리스너들의 ‘충성도’로 연결되곤 한다. 디제이 프리미어는 1990년대 골든 에라 이전의 재즈, 훵크 등의 소스를 정성스럽게 디깅했기에 주옥같은 클래식 힙합 넘버들을 발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갱 스타(Gang starr)의 [Moment Of Truth]는 가장 갱 스타스러운 색깔을 잘 보여준 앨범이다. 특히 재즈 사운드와 적절히 조화로운 묵직한 힙합 비트가 나에게는 늘 ‘긴장하며 듣게 만드는’ 힘을 줬었다. 그중에서도 “Work”는 프리모가 어떤 비트메이커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트랙이다. 이 곡은 싸늘한 밤공기가 가득 메운 길을 두툼한 후드 티 하나 뒤집어쓰고 걷고 싶게 만든다. 물론 지금도 동일하고. Youngsta, MUSINSA Digital Marketing Manager

 

 

3. Rezidue – Inner City blues

내가 중학생 때 MP3가 처음 나왔는데 당시 MP3의 용량은 32mb라 거의 6곡 정도를 넣을 수 있었다. 따라서 MP3에 넣을 트랙을 선별하는 일은 항상 고민거리였는데, 마지막 트랙은 변함없이 프리모의 “Inner City Blues”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걸 어떻게 구했는지도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프리모의 비트 역시 좋긴 하지만 “JFK 2 LAX”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릴랙스함과 뉴욕의 ‘간지’를 이 곡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접할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JFK 2 LAX”이 뉴욕 당구장에서 친구들과 칠링하는 느낌이라면 “Inner City Blues”는 친구들과 뉴욕의 밤거리를 드라이브하며 프리스타일을 내뱉는 트랙이다. 이리저리 쫄깃하게 던져대는 랩, 스크래치로 찹(Chop)되는 스네어, 중간 중간 나오는 Po Po (경찰 사이렌) 소리와 함께 깔리는 피아노 샘플은 나를 온전하게 뉴욕으로 보내버린다. 밤에 드라이브를 하면서 듣는다면 서울이 뉴욕으로 바뀌는 체험을 할 수 있다. Roci Eycko, Rapper/Producer

 

 

4. Gang Starr – Above the Clouds 

“Above the Clouds”가 수록된 갱 스타의 98년 작, [Moment of Truth]는 내겐 정말 ‘완소’ 앨범이다. 물론 힙합 팬들 모두가 이 앨범을 특별하게 여길 것이 분명하지만, 본 앨범에 얽힌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혹시 누군가 내게 처음 들었던 힙합 음악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이 앨범이라고 답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형과 나는 음악적인 취향을 서로 공유했었다(형과 나는 4살 터울이다). 대개는 형이 좋아했던 음악을 내가 따라서 좋아한 것이지만 말이다. 사춘기 시절, 힙합 음악을 즐겨 듣던 형은 나스(Nas)나 우탱 클랜(Wu-Tang Clan) 등 90년대 골든 에라의 CD를 수집하곤 했다. 당시 가요 외에도 MTV에서 방영하는 음악 프로그램이었던 ‘Alternative Nation’ 등을 통해 해외 음악을 접하긴 했었으나, 내가 접했던 힙합 음악은 1999 대한민국과 2000 대한민국, 그리고 이제는 전설이 된 마스터플랜에서 출시된 몇몇 앨범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구입한 CD를 하나씩 들어보다가 우연히 [Moment of Truth]를 발견했다. 낡은 켄우드 플레이어에서 CD를 무심코 재생했던 그때, 무엇인가 속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일순간 공감이 되는 그런 것이었다. 인종도, 지역도, 언어도, 나이도 모두 다른 배경 아래 만들어진 그들의 음악에 설득이 되었다. 왠지 모를 멋스러움도 함께.

앨범의 수록곡 중 한 곡을 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본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이 완성도가 뛰어남은 물론이며, 프리미어와 구루(Guru) 특유의 시그니쳐 사운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앨범에 수록된 많은 곡들이 이미 널리 알려졌으나 나는 굳이 “Above the Clouds”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 곡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미스터 나이스 가이 구루와 우탱 클랜의 샤올린 리릭시스트 인스펙터 덱(Inspectah Deck)은 장인 디제이 프리미어의 비트 위에 마치 신선놀음하듯 워드 플레이를 이어가며 유려한 플로우를 선보인다. John Dankworth의 “Two Piece Flower” 샘플이 자아내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이 둘의 형이상학적인 가사는 곡 전체적으로 절정의 조화를 이루며, 듣는 이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The cloud’s my sofa’ 라는 인스펙터 덱의 말마따나 이 곡에서 이들은 이미 배추도사, 무도사 레전드 급이다. 이런 조합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플 따름. 백견이 불여일문, 집중해서 들어보길 권한다. 박지훈, VISLA Contributor

 

5. Nas – Nas is Like

디제이 프리미어는 참 많은 명반에 참여했다. 사실 그의 수많은 트랙 중 하나만을 고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반복해서 들었던 단 하나의 트랙을 꼽자면 바로 “Nas is Like”이다. 이 트랙은 그의 앨범, [I Am…]에서 유독 돋보이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Nas Is Like”은 1999년도에 나온 다른 노래들에 비해 꽤 하드(Hard)한 인상이다. 무엇보다 내가 이 트랙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차가운 스트링 샘플과 프리모의 빈티지 드럼이 녹아든 ‘Timeless’이기 때문이다. 이 트랙은 웬만한 래퍼가 랩을 얹어도 대부분 좋게 들릴만한 희귀한 비트다. 2014년인 지금도 이 노래는 어제 발표된 것 마냥 클럽에서 나오고 있지 않은가. Big Boy Gibbs, Cakeshop Director/DJ

 

6. Pitch Black – It’s All Real

디제이 프리미어의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피치 블랙(Pitch Black)의 “It’s All Real”은 타이트한 완성도와 별개로, 해외 힙합채널의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접한 뒤부터 1년 정도를 찾아 헤맸던 기억이 있다 보니 아직까지도 디제이 프리미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트랙입니다. 처음 “It’s All Real”을 들으며 뭔가 굉장한 녀석을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시, 그것이 프리모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아우라를 벗어날 수 없는 제 음악적인 한계에 고민했었죠. 힙합 장르에 있어서 한국 밥상의 된장찌개처럼 너무 깊게 스며들어 버린 디제이 프리미어는 여느 때처럼 묵묵히 그만의 자리를 지키며 우리들의 쓰라린 속을 든든하게 달래주는 멋진 형의 모습으로 존재해왔습니다. 특히 2010년 Fat Beat Record Store의 마지막 날 매장에서 플레이 하며 정말 온몸으로 울어주던 큰 형님의 모습을 보며 한국의 프리모는 누구일까 떠올려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The Kid From Left Field, 독자 기고

 

7. Nas – NY State of Mind

어렸을 때부터 뉴욕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떠올려 보자면, 차가운 공기가 도시를 에워싸고 거리 곳곳의 공원에는 부랑자와 비둘기가 섞여 있으며, 말쑥하게 차려 입은 화이트 컬러들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도시 한복판 거대한 빌딩으로 황급히 들어가는, 극명히 대조되는 뉴욕의 삶. 내가 처음 접했던 힙합은 이 뉴욕이라는 거대한 원의 중심부에서 한참 벗어난 가장자리에 위치한 것이었다. 그곳에서는 밤이 되어도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둠이 내리면 거대한 점퍼를 입은 흑인들이 하나 둘씩 모여 불을 피웠고, 프리스타일 랩 배틀을 펼쳤다. 어떤 이들은 술을 잔뜩 마신 나머지 무리를 지어 싸웠고, 어디에선가는 총 소리가 들렸다. 어둠보다 더 어두운 뉴욕의 가장자리에서 오로지 그들의 눈만이 껌벅일 뿐이었다.

프리모는 내가 가지고 있던 환상을 그대로 MPC에 옮긴 프로듀서였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수많은 비트 중에서도 “NY State Of Mind”는 내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한 뉴욕, 그 자체인 트랙이다. 나스는 그 당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건조한 시선으로 써내려갔고, 프리모는 그 공기와 질감을 훼손 없이 비트로 치환해냈다. 거리의 시인 나스가 바라본 뉴욕은 화려한 야경이나 성공에 취한 백인, 혹은 빌리 조엘이 그리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극소수가 만들어낸 뉴욕의 화려한 표면을 예리하게 자르고 나면 그 속을 메우는 흑인들의 더욱 시커먼 삶. “I never sleep, cause sleep is the cousin of death(나는 잠들지 않아, 잠은 죽음의 사촌이니까.)” 이것은 그 당시 그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구절이다. ‘NY State of Mind’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스는 이 트랙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권혁인, VISLA Editor in Chief

 

8. KRS One – MC’s Act Like They Don’t Know

나는 디제이 프리미어가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외국 힙합을 처음 제대로 접하기 시작할 때 들었던 아티스트가 나스와 갱 스타였다. 나중에서야 갱 스타의 멤버이자 프로듀서가 프리모란걸 알았고 그때부터 그의 음악을 꽤 많이 찾아 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프리모의 느낌을 따라 만든 곡도 많았으니까. 스무 살이 지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프로듀서들이 더욱 많다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는 굳이 프리모를 찾아 듣지 않았다. 음악을 듣다 우연히 그의 비트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친구와 프리모를 들으며 찬양하던 중,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가장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좋아한 프리모의 트랙은 KRS One의 “Mc’s act like they don’t know”다.

곡의 인트로에서 

“Clap your hands everybody, if you got what it takes
Cos I’m KRS and I’m on the mic, and Premier’s on The Breaks.”

이 부분이 괜히 좋아서 한동안 혼자 리얼 힙합 갱스터 랩퍼 간지의 표정을 지으며 따라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 곡의 드럼, 특히 Ride 소리 같은 게 너무 좋았고, 전체적으로 어둡고 묵직한 느낌의 비트에 KRSOne의 가사와 래핑, 목소리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Viann, Superfreak Records 소속 프로듀서 

 

9. Gang Starr – Full Clip

디제이 프리미어가 가장 자연스럽고 멋지던 시절은 구루의 뒤에서 비트를 깔아주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따라서 그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트랙이 당연히 프리모 최고의 트랙이며, 나에게는 1999년의 “Full Clip”이 바로 그렇다. 그리고 4년 뒤, “Full Clip”이 흘러나오며 시작되는 조쉬 켈리스(Josh Kalis)의 DC Video 파트를 감상하는 것은 당시 나에겐 너무나 설레는 일이었다. 필라델피아 출신이자, 당시 최고의 스케이터의 당차고 스타일리쉬한 라인/트릭들과 비디오그래퍼 그렉 헌트(Greg Hunt)가 만들어내는 타이트한 편집과 위트는 그야말로 ”Full Clip“을 위해 만들어진 파트 같았다(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구루가 랩을 했던 수많은 곡이 있지만 “Full Clip”이 최고인 이유는 프리모의 수려한 비트 덕분이었고, 켈리스의 수많은 파트들 중 나에게 이 파트가 최고인 이유는 그렉 헌트라는 최고의 비디오그래퍼/에디터가 있어서였다. 난 힙합과 스케이트보딩의 이러한 방식들을 사랑한다. MC가 비트 위에 랩을 했던 건 그것 자체로도 존나 재밌고 멋진 일이였을 테고, 스케이터가 카메라를 들고 서로의 스케이팅을 찍어 비디오를 만드는 것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의 이러한 놀이(혹은 방식)는 “Full Clip”과 같은 트랙, 더 나아가 그 트랙을 바탕으로 편집된 조쉬 켈리스의 파트라는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 얼마나 멋진 이야기란 말인가. 오문택, RVVSM 스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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