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U x YOUNG-G

88라이징(88rising)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들이라고 한다면 적절할까. 아시아의 음악이 서양권 매체에서 새로운 음악이라 정의되는 지금, 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Scene)에서 존경받는 아티스트 쥬(Juu)와 일본의 원메콩(One Mekong, 이하 OMK) 소속 DJ 겸 프로듀서 영 지(Young-G)는 조금 다른 접근법으로 통념과 다른 ‘아시아다움’을 찾는다. 우리 동양인의 음악 언어로 연대를 이룬다는 야망을 밝힌 그들을 만나보았다.

JUU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J: 내 이름은 쥬, 음악하는 아시아인이다. 최근 OMK 친구들과 함께 작업한 앨범을 음반 레이블 엠 레코드를 통해 발표했다. 동양의 옛것과 새것을 함께 담은 작품이다. 지금은 한창 그 홍보를 위한 아시아 투어를 소화하는 중이다.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J: 솔직히 무엇이 계기인지는 모르겠다. 악기 연주와 음악 감상을 즐기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음악에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한 건 11살 무렵, 아버지가 기타를 선물로 주신 때부터다. 기타의 구조와 작동 원리조차 내게는 신비하기 그지없었다. 소리의 과학을 파헤침과 동시에 나는 록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 장르를 듣고 찾았다. 힙합도 그 여정에서 맞닥트렸고 지금도 철부지 때와 다를 것 없이 분주히 여러 장르를 탐색하려 한다. 음악은 나의 전부이자 원동력이다.

태국의 힙합은 어떤 과정에서 생겨났나?

J: 1989년과 1991년 사이 힙합이 태국에 상륙했다. 힙합 장르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때와 시기가 겹치는 건 우연이 아닐 거다. 당시 반짝 유행한 덕분일까, 해외의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나 음반 레이블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태국 고유의 힙합 문화의 기초가 다져진 것 같다. 거품이 터진 이후에도 힙합을 즐기는 이들은 작은 공동체를 이뤄 교류했으니 말이다. 하나의 음악 장르로서 사회에 재등장하기까지, 태국 힙합은 느리지만 확실히 성장했다. 플로우, 또 그에 담긴 이야기 덕분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90년대 말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에 뛰어들었다고. 처음부터 힙합 트랙을 만들었나?

J: 1998년, 아직 학생이었던 내가 친구를 모아 밴드를 결성한 게 첫 활동이라면 활동이겠다. 록 그리고 그와 비슷한 장르에 집중했는데, 그에 못지않게 힙합과 R&B, 레게에 관한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윽고 2002년, 밴드가 해체되자 이를 기회삼아 힙합에 도전했다. 돈도 장비도 없었다. 그럼에도 당시 내게 허락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완성한 비트 10개. 그것만 들고 당시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에서 알짱거렸던 친구들을 모아 힙합 레게 그룹 라스타파(Rastafah)를 결성했다. 밴드 활동을 접고 딱 1년 후인 2003년 말의 일이다. 오늘날까지 함께한 동료를 만났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

Rastafah – Boloa Rastafah (M/V)

시적인 가사로 존경받는다고 알고 있다.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주된 메시지는 무엇인가?

J: 자연의 법칙, 우정, 자유 그리고 명예를 사회와 예술의 시점으로 풀어내는 것. 바람에 떠다니는 연기처럼 은은하고 느긋한 것. 어느 책이나 담론처럼 듣는 이의 마음과 생각을 열기 위한 메시지를 곡에 담는다.

랩 스타일에서 레게의 영향도 강하게 느꼈다.

J: 맞다. 레게는 나에게 중요한 큰 음악적 요소이자 삶의 태도다. 나아가 레게를 지탱하는 라스타파리(Rastafari) 정신은 불교의 정수에도 맞닿아 있다고 믿는다.

JUU4E – เนื้อกับน้า (Weed & Uncle) New Faith Ep Album 2018

본인은 태국의 힙합 문화를 초창기부터 지켜봤다. 태국의 힙합은 지금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으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

J: 시작은 미약했다. 신에 속한 사람도 아주 적었지. 힙합이 많은 이에게 친숙해진 지금도 우리 신이 어디론가 나아가는 중이라고 단언하기엔 힘들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앞으로 태국 힙합 아티스트의 수가 늘던 줄던 우리는 전진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힙합은 TV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확연히 대중화되었다. 태국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고 알고 있다.

J: 그렇다. 태국에서도 오디션 방송에 출연했던 이가 아티스트로 데뷔해 활동하는 경우가 즐비하다. 하지만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도 멋진 활동을 이어가는 유명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가 더 많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주목해야 하는 태국의 힙합 아티스트들을 소개해달라.

J: 지금 태국의 힙합 신은 젊은 피의 수혈로 말미암아 한창 재미있다. 정말 많은 이가 있지만 신에서의 포지션, 성격, 또 내용을 기준 삼아 몇 말해본다면 신예 프로듀서 니노(Nino)와 식스키(Sixky), 그리고 래퍼는 리버레이트 피(Liberate P), 지 베어(G-bear), YB, 풀리스트(The Foolest), 몽키킹(Monkeyking) 등이 있겠다. 한국 친구들이 듣고 직접 경험해봤으면 한다.

이번 발매된 [NEW LUK THUNG]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왜 앨범 제목을 ‘NEW LUK THUNG’이라고 정했나? 본인이 생각하는 ‘NEW’란 무엇인가?

J: 오늘날 태국 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치는 홀대받기 십상이다. 누군가 그은 선 바깥에 있는 것들. 나는 ‘룩퉁(Luk Thung)’이 그를 대표한다고 믿는다. 만약 현대적인 가치를 새롭기에 ‘NEW’라 칭한다면, 과거와 지금을 묶는 이 앨범은 당연히 ‘NEW LUK THUNG’이라 부를 수밖에.

룩퉁이란 장르가 친숙하지 않은 한국 독자를 위해 설명해줄 수 있는가? 범위가 상당히 넓은 듯하다.

J: 룩퉁은 쉽게 말해 컨트리(Country) 음악 같은 거다. 리듬과 멜로디 우리 문화와 하모니를 이루며, 오랜 시간 지켜온 삶의 방식을 후대에 가르치는 선대의 노래다.

앨범의 프로듀서, 영 지(Young-G)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으며 앨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J: 3년 전 처음 만났다. 취향이 비슷해서 친해졌고 어울리다 앨범까지 만들었다. 내가 멜로디를 만들어 노래하고 랩을 녹음하면 영 지가 알아서 처리했다.

태국에서는 음악가 사이 선생과 제자의 관계를 맺는 경우가 잦다고. 한국인에겐 생소한 개념이다.

J: 굳이 음악이 아니더라도 태국에서는 선생과 제자의 연을 맺은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딱딱한 관계가 아니다. 가르침을 주고받는 관계를 넘어 우정을 나누는 사이, 서로에 대한 존경에 기반한 두 인격체 간의 교류다.

이번 [NEW LUK THUNG]에 공동 참여한 지지(G.jee)를 제자로 두었다. 그에게는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나?

J: 지지는 삶을 함께하는 여자친구, 친구, 제자, 음악적 동료다. 누구를 제자로 두든 간에 나는 함부로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나의 작업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유롭게 상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다. 만약 제자에게 줄 조언이 있다면 최대한 간결하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게끔 돕는 일. 내가 맡은 선생의 역할은 그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음악’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J: 문화와 인종이 빈번히 섞이고 충돌하는 지구에서 음악은 우리가 우리로 있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으로 쓰인다. 지구를 이루는 칠 대륙의 일원이자 가장 많은 인구를 포옹하는 땅, 아시아. 나에게 아시아 음악이란 선입견을 초월한, 국경을 넘어 동방을 묶는 하나의 소리를 뜻한다. 나는 이를 내 방식으로 포장해 전 세계의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Young-G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Y: DJ, 프로듀서 그리고 사운드 엔지니어다. 도쿄에서 서쪽으로 100킬로 정도 거리의 야마나시현이란 곳에서 나고 자랐는데, 그곳을 거점으로 소꿉친구와 스틸이치미야(stillichimiya)라는 힙합 그룹 활동도 겸하고 있다.

태국 음악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Y: 2011년 필리핀 마닐라의 톤도 지구에서 열린 ‘Rap In Tondo’라는 기획에 참여하고부터 일본 이외의 아시아 힙합에 눈을 뜨게 되었다. 태국 힙합도 이를 시작으로 찾아 듣게 된 것. 힙합 외의 룩퉁이나 모람(Molam) 같은 전통 음악은 영화 방콕 나이츠(Bangkok Nights) 제작에 참여한 경험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되었다. 태국의 음악은 정말 독특하다. 독자적인 악기, 리듬, 보컬, 그리고 그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 장르에 이끌려 지금에 이르렀다.

태국에서 짧지 않은 기간 거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이 경험한 태국의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은 어떤 형태였는지 궁금하다.

Y: 내가 거주할 당시 마침 태국에 힙합 붐이 일어났다. 영 OHM(Young OHM)이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에서 유명해져 자국 메이저 음원 시장으로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영 봉(Young Bong), 픽스드(Fiixd), 랩이즈나우(Rap Is now), 타이홉(Thai Hop)등 다양한 움직임이 활발해 태국에서도 많은 아티스트들이 열심히 움직인다는 것을 실감했다. 같은 시기에 리치 브라이언(Rich Brian)과 하이어 브라더스(Higher Brothers) 등의 아시아의 힙합 아티스트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어 88라이징(88rising) 팀이 방콕으로 공연을 오기도 했다.

엠 레코드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엠 레코드에서 스틸이치미야의 이름으로 발매한 [Bangkok Nights]가 인상적이었다.

Y: 그 말처럼 엠 레코드와는 앞서 언급한 영화 방콕 나이츠의 제작에 참여해 영화의 트리뷰트 음반 [Bangkok Nights]을 발매한 것을 시작으로 알고 지냈다. 태국 음악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음악을 찾고 트는 DJ 듀오 소이48(Soi48)과 함께 시리즈 앨범을 내놓거나 세계의 중요한 음악을 지속해서 발굴하는 엠 레코드는 전부터 우러러보고 있었기에 나에겐 인상 깊은 사건이었다. 비즈니스가 주가 되기 십상인 일본 음악 업계에서 엠 레코드의 사람 간 소통을 중요시하는 운영 철학은 돋보인다. 그것이 매회 질 높은 음반을 발매하는 비결이 아닐까? 엠 레코드를 이끄는 에무라(Emura)는 나의 스승 중 하나라고 마음대로 정했다.

당신은 크루 OMK에 소속되어 활동 중이다. 동남아시아에 길게 흐르는 메콩강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 재미있다. 해당 크루에 관한 설명 부탁한다.

Y: OMK는 크루 이름이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사상과도 같은 것이다. 인터넷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 현지 조사를 해 해외 미디어에 실리지 않는 음악이나 문화를 디깅(Digging),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일본은 영어문화권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국가다. 힙합, 레게, 테크노, 하우스 등 서양의 클럽 음악이나 라틴, 아프리카 음악을 듣는 사람은 많지만,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더 가까운 아시아의 음악은 거의 모른다. 거기에는 언어나 과거의 전쟁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시아 음악의 흐름을 이해하고, 나아가 각국 로컬에 있는 훌륭한 음악을 널리 퍼트리고 싶다.

쥬와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Y: 태국에서 거주하며 로컬 힙합 아티스트를 찾던 도중 그의 유튜브(Youtube) 채널 ‘Juutube’에 업로드된 트랙 “Bass down”을 발견하고 다른 래퍼와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또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Slow No Enemy”나 “Watch The Bird” 등의 타이틀에도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겼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사운드도 독창적이기 그지없더라. 태국의 전통 악기 ‘핀’을 사용한 비트나 레코드에서 따온 게 분명한 낡은 선율, 그리고 룩퉁의 창법을 힙합, 레게와 섞는 그 스타일. 그렇게 그의 음악에 사로잡혀 라이브 공연에 몇 번 찾아가게 되었고 그 이후로 알고 지내게 되었다. 쥬는 태국에서 매우 사랑받는 인물이다. 대중은 물론이고 베테랑 아티스트부터 젊은 신인 래퍼까지 그를 리스펙트한다. 또 방콕 출신이지만 시골 이산지방에 사는 그는 겸허한 인간성으로도 유명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룩퉁이란?

Y: 룩퉁은 ‘시골의 노래’라는 뜻으로 가사 내용에 따라 정의되는 특이한 장르다. 다시 말해,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보다 가사의 ‘룩퉁다움’이 중요하다는 말. 전통적인 룩퉁의 가사는 대개 전원 생활, 돈벌이, 고향 생각 등을 주제로 쓰인다. 나는 일본 시골에서의 경험과 그 라이프스타일을 스틸이치미야의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었는데, 이는 태국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룩퉁이었다는 말이 된다. 밑에 깔린 비트가 힙합이든 EDM이든 시골을 노래하는 곡은 모종의 룩퉁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음향과 작곡법에 따라 장르를 판단하는 문화 출신의 나에겐 매우 재미있고 또 충격적인 개념이었다.

[NEW LUK THUNG]를 제작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요소는 무엇인가? 다양한 음악 장르를 조합한 것을 넘어, 각종 음악적 실험이 기록된 앨범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Y: 여러 음악의 요소를 집어넣었달까. 오래된 룩퉁을 듣고 있자면 록, 펑크, 재즈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등의 음악까지 정말 다양한 영향이 들어갔음을 알게 된다. 이는 태국만의 ‘믹스(Mix)하는 문화’가 낳은 룩퉁의 음악적 폭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태어난 힙합과도 매우 가까운 무언가임을 느낀다. 이에 태국 전통 악기 음을 트랩의 리듬과 섞거나, 서양 음계를 모방하는 등 옛 룩퉁에서 배운 것을 현대에 옮겨온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보았다.

이번 앨범을 듣고 태국의 힙합에 관심을 가질 독자를 위해, 꼭 들어야 할 태국 아티스트의 곡들을 소개해달라.

Y:

Phaibun Butkhan
Surin Phaksiri
Thepphabut Satirodchomphu
Kamoi Klap
Angkhanang Khunchai
Phumphuang Duanchan
Dr kid
TKO
Srirajah rockers
Rasmee

당신은 태국 말고도 다른 아시아국가의 힙합을 많이 발굴해냈다. 2012년경 발매한 ‘PAN ASIA’ 믹스 CD 시리즈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기린(Kirin)를 비롯한 한국의 아티스트도 일부 믹스되어 있더라. 아시아의 힙합에 대한 본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본인에게 ‘아시아 음악’이란 무엇인가?

Y: 아시아에서 태어나는 음악. 토착적인 것도 그렇고, 힙합이든 팝이던 아시아에서 생겨난 음악은 모두 아시아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음악을 공부한 후 일본을 되돌아봤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을 토대로 DJ, 프로듀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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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글 │ 홍석민
사진 │ Em Records 제공
협조 │ 박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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