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K GREER(IGGY)

뉴욕의 패션 브랜드 이기(IGGY)를 아는 이라면 브랜드의 디렉터, 잭 그리어(Jack Greer)에 일말의 궁금증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갓 4살 정도밖에 안 된 브랜드지만, 다양한 제품군에 일관적인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그래픽과 디자인은 모르는 사람의 눈에도 그 노련함이 돋보인다. 특히, 자신의 친구들을 모델 삼아 촬영한 사진을 그래피티(Graffiti)와 함께 콜라주(Collage)로 버무려낸 룩북은 이 브랜드의 주인공이 옷이 아닌, 거리와 거리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문화에 대한 진정성을 훈장처럼 과시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이기처럼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당연하게도, 이기의 디렉터 잭 그리어가 지나온 행적은 그의 브랜드만큼이나 흥미롭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뉴욕 아트 신(Scene)의 촉망 받는 젊은 아티스트 집단 스틸 하우스 그룹(The Still House Group)의 멤버로 인지도를 얻은 그는 자신이 속한 거리 공동체와 사람들을 사진, 그림, 패션 디자인, 영상, 설치 미술 등으로 폭넓게 표현했다. 스틸 하우스 그룹의 해체와 함께 이기를 시작한 그는 여러 대형 브랜드 및 뮤지션과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이를 수면 위로 올라가는 디딤돌로 삼지 않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이 머물던 거리와 공원으로 돌아갔다. 그는 언제나처럼, 거리의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를 자처했다.

당신과 이기에 관해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내 이름은 잭 그리어다. 이기는 내 회사다. 나는 32살이고, 이기는 4살 정도 됐다. 

이기의 웹사이트를 보면 ‘아파트에서 운영된다’라고 적혀 있다. 혹시 DIY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나?

DIY 방식으로 생산하진 않고, 일반적인 생산 채널을 활용한다. 하지만 굉장히 작은 사업이기에 내 아파트에서 운영하고 있지. 사업에 여러 사람이 필요할 정도의 위치까지 가는 것도 좋지만, 일단 지금은 내 방 거실과 창고로도 충분하다. 

여러 인터뷰에서 패션 디자인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해온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인가?

내가 지금 하는 일의 대부분은 좋든 싫든 어릴 때부터 해왔던 일이다.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창작에 대한 기술적 난도가 낮아지면서, 오늘 날에는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오가는 아티스트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장르에서 오래 활동한 아티스트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작품 제작에 대한 접근은 내 고유의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 세대, 그리고 배경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 또한 미시적으로 특정 주제에서 자극을 받으면 지금 시대가 내게 허용한 도구를 활용해서 대화를 만들어 간다. 

잭 그리어의 사진집, ‘Nouns’

뉴욕이라는 도시는 어떻게 당신의 작업에 영향을 끼치나? 

나는 거대한 도시를 사랑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이해하고 탐색하는 것을 즐기지.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18살에 뉴욕으로 이주했기 때문에, 두 도시는 내 영감의 가장 큰 틀이기도 하다. 내가 항상 몰두한 주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공부와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톰킨스 스퀘어 파크(Tompkins Square Park)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비롯하여 당신의 작업 대부분은 야외 배경과 자연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서브컬처 공동체는 거리와 공원에서 온라인으로 영역을 이전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물성과 아웃도어(Outdoor) 환경이 여전히 서브컬처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나? 

우선, 서브컬처는 대중문화의 수면 아래에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서브컬처가 대중문화처럼 접하기 쉬워지면 이전에는 엄격히 분리되어 있던 두 영역 사이에 소란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특정 주제만 가지고도 긴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짧게 말하자면 오늘날의 잡다한 이데올로기와 창작 활동은 그저 사소한 것들에 불과할 뿐, 나머지 다른 문화들과 같이 수면 위에 있기에 서브컬처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접근성과 가용성이 문화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규모와 사회적 인식의 측면에서 과거엔 소규모로 분류되었던 것의 현재 가치와 대중적 수용도를 알아보려면 현재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기준이다.  

과거의 여러 인터뷰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발언과 표현을 하려면 그것을 직접 경험하고 참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여전히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에 걸맞은 자격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애초에 남의 이야기를 왜 굳이 자신의 것처럼 떠벌리려고 하는지 존나 모르겠다. 어떤 이야기들은 너무 특별하고 소중해서 자신의 이야기임에도 남한테 들려주기 싫어진다. 그런 최고의 이야기는 비밀이 되고, 남은 것들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당신의 것이 아닌 건 애당초 당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동체와 관계성은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몇 가지 주제인 듯하다. 이러한 주제는 현대의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고독, 외로움 등과 상반된다. 당신 또한 외로움이나 고독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나? 

내 정신 자체가 독립적이다. 창조적인 일을 할 때도 난 혼자서 일한다. 하지만 타인과 교류할 때에는 내 열정을 다해 그들과 그들의 재능이 나에게 주는 것을 흡수하고, 고민과 해석을 통해 인간의 경험에 대한 내 이해를 더한다. 

스틸하우스그룹이 해체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해체 수순을 지나오면서 당신이 겪은 변화에 대해 다큐먼트 저널(Document Journal)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이야기했지만, 작업 및 표현 방식에도 변화가 일었는지 궁금하다. 

많이 성숙해졌다. 나는 이제 자기 검열, 기대, 결과와 제작과정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에 더는 얽매이지 않는다. 이제 나는 관객과의 관계와 그들과 만들어내는 대화가 그들이 내게 준 개인적이고 특별한 기회에 걸맞은 수준인지 고민한다. 물론 자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내가 거대한 시장 속에 있음을 부정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식사 테이블 위에서 종을 치며 재롱 피우는 원숭이가 아니라는 거지. 나는 공원에서 공짜 티셔츠 하나 받는 데 특별함을 느끼는 꼬마들을 찾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환경에 반응할 뿐이며, 공동체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는 일에 대한 내 감성과 낭만도 마찬가지로 내게 주어진 물건과 서비스에 따라 전문적으로 구현된다. 

이기의 2019 F/W 룩북은 인상적인 콜라주로 구성되었다. 당신의 작품 중 콜라주 기법으로 완성된 것도 여럿 있는데, 콜라주 기법에 특별한 애착이나 아이디어가 있는 듯하다. 

실제로, 나는 세상과 수많은 관계를 색, 상황 그리고 형상의 패치워크(Patches)로 본다. 

이기는 이제 4살이 됐다. 과도 경쟁과 급변하는 트렌드로 갈수록 험난해지는 스트리트 패션계의 지난 여정은 어땠나? 

여정은 언제나 복잡하고 힘들지. 하지만 오늘은 행복하다. 누군가의 손을 잡았다. 

이기를 하나의 비즈니스로 더 크게 확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그저 관객이 더 잘 들을 수 있는 큰 스피커를 원할 뿐이다. 노래가 끝난 뒤에는 공연장이 텅 비는 것도 문제되지 않지. 메시지가 전달될 기회만 주어진다면, 그 후의 실패는 상관하지 않는다. 

혹자는 이기를 스케이트보드 패션 브랜드로 분류한다. 오직 스케이터들만 이기의 옷을 이해하고 입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특정 차종을 몬다고 해서 도로 위에 있는 다른 차주들과 다른 사람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고, 연료가 필요하며,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신호등을 마주하고 있다.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리트웨어’라는 단어를 싫어하며, 최대한 거리를 두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정확히 어떤 의미였나? 

그냥 말 그대로 그러고 싶다는 뜻이다. 스트리트웨어와 연관됨으로써 얻어지는 장단점 중 어느 것도 나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스트리트 패션계에서 콜라보레이션은 큰 화두고, 당신도 독립 아티스트로써 나이키(Nike), 오프닝 세레머니(Opening Ceremony) 등의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을 해 왔다. 이기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에 열려 있나? 

지금까지 다양한 브랜드에서 프리랜서로 일해 왔다. 그러나 진짜 협업을 했다고 할 수 있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갤러리 내벽 페인트칠을 했다고 해서 갤러리에 전시를 해봤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패션 브랜드의 디렉터로서, 옷도 브랜드의 메시지를 내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메시지가 없다면 그것을 적을 종이도 사용해선 안 된다. 

이기의 옷을 어떤 사람이 입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공감하는 이라면 누구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만 읽고 나가서 더 나은 일을 해라. 청소와 정리도 좋지만 난장판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IGGY(Jack Greer)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IGGY 공식 웹사이트


진행 / 글 │ 김용식
프로필 사진 │ Chris Shont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