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OKOK

단언컨대, 21세기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인터넷은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정보의 바다, 혹은 ‘가상’이라는 표현이 무색해져 버린 제2의 현실. 모두가 똑같이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이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오늘날 창작자의 성공을 좌우한다. 거리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죽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소위 말하는 스트리트 신(Scene)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는 컴퓨터와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이들이 조롱을 받는 듯했으나, 이젠 너 나 할 것 없이 인터넷상에서 만나 ‘교류’하고, 가르치고, 배우고, 뽐내고, 베끼고, 얽고 섥고 지지고 볶는다. 그토록 찾아 헤맨 우리의 ‘거리’는 0과 1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비약이 아닐 것이다.

VISLA를 통해 소개할 흥미로운 아티스트를 찾는 과정에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OKOKOK를 만났다. 홍콩에서 집세가 가장 저렴하다는 삼수이포(Sham Shui Po)의 허름한 골목 어딘가에서 시작한 OKOKOK는 낯익은 듯 낯선 독특한 그래픽을 옷에 담는다. 현재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아시아의 다양한 문화 집단과 비교해도 쉽사리 정의 내릴 수 없는, 유별난 구석이 있다. 국가, 언어, 성별, 시대 등 고리타분한 분류법을 깡그리 무시해버린 듯한 그래픽의 영감의 출처를 물었더니, ‘인터넷’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동양과 서양 사이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낸 홍콩 사람들처럼, OKOKOK도 셀 수 없이 많은 축으로 이루어진 인터넷망 위에서 그들만의 균형을 지키며 서 있다.

OKOKOK와 멤버들을 소개해달라. 

OKOKOK는 나, DJ Healthy(Leonardo Lakerson)와 로딩 스토어(Loading Store)의 블랑(Blanc, Ah B)이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공감할 수 있는 옷을 만든다. 

OKOKOK는 어떻게 설립되었으며 그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2016년 여름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고 나서 돈을 벌기 위해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 벽화를 한번 그려주었는데, 그 벽화를 블랑이 보고 나서 티셔츠에 그대로 프린트해서 팔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주변에 스크린 프린터 기계를 수소문해 스크린을 만들었고, 블랑 집 발코니에서 티셔츠를 20~30장 정도 찍었지. 티셔츠를 팔려다 보니 그럴싸하면서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브랜드명이 필요했는데, 마침 골목에서 우리 티셔츠에 태그를 달아주시는 아주머니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면서 맨날 ‘okokok’라고 하시더라. 재미있어서 그걸 그대로 브랜드명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OKOKOK의 그래픽은 언제나 유머와 풍자로 가득하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정말 많은데, 주로 인터넷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동네에 있는 중고 서점이나 레코드점을 방문하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주위를 둘러보며 최대한 많은 것을 흡수하려고 노력한다.  

많은 사람들이 OKOKOK의 디자인을 특이하다고 말하는데, 이 특유의 괴상함은 인터넷에서 주로 영감을 받은 듯하다. 인터넷과 온라인 문화의 어떤 부분이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가?  

아버지는 인터넷이 보급되자마자 집에 설치했다. 당시 나는 정말 어렸지만 바로 매료돼버렸지. 덕분에 인터넷을 도구로 활용하는 능력을 훈련할 수 있었고, 포토샵(Adobe Photoshop)과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도 인터넷을 통해 독학했기 때문에, 인터넷은 나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의 큰 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비디오 게임을 엄청 많이 했는데, 그 또한 내게 많은 영감을 줬다고 생각한다. 

스트리트 컬처와 서브컬처를 아끼는 사람들은 온라인 문화와 인터넷이 오늘날의 스트리트 컬처에 끼친 영향에 대해 양면적인 반응을 보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터넷은 이제 전 세계가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마주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인터넷의 영향력 아래 서브컬처의 하위 장르들이 점점 하나로 단일화되고 있지. 나는 2000년대 초반에 미국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스케이터, 운동선수,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슬램댄스를 추는 신 키즈(Scene kids), 드래곤볼 Z와 영화에 미친 마니아까지 다양한 취향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다. 이젠 그 모든 문화의 경계가 희미해졌고, 취향은 제3자, 즉 인터넷 광고로부터 정밀하게 타겟팅되어 주입된다. 하지만 지금도 인터넷을 잘 활용한다면 자기만의 독특한 취향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스트리트 컬처의 정의를 내릴 순 없지만, 주류 문화에 순응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문화인 점은 분명하지. 인터넷 시대의 주류 문화가 스트리트 컬처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그 속으로 한 걸음만 더 깊이 들어가면 스트리트 컬처를 초 단위로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홍콩의 삼수이포 지역의 장단점을 설명한 적이 있다. 지금도 삼수이포가 OKOKOK만의 개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난 여전히 삼수이포에 살고 있지만, 집세가 오르면서 블랑은 다른 동네로 이주했다. 게다가 나도 이곳저곳을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의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기에 이제 삼수이포에서만 일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삼수이포는 여전히 내가 아는 가장 흥미로운 동네고,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는 기둥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홍콩의 다문화성과 인터넷의 창조적인 혼돈이 낳은 OKOKOK는 신(新)과 구(舊), 동양과 서양, 유머와 진지함 사이의 회색지대에 서 있다. 당신의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나? 그리고, OKOKOK를 ‘홍콩 브랜드’라고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당연히 ‘홍콩 브랜드’지, 이곳에서 태어난 브랜드니까. 네가 설명한 표현 그대로 현재의 우리를 정의하고 싶다. 우린 아직 배우고 자라는 단계에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중이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이 우리의 결과물에 드러나길 바란다. 

그렇다면 홍콩의 로컬 서브컬처 신은 어떤가? 다른 나라의 서브컬처 신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을까.

홍콩에 8년간 살면서 이곳의 신이 정말 작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를 응원해주는 친구들은 아주 많다. 내가 가본 다른 나라와 비교하자면, 홍콩의 신은 정말 빠르고 영리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홍콩은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바탕으로 한동안 동아시아 문화를 이끄는 역할을 자처했다. 이런 문화 자원이 오늘날의 서브컬처와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 

신 자체는 정말 작아서 우리 모두 끈끈하게 달라붙어 서로를 돕고 있으면서도 그 움직임은 굉장히 활발하다. 여전히 영국의 영향은 남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홍콩 특유의 문화적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동양과 서양의 만남’ 따위의 표현으로 홍콩을 정의하고 싶지 않다. 금융권에 일하는 사람들에게나 그렇게 보이겠지. 이곳의 사람들은 홍콩만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홍콩은 하입비스트(Hypebeast)를 비롯한 다양한 서브컬처 움직임을 낳은 곳이다. 홍콩이 대안적인 언더그라운드 패션 브랜드에게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나. 아니면 하입(Hype)을 만드는 글로벌 메가 브랜드에만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가?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관해 이야기해보자면, 홍콩은 사업을 시작할 때 필요한 것들을 구하기 쉽다. 우리도 다른 나라의 친구들에 비해 일찍 시작해 결과물을 더 빠르고 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기회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홍콩의 대형 브랜드들은 언더그라운드의 움직임에 상당히 열려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훨씬 작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브랜드와 같이 협업을 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브컬처와 스트리트 컬처에 뿌리를 둔 많은 브랜드가 상업적 성공과 언더그라운드 정체성 사이에 알맞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까지 OKOKOK의 행보를 자평해보자면?  

상업적 성공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우리의 브랜드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건 기쁜 일이지. ‘하입’은 브랜드에게는 축복인 동시에 시련이겠지만, 5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스스로 자신의 결과물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은 별로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OKOKOK가 지금까지 중요시하고, 앞으로도 이어갈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기쁨과 용기를 주는 것. 

OKOKOK의 2019년 여름 컬렉션은 미디어, 가짜 정보 그리고 선동을 풍자했다. 당신의 브랜드를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수단으로 해석하는 데 열려있나? 

그렇다. 창의성은 정치적 메시지를 운반하는 훌륭한 수단이며, 항상 저항의 움직임을 지지한다. 우리의 결과물이 정치적인 움직임을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면, 사람들이 그것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여 주길 바란다. 

OKOKOK의 2019 여름 룩북 영상

홍콩은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관광지지만, 홍콩의 서브컬처 신을 빠삭하게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우리에게 몇 군데 소개해줄 수 있을까? 

제대로 소개하려면 기사 하나가 통째로 필요할 거다 하하. 몇 군데만 추려 본다면:

* 이튼 호텔 (Eaton Hotel @ Jordan): 다양한 클럽 이벤트를 주최하고, 나 또한 매달 한 번씩 이곳에서 음악을 튼다. 무엇보다 훌륭한 뷔페와 죽여주는 바가 있다. 
* 화이트 노이즈 (White Noise @ Prince Edward): 일렉트로닉, 일본 음악, 앰비언트, 재즈, 월드 뮤직 등 정말 많은 레코드를 취급하는 레코드점. 
* 바운드 (Bound @ Prince Edward): 음악 선곡이 훌륭한 단골 바. 커피에 대한 주인장의 지식이 놀랍다. 
* 로딩 스토어 (Loading Store @ Tsim Sha Tsui, Granville Road): 훌륭한 의류 셀렉션을 보유하고 있고 일반적인 스트리트 웨어 편집샵보다 훨씬 좋은 감각을 선보인다. 
* 베드룸 갤러리 (Bedroom Gallery @ Tai Kok Tsui): 언더그라운드 아트 신에 집중하는 아트 갤러리. 
* 모세 북스토어 (Moses Bookstore @ Wan Chai, Star Street): 훌륭한 책과 진(Zine)으로 가득해서 가까운 곳에 볼일이 있을 땐 꼭 들린다. 

마지막으로 OKOKOK의 향후 계획에 관해 설명해 달라. 

2020년에는 더 많은 재밌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무엇보다 더 많이 여행하고 더 많은 친구를 만날 계획이다. 

OKOKOK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OKOKOK 공식 웹사이트


진행 / 글 │ 김용식

OKOKOK의 DJ Healthy는 VISLA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기념하며 특별히 제작한 그래픽을 보내주었다.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OKOKOK의 그래픽은 아래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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