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HOURS’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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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it yourself’의 준말인 ‘D.I.Y’는 컴퓨터, 가구 등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들고 제작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흔히 사용되지만, 스케이트보더들에게 있어서만큼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장소(스팟)를 직접 만드는 행위로 해석될 것이다. 현재 전세계의 스케이트보드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각자 그들만의 스팟을 만들어서 타고 있으며, 이는 영상과 사진 등의 콘텐츠를 통해 하나의 스케이트보드 문화로 자리 잡았다. 국내 스케이트보드 디스트리뷰션이자 크루, RVVSM은 최근, 그들의 파트너 푸마(Puma)와 함께 DIY 스팟 빌딩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했고 약 한 달에 걸친 과정을 영상 ‘Afterhours’에 담았다. RVVSM의 스케이터들을 중심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케이터들을 만나보았다.

RVVSM의 DIY 스팟 빌딩 프로젝트 영상 ‘Afterhours’ 

 

왜 DIY 스팟 빌딩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나?

RVVSM 대표 김태현(이하 태현) : 지금까지 우리가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일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예전부터 생각했던 DIY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RVVSM 소속 스케이터 오문택(이하 문택) : 이번 동작대교 스팟을 처음 본 건 한창 ‘Tight Weekend’를 찍을 때였다. 3년 쯤 됐나? 그 때 우리는 재미있는 스팟을 찾으려고 많이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지석이형이 동작대교 근처에 괜찮은 스팟을 봤다고 해서 같이 갔는데, 바로 반해버렸다. 자연스럽게 DIY가 떠오르더라. 그러나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많은 보수가 필요했고, 언젠가는 이곳에다가 기물을 만들자는 얘기를 했었다.

*Tight Weekend : 필르머 황지석이 RVVSM의 스케이터들을 주축으로 그들의 스케이트보딩,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스케이트보드 영상 시리즈. Daily Grind에서 총 8편까지 연재되었다.

 

푸마와의 협업이 인상적이다. 푸마는 지금껏 스케이트보드 콘텐츠를 만들어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태현: 해외에 푸마 스케이트보드 팀은 존재한다.

스케이터 최완(이하 최완) : 미국의 유명 스케이터가 신고 타니까 어느 정도 인식은 생긴 것 같은데 아직은 미약하다. 그래도 푸마 스웨이드를 신고 보드를 타는 스케이터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다. Joey Brezinski가 스웨이드를 신자, 많은 스케이터들이 의아해하더니 곧 호기심을 가졌다.

태현 : 우리는 계속해서 푸마 코리아와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초, RVVSM 투어를 시작으로 이번 프로젝트까지 많은 지원을 받았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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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DIY 프로젝트에 가장 큰 자극을 준 영상 또는 스케이터가 있다면.

문택 : 폴라 스케이트보드(Polar Skate Co.)의 파운더이자 스케이터, 폰투스 알(Pontus Alv)의 TBS(Train bank Skatepark) 스팟이다. 철조망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스팟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폰투스는 최고의 스케이터이자 스팟 빌더다.

RVVSM 소속 스케이터 윤현호(이하 현호) : 베릭스(theberrics.com)의 ‘Diy or Die’ 콘텐츠 중 필라델피아 편. 다리 밑에 스팟을 만드는 걸 보면서 한국에도 그런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RVVSM 소속 스케이터 김평우(이하 평우) : Ryan Mcwhirter(Peabody)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타고 싶은 기물이 있으면 직접 만들어서 타는 스케이터다. 바지에 묻은 시멘트까지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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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터들 스스로 DIY 스팟을 만드는 게 흔한 일인가?

문택 : 스케이트보딩의 다양한 요소 중 하나인 것 같다. 스케이터들에게서 시작된 하나의 문화다. 스케이터들이 렛지와 같이 간단한 기물을 만들고 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다만 해외의 스케이터들은 그 장소의 특성을 살려서 스케이트보딩을 가장 재밌게 탈 수 있도록 최적화된 스팟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각자의 스팟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물을 만들기 시작했고 DIY 영상이 인터넷으로 공유되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최완 : 간단하게 나무를 대고 타는 일은 쉽고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스케이터들이 콘크리트를 써서 스팟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문택 : 콘크리트야말로 스케이트보드와 가장 어울리는 물질이지 않나.

평우 : DIY로 시작한 스팟이 대형 스케이트 파크가 된 케이스가 몇 있다. 포틀랜드의 번사이드(Burnside)나 샌디에고의 워싱턴 스케이트 파크도 그 주변 다리 밑에서 스케이터들끼리 DIY 스팟을 하나 둘씩 만들다가 거대한 스케이트보드 파크로 발전한 예다.

 

총 몇 개의 기물을 만든 것인가.

최완 : 6개. 뱅크를 중심으로 한 DIY 스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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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

최완 : 일단 아무도 스케이트보드 스팟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래도 태현이 형이 공병 출신이라서 그런지 작업을 할수록 수월해졌다.

평우 : 밤낮이 바뀐 것? 구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밤부터 아침까지 공사를 했다.

문택 : 태현, 지석이 형과 나는 낮에 업무를 보고 밤에 공사를 해서 더욱 힘들었다.

현호 : 초반에 땅을 파고 시멘트를 채우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시멘트가 모두 40kg짜리 23포대였다.

태현 : 타이트한 스케줄이어서 모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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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DIY 스팟 콘텐츠는 RVVSM이 처음으로 만들어낸 건가?

문택 : 아니다. 얼마 전, 전주의 스케이터들이 만든 DIY 영상이 나왔다. 버려진 건물에다가 스팟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DIY 스팟을 만들 계획인지.

태현 : 또 다른 매력적인 스팟을 찾거나, 지금 만든 스팟에 추가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면 만들 것이다. 다만 지금은 계획이 없다.

최완 : 이번 경험을 통해 태현이 형이 ‘스팟 빌더’라는 새로운 직함을 얻었다. 하하.

 

직접 만든 스팟에서 스케이트보딩을 하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평우 :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까. 타기 어렵게 만든 것 같지만 내 손으로 만든 스팟이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간다.

현호 : 처음 탄 게 벽에 설치한 쿼터와 뱅크를 이용한 월라이드(Wallride)다.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촬영도 함께 했는데, 형들이 말하더라. 이건 ‘의미 있는 한 컷’이라고.

문택 : 서울의 수많은 스팟 중에서 동작대교 스팟이 의미 있는 곳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설레는 일이다. 동작대교가 하나의 재미있는 스팟이 되길 바라고 이곳에서 한국 스케이트보딩의 많은 역사가 쓰이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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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hours’ 영상에서는 윤현호와 김평우가 돋보인다. 촬영을 하면서 컨디션이 제일 좋았던 스케이터는?

문택 : 그 둘도 물론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밥정일(이현신)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근사한 외모와 멋진 스케이팅 스타일을 가졌으나, 풋티지를 보기 힘들다는 게 늘 아쉬운 친구였는데, 이번 촬영에서 3일에 걸쳐 백사이드 노즈 블런트(Backside Nose Blunt)를 만들어 내는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이틀 정도를 보면서 못 탈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삼일째, 너무나도 쉽게 랜딩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밥정일의 재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최완 : 민혁이도 좋았다. 이번 프로젝트 기간에 처음 RVVSM이 만들어질 때가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엄청 어리던 친구들이 이만큼 성장한 걸 보면서 감탄했다. 평우가 본레스50-50 스톨(Bonless 50-50 Stall)을 진짜 해낼 줄 몰랐다. 이 트릭을 미친 듯이 반복하기에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기어이 해내고 말더라.

RVVSM 소속 필르머 황지석(이하 지석) : 모두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밥정일이 백사이드 노즈 블런트를 탔을 때? 둘 다 매우 지쳐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시도해서 성공했다.

 

전반부- 공사와 후반부- 스케이팅의 화질이 대조된다. 굳이 HD와 SD화질을 구분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

지석 : 우리가 해오던 방식일 뿐이다. 이번 영상에서 원래는 밤(공사)과 낮(스케이트)으로 나누려고 했는데 낮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로 인해 제대로  못 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스케이트 풋티지를 VX로만 촬영하고 있다.

 

드러머 송재영, 퍼커셔니스트 정상권, 세컨세션의 이태훈이 즉석에서 만들어낸 잼 세션을 BGM으로 사용한 것이 독특한데 어떻게 해서 같이 작업하게 되었나?

지석 : 원래 쓰려던 BGM이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고민하던 중 상권이 형(Quandol)과 재영이 형(Killah Song)의 렛츠 뮤직 홍보 영상을 보고 바로 연락하게 되었다. 재영이 형의 도움으로 3명의 멤버를 모아 한 번에 음악을 만들어냈다.

태현 : 며칠 전, 나와 지석이형은 LTL 뮤직 아카데미의 홍보 영상을 보게 되었고 영상에 쓰인 음악과 같은 것들을 우리 비디오에도 써보는 것이 어떨까란 이야기를 했었다. 스케이트보드 영상과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 이번 영상을 만들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우리는 영상의 흐름과 분위기를 그들에게 말해주었고, 그들은 바로 이해했다는 듯이 연주를 시작했다. 결과는 최고였다. 다시 한 번 그들에게 감사하다. 믹싱을 맡아준 섬데프(Somdef)에게도! 음원은 곧 공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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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신고가 들어오진 않았나?

문택 : 다행히 공사할 때는 문제 없었다. 다만 스팟을 완성하고 나서 보드 타는 걸 촬영할 때는 민원이 들어왔다. 한강 관리 부서에서 나온 것 같았다. 보드 타는 걸 문제 삼지는 않았는데 한강에서 촬영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푸마와의 프로젝트가 계획되어 있나.

태현 : 지난 투어와 이번 DIY 프로젝트 모두 푸마와 함께 하면서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함께 하고 싶다. 다만, 아직 계획된 것은 없다.

2013-2014 RVVSM 겨울 투어 영상 “Dokumeister”

 

DIY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의 스케이터들이 자극을 받았을 것 같다. 이런 움직임들이 나아가 스케이트보드 신을 더욱 크게 만들 수 있을까?

태현 :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저변 확대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최완 : 거창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다.

문택 :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스케이트보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주위를 보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꼬맹이부터 대학생들까지 예전에 비해 그 수가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이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발전 단계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방식으로든지 스케이트보딩을 접하고 많이 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스케이트보드를 오래 탔다고 해서 스케이트보딩의 예술적인 요소라든지 스케이트보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을 억지로 주입시킬 생각은 없다. 표면적으로 접한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 다만 이러한 것들을 접할 채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제반 여건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평우 : 사실 스케이터를 위한 스팟을 떠올렸을 때,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다. 실제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이 만든 파크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동작대교 스팟은 스케이터들이 정말로 재밌게 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케이터들이 만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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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VVSM의 스케이트보딩을 표현한다면.

문택 : “Having Fun.”이다. 스케이트보딩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름대로 여러 가지 표현을 빌어 설명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다 의미 없는 일이었다. 스케이트보딩은 그냥 ‘존나’ 즐기면 되는 거다. 다양한 스팟을 찾으러 다니든지, 어떤 트릭을 하든지 자신이 가장 즐거운 걸 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DIY 프로젝트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가.

문택 : 솔직히 100% 만족이 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서툴렀기 때문에 작업을 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을 하나씩 배워나간 것 같다. 그리고 사실 기물이 생각보다 더 어렵게 만들어졌다. 쉽고 누구나 재미있게 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좋긴 한데 막상 해보니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잘 타는 친구들이야 상관없지만 나 같은 애들은 좀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태현 : 아쉬운 것들은 많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문택 : 그래도 밤에 몰래하고 빠지는 게 재밌었다. 스릴 있지 않았나? 하하. 그게 스케이트보드지. 원래 스케이트보딩이 남한테 피해를 입히기도 하고, 못된 구석이 조금 있다.

 

동작대교 스팟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태현 : 언제 철거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오래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

평우 : 번사이드가 좋은 예다. 스케이터들이 스팟을 만들어놓고 정부 기관에 민원을 넣어서 자기들이 알아서 관리하겠다고 말하고 잘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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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프로젝트는 RVVSM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나.

평우 : 우리가 의기투합해서 스팟을 만들고 촬영을 했다는 것이 가장 뜻깊다.

문택 : RVVSM이 했던 프로젝트 중에 가장 규모도 컸고, 그만큼 의미도 있었다. 더욱 멋진 걸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지석 : ‘우리가 동물원을 샀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 맷 데이먼이 항상 도전하라는 말을 한다. 우리에게는 이번 일이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택 : 노는 걸 겁내지 마라.

현호 : 군대를 다녀와서도 동작대교 스팟에서 탈 수 있었으면 한다. 온전히 남아있기를.

평우 : 스팟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진행 ㅣ 권혁인  최장민

텍스트/편집 ㅣ 권혁인

사진 ㅣ 권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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