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HUA GORDON

지난 2018년 3월, 데이즈드(DAZED) 매거진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방콕의 폭주족 소년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Krahang”을 공개했다. 평생 벗어날 수 없는 빈곤의 굴레에 등을 돌린 채 마약, 섹스 그리고 속도에 탐닉하는 소년들의 모습에 유튜브 속 누군가는 ‘현실판 아키라(Akira in Real-life)’라는 댓글을 남겼다. 비약일 수 있으나, 런던을 무대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및 필름 메이커 조슈아 고든(Joshua Gordon)의 장기란 바로 그런 것이다. 상식이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현실 속 가장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 그리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분명한 보편성을 발견하는 것. 그는 사진과 영상을 도구 삼아 호러코어(Horrorcore) 뮤지션의 팬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성 노동자 등을 만났고, 그와 같은 시선을 공유하는 패션 브랜드 및 뮤지션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무수한 작업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그지만, 직접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조슈아 고든에게 던진 질문과 돌아온 답변을 소개한다.

사진과 영상을 어떻게 처음 접했는지 궁금하다. 두 개의 매체를 함께 익혔는가, 아니면 자연스레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간 것인가?

내 기억에는 사진을 먼저 시작했던 것 같다. 12~13살 무렵 친구들과 동네에서 스케이트보드 타는 모습을 찍어서 빅브라더(Big Brother)나 트랜스월드 스케이트보딩(Transworld Skateboarding) 같은 스케이트 매거진에 보내곤 했지. 이후에 영상을 접하게 되었고, 친구들과 쇼핑 카트를 타고 서로 밀어주는 영상이라든지, 행인에게 계란을 던지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등의 멍청하고 유치한 장난을 촬영해 “잭애스(Jackass)” 같은 영상을 만들었다. 15~16살 즈음에 그래피티(Graffiti)를 하게 되면서 내 그래피티와 더블린 시내 곳곳에 있는 작품을 담은 좋은 사진집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개인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사진으로 접근할지 영상으로 접근할지 판단하는 기준이 있나?

글쎄, 느낌에 충실한 편인 것 같다. 어떤 프로젝트에는 두 가지 매체를 모두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 발표한 다큐멘터리 “Butterfly” 같은 경우 모델의 움직임과 이야기를 생생히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영상과 사진을 모두 활용했다. 내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주어졌는지가 중요한 기준이지만, 나의 주요 작품 대부분은 사진과 영상을 함께 활용했다. 사진만 활용할 경우 종종 표현에 제약이 있다고 느껴 두 가지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Joshua Gorden – Krahang

당신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다큐멘터리 “Krahang”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어떤 계기로 태국의 폭주족을 촬영하게 되었나?

원래 계획은 태국에 가서 그곳의 성매매 관광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것이었으나, 태국에 도착해 폭주족 소년을 만나고 나니 그들의 이야기에 강하게 끌렸다. 그들도 뭔가를 함께 만들어 보는 것에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우린 함께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폭주족의 모습을 꾸밈없이 담아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장애물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해결했는가? 

물론 쉽지 않았지. 처음엔 그들과 관계라고 부를만한 것조차 만들기 어려웠다. “Scenes: The Wicked Shit”이나 “Butterfly” 등의 작품은 모델과 이미 긴밀한 관계가 있는 상태에서 촬영했지만, “Krahang”은 모델과 언어, 문화적 차이가 너무 커서 깊은 유대감과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한결 편해질 수 있었고, 폭주족 소년들과 함께 며칠을 함께 먹고, 마시고, 흡연한 뒤에 우린 비로소 작업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었다.

당연히 관객은 다큐멘터리를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해석하겠지만, 작품을 감독한 당신의 목표나 의도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Krahang”은 내가 처음 정식으로 제작한 영상이고, 동명의 사진집에 덧붙여 함께 공개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자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전형적이지 않은 흥미로운 방식으로 소년들의 초상을 담고 싶었고, 내 사진을 영상의 형태로 옮긴, 말 그대로 ‘움직이는 사진’이길 원했다. 따라서 사진처럼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날것의 영상을 만들었다.

디스트릭트 매거진(District Magazine)의 칼라 젠킨스(Carla Jenkins)는 인터뷰에서 당신을 ‘급진적 커뮤니티의 기록자(Documentarian of extreme communities)’라고 소개했다. 자신을 현실의 ‘기록자’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연출과 각본에도 열려 있는가? 작업에서 현실은 중요한 요소인가?

물론 모든 종류의 영화를 사랑하고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실험하고자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극영화를 제작할 준비가 아직 안 되었을 뿐. 현실은 즉흥적이고 진실하며 어느 방향으로 작품을 이끌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흥미롭다. 향후 영화도 계획하고 있지만, 비전문 배우와 독립적인 환경에서 작업하여 현실감을 유지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기록’한 대상에 어떠한 공통분모가 있을까? 

전혀 없다. 모든 대상은 천차만별로 달랐다. 모든 프로젝트에 일관된 요소는 대상을 향한 내 관심뿐이었다.

개인적인 감상일지 모르겠으나, 런던 밖의 집단과 피사체에 더욱더 깊은 관심을 가진 듯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냥 지구의 다른 편에서 흥미로운 사람들을 더욱 많이 발견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도쿄의 바 호스트나 “Scenes: The Wicked Shit”에서 다룬 저갈로(Juggalo, 뮤지션 Insane Clown Posse의 광적 팬덤) 같은 사람들은 런던에 없지 않나. 런던은 모던하지만, 솔직히 조금 지루하고, 온통 회색이며 사람들은 모두 로봇처럼 같은 행동만 반복한다. 다른 곳에서 더 독특한 목소리, 환경,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Joshua Gordon – Scenes: The Wicked Shit

당신의 작업물은 굉장히 개인적이고 긴밀하지만, 종종 다수의 인원과 함께 작업해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혼자 일하는 것과 여러 스태프와 함께 일하는 것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가?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혼자 혹은 작은 팀을 꾸려 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혼자 일하면 내가 해낼 수 있는 작업량에 제한이 생긴다. 실제로 “Scenes: Wicked Shit”은 촬영지인 페스티벌 장의 핫도그 트럭 뒤 조그마한 텐트에서 5일간 지내며 영상 촬영과 오디오 작업을 전부 혼자 해냈는데, 그야말로 진 빠지는 경험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아주 적은 예산으로 작업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혼자 작업하기도 한다.

작업 대부분에서 당신의 아내 제스 메이버리(Jess Maybury)가 모델 혹은 공동 작업자로 함께하고 있다. 당신의 ‘뮤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서로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나? 

부부처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이들이 작업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의견을 주고받는 일은 굉장히 드문 것이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서로를 통해 얻는 휴식과 여유가 우리에게 함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가능성을 만들어 준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땐 둘 다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이제 그녀도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나도 촬영 스케줄이 많다 보니 함께 촬영하는 것이 놀이보다 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예전보다 함께 일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최근 작업물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지금까지 영린(Yung Lean), 레지 스노우(Rejjie Snow), 킹 크룰(King Krule), 서펀트위드핏(Serpentwithfeet) 등과 작업했지만, 최근 프로듀서 베진(Vegyn)의 앨범 [ONLY DIAMONDS CUT DIAMONDS]를 위해 만든 뮤직비디오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고정된 구도와 일상적인 배경에 평범한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이러한 콘셉트는 어떻게 구축되었나? 

그동안 내가 개인적으로 팔로우하고 있던 댄서들과 무언가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가장 단순한 배경에서 각자의 스타일로 자유롭게 춤추는 모습을 담아냈다. 춤은 그 자체로 정말 강력하고 감정적인 표현수단이기 때문에 베진의 음악도 잘 표현하리라 생각했지. 이번 작업에서 베진과 그의 매니저는 100%의 자유도를 보장해주었고 일말의 간섭도 하지 않았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Vegyn – It’s Nice To Be Alive (M/V)

한편, 패션 브랜드 아리스(Aries)와 협업해 쿠바 하바나(Havana) 지역의 트랜스젠더 신(Scene)을 조명한 최근 프로젝트 ‘Butterfly’는 일본의 유명한 고서점인 코미야마(Komiyama) 서점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어떻게 성사된 일인가? 

코미야마 서점은 정말 전설적인 곳이지. 일 년 전쯤 코미야마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아라키 노부요시(Nobuyoshi Araki)의 폴라로이드 작품 몇 점을 구매하며 관계를 맺게 되었다. 사진사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사진가들과 함께 일하는 도쿄 최고의 서점이기에 거장의 작품과 함께 내 작품을 전시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전시가 성사된 당시 이미 작업이 끝난 상태였고 내 작업물에 확신도 있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다.

Aries – Butterfly

과거의 서적과 예술품을 판매하는 코미야마 서점처럼, 당신도 새로운 인스타그램 계정 ‘@Stuffybooks’를 만들었다. 정확히 어떤 계정이고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한다. 

일본을 방문했을 때 플리마켓과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며 감명을 받은 바 있다. 그곳의 사람들은 컬렉터라는 정체성과 자신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꼈다. 나 또한 음악 관련 기념품, 감옥 죄수들의 예술 작품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통 양탄자 등 다양한 것을 수집하고 있기에 내 컬렉션을 아카이빙하고 동시에 판매하기 위한 계정을 만들었다. 조그만 가게의 역할이 반 그리고 내가 지금 관심이 있는 것들을 기록하는 아카이브의 역할이 반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내 첫 장편 영화와 함께 부속 전시회 그리고 서적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사랑과 외로움에 대한 작품이다.

Joshua Gordon 공식 웹사이트
Joshua Gordon 인스타그램 계정


에디터│김용식
사진 출처│ Joshua Gor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