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첫 EP [MIXTAPE]로 밴드 신(Scene)에 첫 출범한 밴드 까데호(Cadejo)는 기타리스트 이태훈, 베이시스트 김재호, 드러머 김다빈이 의기투합한 홍대의 슈퍼 세션이다. 홍대의 수많은 밴드와 세션 활동으로 연주는 검증되었다. 덕분에 관록의 밴드, 중고 신인이란 수식어가 붙으며, 바쁜 공연 스케줄을 소화하는 밴드다. 또한 성실한 음반 활동으로 지금껏 두 장의 정규 앨범 [FREESUMMER]와 [FREEBODY]를 공개해왔다. 자유로움이 깃든 타이틀과 감칠맛 나는 연주로 무장하여 오랜 친구 같은 친근함이 묻어다는 밴드 까데호. 유쾌한 밴드와 편안한 분위기에서 흐른 대화를 하단에 공개한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었다. 까데호의 근황은?
김재호: 11월 18일에 정규 2집 [FREEBODY]가 발매됐다. 여러 음악이 실린 앨범이다. 그리고 앨범이 공개된 주에 경상도 투어를 아슬아슬하게 다녀왔고, 서울에서 소규모로 공연을 열기도 했었다.
까데호를 두고 ‘중고신인’이라 일컫던데, 각자 지금까지 쌓은 커리어를 각자 설명해줄 수 있나?
이태훈: 세컨세션이라는 펑크 밴드를 오래 했고, 헬리비전이라는 사이키델릭 록 밴드도 하고, 화분이라는 삼바 밴드도 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잼 세션(Jam Session 이하 잼, ━재즈 연주자들이 악보 없이 하는 즉흥적인 연주━)밴드도 하고, 즉흥 피아노 밴드도 하고… 등등 여러 가지 밴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개인적으로 김사월 앨범에 2곡 연주했고, 9와 숫자들의 드러머 보이.디의 싱글에도 참여했다.
김재호: 까데호 직전까지 윈디시티를 2년 정도 했고, 그전에는 소울 스테디 락커스라는 밴드에서 레게도 했다. 이외에도 그때그때 짧게 베이스 멤버로 활동했다. 지금은 다빈이와 추다혜차지스로 활동하고 있고, 또 김오키뻐킹매드니스에서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김다빈: 난 인디 신에서 플링이라는 록 밴드로 활동하며, 동시에 세션 활동을 조금씩 하다가, 2년 전쯤부터 최백호 선생님의 세션 밴드에 드러머로 합류하여 활동 중이다. 그리고 간간히 다른 가수들 라이브 세션이나, 레코딩 세션에 참여했다.
과거 많은 밴드에서 활동하며, 또 운영하다가 오늘날의 까데호로 결집했다. 최초 드러머 최규철과 까데호를 결성한 시기를 돌이켜보자. 어떤 계기로 밴드를 결성하게 됐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이태훈: 2017년 어떤 페스티벌에서 최규철과 김재호와 함께 팀을 이뤄 무대에 오를 기회가 생겼다. 그게 계기가 되어 까데호를 급하게 결성했다.
김재호: 일단 최규철과 나는 20대 때부터 밴드를 함께 해왔다. 태훈과는 홍대 밴드 신에서 마주칠 일이 많았고, 이미 훌륭한 기타리스트로 정평이 났으니까. 태훈이와 친해진 것은 최규철 덕분이다. 규철과 태훈이 먼저 친해졌고 난 규철을 통해 이태훈과 친해졌다. 그렇게 셋이 친해지며 음악적 성향이나 취향이 잘 맞는다는 것도 깨닫게 됐고, 나중에 같이 연주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태훈: 근데 급하게 만든 것 치고는 생각보다 음악이 마음에 들었고, 또 꾸준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바로 EP 작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결성한 이듬해 EP [MIXTAPE]를 발매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처음 합주한 당시 멤버들의 인상과 연주 스타일은 어떻게 회상하나?
이태훈: 최규철이 워낙 험상궂게 생겨서 처음엔 형인 줄 알았지. 근데 동갑이라고 해서 놀랐다. 연주 스타일은 셋 다 느긋하게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앞 박자 보다는 뒷 박자를 좋아하는 성향이다. 그걸 맞춰가다 보니 곡이 느려지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또 느긋하게 연주를 주고받을 연주자가 서울에 흔치 않아서 잘 만났다 싶었지.
김재호: 태훈과 다른 프로젝트로 만난 적이 많아서 신선한 첫인상보다는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셋 다 송폼이 있으면 못 외우고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니까, 흘러가듯 연주하는 스타일이 좋았던 기억이다.
김다빈이 합류한 것은 최규철이 제주도로 떠난 뒤로 알고 있다. 김다빈은 어떻게 포섭하게 됐는가?
김재호: 사실 함께하기 전부터 다빈이를 알고 있었다. 내가 윈디시티로 활동할 때 다빈이 친누나의 결혼식에 축가를 하러 간 적도 있었고, 다른 공연장에서 만난 적도 있지. 그렇게 알고만 있다가 최규철이 빠진 자리에 드러머를 찾는데, 생기스튜디오의 생기장인 주영이 형이 김다빈을 선뜻 추천하더라. 사실 처음에는 의아했다. 다빈이의 그전 커리어가 우리가 하는 음악과 결이 달랐으니까. 그래도 합류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합류하겠다고 승낙해서 생기스튜디오에 자리를 마련하고 즉흥 잼을 한 뒤 합류하게 됐다.
까데호라는 밴드 명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김재호: 까데호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우리가 생각한 첫 번째 의미는 중앙아메리카의 신화 속에 나오는 상상 속의 동물 이름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해태 같은 전설의 동물. 그 동물은 한쪽은 흰색, 한쪽은 검은색으로 선과 악을 관장하는데, 그런 극단적인 양면성이 까데호 음악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까데호라고 짓게 됐다.
읽힌 실타래라는 의미로 알고 있었는데, 또 다른 의미가 있었는지 몰랐다.
이태훈: 최규철이 굉장히 남미적으로 생겨서 남미적인 이름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김재호: 이태훈도 남미 사람 같이 생겼다.
이태훈: 김재호도 마찬가지다.
[MIXTAPE]으로 조율을 마친 후 지금까지 두 장의 정규 앨범을 공개했다. 매년 앨범 단위의 작업물을 꾸준히 공개했는데, 다작의 비결이 있다면?
김다빈: 곡 작업의 경우, 우린 미디가 아니라 잼을 하다가 구다리가 생기면 그걸 살려서 곡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곡을 만드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음악을 공개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김재호: 보통 잼을 할 때 녹음기를 켜놓고 잼을 한다. 그리고 괜찮은 잼 파트가 생기면 그 파트를 살려서 살을 덧붙이고 보완하는 편이다.
김다빈: 연주곡의 경우는 그렇게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노래 곡의 경우는 형들이 멜로디 라인과 작사를 준비해오면 거기에 살을 붙여서 제작하는 편이다.
즉흥성에 기인한 잼을 하나의 주제를 지닌 앨범에 엮기까지 난항이 생기진 않는가? 또한 기획되지 않은 음악을 앨범에 수록하기 위해 어떤 여과의 과정과 고민을 거치는지 궁금한데.
이태훈: [FREEBODY], [FREESUMMER]라고 나온 것은 모두 우리의 생활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딱히 뭘 회의하고, 맞춰갈 것이 없었다. 또 우리는 왜곡된 사상과 편향된 사고를 지니고 있다. 제목은 그러한 사고와 닿아있는 부분을 캐치해서 테마와 타이틀로 정하기도 한다.
재즈의 본질인 즉흥성에 충실한 탓에 재즈 밴드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정확히는 뉴재즈 밴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재즈 페스티벌에도 섭외되어 “Autumn Leaves”를 해석한 바도 있고. 까데호 본인은 이러한 매체의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한데?
이태훈: 즉흥성은 모든 음악의 기본이다. 모든 음악은 즉흥적이어야 한다. 근데 즉흥이라는 말을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것 같다. 그것의 정도와 범위가 분분하기 때문에 재즈만 즉흥적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재즈뿐만이 아니라 포크 음악 또한 즉흥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재즈 밴드라는 수식어가 싫진 않다. 그러나 그 즉흥성이 곧 재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재즈라는 용어가 지금 너무 많이 오염되었다. 이제는 재즈라는 말이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김재호: 나는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무척 든다. 재즈를 잘 못 하는데 우릴 재즈라고 불러주니까.
김다빈: 까데호 합류 전에는 재즈적인 요소를 많이 품고 있어서 멋있는 밴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도 재즈 밴드라 불리는 게 마음에 든다.
까데호에게 ‘재즈는 죽었다’라는 말은 어떻게 다가오나? 사실 이 말은 재즈가 과도기에 놓인 매 순간이나 주류를 록에게 넘겨줄 때도 있었던 말이긴 했으나, 까데호는 재즈의 일부를 품은 밴드지 않나. 여느 청자처럼 이를 쉽게 언급하거나, 또 그냥 생각 없이 들을 말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이태훈: 개인적으로 유난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죽고 살 수 있는 존재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즈는 시대적인 음악이다. 재즈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지, 음악 자체가 없어지거나, 문화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 우리 음악에도 재즈의 시대적인 요소가 많이 녹아 있다. 그래서 우리의 음악 속에선 재즈가 절대 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김재호: 난 개인적으로 절대로 죽지 않았다고 생각을 한다. 요즘 시카고 재즈 신이나 런던 재즈 신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그런 음악을 들으며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재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다빈: 나도 재즈가 죽었다는 말에 동의하기 힘들다. 작년 뉴욕으로 여행을 갔을 때 재즈 클럽에 사람이 붐비는 것을 보고 왔다. 나가사키만 해도 거리에 쿨재즈가 엄청나게 큰 볼륨으로 나오곤 하더라. 그걸 보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재즈를 즐기고 있구나 싶었지.
[FREESUMMER]와 “Cyber Holiday”에서 각박한 일상의 도피처, 가상의 피서지를 제공해왔고 이번 앨범은 주제를 ‘혼자만의 자유로운 여행’으로 여행이라는 테마를 아예 못을 박아버렸다.
이태훈: 물리적인 여행이 꼭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와도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집에서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심리적인 여행도 일종의 여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어찌 됐든, 스트레스는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누구든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여행을 테마로 곡을 제작해온 것 같다. 또 평소같이 여행을 자주 떠나기도 하고, 또 각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까데호의 음악은 언제나 흥겹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어둑어둑”도 가사의 내용을 의식하지 않고 들으면 흥겹다. 이러한 그루브는 까데호의 음악에 가장 중요한 요소일까? 혹은 까데호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라면?
김재호: 그루브가 우리 음악에서 중요하다고 자각한 경우는 없는 것 같다. 그냥 음악에 멤버 각자의 소리가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각자 지닌 스타일을 여과 없이 연주했고, 그루브가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 같다. 오히려 팝 세션에서 과하게 바운스를 넣으니 그게 음악에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 적 있다. 근데 우리는 팝과 같은 틀이 없으니까, 그게 결과적으로 그루비하게 들리는 것에 기인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김다빈: 다른 밴드 녹음 세션에선 항상 메트로놈을 듣고 연주하는데, 까데호의 녹음에선 메트로놈을 절대 켜지 않는다. 그 덕분에 우리만의 그루브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태훈: 나는 신나는 감정을 전달했으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근데 기타의 멜로디는 사실 떠다니는 것이라서 오히려 베이스와 드럼이 더 중요했다. 음악에서 기타는 음압이 너무 작으니 있으나 마나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베이스가 한음을 치면 그걸 따라가려고 기타가 열다섯 음을 쳐도 그걸 못 따라가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기타가 깔짝거리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김다빈: 드럼 치는 사람으로서 멜로디 악기가 재미없으면 연주하는데 흥이 안 나는 것 같다. 특히 우리는 주고받는 연주가 대부분이니까 기타에서 에너지가 느껴지고 거기에 맞춰 베이스와 드럼도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 하하.
이번 앨범에 무려 19곡이나 수록했는데, 많은 곡을 담게된 이유가 있는가?
김다빈: 많은 곡을 담자는 의도로 제작한 것은 아니고, 그냥 합주실에서 잼을 하면서 노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그렇게 많이 담긴 것 같다. 사실 26곡 정도가 제작됐는데 앨범에는 19곡으로 추렸다.
이태훈: 앞서 말했듯 잼이 많아서 우리에게 곡을 쓰는 일은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김다빈: 이미 3집에 수록할 곡도 10곡 정도 제작된 것 같다.
26곡 정도에서 추려진 것이라고 했는데, 탈락한 곡은 어떤 이유에서 탈락했나?
김다빈: 연주곡 비중과 노래의 비중을 맞추고 앨범의 분위기에 적절한 트랙을 고르다 보니 탈락한 것 같다. 근데 영원히 안 쓰일 트랙은 아니고 나중을 위해서 일단은 빼둔 것으로 생각해주면 되겠다.
또한 이번 앨범에 윤석철이 참여하기도 했다.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이태훈: 석철이랑 옛날부터 친구다. 또 우리 주변에서 가장 검증된 건반 주자니까.
김재호: 그리고 우리 사이에서 서로의 앨범에 세션이나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그리고 우린 이걸 무한 품앗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윤석철의 음악에 세션으로 참여했다가 윤석철의 녹음이 끝나고 그날 당장 우리 트랙도 만들자고 하고 후루룩 받아온 거다.
사실 밴드에 피처링으로 참가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밴드에 잘 묻어나더라. 심지어 원년 멤버라고 속여도 믿을 지경이다. 건반 주자를 섭외해서 4인조 편성으로 활동하는 상상을 해보진 않았나?
이태훈: 사실 밴드를 시작할 때 석철이까지 껴서 4인조 동갑 밴드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근데 석철이가 바빠서 못했다. 근데 이건 까데호 결성 전의 생각이고, 까데호를 시작한 뒤로는 그런 생각을 한 적 없었다.
밴드의 목소리를 김재호가 주로 담당하는 줄 알았으나, “Love your harmony” 뮤직비디오를 보고 이태훈이 노래를 부른 사실을 알았다. 가사가 담긴 음악에 노래를 부를 멤버를 정하는 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가는가?
김재호: 보통은 보컬 라인을 짜오는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편이다.
혹시 멤버 중에 보컬로 협업 요청을 받은 적도 있나? 문득 궁금해졌다.
김재호: 난 없다. 근데 태훈이는 우리 밴드에서 보컬을 많이 해서 들어올 만도 한데.
이태훈: 옛날에 어느 컴필레이션에 보컬로 참여한 적이 있다. 하하.
정기고, 넉살, 서사무엘 등 다양한 뮤지션과 함께 협업하기도 했다. 밴드의 목소리를 대체할 뮤지션과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김재호: 그건 까데호의 싱글 시리즈로 ‘까데호와 친구들’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실제 우리와 과거에 교류가 있었고, 또 우리와 음악 성향이 잘 맞는 뮤지션을 찾았던 것 같다. 가령 정기고는 태훈이와 오랜 멤버로 활동한 바 있고, 서사무엘의 음악에도 우리가 참여한 적이 있었고, 넉살의 경우는 옛날부터 홍대에서 자주 봐왔던 동생이기도 하다.
뮤직비디오 역시 독특한 콘셉트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김재호: 음악 외적인 부분은 제4의 멤버인 이승준이 전담해 주고 있다. EP [MIXTAPE] 때부터 같이 활동해줘서 우리 입장에선 너무 편하고 고맙다. 또 다행스럽게 뮤직비디오 비주얼 콘셉트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점점 관여하지 않는 것 같다. 너무 든든하다.
언젠가 까데호의 공연을 본 적 있다. 그날은 이태훈이 공연에서 현을 계속 끊어 먹었다. 그러나 이태훈은 당황했거나 긴장한 것 같지는 않았다. 혹은 내가 그 낌새를 느끼지 못했거나. 실제 현이 끊어지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가 궁금한데.
이태훈: 모두 계산된 퍼포먼스다. 하하. 끊어지면 그냥 끊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지금은 얌전해진 정도고, 옛날에 기타를 정말 못 칠 때는 타점이 안 좋으니까 기타 줄을 많이 끊어 먹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익숙해져서 그냥 연주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근데 줄값이 너무 아깝긴 하다.
김재호: 태훈이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것 같다. 공연 후 태훈의 기타가 멀쩡하면 오늘은 왜 줄을 안끊었냐고 묻는 팬들도 있다. 하하.
항상 공연과 앨범 활동 등 꽉 찬 스케줄로 활동하는 게 참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겹다고 생각한 순간은 없는지?
김다빈: 활동하며 힘들다고 생각한 순간은 없었고, 오히려 최근 코로나 때문에 전체가 멈춘 상황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김재호: 올해 8개의 페스티벌에 섭외가 됐는데, 결국 하나도 못 했다.
2019년 반스 뮤지션 원티드 로컬 콘테스트 우승자라는 타이틀도 지니고 있다. 로컬 우승 후 아시아 지역 최종 우승을 놓고 공연을 펼친다고 들었는데, 그 여정은 어떻게 됐나?
김재호: 출발부터 다사다난했는데, 뮤지션 원티드에 지원해놓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뜬금없이 TOP 5에 선정됐다고 경연 날짜가 발표됐다. 근데 하필 그때 태훈이가 유럽에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그래서 경연에 나가니 마니, 이야길 하다가 결국 태훈이 휴가와 취소 표 수수료까지 희생하면서 경연에 참여하게 됐다. 그래서 태훈은 정말 이를 갈면서 왔을 것이다. 다행히 1등으로 뽑아줘서 정말 고마웠지. 난 스케이트보드 문화로 음악을 시작했기 때문에 반스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었거든. 그렇게 기쁜 와중에 아시아 경연이 홍콩에서 열리는 것인데 시위로 상황이 안 좋아져서 시카고로 향하게 됐다. 그렇게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고 본선 무대를 재밌게 하고, 하우스 오브 반스도 재밌게 즐겼다.
김재호가 스케이트보드에 빠져 있거나 이태훈이 메탈리카를 보고 기타를 처음 친 이야기도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내친김에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각자 알려줄 수 있나?
이태훈: 남들이 안 하는 삐딱한 것을 찾다 보니까 메탈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어릴 때부터 클래식 기타를 치긴 했는데, 재미도 없고 실력도 안 늘어서 때려 부수는 것을 하자고 메탈을 취미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을 하며 점점 기타에 진지해진 것 같다.
김재호: 난 아까 앞서 말했듯 스케이트보드를 처음 타면서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 근데 스케이트보드 타는 사람들이 펑크 아니면 힙합만 듣더라고. 그중에서도 난 펑크 음악이 마음에 들어서 크라잉넛, 노브레인 공연도 보러 다니고 일렉 기타 15만 원짜리 사서 연습하다가 어느 순간 베이스에 빠져서 베이스를 연주하게 됐다.
김다빈: 나는 중학교 때 밴드부 동아리에서 드럼을 시작했고,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하며 계속 드럼을 연주했다.
시카고에서 연주했을 때 관객의 반응을 기억하나?
이태훈: 사실 관객이 없었다. 공연 관계자들만 관람하는 경연이었다. 그래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긴장한 뮤지션들만 기억에 남는다.
까데호도 무대에서 긴장을 하는 편인가?
이태훈: 결혼식장에서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경우에 긴장하는 편인데, 공연에서 잼을 할 땐 긴장을 안 하는 편이지.
까데호가 향후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혹은 건반 외 또 다른 파트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거나?
이태훈: 최백호 선생님과 함께해보고 싶다. 정말 멋있는 성인가요를 만들고 싶은데, 아직 깜냥이 안되는 것 같다.
김재호: 웬만한 곡으로는 부탁을 드릴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자체적으로 될만한 곡이 탄생하면 찾아뵐 생각이다.
최백호 선생님은 까데호의 음악을 들어봤나?
김다빈: 잘 모른다. 하하. 같이 밴드를 하지만 워낙 많은 세션 멤버가 있고 또 하는 일도 많으셔서, 멤버 각자가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아마 잘 모르실 것 같다. 그리고 아직 까데호의 2집도 아직 안 들려드렸다.
관록의 뮤지션이 모였으니 훵크 성향이 강한 음악만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포스트 펑크같은 어두운 장르 음악도 잘 소화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 그래서 질문인데 만약 까데호가 해보지 않은 음악을 찾아간다면 어떤 장르에 접근할까?
김재호: 개인적으로 엠비언트를 비롯한 전자음악을 꽤 듣는 편이라서 들을 때마다 이걸 까데호에 녹여보고 싶다곤 생각을 했다. 우린 악기가 적다 보니까 신기한 사운드스케이프가 껴있으면 재밌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게 되면 더 심플하고 미니멀해질 수도 있고, 해봐야 알겠지.
이태훈: 난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김다빈: 연주할 때 형들이 상상 이상의 연주를 하는 편이라서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까데호의 향후 계획은?
이태훈: 앨범이 만들어졌으니 쇼케이스를 기획하고 사람 많이 불러서 홍보할 계획이었는데 공연을 열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에디터│황선웅
포토그래퍼│강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