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S

Guitar – 최현석
Lap Steel Guitar – 김동훈
Bass – 최송아
Percussion – 송진호
Keyboard – 박보민
Drum – 양정훈

밴드 CHS의 음악은 독보적이다. 자칭 ‘트로피컬 사이키델릭 그루브’라 일컫는 트로피컬, 발레아릭 사운드는 아직 서울 밴드 신(Scene)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다소 생소한 소리다. 그러나 호불호가 갈리진 않을 것이다. ‘안락세계(安樂世界), 장장하일(長長夏日), 만경창파(萬頃蒼波)’, 즉 안락한 곳에서의 끝나지 않는 긴 여름과 그곳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라는 슬로건으로 사운드 이미지적 행보를 펼친 CHS의 음악이 불호라면 아마 그들은 휴가와 피서지 또한 싫어하는 타입일 터.

올여름 끝자락에 공개된 CHS의 앨범 [엔젤 빌라]는 앨범 [정글 사우나] 이후 100% 여름력을 충전하고 바다와 피서지의 냄새를 완벽하게 머금고 있었다. 또한 앨범은 발리에서 생긴 일을 회고한 앨범이라고. 이에 필자는 밴드 CHS의 멤버 6인과 만나 발리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그 대화를 하단에서 만나보자.

[정글 사우나] 발매로부터 2년, 발리 여행으로부터 약 1년 반. 그때부터 [엔젤 빌라] 사이 코로나가 퍼졌다. CHS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송진호: 나는 그냥 요양 중이다. 스케이트보드도 타긴 했지만, 비도 오고 그래서 쉬는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박보민: 코로나 이후에 음악 활동을 더욱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우리가 발리에서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됐으니까. 일단은 멘탈을 추스르고, 상황을 파악하고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곡을 추슬렀던 것 같다.

김동훈: 나는 결혼했다.

양정훈: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최현석: 나도 코로나 이후로 더욱 부지런하게 움직인 것 같다. 큰 프로젝트 단위로 하나씩 일을 처리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실내에서 공연이 불가했으니, 자연으로 좀 더 많이 나가서 공연을 펼쳤다.

최송아: 나도 집에만 있는 것 같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데 코로나로 여행을 못 가고 그러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최근 간만에 공연장에서 공연을 열었다고 들었다. 평소 바다나 울창한 숲 등 자연에서만 라이브를 펼쳐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비해 공연장은 CHS에게 무척 좁은 공간으로 느껴질 것 같다.

최현석: 갑갑하고 좁은 공간이 아니라 콘서트홀처럼 큰 곳에서 공연해서 그런지 자연과 같은 개방감이 있어서 좋았다. 소리도 크게 뻗어 나가니까 다른 맥락에서 뻥 뚫리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콘서트홀이 넓긴 하지만 아무래도 인공적인 건축물이지 않나? 첫 번째 라이브 홀 콘서트에 평소 자연에서 느끼던 것과 다른 점은 없었는지?

최현석: 자연에서 하면 좋긴 하지. 그런데 자연에서 하면 또 고생이니까. 콘서트홀의 경우는 소리에 더욱 집중해서 자연적인 감각을 깨우는 그런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박보민: 사실상 자연에서 공연하는 행위가 더 이질적인 게 아닐까. 일반적으로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려주니까.

최현석: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CHS의 여섯 명이 그러한 소리를 쏟아낸 것으로 생각한다.

박보민: 나는 자연인이다.

CHS란 무슨 뜻인지? 검색을 해봤는데 리더 최현석의 약자라고 하는 이야기도 봤다.

최현석: CHS에 대한 약자를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시작된다. 먼저 대충 유추가 가능한 나의 이름 최현석의 약자다. 그러나 더는 그 의미는 아니다. 밴드 멤버가 함께하니 의미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박보민: 상황에 따라서 우리가 고르는 편이다.

최현석: 그래서 2021년의 뜻은 ‘취했어’로 정했다.

박보민: 2020년은 ‘쿨하고 섹시’였다.

어느 웹진에서는 ‘코리아 하이 소울(Corea High Soul)’이라 명시되어 있던데? 이것 역시 밴드가 직접 언급한 것인가?

최현석: 아니다. 그런데 CHS의 약자를 각자 유추하는 것을 재밌게 지켜보고 있다. 어디를 가도 모두 우리를 다르게 부른다. 코리아 하이 소울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마음에 든다. 그래서 2022년에는 CHS를 코리아 하이 소울이란 의미로 활동할 예정이다.

김동훈: 최근에 친구한테는 CHS가 ‘초현실’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박보민: 멋지다. 초현실은 2023년 슬로건으로 정하자.

과거 최현석이 몸담았던 아폴로 18은 CHS와 음악적 결이 다르다. CHS는 트로피컬 사이키델릭 그루브라는 용어로 음악을 정의했지만, 아폴로 18은 포스트록에 가깝다. 이러한 행보에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최현석: 그게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음악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폴로 18의 포스트록적인 음악, 거친 면모는 젊었을 때 화가 많고 공격적인 성향의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러한 성향을 모두 버리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음악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표출하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사람 자체가 바뀐 것 같다.

지금 본인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최현석: CHS의 음악과 같은 것이다. 과거엔 흑백이 있는 줄 알고 옳고 그른 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고 더 큰 세상이 있었던 것이지… 결국 우린 자연 앞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다. 그런 것들을 인간관계에서 느끼고 어떤 풍경을 보면서도 느끼고, 심지어 꽃 하나를 봐도 느낀다. 한 번은 내가 꽃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놀란 적도 있다. ‘예쁘다’라고 말하면서 찍고 있었는데 사실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겠나.

현자타임을 느낀 것 같다.

최현석: 그게 현타일 수도 있겠지. 단지 세상 전반 모든 것이 자연의 순리고 난 흘러가며 살고 싶었다.

오늘 인터뷰 장소가 된 ‘모래내 극락’이라는 장소를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이 장소가 어떤 곳인지, 어떻게 운영하는 곳인지 궁금하다.

최현석: 동훈이와 옛날에 드럼 치던 영목이란 친구와 함께 작업실로 운영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금, 토만 운영하는 중이고 매주 DJ가 음악을 틀고 토요일은 라이브 팀이 계속 라이브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현석, 김동훈, 최송아, 박보민, 송진호, 양정훈 총 여섯 명의 멤버가 CHS에 모였다. 저마다 활동하는 프로젝트가 있기도 하고 모이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박보민: 각자 모인 스토리가 비슷한데 먼저 나부터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원래 활동하시던 키보디스트의 대타로 왔다가 그분이 영원히 나가면서 합류하게 됐다.

최송아: 나도 CHS의 전 베이시스트가 공연 2주를 남겨놓고 못 하겠다고 해서 급하게 섭외됐던 케이스다.

박보민: 우린 대타 모임이네…

송진호: 난 대타는 아니지만 원래 활동하던 퍼커셔니스트가 나간 참에 섭외된 거다. 당시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CHS 같은 독특한 밴드에서 활동하기에 내가 적합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듣고 나서 나 또한 재밌게 함께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합류하게 됐다.

최현석: 송진호는 스페셜리스트다?

송진호: 스페셜리스트는 아니고 학교에서 CHS와 같은 시끌벅적한 밴드를 할만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사실 그냥 무턱대고 밴드에 합류한 것이라 당시 CHS의 음악을 전혀 몰랐고 스튜디오에 오는 길에 처음 들었다. 그렇게 함께하게 됐는데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고 형들과 나이 차이도 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여름에 공연을 많이 다니다 보니까 계속하게 됐지.

최현석과 가장 오래 한 김동훈은 어떻게 함께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동훈: 나는 현석이 형과 거의 맨날 붙어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하고 있었다.

또한 최근에 드러머인 양정훈이 섭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 에피소드가 있나?

최현석: 정훈이는 뒤늦게 합류해서 발리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합류한 당시엔 합도 잘 맞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밴드에서 합은 기술적 부분이 아니지 않나. 우리의 아바타처럼 느낌이 따라와야 하는데 그게 오지 않았던 거다. 정훈이 역시 ‘CHS는 왜 이렇지’라는 물음표가 계속 떠 있었을 거다. 그런데 최근 다큐멘터리 촬영 겸 제주도를 방문해 자연에서 함께 연주했다. 그때 정훈이 머릿속 물음표가 확실히 지워진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밴드에 임해야 하는지 역시 본인이 잘 판단했던 것 같다.

CHS에 모인 이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최현석: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좋은 사람들이다. 바이브가 좋은 사람들이 뭉친 것이 아닐까 싶다.

박보민: 이제야 비율이 완벽해졌다고 해야 하나? OB와 YB의 비율.

음악적 이상향으로 발리가 가장 최적의 장소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와이, 오키나와 등 많은 여름 피서지 중 왜 발리였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최현석: 발리가 일단 서핑하기도 좋고, 가격도 싸고. 사실 발리를 먼저 갔다 온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발리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같이 가게 된다면 분명 다들 좋아할 것 같아서 꼭 가보고 싶었다.

발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박보민: 너무 많다.

최현석: 매 순간.

CHS의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듣기로는 “Last Sunset”을 발리에서 만들어온 것이라 들었다.

최현석: 맞다. 나와 동훈이 미리 발리에 가서 바탕이 되는 스케치를 만들어 멤버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면 멤버들은 곡에 관한 의문, 물음표가 생기는데, 이 물음표를 지우고 다른 것으로 채우거나 하는 방향으로 작업하는 편이다. 그래서 스케치와 다른 방향의 곡이 될 수도 있기도 하다.

어느 인터뷰에서 찾아보기론 최현석과 김동훈이 발리에 먼저 가서 서핑만 했다고 들었는데.

박보민: 맞다. 너무 타서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는 못 알아봤을 정도다. 조금 과장을 더해서 나무와 색깔이 같았다.

김동훈: 하필 밤에 도착했는데 하얀 이만 동동 떠다녔다고 하더라.

최현석: 태닝도 전투적으로 했거든. 그니까 동훈이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동훈: 일과가 서핑 다음으로 태닝이었다.

6명의 멤버가 함께 곡을 제작하는 데 의견이 충돌한 적은 없었나?

최현석: 충돌하기 전에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여 곡을 제작하기 때문에 충돌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양정훈: 아까 현석이 형이 이야기했던 물음표를 지워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매우 와닿는다. 물음표가 생기면 그걸 지우려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거친다.

[엔젤 빌라]는 처음 “Semeng”으로 시작되어 앨범 중후반에 “Slowride”로 감정을 끓어오르게 만들고 다시 “밤바다”로 잔잔하게 여운을 남기는 것만 같은 흐름이 있었다. 이러한 곡 배치 또한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 같았는데.

최현석: 의도한 것이 맞다. 발리에서의 하루, 발리의 시간을 담은 앨범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그러한 배치를 의도했다.

또한 “Slowride”를 들으며 어렴풋이 아폴로 18의 향수를 맡았다. 가장 록적이기도 하면서 또한 격양되는 디스토션을 통해 최현석의 과거가 오버랩되기도 했다.

최현석: 록은 우리가 버리지 말아야 할 소울이다. 아폴로 18 때 그러한 소리는 록의 베리에이션이라 의도하고 생각한 반면, “Slowride”는 자연의 소리를 표현하려던 자연스러운 의지였다.

박보민: 록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폭발시켜보자 했을 때 자연스럽게 나왔던 사운드인 것 같다.

최현석: 맞다. 록적인 음악이라기보다는 노이즈에 가깝고 해방의 의지를 노이즈로, 이미지로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Slowride”는 어떤 스토리가 담긴 곡인가?

박보민: 발리에 있을 때 다 같이 클럽에 갔다가 오토바이로 엔젤 빌라로 돌아오는 와중에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비는 쏟아지지, 혼란스럽게 뿔뿔이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고, 현석 오빠가 “여기로 가!”라면서 소리 지르던 모습이 생각났다. 당시 너무 행복하고 기쁨의 상태를 넘어선 느낌을 받았다. 현석 오빠가 말한 ‘해방의 의지’는 그러한 기쁨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또 다른 트랙에는 어떤 디렉션이 있었나?

최현석: 첫 트랙의 경우는 보민이가 해가 뜨는 모습을 그린 곡이다.

박보민: 좀 웅장하게 표현해봤다. 해가 뜨면서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으로.

그 트랙을 시작으로 전체적으로 발레아릭한 무드 역시 느껴졌다.

최현석: VISLA가 우리를 코레아릭이라 표현한 것을 봤다. 그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음악은 장르적인 성향을 띤다기보다는 이미지적인 요소가 많다.

악기 구성 또한 감탄할 부분인데, 특히 랩스틸 기타 구성이 CHS의 이미지적 슬로건을 완벽하게 이루도록 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러한 밴드의 악기 구성은 어떻게 구축됐는가?

최현석: 동훈이가 랩스틸 기타를 맡게 된 사연이 있는데, 처음 우리나라에 무슨 훌라 협회에서 알란 아카카(Alan Akaka)선생님을 초빙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주부들 모아놓고 강의를 하는 자리였는데 ‘이 사람이 한국에 강의하러 온다고?’라며 놀라면서 강의를 신청했다. 동시에 영국에 있던 동훈에게 랩스틸 기타를 영국에서 사 오라고 했다. 당시 한국에서 스틸 기타를 팔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사 와서 동훈이한테 빨리 레슨에 참석하라고 재촉했지. 이렇게 랩스틸 기타가 우리 밴드의 요소가 된 것은 정말 운명이었던 거다.

박보민: 스틸 기타는 동훈 오빠의 피, 땀, 눈물이다.

최현석: 또 미션이 있었다. 알란 아카카 선생님을 우리 앨범의 피처링으로 섭외를 하는 것. 그래서 선생님이 하와이로 돌아가서 우리 음악을 녹음해서 보내주면 거기에 더빙해서 다시 보내주신다고 흔쾌히 참여해주셔서 [정글 사우나]의 곡 “서울몽”이 완성됐다.

이번 [엔젤 빌라]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음악이 있다면?

박보민: 아무래도 “Slowride”다. 톤이 마음에 안 들어 재녹음을 했던 곡이다. 만들어 놓고 각자 공연을 하다 보니까 또 다른 피드백이 생겨서 결국은 재녹음하게 됐다.

최현석: 사실 아까 말한 “Slowride”를 재녹음한 가장 큰 이유가 사실 제주도 투어의 과정에서 생겨났다. 이미지적인 트랙이고 그런 느낌이 나야 하는 디테일이 필요했지. 우리가 정훈이와 함께하고 나서부터 “Slowride”를 급하게 녹음한 뒤 제주도로 떠났는데, 그 후에 녹음한 버전이 훨씬 좋았다. 정훈이가 우리와 일주일을 동고동락하고 여섯 번 이상의 라이브를 하고 나니 더욱더 끈끈해져 있던 거지. 그때 정훈이가 CHS와 완전히 연결된 것을 느꼈다.

“Slowride”은 이번 앨범의 대곡이 아닌가. 한편 지난 앨범에서는 “서울몽”이 10분을 넘어가는 대곡이었다. 특히 “서울몽”은 변주되는 파트가 와닿았다.

최현석: 그런 변주도 미리 짜둔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든 것이다. 동훈이가 나와 함께 가장 많이 곡 작업을 하는 파트너이며 가장 먼저 물음표가 뜨는 멤버기도 해서 동훈이의 물음표를 지우는 것으로 곡 작업이 대체로 시작되는 것 같다. “서울몽”의 경우도 10분의 스토리 라인을 만들고 동훈과 논의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오히려 내가 필요 없을 정도로 곡을 알아서 잘 만든다.

당시 발리에서 제작한 “Last Sunset” 곡을 어떻게 회상하는가?

박보민: 일단은 거실로 모였다. 그리고 연주를 시작했다. 하다 보니까 파트마다 멤버의 의견이 모였고 그걸 한 땀 한 땀 수정해서 만들게 됐다.

최현석: 맥주도 먹고, 주스도 먹고, 젤리도 먹고, 도마뱀 우는 소리, 풀벌레 소리도 듣고 너무 좋았다. 그러다가 수영장에 들어가기도 하고.

한편 지난 크레딧에 김오키가 참여했다거나 “Cicak”에 이규재가 참여하는 등 간간히 아티스트에게 피처링을 부탁하기도 하는데, 피처링 아티스트에게 별도로 주문하는 것이 있다면?

최현석: 일단은 주문하는 것은 딱히 없다. 그 사람을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기 때문에.

아까 언급된 알란 아카카의 랩스틸 기타 파트 역시 그의 즉흥 연주가 담긴 것인가.

최현석: 그렇다. 오히려 해외 아티스트에게 디렉션을 주면 되게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면 ‘너희는 나를 담고싶은 것이 아닌가? 왜 너희가 나에게 라인을 주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다. 알렌 아카카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라인을 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여기다 내가 몇 마디를 하면 되냐고 묻는 정도였다.

김오키와 이규재 등의 아티스트와는 어떻게 협업이 이뤄졌는지?

최현석: 오키 형은 마음대로 부르는 사람이라 “서울몽”에 잘 맞았다. 그냥 초대해서 마음대로 불러 달라고 했다. 그리고 오키형에게 “플루트가 필요한데 누가 없을까요?”라고 물으니 “플루트는 이규재! 걔가 하면 돼”라고 추천해줘서 함께하게 됐다. 오키 형도 그렇고 규재 형도 서울 음악 신에 잘 없는 캐릭터다.

한편 “Lady”, “Shower”를 제외하고는 가사가 없다. 그 덕분에 여름의 느낌을 각각의 청자가 추상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밴드는 보컬을 추가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최현석: 노래를 못해서… 자신감을 얻으려고 하는데 멤버들도 시큰둥하고.

박보민: 가사가 없는 것이 더 쉽고 좋은 이유라면, 연주에 더욱더 공감하도록 유도하기 쉽고 또 우리 음악이 온몸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사를 작성하면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모두 들어봐야 한다. 무슨 의미로 썼는지 생각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 비하면 쉽고 빠르게 공감을 얻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송진호: 각자 나라의 언어가 있듯, 이미 CHS만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미 충분히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알아듣는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충분히 즐기고 있다.

최현석: 가사가 없는 곡의 가장 큰 장점은 청자 스스로가 자유롭게 음악을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땡볕”만 해도 듣는 방식이 각양각색인 것이 놀라웠다. 어떤 사람은 환희를 느끼고 어떤 사람은 너무 슬퍼서 펑펑 울기도 했단다.

박보민: 열린 결말 중에 열린 결말인 것이지.

양정훈: 듣는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것 같아 가사가 없는 편이 더욱 소중한 것 같다.

장르가 아닌 이미지적 음악을 하는 CHS의 입장에서는 가사나 보컬이 없는 편이 더욱 추상적인 이미지를 그리는 데 도움을 줄 것 같다.

최현석: 그렇지. 제목은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고.

그런데도 혹 협업하고 싶은 보컬이 있었다면?

박보민: BTS.

CHS가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최현석: 우리 식구들과 계속 재밌게 놀고 싶다. CHS 활동 자체가 즐거우니 지금처럼 계속 재밌게 음악을 만들고 싶다.

박보민: 무병장수.

CHS의 남은 2021년 계획은?

박보민: 건강하기.

최송아: 나도

송진호: 겨울에 신곡 좀 내야 하지 않겠나? CHS 표 캐럴은 어떨까.

최현석: 나는 미국 가기, 여름 나라 가기. 그리고 아까 말했던 다큐멘터리가 11월 13일 CHS 공식 밴드캠프 계정 라이브 스트림에서 공개된다. 여름에 제주도 자연 속을 투어하며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엔젤 빌라] 6곡을 제주도 자연을 돌며 라이브로 촬영했으니 많은 관람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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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황선웅
Photographer│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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